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황량한 우주, 빛조차 삼켜버릴 듯한 암흑 속을 ‘카론’ 호는 묵묵히 가르고 있었다. 낡고 투박한 외형만큼이나 오랜 세월을 견뎌온 탐사선이었다. 함교의 메인 스크린에는 차갑고 무감한 별들의 행렬만이 펼쳐져 있었다.

“함장님, 예상 경로 이탈 없습니다.”

항해사 키이라가 무릎 위로 늘어뜨린 홀로그램 패드를 보며 나른하게 보고했다. 그녀의 쨍한 푸른 머리카락이 희미한 조명 아래서 번뜩였다.

“그래, 키이라. 항로 유지.”

유진 함장은 의자 깊숙이 등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지쳐 보였지만, 그의 굳게 다문 입술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었다. 이곳은 미지의 영역, 인류의 발길이 닿지 않은 심우주였다. 몇 달째 계속되는 항해는 승무원들을 지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미지의 발견에 대한 묘한 기대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그때였다.

“함장님! 미확인 에너지 반응! 북서쪽 델타 섹터에서 감지되었습니다!”

키이라의 목소리에 섞인 흥분은 나른함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유진은 순간적으로 눈을 떴다. 피로에 절어 있던 그의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

“반복해. 미확인 에너지 반응?”

“네! 단일 개체로 추정됩니다. 규모는… 어마어마합니다. 기존 탐사선 데이터베이스에는 없는 패턴이에요!”

메인 스크린의 차가운 파란색 배경 위로 붉은색 점이 섬광처럼 깜빡였다. 주변의 모든 별들을 압도할 듯한 거대한 에너지 펄스가 차트 위로 요동쳤다.

“이게… 대체 뭡니까?”

생체학자 시안이 옆에서 화면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자연 현상은 아닌 것 같아요. 너무 규칙적이에요.”

“인공 구조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것도 아주… 아주 오래된.” 키이라가 흥분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유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키이라, 탐사선 방향 전환. 저곳으로. 렉스, 탐사대장 류, 시안 박사, 즉시 함교로 소집.”

“알겠습니다, 함장님!”

***

‘카론’ 호는 조용히 방향을 틀었다. 엔진의 희미한 굉음이 정적을 깼다. 불과 몇 분 만에 함교에는 탐사대장 류와 보안관 렉스가 도착했다. 류는 언제나처럼 무뚝뚝한 표정으로 서 있었고, 렉스는 거대한 체구로 한쪽에 버티고 서 있었다.

“보고해.” 유진이 냉정하게 명령했다.

“초고밀도 에너지 시그널입니다. 기존에 알려진 어떤 물질에서도 나올 수 없는 패턴입니다.” 키이라가 설명을 이어나갔다. “우주선 자체의 스캐너로는 내부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외부 장벽이 너무 두껍거나… 아니면 아예 다른 차원의 물질로 이루어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차원의 물질이라니.” 렉스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의 얼굴에 불신이 스쳤다.

“어쨌든, 이건 단순한 암석 덩어리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시안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리고 이 진동 패턴… 마치 무언가가 ‘숨 쉬는’ 것 같아요.”

유진은 메인 스크린에 떠오른 붉은 점을 응시했다. ‘카론’ 호는 빠르게 그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시야에 들어오는 건 여전히 암흑뿐이었지만, 스캐너는 거대한 존재가 코앞에 다가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충격에 대비해.” 유진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 순간, ‘카론’ 호의 전면 뷰포트 너머로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별이 아니었다. 행성도 아니었다.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검은색 구조물이었다. 불규칙하면서도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기묘한 형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자신만의 존재감을 뿜어내는 듯했다. 표면은 늙고 거친 암석처럼 보였지만, 동시에 매끄럽고 기하학적인 문양들이 불규칙하게 새겨져 있었다. 어떤 빛도 반사하지 않고, 모든 것을 흡수하는 듯한 검은색이었다.

“세상에… 이건….” 시안의 입에서 넋 나간 탄성이 터져 나왔다.

키이라의 얼굴도 경이로움으로 물들어 있었다. “저 정도 규모의 인공 구조물은 인류 역사상 기록된 적이 없습니다. 언제 만들어진 거죠? 누가…?”

류는 말이 없었지만, 그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렉스마저도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그 거대한 형상을 노려보고 있었다.

“근접 스캔 실시.” 유진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정밀 분석 시작해, 키이라.”

키이라가 정신을 차리고 콘솔을 조작했다. ‘카론’ 호는 이제 그 거대한 검은 구조물 바로 옆에 멈춰 서 있었다. 마치 거대한 고래 옆에 붙어 있는 작은 물고기 같았다.

삑- 삑- 삑-

스캐너가 필사적으로 정보를 모으려 애썼지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아무것도… 읽히지 않습니다. 함장님. 표면 물질은 저희가 아는 어떤 원소도 아닙니다. 그리고… 저 에너지는… 이 구조물 자체가 살아있는 것처럼 뛰고 있어요.”

키이라의 목소리에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마치… 거대한 심장 같습니다.”

유진은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런 상황을 예상했을까? 아니,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인류의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미지의 존재.

“탐사팀 꾸린다. 류, 렉스, 시안 박사.” 유진이 단호하게 말했다. “표면 탐사 및 샘플 채취. 그리고… 접근 가능한 입구를 찾아.”

“함장님, 너무 위험합니다.” 렉스가 반대했다. “저 미확인 구조물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정찰 드론부터 보내는 게….”

“드론은 이미 몇 대 보냈지만, 이 물질의 특성상 내부까지는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모두 먹통이 됐어.” 유진이 렉스의 말을 잘랐다. “직접 확인해야 한다. 인류의 운명을 바꿀지도 모르는 발견이야.”

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는 결의가 스쳐 지나갔다. 시안은 이미 흥분으로 가득 찬 눈빛이었다. 렉스는 불만스럽게 숨을 들이켰지만,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 함장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

탐사 셔틀 ‘하데스’ 호는 ‘카론’ 호의 도킹 베이를 벗어나 거대한 검은 구조물로 향했다. 셔틀 안은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표면은 예상했던 대로, 어떤 스캔도 통하지 않습니다.” 류가 개인 단말기를 확인하며 말했다. “이 재질… 도대체 뭘로 만들어졌을까요?”

시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셔틀 창밖을 내다봤다. “아마 우주 공간에 떠돌던 미세 입자들이 오랜 세월 동안 응집된 물질일 거예요. 하지만 그 형성 원리는….”

“재질 연구는 나중에 하시고, 지금은 적대적인 반응이 있는지 확인하는 데 집중하십시오.” 렉스가 으르렁거렸다. 그의 라이플은 이미 장전되어 있었다.

셔틀은 거대한 구조물의 표면을 따라 천천히 이동했다. 지독한 어둠 속에서 셔틀의 헤드라이트만이 길을 밝혔다. 불규칙하게 솟아오른 기암괴석 같은 표면,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새겨진 이해할 수 없는 기하학적 문양들. 그것은 고대의 유적이자 동시에 첨단 기술의 정수처럼 보였다.

“저기… 뭔가가 있습니다!” 시안이 외쳤다.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다른 표면과 확연히 구분되는 매끄러운 부분이 있었다. 거대한 직사각형 모양의 틈. 마치 거대한 문이 닫혀 있는 듯했다.

“인공 구조물입니다.” 류가 나지막이 말했다. “아마… 저게 입구일 겁니다.”

셔틀은 조심스럽게 그 문 앞에 정지했다. 문은 수십 미터 높이로 솟아 있었고, 어떤 이음새나 틈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거대한 벽에 자연적으로 생긴 균열 같았다.

“접근합니다.” 류가 조종사에게 지시했다. “문 근처에서 정지.”

셔틀이 문에 가까워지자, 갑자기 주변의 어둠이 진동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희미한 웅웅거리는 소리가 셔틀 내부를 채웠다.

“이 진동… 에너지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시안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문 안쪽에 뭔가 있는 것 같아요.”

렉스는 라이플을 단단히 고쳐 쥐었다. 그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그때였다.

거대한 문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서서히 안쪽으로 미끄러져 열리기 시작했다. 돌과 금속이 긁히는 듯한 소음조차 나지 않았다. 오직 침묵 속에서, 칠흑 같은 어둠이 더욱 깊어진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안은 빛 한 점 없는 심연이었다.

“함장님, 문이 열렸습니다!” 류가 ‘카론’ 호에 보고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흥분이 섞여 있었다.

“알았다. 조심해. 렉스, 시안 박사, 진입 준비.”

“제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렉스가 말했다.

“아니요,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류가 렉스를 제지했다. “제 전문입니다.”

둘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이 스쳤지만, 류의 단호한 눈빛에 렉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은 셔틀에서 내려, 미지의 존재가 만들어낸 심연의 입구 앞에 섰다. 각자의 슈트 헤드라이트가 어둠을 찢었지만, 그 빛은 거대한 공간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다. 묵은 먼지 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금속성 향이 코끝을 스쳤다.

“스캐너, 전혀 작동하지 않습니다.” 류의 목소리가 통신망을 통해 전해졌다. “완벽한 암흑입니다.”

시안의 눈빛은 빛났다. “놀랍군요! 이렇게 완벽하게 에너지를 차단하다니!”

“조용히 해, 시안 박사.” 렉스가 경고했다. 그의 라이플이 앞을 향했다. “뭔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세 사람은 발걸음을 멈췄다.

어둠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세한 마찰음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슥- 슥-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바닥을 긁으며 움직이는 듯한 소리였다.

세 사람의 슈트 안에서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대체… 저 안에는 뭐가 있는 거야….” 시안이 침을 꿀꺽 삼키며 중얼거렸다.

어둠은 짙었고, 침묵은 모든 소리를 집어삼키는 듯했다.

그리고 그 순간, 류의 헤드라이트가 저 멀리 어둠 속에 잠긴 어떤 형체를 비추었다.

그것은…

…그것은 거대한 해골 형상의 구조물이었다. 불길하게 솟아오른 뿔, 텅 빈 눈구멍. 마치 거대한 짐승의 두개골처럼 보이는 그것은, 자신들을 노려보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표면에는 미세한 틈새들이 있었고, 그 틈새들 사이로 희미하게 붉은빛이 깜빡거렸다.

그 붉은빛은 마치,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는 듯한 섬뜩한 경고였다.

“이게… 대체….”

류의 목소리가 멎었다. 슈트 내부의 산소는 차갑게 느껴졌다.

그것은 단순한 해골 형상이 아니었다. 해골의 텅 빈 눈구멍 안에서, 섬뜩한 붉은빛이 서서히 번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곳은, 미지의 존재가 만든 거대한 무덤인가? 아니면…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