좀비 아포칼립스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차가운 철골과 깨진 마법진 파편들이 뒤엉킨 복도를 김준호는 거칠게 내달렸다. 등 뒤에서는 끈적한 신음과 함께 쫓아오는 무언가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르카디아 마법 학원. 한때 고고한 마법사들의 꿈이 숨 쉬던 곳은 이제 피와 살덩이가 뒤섞인 지옥도가 되어버렸다. 벽면에 그려진 우아한 문양들은 핏물에 얼룩져 섬뜩한 기운을 내뿜었고, 마력등의 잔해에서는 희미한 불꽃 대신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젠장, 끝이 없잖아!” 준호가 이를 악물었다. 그의 오른손에서 푸른색 마력탄이 맹렬하게 튀어나가 뒤따르던 ‘것’의 머리를 박살냈다. 고개를 가로젓는 그로테스크한 녀석들은 일반적인 좀비와는 달랐다. 온몸에서 시퍼런 마력이 흘러나오며 피부는 마치 돌처럼 단단해졌고, 눈은 마력에 물들어 붉게 빛났다. 이들은 죽은 마법사들의 시신에 끔찍한 생명 마법이 덧씌워진 결과물이었다.

“준호 씨! 이쪽이에요!”

앞서 달리던 이수진이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그녀의 가는 손에서는 초록빛 보호막이 번개처럼 생성되어 뒤따르던 또 다른 변이체를 막아냈다. 수진은 준호와 달리 정식 마법 수업에 충실했던 학생이었다. 이론에 해박했고, 실전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몇 안 되는 생존자 중 하나였다. 적어도 학원 내에서는 그랬다.

“망할, 이 학교 교수는 도대체 뭘 연구했던 거야!” 준호는 욕설을 내뱉었다.

수진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우리는 그걸 알아내야만 해요. ‘아르카디아의 심장’으로 가야 해요. 그곳이라면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이 있을 거예요. 아니, 적어도 이 지옥을 멈출 단서라도.”

‘아르카디아의 심장’. 그건 학원 설립 초창기부터 전해 내려오던 전설적인 장소였다. 학원의 모든 마력이 집결하는 곳이자, 모든 연구의 정수라고 불리던 곳. 하지만 그 존재 자체를 아는 이도 드물었고, 위치는커녕 진실된 목적조차 알려지지 않은 금단의 장소였다. 더욱이, 그곳은 학원 지하 깊숙한 곳에, 철저히 봉인된 채로 존재한다고 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대강당의 지하로 통하는 비밀 통로였다. 대형 마법진이 그려진 거대한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중앙에는 세 개의 룬 문자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거대한 문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는 핏자국으로 얼룩진 대강당의 끔찍한 열기와 대비되어 더욱 섬뜩하게 느껴졌다.

“이게… ‘고대 봉인’이네요. 학원 기록에만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수진이 숨을 삼켰다. “누구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도록 설계된 거예요. 파괴하는 건 불가능해요.”

“그럼 어쩌라는 거야? 이대로 포기해?” 준호는 짜증스럽게 손목의 마력 증폭기를 만지작거렸다. “어차피 우린 이 위에서 죽거나, 저 지하에서 뭔가 알아내고 죽거나 둘 중 하나라고. 봉인이든 나발이든 부술 방법은 있을 거 아냐?”

수진의 눈이 봉인 문자의 한 점에 꽂혔다. “파괴하는 게 아니라… 여는 거예요. 이 봉인은 ‘대립’과 ‘융합’의 원리로 작동해요. 세 개의 룬 문자 중 하나는 ‘생명’, 다른 하나는 ‘죽음’, 마지막 하나는 ‘경계’를 의미해요. 우리는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활성화시켜야 해요.”

“말은 쉽지. 마력 조절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폭발이라도 할 텐데.”

“알아요. 하지만 다른 방법은 없어요.” 수진은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생명’과 ‘죽음’의 룬을 동시에 제어할게요. 준호 씨는 ‘경계’의 룬을 맡아주세요. 저의 마력과 준호 씨의 마력이 충돌하지 않도록 섬세하게 균형을 잡아야 해요.”

준호는 잠시 망설였다. 수진이 시도하려는 마법은 고난도 중의 고난도였다. 실패하면 둘 다 산산조각 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뒤에서 밀려오는 신음 소리는 그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젠장, 알겠어. 이딴 재주 말고 파괴 마법만 배웠는데. 어디 해보자고.”

그들이 동시에 손을 뻗었다. 수진의 손에서 따뜻한 초록빛과 차가운 보랏빛 마력이 동시에 뿜어져 나와 ‘생명’과 ‘죽음’의 룬을 감쌌다. 준호는 침을 삼키고 푸른색 마력을 끌어모아 ‘경계’의 룬에 조심스럽게 흘려보냈다. 마력들이 부딪히고 뒤섞이며 불쾌한 진동이 발생했다. 문자들이 격렬하게 빛나기 시작했고, 철문 전체가 끔찍한 비명을 지르는 듯 울렸다.

준호는 식은땀을 흘리며 마력을 조절했다.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수진의 얼굴도 마력 소모로 창백해지고 있었다. 룬 문자가 가장 강렬하게 빛나는 순간, 쾅 하는 폭발음과 함께 봉인이 해제되었다. 거대한 철문은 육중한 소리를 내며 안쪽으로 천천히 열렸다.

문 너머로는 끝을 알 수 없는 어둠과 함께 썩은 흙냄새, 그리고 역겨운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이전에 맡았던 좀비들의 시체 썩는 냄새와는 차원이 다른, 훨씬 더 깊고 불쾌한 악취였다.

“이게… 학원 지하라고?” 준호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내부는 마치 고대 유적과 미로를 합쳐놓은 듯했다. 기묘하게 비틀린 석조 구조물들이 길게 이어져 있었고, 벽면에는 낡은 마법진과 함께 이해할 수 없는 상형문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공기는 축축하고 무거웠으며, 빛이 없는 탓인지 시야는 발밑밖에 보이지 않았다. 가끔씩 들려오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만이 이곳이 완전히 죽은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했다.

“저기… 저건 뭔가요?” 수진이 손가락으로 벽면을 가리켰다.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벽면을 따라 붉은색 덩굴 같은 것이 뻗어 있었다. 일반적인 식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인위적이고 불길한 색이었다. 마치 피를 빨아먹고 자란 것처럼 끈적하고 짙은 붉은색이었다. 덩굴의 표면에는 희미하게 빛나는 핏줄 같은 것이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징그럽군. 또 어떤 마법사가 괴상한 취미를 가졌던 모양이야.” 준호는 인상을 찌푸리며 마력등을 밝혀 앞을 비췄다.

하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그 ‘덩굴’은 점점 더 많아지고 굵어졌다. 천장과 바닥, 벽면을 온통 뒤덮으며 마치 거대한 심장의 혈관처럼 지하 공간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덩굴 사이사이에, 끔찍하게 변형된 좀비들이 엉겨 붙어 있었다. 이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덩굴에 흡수된 것인지, 아니면 덩굴이 이들을 지탱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마치 덩굴의 일부가 된 것처럼.

“저, 준호 씨… 이 마력… 느껴져요?” 수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온통 뒤틀린 ‘생명 마법’이에요. 하지만… 이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마력은… 학원 기록에도 없어요.”

준호도 느꼈다. 공기 중에 가득 찬, 끈적하고 불쾌한 마력. 그것은 강렬하게 살아 있었지만 동시에 죽음을 품고 있었다. 그는 어렴풋이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 끔찍한 ‘덩굴’이야말로 아르카디아 마법 학원의 진정한 ‘심장’이 아닐까 하는.

그들은 이 미로 같은 지하를 한참이나 헤치고 나아갔다. 길목마다 덩굴에 엉겨 붙어 있는 변이체들이 기괴한 모습으로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준호는 간간이 마법탄으로 길을 열었고, 수진은 탐지 마법으로 위험을 경고하며 길을 안내했다.

마침내, 거대한 동굴 같은 공간에 도달했다. 그곳은 덩굴의 심장부였다. 중앙에는 마치 거대한 유기체처럼 꿈틀거리는 거대한 덩어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온갖 종류의 붉은 덩굴이 그 덩어리에서 뻗어 나와 동굴 전체를 감싸고 있었고, 덩어리 표면에서는 수많은 핏줄들이 불쾌하게 뛰고 있었다. 심장이 박동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쿵, 쿵, 쿵. 마치 지하 전체가 살아 숨 쉬는 것처럼.

그 덩어리의 주위에는 낡은 마법 장치들과 연구 도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 반쯤 부서진 데이터 패드 하나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수진은 망설임 없이 데이터 패드로 달려가 조심스럽게 주웠다. 화면을 터치하자 낡은 기록들이 스크롤되기 시작했다.

“이건… ‘원형 생명체 프로젝트’ 기록이에요!” 수진이 경악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아르카디아의 마법사들이 생명의 경계를 넘어서는 연구를 했다고요? 영혼의 재구축, 존재의 완벽한 융합… 이 모든 게 학원의 가장 깊숙한 비밀이었다니!”

준호는 거대한 덩어리를 응시했다. ‘원형 생명체’. 그 끔찍한 덩어리가 학원 마법사들이 감히 신의 영역을 침범하여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말이었다.

데이터 패드의 마지막 기록이 화면에 떴다.

**[…23년 5월 17일. 프로젝트의 최종 단계. 원형 생명체 ‘불사’의 개방을 시도한다. 아르카디아의 모든 마력이 집중될 것이다. 우리는 생명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것이다.]**

**[…23년 5월 18일. 성공… 인가? 불사의 에너지가 너무 강하다. 통제할 수 없다. 주변 생명체들이 변이하고 있다. 기존의 마력으로는 제어 불가능하다. 이것은 생명이 아닌, 죽음이다. 새로운 종의 탄생인가, 아니면 모든 것의 종말인가…]**

**[…23년 5월 19일.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만든 재앙이다. 도망쳐라. 이곳은… 더 이상 학원이 아니다. 살아있는 지옥이다. 심장이… 타락했다…]**

마지막 기록이 끝나자마자, 거대한 덩어리, 즉 ‘원형 생명체’가 격렬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핏줄들이 터질 듯 팽창했고, 덩어리의 중앙에서 섬뜩한 틈새가 벌어졌다. 그 틈새 안에서는 짙은 어둠 속에서 수많은 눈들이 번쩍였다. 수십 개의 팔과 다리,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이 틈새 너머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준호 씨! 위험해요!” 수진이 비명을 질렀다.

원형 생명체의 틈새에서 뿜어져 나오는 끔찍한 압력이 준호와 수진을 짓눌렀다. 그것은 단순히 거대한 존재가 아니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듯한, 차갑고 불길한 의지가 느껴졌다. 학원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금단의 존재. 이 모든 재앙의 근원.

그것이 완전한 모습을 드러내려는 순간, 준호는 직감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들은 단지 이 모든 것의 ‘입구’에 도달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