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힐링 애니메이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별먼지 제과점. 간판은 고작 나무 조각에 새겨진 낡은 글씨였지만, 지우는 그 글자 하나하나에 켜켜이 쌓인 먼지를 닦아낼 때마다 묘한 안온함을 느꼈다. 오후 햇살이 창을 비집고 들어와 작업대를 가로지르며 부드러운 금빛을 흩뿌렸다. 설탕과 버터, 그리고 은은한 바닐라 향이 섞인 공기는 언제나 포근했다.

지우는 고요한 손길로 `별먼지 타르트`의 마지막 장식을 올리고 있었다. 반짝이는 식용 은색 가루를 톡톡 뿌리자, 짙은 보랏빛 베리 필링 위에 마치 밤하늘의 별들이 내려앉은 듯 섬세한 광채가 피어올랐다. 이 타르트는 그녀의 가장 오래된 꿈이자, 가장 아픈 상처의 조각이었다.

“완벽해.”

작게 중얼거렸다. 완벽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단 하나라도 어긋나는 순간, 지난 3년간의 밤들이 전부 허상이 되어버릴 테니까. 그녀의 눈빛은 따뜻한 햇살 아래서도 얼음처럼 차가웠다. 마치 잔잔한 호수 밑바닥에 숨겨진 거대한 심연처럼.

딩- 하고 경쾌한 종소리가 울렸다. 오래된 문이 열리며 익숙한 얼굴이 들어섰다.

“지우야, 잘 지냈어?”

민준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고, 그가 입은 고급스러운 정장은 그의 성공을 웅변하는 듯했다. 깔끔하게 정돈된 머리카락과 여유로운 미소는, 그가 얼마나 완벽하게 과거의 흔적을 지워냈는지 보여주는 증거였다.

지우는 찰나의 순간, 손에 쥔 작은 핀셋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얼굴에는 감쪽같은 미소가 떠올랐다.

“민준아, 오랜만이네. 바쁠 텐데 여긴 어쩐 일이야?”

그의 눈은 가게 안을 스윽 훑었다. 그의 시선이 투박한 나무 선반에 놓인 수제 잼 병들과, 갓 구워져 나온 빵들의 소박한 온기를 스치고 지나갔다. 지우의 작은 가게는 그의 눈에 어떻게 비쳤을까. 성공의 파편에 불과한, 잊혀진 과거의 잔재처럼 보였을까.

“잠깐 근처에 일이 있어서. 지나가는 길에 생각나서 들렀어. 여전히 향기 좋네, 별먼지 제과점은.”

‘별먼지 제과점.’ 그 이름조차도 그에겐 이질적일 터였다. 그는 그녀의 꿈을 훔쳐 ‘별무리 베이커리’라는 거대한 프랜차이즈를 세웠으니까. 그의 체인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메뉴가 바로 그녀의 `별먼지 타르트`를 모방한 ‘별무리 타르트’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 아닌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고마워. 앉을래? 뭐 마실 거라도 줄까?”

지우는 마치 아무것도 아닌 듯 자연스럽게 물었다. 민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장 안쪽에 놓인 작은 테이블에 앉았다. 창밖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였다. 지우는 익숙하게 에스프레소 머신을 작동시켰다. 짙은 커피 향이 공간을 채웠다.

“요즘도 타르트 만드니? 네 타르트는 언제나 특별했지.” 민준이 뜬금없이 말을 건넸다.

지우는 커피잔을 그의 앞에 내려놓으며 속으로 비웃었다. 특별했지, 네가 그 특별함을 훔쳐가기 전까지는.

“그럼. 내 유일한 자랑거리였으니까. 너도 먹을래? 방금 하나 완성했는데.”

민준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오, 그래? 그럼 맛 좀 볼까. 오랜만에 지우 네 타르트가 당기네.”

지우는 웃으며 갓 완성한 `별먼지 타르트` 한 조각을 접시에 담았다. 금색 핀셋으로 조심스럽게 타르트 조각을 들어 올리는 그녀의 손가락 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 떨림을 민준은 절대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그는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이거야말로 내 진정한 `별먼지 타르트`야.”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 숨겨진 의미는 날카로운 칼날 같았다. 민준은 아무것도 모른 채 접시를 받아 들었다. 그가 한입 베어 물자마자, 그의 눈이 미세하게 커졌다.

“이 맛은…!”

그는 분명 예전의 맛과 다른 무언가를 느꼈을 터였다. 지우는 그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한 잔의 아메리카노를 내어 들고 민준의 맞은편에 앉았다.

“어때? 예전이랑 좀 다르지?”

민준은 천천히 타르트를 음미했다. 그리고 마침내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이 향… 뭔가 특별한 게 들어갔어? 분명 내 체인점의 ‘별무리 타르트’랑은 달라. 훨씬 깊고… 부드러워.”

그의 목소리에는 미약한 동요가 서려 있었다. 지우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바로 그거였다. 그가 감지한 미묘한 차이.

“응, 아주 특별한 걸 넣었지. 그건… 지치고 힘든 날 밤, 별을 올려다보며 떠올린 비법이랄까?”

그녀는 싱긋 웃었다. 그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순수하고 로맨틱한 베이커로 보였을 것이다. 민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말 대단하다, 지우야. 역시 넌 천재였어. 이 정도면… 우리 ‘별무리 베이커리’ 신메뉴로 손색이 없겠는데?”

그의 말에 지우는 속으로 이성을 잃을 뻔했다. 또다시? 또 내 것을 탐내겠다는 건가? 그의 뻔뻔함은 여전했다. 그러나 그녀는 침착하게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글쎄, 이 레시피는… 꽤 손이 많이 가는 데다, 아주 희귀한 재료가 필요해서 대량 생산은 어려울 거야.”

그녀는 의도적으로 ‘희귀한 재료’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민준의 눈빛이 탐색적으로 변했다.

“희귀한 재료? 어떤 건데?”

“푸른색 보석처럼 영롱한… ‘청연초’라는 약초로 만든 시럽이야. 산 깊숙한 곳, 아주 특별한 지형에서만 자라는 풀이지. 내가 직접 채취해서 담가 쓰고 있어.”

그녀는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청연초’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약초였다. 그녀가 말한 ‘특별한 맛’은, 그녀가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복잡한 발효 기술과 특수 배합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민준은 그런 복잡한 기술보다는, ‘희귀한 재료’라는 말에 더 솔깃해 할 것이 분명했다. 그는 언제나 쉽고 빠르게 ‘핵심’만을 훔치려 했으니까.

“청연초…? 처음 들어보는데. 그거 구하기 어렵나?”

“아주 어렵지. 일 년에 딱 한 번, 보름달이 뜨는 날 밤에만 캘 수 있거든. 게다가 자라는 곳도 아주 험해서… 일반인이 접근하긴 힘들 거야.”

지우는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그녀의 눈빛은 너무나도 진지하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 보였다. 민준은 타르트 한 조각을 순식간에 해치우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여튼, 네 솜씨는 여전하네. 조만간 또 들를게. 그때도 이 타르트 맛볼 수 있을까?”

“물론이지. 언제든 환영이야.”

그는 싱긋 웃으며 계산대 위에 놓인 팸플릿 하나를 집어 들었다. ‘별무리 베이커리, 창립 3주년 기념 특별 이벤트!’ 그의 얼굴이 박힌 팸플릿 속의 미소는, 그가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민준이 가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딩- 하고 종소리가 다시 울렸다. 그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마자, 지우의 얼굴에서 미소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녀는 식탁 위, 민준이 먹다 남긴 타르트 부스러기를 응시했다. ‘청연초’ 시럽. 존재하지 않는 재료. 그러나 그녀는 확신했다. 민준은 분명 이 허상의 재료를 찾아 헤맬 것이다. 그의 욕심이, 그의 오만이 그를 엉뚱한 길로 이끌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는, 그가 애써 쌓아 올린 성공의 탑을 무너뜨릴 작은 균열이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지우는 접시를 치우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시작은 이 작은 별먼지로부터.”

그녀의 눈빛은 밤하늘의 별보다 더 깊고 차가운 빛을 품고 있었다. 이제 막, 가장 달콤한 복수가 시작될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