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독립적인 단편 소설

잿빛 행성 드라이브. 하늘은 언제나 희뿌연 먼지와 매연으로 가득했고, 지표면은 녹슨 금속 구조물과 닳아 빠진 콘크리트 미로로 뒤덮여 있었다. 아크론 제국의 무자비한 자원 채굴로 인해 행성의 생명력은 오래전에 말라버렸지만, 그들의 탐욕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이곳은 제국의 거대한 기계 장치 속에서 가장 쓸모없고 소모적인 부품에 불과했다. 하지만 오늘 밤, 그 부품 중 하나가 조용히 불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아는 낡은 광학 망원경 너머로 지평선을 응시했다. 제국군 수송선의 육중한 그림자가 드라이브의 이글거리는 쌍둥이 달빛 아래 어른거렸다. 거대한 수송선은 마치 거대한 금속 상어 같았다. 제국이 드라이브에서 긁어모은 에테르 광석과, 행성 주민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고급 부품들을 싣고 제국의 심장부로 향하려는 참이었다.

“젠장, 저걸 그냥 보내야 한다니.” 시아의 곁에 선 카인이 거칠게 중얼거렸다. 그의 두툼한 손에는 녹슨 철근 조각이 쥐여 있었다. 한때는 광산용 드릴 파편이었을 터였다. “지난주에만 해도 우리 구역에서 세 번이나 추가 징발이 있었다고. 이대로 가다간 다 굶어 죽을 판이야.”

“알아, 카인.” 시아의 목소리는 낮고 침착했다. 그녀의 눈은 망원경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목표는 저 수송선이 아니야. 저건 미끼야. 진짜는 저 뒤에 올 ‘감시자’라고.”

감시자. 제국군이 드라이브에 반란의 조짐이 보일 때마다 보냈던 특수 순찰선이었다. 일반 수송선보다 작고 날렵했지만, 무장력과 탐지 능력은 훨씬 뛰어났다. 제국의 가장 최신식 진압 병기로 무장한 채, 시시때때로 드라이브 행성을 훑으며 작은 반항의 불씨조차 지워버리는 악몽 같은 존재.

“감시자가 오면 무슨 수로 잡겠다는 거야? 우리 배로는 어림도 없어.” 리안이 초조하게 물었다. 그는 아직 어렸지만, 그의 어깨에는 제국군에 의해 부모를 잃은 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시아는 망원경을 접고 몸을 돌렸다. 그녀의 얼굴은 짙은 먼지와 기름때로 얼룩져 있었지만, 눈빛만은 별처럼 빛났다. “어림없다고? 리안, 네가 ‘망토’를 제대로 작동시켰는지나 확인해.”

‘망토’는 시아가 며칠 밤낮을 새워가며 낡은 제국군 폐기 부품들을 조합해 만든 장치였다. 감시자의 탐지망을 일시적으로 교란하고 시야를 가리는 홀로그램 위장막이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단 한 번의 기회를 만들어내기에는 충분할 터였다.

카인이 씁쓸하게 웃었다. “이런 낡은 고물들로 제국의 최신 병기를 상대해야 한다니, 웃기지도 않는군.”

“웃기든 말든, 오늘 밤은 웃을 일이 생길 거야.” 시아가 단호하게 말했다. “감시자는 항상 에테르 수송선보다 15분 뒤에 나타나. 정찰 보고서가 그렇다고 했어. 우리가 노리는 건 감시자에 실린 ‘에테르 충격탄’이야. 그걸 확보해야 해.”

에테르 충격탄은 제국이 반란 진압용으로 사용하는 최신 무기였다. 건물도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강력한 파괴력을 지녔지만, 드라이브의 환경에서는 매우 불안정한 특성을 보였다. 시아는 그 불안정성에서 오히려 기회를 보았다.

“우리 계획은 이거야.” 시아가 손가락으로 거친 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첫째, 에테르 수송선이 통과하면 우리가 숨어 있던 폐쇄 광산 출입구에서 ‘망토’를 가동시킨다. 감시자의 시야가 잠시 흐려질 거야. 둘째, 그 틈에 우리의 ‘갈망호’가 튀어나가 감시선의 후미에 접근한다. 셋째, 내가 직접 감시선에 침투해 에테르 충격탄을 확보하고, 동시에 감시선의 항법 장치를 마비시킨다. 넷째, 카인과 리안은 외부에서 감시선의 무력화를 지원한다. 마지막으로… ‘갈망호’에 실린 특수 장치로 충격탄을 역이용해 감시선을 무력화시키고 탈출한다.”

카인은 고개를 저었다. “너무 위험해, 시아. 네가 감시선에 침투하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야.”

“다른 방법이 없어.” 시아는 숨 쉬듯 말했다. “우리는 드라이브의 눈과 귀를 열어야 해. 제국이 우리에게 숨기는 것들이 너무 많아. 에테르 충격탄은 제국의 핵심 기술 중 하나고, 그걸 분석하면 우리가 싸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이건 개인적인 복수가 아니야. 이건 모두를 위한 거야.”

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어린 얼굴에 결의가 스쳤다. “시아 누나 말이 맞아, 카인 형. 더 이상 당하고만 있을 순 없어. 우리는… 이제 물러설 곳이 없어.”

카인은 한숨을 쉬었지만, 그의 눈빛은 이미 결심으로 단단해져 있었다. “좋아. 계획대로 가자. 하지만 네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맹세코 제국을 불바다로 만들 거야.”

시아는 미소 지었다. “그럴 일 없어. 나는 돌아올 거야. 우리가 이 지옥 같은 드라이브를 바꿀 때까지는 절대 죽지 않아.”

그때, 멀리서 거대한 제국군 에테르 수송선이 어둠을 가르며 나타났다. 육중한 엔진음이 잿빛 하늘을 진동시켰다. 시아가 손목의 통신 장치를 확인했다. “모두 위치로. 이제 시작이야.”

***

15분 후, 첫 번째 수송선이 드라이브의 대기권을 뚫고 사라졌다. 시아는 폐쇄된 광산 입구의 가장 깊은 곳에 숨어 조용히 기다렸다. 이윽고, 멀리서 날카로운 금속음이 들려왔다. 감시자였다. 수송선보다 훨씬 빠르고 날렵하게, 마치 사냥개처럼 다가오고 있었다.

“리안, 망토 가동!” 시아가 외쳤다.

리안이 낡은 제어판의 스위치를 내리자, 광산 입구 주변의 공기가 일렁였다. 광학 센서가 뒤섞이고, 허공에 푸른색의 미세한 파동이 번져 나갔다. ‘망토’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망토 작동률 70%! 시야 교란 시작!” 리안의 목소리가 통신망을 통해 들려왔다.

감시선의 전방 스크린에 노이즈가 끼기 시작했다. 조종사는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이 지역에 이런 기상 이변이 있었나? 센서가 불안정해!”

바로 그 순간, 시아의 ‘갈망호’가 폐쇄된 광산 입구에서 튀어나왔다. 낡고 투박하지만, 시아가 직접 개조한 엔진은 폭발적인 가속력을 자랑했다. 갈망호는 마치 거대한 불나방처럼 감시선으로 돌진했다.

“시아! 감시선 후미에 접근 중! 간신히 망토 범위 안에 들어왔어!” 카인의 목소리가 긴박하게 들려왔다.

시아는 조종석에 단단히 몸을 고정했다. 그녀의 앞에는 조잡하게 개조된 갈고리 발사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카인, 발사 준비! 3… 2… 1… 발사!”

거대한 갈고리가 굉음과 함께 발사되어 감시선의 후미 격납고 문에 정확히 박혔다. 갈망호가 순식간에 감시선에 흡착되었다. 강력한 흡착력 덕분에 갈망호는 감시선의 빠른 속도에도 불구하고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성공이야! 시아, 서둘러!” 카인이 외쳤다.

시아는 갈망호의 해치를 열고, 고글을 쓴 채 어두운 감시선 격납고 안으로 몸을 던졌다. 그녀의 손에는 제국군 무전기를 해킹해 만든 소형 교란기가 들려 있었다. 감시선의 내부 공기는 차갑고 금속 비린내가 났다.

“내부 침투 확인! 이제부터 10분이야! 시아, 조심해!” 리안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울렸다.

시아는 능숙하게 감시선의 내부 통로를 따라 움직였다. 제국군의 보안 시스템은 정교했지만, 시아에게는 익숙한 퍼즐에 불과했다. 그녀는 능숙하게 몇 개의 전선 연결을 바꾸고, 소형 교란기를 연결했다. “항법 시스템 해킹 중… 잠시 후 혼란이 시작될 거야!”

그때, 저 멀리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침입자 발생! 모두 무장하라!”

시아는 재빨리 몸을 숨겼다. 제국군 진압 병사들이 복도를 따라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특수 강화복을 입고, 에너지 소총을 들고 있었다. 시아는 숨을 죽였다.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고작 작은 나이프와 전자기 충격기뿐이었다.

‘더 깊이 들어가야 해. 에테르 충격탄은 저 안에 있을 거야.’

시아는 병사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움직였다. 그녀의 목표는 함선의 중앙 격납고였다. 그곳에 에테르 충격탄이 보관되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었다.

복도를 따라 가자 좁은 문이 나타났다. ‘중앙 보관실’이라고 쓰여 있었다. 시아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안은 컴컴했지만, 중앙에 놓인 육중한 컨테이너가 눈에 들어왔다. 예상대로였다.

시아는 컨테이너에 다가가 손을 댔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 그녀는 주머니에서 만능 해킹 툴을 꺼내 컨테이너의 잠금장치에 연결했다. 복잡한 암호 체계가 시아의 눈앞에 펼쳐졌다.

“젠장, 예상보다 더 복잡하잖아…” 시아는 집중했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춤추듯 움직였다. 암호가 하나씩 풀려나갈 때마다, 컨테이너에서 작은 빛이 번쩍였다.

바로 그때, 뒤에서 강한 불빛이 번쩍였다. “움직이지 마라! 침입자!”

시아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두 명의 진압 병사가 에너지 소총을 겨누고 서 있었다. 그들의 강화복은 육중하고 위협적이었다.

“젠장!” 시아는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재빨리 몸을 굴려 컨테이너 뒤로 숨었다. 병사들이 곧바로 사격하기 시작했다. 푸른색 에너지 탄환이 컨테이너를 스치며 불꽃을 튀겼다.

“카인, 리안! 내부 병력 두 명! 교전 중! 지원 요청!” 시아가 통신으로 외쳤다.

“시아! 서둘러! 우리가 오래 버틸 수 없어! 놈들이 감시선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어!” 카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갈망호가 감시선에 흡착되어 있는 상황에서, 감시선이 무력화되면 갈망호도 함께 위험해질 터였다.

시아는 이를 악물었다.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다시 해킹 툴에 집중했다. 마지막 암호가 풀리는 순간, 컨테이너 문이 스르륵 열렸다. 안에는 거대한 원통형의 에테르 충격탄이 보관되어 있었다. 충격탄의 표면에서는 희미한 푸른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성공했어! 에테르 충격탄 확보!” 시아가 외쳤다. 그녀는 충격탄을 꺼내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한 병사가 컨테이너를 향해 돌격했다. 시아는 순간적으로 몸을 틀어 병사의 다리를 걸었다. 병사가 휘청거리며 넘어지는 틈을 타, 시아는 그의 에너지 소총을 빼앗아 들었다.

탕! 탕!

시아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푸른색 에너지 탄환이 어둠을 가르고 병사들의 강화복에 명중했다. 강화복은 일부 손상되었지만, 병사들은 쓰러지지 않았다.

“이런 젠장, 강화복은 예상 못 했어!” 시아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다시 한 발을 쏘아 병사의 다리를 맞췄다. 병사가 휘청거리는 틈을 타 시아는 충격탄을 재빨리 들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충격탄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시아! 탈출 지점으로 와! 지금이야!” 카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아는 충격탄을 한 손에 들고 미친 듯이 달렸다. 그녀의 뒤에서 병사들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놓치지 마라! 저것들을 잡아!”

그때, 감시선 전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시아! 우리가 놈들의 무장을 박살 내는 중이야! 충격탄을 ‘갈망호’에 연결해!” 카인이 외쳤다.

시아는 갈망호가 있는 격납고로 향했다. 격납고 문을 열자, 외부에서 번쩍이는 폭발과 함께 감시선이 또 한 번 요동쳤다. 카인과 리안이 외부에서 감시선의 무장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시아는 재빨리 갈망호 조종석으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충격탄을 갈망호의 특수 장치에 연결했다. 녹색 불빛이 깜빡였다.

“연결 완료! 카인, 리안! 후퇴 준비! 곧 충격탄이 작동할 거야!” 시아가 외쳤다.

“알았어! 우리도 갈망호에 복귀 중! 놈들이 발악하고 있어!” 카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갈망호의 해치가 닫히자마자, 시아는 조종간을 잡았다. “특수 장치 가동! 충격탄 역이용 시작!”

갈망호에 연결된 특수 장치가 거대한 에테르 충격탄의 에너지를 역으로 흡수하기 시작했다. 충격탄은 점점 더 강렬한 푸른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감시선 전체의 전력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삐비빅!’ 경고음이 울리고, 조명들이 깜빡였다.

“제기랄! 무슨 짓을 한 거야! 함선 전체의 에너지가 폭주하고 있어!” 감시선 함장의 비명 소리가 통신망을 통해 들려왔다.

시아는 조종간을 틀어 갈망호를 감시선에서 분리시켰다. 충격탄의 에너지가 최고조에 달했다.

“자, 그럼 안녕!” 시아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콰아앙!

에테르 충격탄의 역방향 폭발은 감시선을 완전히 파괴하지는 않았지만, 함선 전체의 에너지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모든 무장을 불능으로 만들었다. 감시선은 마치 거대한 금속 덩어리처럼 잿빛 행성의 대기 속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성공했어! 우리가 해냈어!” 리안의 흥분된 목소리가 들렸다.

“젠장, 정말 아슬아슬했다, 시아.” 카인이 안도와 함께 말했다.

갈망호는 빠르게 잿빛 하늘을 가르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의 뒤로, 제국의 감시선이 검은 연기를 뿜으며 서서히 고철 덩어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시아는 조종석에 앉아 미소 지었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야. 드라이브는… 더 이상 제국의 그림자 아래 숨지 않을 거야.”

잿빛 행성 드라이브의 밤하늘에는, 고철로 변해가는 감시선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지막 불꽃이 작은 별처럼 반짝였다. 그리고 그 불꽃 아래, 감춰진 반란의 불씨는 더욱 강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제국의 시대는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평민들의 반란, 그 서막은 이제 막 올랐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