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에피소드 1: 잊혀진 저편의 울림

아크라시아 마법 학원. 그 이름만으로도 마법사 지망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영광과 지식이 약속된 곳. 새하얀 대리석 건물들은 늘 햇살 아래 눈부시게 빛났고, 높은 첨탑에서는 고결한 마나의 파동이 끊임없이 흘러넘쳤다. 이곳은 빛의 전당이자, 엘리트의 요람이었다.

하지만 유진은 가끔, 이 완벽한 아름다움 뒤에 가려진 서늘한 그림자를 느꼈다. 모두가 환희에 차 주문을 외우고, 빛나는 수정구 앞에서 미래를 논할 때도, 그녀의 귀에는 미묘한 불협화음이 맴돌았다. 마치 깊은 지하에서 울려 퍼지는, 잊힌 자들의 슬픈 노랫소리처럼.

***

“유진아, 뭐 해? 집중 안 해? 리치 교수님께 들키면 또 벌칙이야!”

친구 세아의 핀잔에 유진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수업은 마법 유물학 개론. 교탁 위 수정구는 오래된 봉인 도구에 대한 강연을 비추고 있었다.

“어… 미안, 세아. 잠시 딴생각을…”

“또 그 소리? 지하에서 들린다는 그 이상한 소리 말이지? 너 요즘 너무 예민해. 환청일 거야. 여기 아크라시아 학원에 이상한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세아는 불안한 유진의 손을 꽉 잡았다. 세아는 학원의 모든 규율을 완벽하게 지키는 모범생이자 현실주의자였다. 그런 세아에게 유진이 말하는 ‘지하의 노랫소리’는 그저 피곤함에서 오는 신경과민일 뿐이었다. 하지만 유진에게 그 소리는 너무나도 생생했다. 어느 날은 서늘한 자장가 같았고, 어느 날은 격앙된 비명 같았다.

그리고 그 소리는 늘 학원 지하, 특히 ‘금지된 서고’로 향하는 복도 끝에서 가장 선명하게 들렸다. 그곳은 학원 설립 이래로 그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봉인된 공간이었다. 제13조 학원 규율은 그곳에 접근하는 자에게는 가차 없는 퇴학 처분이 내려진다고 명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금지된 공간은 유진을 자꾸만 끌어당겼다. 마치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을 품고 있는 것처럼.

***

밤이 깊어지고, 달빛이 학원의 고즈넉한 복도를 은빛으로 물들였다. 유진은 망설이는 세아의 손을 잡고 금지된 서고로 향하는 복도 끝에 서 있었다. 복도 끝의 거대한 철문은 먼지로 뒤덮여 있었고, 굵은 쇠사슬이 여러 겹 묶여 있었다. 그 위에는 붉은색 마법진이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세아, 딱 한 번만… 한 번만 가보자. 나 더는 못 참겠어. 그 소리가, 자꾸 날 불러. 분명 저 안에 뭔가 있어.”

유진의 목소리는 미약한 떨림을 담고 있었지만, 결심은 단단했다.

“유진아, 제발! 이건 너무 위험해. 교수님들께 들키면 정말 퇴학당한다고! 그리고 저기 봐, 봉인 마법이 걸려있잖아. 범접할 수 없게 해놓은 거라고!”

세아는 불안한 눈으로 철문을 노려봤다. 붉은 봉인진은 마치 살아있는 피처럼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걱정 마. 간단한 봉인이야. 학원 도서관의 오래된 기록에서 비슷한 걸 봤어. 푸는 방법도 찾았고.”

유진은 주머니에서 작은 수정 조각을 꺼내 봉인진에 가져다 댔다. 수정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오자, 붉은 봉인진이 파동치기 시작했다. 마치 비명을 지르는 듯한 기이한 소리와 함께 붉은빛이 사그라들고, 마침내 쇠사슬이 녹아내리듯 스르륵 풀렸다. 육중한 철문이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아주 미세하게 열렸다. 그 틈새로 곰팡이와 쇠비린내가 뒤섞인 퀴퀴한 공기가 뿜어져 나왔다.

어둠 속으로 시선을 던진 유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속에서 어렴풋이, 아까 들었던 그 노랫소리가 훨씬 더 또렷하게 들려오는 듯했다.

***

“들어가자, 세아.”

“정말…? 정말 괜찮겠어?”

유진은 대답 대신, 손에 든 휴대용 마법등 ‘루미너스 스톤’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희미한 빛이 복도를 비췄다. 철문 안쪽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길고 어두운 통로였다. 벽은 습기에 젖어 축축했고, 알아보기 힘든 고대 문자들이 듬성듬성 새겨져 있었다.

발소리가 죽은 듯 고요한 통로에 울려 퍼졌다. 공기는 묵직하고 차가웠다. 마치 산 채로 땅속에 묻힌 듯한 갑갑함이 둘을 짓눌렀다.

“이게 뭐야… 벽에 쓰인 글자들 봐. 본 적 없는 문자인데?” 세아가 불안하게 중얼거렸다.

“오래된 언어 같아. 학원 역사보다도 더 오래된…” 유진은 손가락으로 벽을 쓸어보았다. 차가운 돌벽에는 마른 핏자국처럼 보이는 검붉은 흔적들이 옅게 남아 있었다.

통로가 점점 깊어질수록, 어둠은 더 짙어졌다. 루미너스 스톤의 빛조차 길을 잃은 듯 흐릿하게 흔들렸다. 그때,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가 선명해졌다. 그것은 더 이상 노랫소리가 아니었다. 무언가를 긁는 듯한 소리, 낮게 으르렁거리는 듯한 소리, 그리고 희미한 비명 같은 것이 뒤섞여 들려왔다.

“유진아, 안 되겠어! 돌아가자! 여기… 너무 음침해. 그냥 평범한 서고가 아니야!” 세아의 목소리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

하지만 유진은 이미 다른 세상에 빠져 있는 듯했다. 그녀의 눈은 어둠 저편의 무언가를 갈구하고 있었다. 묘한 기시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이 모든 것이 마치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처럼 느껴졌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보자, 세아. 저 끝에, 분명 뭔가가 있어.”

유진은 거의 뛰다시피 앞서 나갔다. 어둠 속에서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점점 더 거세지는 듯했다.

***

통로의 끝, 다시 나타난 거대한 철문. 이번에는 봉인진도 쇠사슬도 없었다. 다만 낡은 문짝만이 그 존재감을 과시했다. 유진이 조심스럽게 문을 밀자, 문은 삐걱이며 안쪽으로 열렸다.

문 너머는 원형의 거대한 공간이었다. 루미너스 스톤의 희미한 빛이 겨우 닿는 그곳은, 과거의 끔찍한 흔적들로 가득했다.

중앙에는 거대한 봉인진이 바닥에 그려져 있었다. 단순한 마법진이 아니었다. 피로 그려진 듯한 검붉은 흔적들이 마법진을 이루고 있었고, 그 위에는 말라붙은 듯한 거뭇거뭇한 자국들이 끔찍하게 엉켜 있었다. 마치 오래된 피가 굳어붙은 양, 시큼하면서도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그리고 봉인진 주변에는 낡은 쇠사슬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사람을 묶었던 듯한, 섬뜩한 형태의 쇠사슬.

세아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이… 이게 뭐야…? 피… 피 냄새야… 역겨워…!”

유진은 홀린 듯 봉인진 중앙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찢겨진 고대 문서 조각들이 널려 있었다. 조심스럽게 한 조각을 집어 들자, 희미하게 빛나는 글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희생… 그들의 피로… 영원히 봉인하라… 깨우는 자, 재앙을 맞으리라…」

몸서리쳐지는 문구였다. 아크라시아 학원의 자랑스러운 역사 어디에도 이런 끔찍한 내용은 없었다.

그때였다. 봉인진 중앙에서 미세한 떨림이 시작됐다. 바닥에 그려진 검붉은 흔적들이 마치 살아있는 혈관처럼 꿈틀거리는 듯한 착각. 그리고 더욱 선명하게, 아까 들었던 그 노랫소리가 이젠 명백한 ‘울음소리’로 변해 방안 가득 메아리쳤다. 그 울음소리는 애처로우면서도, 동시에 심장을 찢는 듯한 원한을 담고 있었다.

“유진아… 안 돼… 저게… 저게 깨어나려고 해…!” 세아는 흐느끼며 유진의 팔을 잡아당겼다.

봉인진 중앙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바닥의 봉인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파직, 파직! 섬뜩한 소리와 함께 균열이 점점 더 커졌다.

유진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알 수 없는 공포가 그녀를 덮쳤지만, 동시에 강렬한 호기심이 그녀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저 안에서 무엇이 나오는 거지? 저 소리는 대체 누구의 목소리일까?

균열 사이로, 희미하게 형체가 드러났다.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뒤틀리고 찌그러진, 차마 형언할 수 없는 기이한 실루엣이 푸른빛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고대 신화 속 괴물처럼, 혹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처럼.

세아는 비명을 질렀다. “도망쳐, 유진아! 어서! 저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거야!”

하지만 유진은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의 눈은 봉인진 속의 형체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 형체는 마치 유진을 알고 있다는 듯, 차갑고 텅 빈 눈동자로 유진을 마주 보는 듯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균열 사이로 창백한 손 하나가 뻗어 나왔다. 길고 뼈마디가 도드라진 손가락이, 망설임 없이 유진을 향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가왔다.

***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