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시간여행)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먼지는 시간의 켜를 쌓아 올린 유물 같았다. 이진우는 푹푹 발이 빠지는 마룻바닥을 삐걱이며 걸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처음이었다. 도회지 생활에 지쳐 귀향한 손주에게, 가족들은 물려받은 유일한 것인 낡은 고택을 정리하는 일을 맡겼다. 창문조차 제대로 열어본 적 없는 곰팡내 나는 집안에는 낡은 가구들과 읽다 만 책들, 그리고 알 수 없는 골동품들이 거미줄에 엉켜 주인 없는 묘비처럼 서 있었다.

“빌어먹을, 이게 언제 적 물건들이야.”

투덜거리며 책장 한 귀퉁이를 밀자, 마른 나무 썩는 냄새와 함께 바스러질 것 같은 족자 하나가 굴러 떨어졌다. 낡아빠진 서랍장들 사이를 뒤지던 이진우의 손에 단단한 나무의 촉감이 잡혔다. 오래된 자개장이었다. 손때 묻은 표면을 닦아내니, 빛바랜 용 문양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뻑뻑하게 잠긴 서랍들을 하나씩 열어젖히자 텅 빈 공간들이 튀어나왔다. 실망스러운 마음에 마지막 서랍을 잡아당겼을 때였다.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서랍이 빠지는 대신 안쪽 벽면에 손바닥만 한 틈이 벌어졌다. 비어있어야 할 그 공간에서 눅진한 어둠이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이진우는 본능적인 호기심에 손을 뻗었다. 손끝에 닿은 것은 차가운 돌덩이였다. 그러나 이내 그 차가움은 묘한 온기로 바뀌어 손가락 마디마디를 타고 올라왔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투박하게 깎인 돌 조각이었다. 마치 누군가 급하게 아무 돌이나 주워다 깎은 듯 울퉁불퉁했지만, 그 표면에는 희미하게 고동치는 듯한 빛이 맴돌고 있었다.

“이게 뭐야?”

이진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돌 조각을 쥐었다. 손바닥에 얹자마자, 돌은 심장이라도 박힌 듯 격렬하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쿵, 쿵, 쿵! 혈관을 타고 뜨거운 전기가 흐르는 듯한 감각. 눈앞의 풍경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낡은 자개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희뿌연 안개가 그의 시야를 집어삼켰다. 어지러움과 동시에 귀청을 찢는 듯한 소음이 터져 나왔다. 마치 세상의 모든 소리가 한데 섞여 충돌하는 것 같았다.

“으악!”

이진우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았다. 몸이 공중에 붕 뜨는 듯한 기분. 시공간이 뒤틀리는 듯한 격렬한 혼란 속에서 그는 본능적으로 돌 조각을 더욱 움켜쥐었다. 손안의 돌은 여전히 뜨겁게 맥동하며 그의 정신을 뿌리째 흔들었다.

***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몇 분이었는지, 몇 시간이었는지, 아니면 며칠이었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격렬한 어지럼증과 소음이 잦아들었을 때, 이진우는 축 늘어진 몸으로 눈을 떴다.

“젠장… 내가 대체 어디에…”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방금 전까지 그가 있던 할아버지의 고택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울창한 숲이었다. 키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높이 솟아오른 고목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고, 햇빛은 나뭇잎 사이로 조각조각 부서져 내려앉았다. 풀내음과 흙내음이 코끝을 스쳤다. 무엇보다, 이질적인 것은 고요함이었다. 도시의 소음, 심지어 고택의 낡은 나무 삐걱이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오직 바람 소리와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만이 존재하는 원시적인 고요함.

이진우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뜨겁게 빛나는 돌 조각이 들려 있었다. 돌은 마치 그를 이끌기라도 하듯 은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는 홀린 듯 발걸음을 옮겼다. 숲을 헤치고 나아가자, 이내 시야가 트이면서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마을은 흙벽과 나무로 지어진 초라한 집들이 드문드문 늘어서 있었다. 지붕에는 이끼가 피어 있었고, 마당에는 닭들이 모이를 쪼고 있었다. 펄럭이는 옷가지들을 널어놓은 줄 옆으로, 이름 모를 작물들이 심긴 밭이 펼쳐져 있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마을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짚신을 신고 베옷을 입고 있었다. 상투를 튼 남자들과 쪽을 찐 여자들, 그리고 갓난아기를 업은 젊은 아낙네들이 보였다.

“조선 시대…?”

이진우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설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저 꿈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오감을 통해 느껴지는 현실감은 그를 옥죄었다.

그때였다. 삐걱이는 문이 열리며 한 노파가 집 밖으로 나왔다. 노파의 눈이 이진우에게 닿자마자, 그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노파는 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끔찍한 것을 본 듯 소리쳤다.

“저것 봐! 저것이… 또 나타났어!”

노파의 외침에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진우에게로 향했다. 그들의 눈빛에는 경계심과 함께 깊은 공포가 서려 있었다. 수군거림이 시작되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고어가 섞인 말들이었지만, 그들의 표정만으로도 그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임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뭘 했다고…”

이진우가 당황하여 뒷걸음질 쳤다. 그때, 마을 어귀에서 건장한 남자 대여섯 명이 몽둥이와 농기구를 들고 나타났다. 그들의 눈은 이진우를 향해 살기를 띠고 있었다.

“괴물을 잡자! 저 이방인을 가만두지 마라!”

선두에 선 남자가 외쳤다. 그의 말에 힘을 얻은 듯, 남자들은 이진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건 꿈이 아니었다. 진짜 위험이었다.

이진우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도망쳤다. 거친 숲으로 다시 몸을 던졌다. 나뭇가지에 옷이 찢기고, 발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뒤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친 숨소리와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젠장! 젠장!”

그는 이를 악물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이상한 돌을 만졌을 뿐인데. 그의 손에는 여전히 그 돌이 들려 있었다. 위기의 순간, 돌이 그의 손바닥에서 다시 한번 뜨겁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단순한 온기가 아니었다. 그의 몸속으로 알 수 없는 힘이 솟아오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쿵! 쿵! 쿵! 마치 그의 심장과 동화된 듯한 맥동.

그때였다. 바로 그의 등 뒤에서 거친 손이 뻗어와 어깨를 움켜쥐었다. “잡았다, 이 요괴 같은 놈!”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이진우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피할 새도 없이 뒤로 끌려가며 그는 마지막 저항이라도 하듯 손안의 돌을 꽉 움켜쥐었다. 그 순간, 그의 몸에서 섬광이 터져 나왔다.

콰앙!

맹렬한 빛과 함께 충격파가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그를 잡고 있던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고, 뒤따라오던 다른 남자들도 휘청이며 쓰러졌다. 이진우는 저절로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몸에는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힘이 넘치고 있었다. 지쳐 쓰러질 것 같던 다리에는 활력이 돌고, 온몸의 근육은 강철처럼 단단해진 기분이었다.

그는 무언가에 홀린 듯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였다. 나뭇가지와 덤불은 더 이상 그의 발목을 잡지 못했다. 바람처럼 숲을 가르며 달렸다. 뒤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를 쫓던 추격자들은 빛과 함께 터져 나온 힘에 압도당해 감히 뒤쫓아 올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듯했다.

한참을 달려 정신없이 숲 속 깊이 들어갔을 때, 그는 겨우 멈춰 섰다. 가슴은 벅차게 뛰었지만, 아까와 같은 탈진 상태는 아니었다. 손안의 돌은 여전히 은은한 빛을 뿜고 있었다.

“이… 이 돌이… 대체 뭐지?”

그는 허공에 손을 들어 돌을 바라봤다. 아까 그 빛과 충격파. 그리고 몸에서 솟아났던 기이한 힘. 그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 돌이 자신을 이 시간대로 끌고 온 주범이며, 동시에 자신에게 알 수 없는 힘을 부여했다는 것을.

하지만 그 힘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왜 이 마을 사람들은 자신을 괴물이라 불렀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어떻게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사방을 둘러보았다. 깊은 숲, 낯선 밤하늘, 그리고 손안에서 미약하게 빛나는 고대의 돌. 그의 심장은 두려움과 동시에 묘한 흥분으로 고동치고 있었다. 이 모든 혼란의 중심에,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 숨겨져 있다는 예감에.

이 밤이 끝나고 나면, 그는 과연 무엇을 마주하게 될까.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