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차갑고 먹먹한 심연이, 강철 심장호의 육중한 선체를 집어삼킬 듯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희미하게 빛나는 성운의 파편들이 배의 황동 외피에 부딪혀 부서지며, 수천 년 된 유물처럼 거대한 철골 구조물 사이로 숨죽여 깜빡이는 등불처럼 흔들렸다. 우주선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낡고 투박한, 증기와 기어의 합금으로 빚어진 이 강철 거수는, 미지의 심우주를 향해 삐걱거리는 심장을 토해내며 나아가고 있었다.

선실 안은 언제나 기름 냄새와 뜨거운 증기의 꿉꿉한 공기로 가득했다. 거대한 증기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철제 격벽을 타고 선실 전체로 전해졌고, 낡은 진공관 패널 위로는 수백 개의 바늘이 불안하게 춤추고 있었다. 이곳이야말로 인류가 우주에 던진, 가장 비범하고도 어리석은 질문의 결정체였다.

“젠장, 또 삐걱거리잖아!”

정비사 미나의 목소리가 터프하게 울려 퍼졌다. 기름때 묻은 작업복 소매를 걷어 올린 채, 그녀는 거대한 증기 압력 게이지를 망치로 툭툭 쳤다. 쿵, 쿵, 쿵. 육중한 망치질 소리가 낡은 금속성 울림으로 선실을 가득 채웠다. 미나의 눈은 언제나처럼 기계에 대한 애정과 도전 의지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미나, 그 ‘젠장’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내 심장도 같이 삐걱거리는 것 같군. 이번엔 또 뭐가 말썽이야?”

항해사 진의 냉랭한 목소리가 콘솔 너머에서 들려왔다. 그는 수십 개의 작은 기어와 수정 구슬로 이루어진 복잡한 항해 장치를 응시하며, 미동도 없이 정확한 수치를 계산하고 있었다. 그의 콧날 위로 걸쳐진 둥근 안경이 미세한 성운 빛을 반사하며 차갑게 빛났다.

“새로 설치한 에테르 동력 분배기가 고집을 피우는 것 같아요. 심우주를 너무 오래 돌아다녔나? 아니면…….”

미나가 말을 잇지 못하고 게이지를 노려보는 순간, 강철 심장호 전체를 뒤흔드는 격렬한 진동이 울렸다. 선실 벽에 걸린 낡은 램프가 요란하게 흔들리며 불꽃을 튀겼다.

[끼이이익-!]
[쾅!]

“이런 젠장! 이번엔 또 뭐야?!”

미나가 외쳤다. 진은 안경을 고쳐 쓰며 빠르게 손을 놀려 항해 기록을 확인했다.

“충격은 아닙니다. 외부 센서가 무언가에 반응하고 있습니다. 비정상적인 에너지 패턴이 감지됐습니다!”

선장 아서의 목소리가 묵직하게 들려왔다. 그는 조타륜을 쥔 채, 낡은 선장 의자에 기대어 스크린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세월의 풍파를 견딘 듯 깊은 주름이 새겨져 있었지만, 눈빛만은 맹수처럼 형형하게 빛났다.

“스크린에 띄워라, 진.”

[지지직-!]

노이즈가 가득한 스크린 위로, 희미한 형체가 떠올랐다. 거대한 고래의 유영처럼 어둠 속에 잠겨있던 그것은, 강철 심장호가 뿜어내는 탐사용 조명에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맙소사…….”

미나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것은 거대했다. 단순히 거대한 것을 넘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형태로 우주 공간을 부유하고 있었다. 수천 개의 톱니바퀴와 레버, 그리고 알 수 없는 문양으로 장식된 거대한 금속 덩어리였다. 마치 행성 크기의 시계 태엽 조각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떤 미지의 거신이 남긴 거대한 심장 같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녹슨 황동색을 띠고 있었으나, 일부 표면은 검은 오닉스처럼 매끄럽게 빛나며 성운의 빛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이건 우리가 아는 어떤 문명에서도 만들어낼 수 없는 물건입니다. 설계 방식 자체가… 우리의 과학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진의 목소리가 경외감으로 미세하게 떨렸다. 그의 분석은 늘 냉정하고 정확했지만, 이번만큼은 예외인 듯했다.

“외계 유물…….”

아서 선장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의 눈빛은 탐욕이 아닌, 경계심과 본능적인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접근 속도를 최저로 줄여. 탐사용 드론을 발사하고, 모든 센서로 분석을 시작해라.”

[쉬이익-!]

강철 심장호의 측면 해치에서 작은 탐사용 드론이 분리되어 나갔다. 낡은 증기 동력으로 움직이는 드론은 미세한 톱니바퀴 소리를 내며 외계 유물을 향해 서서히 다가갔다. 드론이 유물에 가까워질수록, 스크린에 표시되는 에너지 수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선장님, 저건… 작동하고 있습니다!”

미나가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유물의 표면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수천 개의 톱니바퀴와 레버들이 마치 거대한 생명체의 호흡처럼 미세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녹슨 듯 보이던 황동 표면이 마치 생명을 얻은 것처럼 미묘하게 색을 바꾸었고, 오닉스처럼 빛나던 부분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기하학적 문양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웅-!]

강철 심장호 전체를 관통하는 저음의 진동이 울렸다. 배의 모든 증기압력 게이지 바늘이 일제히 최고치를 향해 치솟았고, 엔진실에서는 거대한 기어들이 미친 듯이 회전하며 굉음을 냈다. 선체에 흐르는 에테르 동력 흐름이 역류하는 듯한 기이한 현상까지 벌어졌다.

“젠장, 배가… 배가 통제 불능 상태입니다! 외부 동력원에 간섭받고 있어요!”

미나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녀는 증기 레버를 필사적으로 조작했지만, 소용없었다. 강철 심장호는 거대한 유물을 향해 마치 자석에 이끌린 쇠붙이처럼 빠르게 끌려가기 시작했다.

“회피 기동! 에테르 역추진기를 가동해!”

아서 선장이 고함쳤지만, 배는 이미 유물의 거대한 인력에 사로잡힌 뒤였다.

[쿠구구구궁-!]

강철 심장호의 선체가 유물과 충돌할 듯 가까워지는 순간, 거대한 외계 유물의 중앙 부분이 마치 심장이 열리는 것처럼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했다. 수천 개의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돌아가며 섬뜩한 기계음을 냈고, 갈라진 틈새에서는 눈을 멀게 할 만큼 강력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 속에서, 어떤 형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단순한 장치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눈동자 같았다. 수천 개의 수정 렌즈가 박혀 있는 거대한 눈동자. 그 눈동자가 강철 심장호를, 그리고 그 안의 승무원들을 향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은 공포에 질린 채 스크린을 바라봤다. 미나는 숨을 헐떡이며 조종간을 부여잡았다. 아서 선장은 조타륜을 더욱 단단히 움켜쥐었다. 그들의 눈앞에서, 미지의 존재가 깨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그 거대한 눈동자의 시선 아래 놓인 아주 작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심우주의 어둠 속에서, 인류는 마침내 자신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깨달음은 황홀함보다는, 알 수 없는 공포를 동반한 채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