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고대 제국의 심장이 멎은 곳, ‘울부짖는 강철 심장부’ 깊은 곳.

진은 핏물 같은 붉은 이끼가 뒤덮인 강철 벽에 등을 기댔다. 방금 전까지 쥐고 있던 단검에서 끈적한 자동 인형의 기름때가 흘러내렸다. 낡고 해진 가죽 장갑 위로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의 옆으로, 등 뒤에 큼지막한 도끼를 멘 거구의 카엘이 쿵, 하고 주저앉았다. 카엘의 얼굴은 땀과 먼지로 얼룩져 있었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젠장, 또 저놈들이야. 끝도 없이 튀어나온단 말이지.” 카엘이 거친 숨을 토하며 중얼거렸다. 그의 도끼날은 곳곳이 패여 있었다.

“이번엔 좀 더 집요했어.” 흙먼지가 쌓인 바닥에 무릎을 꿇고 쓰러진 자동 인형의 잔해를 살펴보던 레나가 나직이 말했다.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푸른 마나의 기운이 희미하게 빛나더니, 이내 인형의 코어를 만지자 찌직, 하는 스파크와 함께 검게 그을렸다. “구식 모델이긴 해도, 회로 배열이… 조금 달라졌어. 우리가 전에 마주했던 것과는.”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카디아 제국의 기술은 언제나 한발 앞서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버린 옛 던전, 그것도 ‘들불’ 같은 평민 반란군에게는 여전히 치명적인 위협이었다.

“목표까지 얼마나 남았지?” 진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피로에 잠겨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단단함은 흔들림 없었다.

레나는 허리춤에 찬 고대 제국의 유물, 마법 수정 구체를 꺼내 들었다. 구체 안에서 푸른빛 지도가 펼쳐졌다. 흐릿하게 빛나는 점들 사이로 붉은 점 하나가 격렬하게 깜빡였다.

“이제 코앞이야. 이 통로를 지나면… ‘천둥의 심장’이 잠들어 있는 제어실이 나올 거야.” 레나의 목소리에서 미미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천둥의 심장.” 카엘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빌어먹을 제국 놈들이 ‘신의 권능’이라고 떠벌리는 마력석 말이야? 그게 진짜 우리 손에 들어올 수 있을까?”

진은 카엘의 어깨를 두드렸다. “들어와야 해. 그 심장이 있어야 제국의 거대한 마력 방벽을 뚫을 수 있어. 그래야 수도 코른의 하늘에 ‘들불’의 깃발을 꽂을 수 있다.”

그들의 목적은 명확했다. 부패한 아르카디아 제국은 고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막대한 마력을 ‘천둥의 심장’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마력석에 응축하여, 그들의 군사력과 도시를 지탱하고 있었다. 특히 수도 코른을 둘러싼 마력 방벽은 어떠한 침입도 허용하지 않는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들불’은 그 방벽을 뚫을 유일한 수단으로, 이 던전 깊숙이 잠들어 있다는 ‘천둥의 심장’을 노리고 있었다.

잠시의 휴식 후, 그들은 다시 움직였다. 통로는 이전보다 훨씬 어둡고, 습했다. 곰팡이 냄새와 함께 고철이 부식되는 쾨쾨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발밑에는 녹슨 강철 파편과 알 수 없는 유기물들이 밟혔다.

“조심해.” 진이 나직이 말했다. 그의 단검 끝이 바닥을 스치며 미세한 진동을 감지했다. “느낌이 안 좋아. 제국 놈들이 이런 중요한 곳에 아무런 방비도 안 했을 리 없어.”

그때였다. 레나의 수정 구체가 갑자기 붉은빛을 뿜으며 격렬하게 진동했다. “함정! 바닥!”

진은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던졌다. 거의 동시에, 그들이 서 있던 바닥의 강철 패널이 거대한 턱처럼 벌어졌다. 아래는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이었다. 진은 간신히 통로 벽의 녹슨 배관을 붙잡았지만, 카엘은 거대한 몸 때문에 휘청거렸다.

“카엘!” 진이 소리쳤다.

“젠장! 놓칠 것 같아!” 카엘이 필사적으로 버티며 으르렁거렸다. 그의 발이 허공에서 헛돌았다.

레나는 재빨리 몸을 웅크린 채 허리춤에서 마나 수정이 박힌 팔찌를 꺼내 들었다. 그녀의 입술에서 고대어가 읊조려지자, 팔찌에서 푸른빛이 뻗어 나와 카엘의 몸을 감쌌다. 빛은 마치 끈적한 덩굴처럼 카엘의 팔을 붙잡았다.

“버텨! 내가 끌어올릴게!” 레나가 힘겹게 외쳤다. 그녀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다.

진은 단검을 뽑아 허공에 매달린 카엘의 도끼날을 노렸다. “카엘, 도끼를! 저 위에 걸어!”

카엘은 진의 말을 듣고 몸을 비틀어, 그의 거대한 도끼를 겨우 통로 반대편 벽에 튀어나온 낡은 기둥에 걸었다. 끼이익! 굉음과 함께 기둥이 흔들렸지만, 간신히 무게를 지탱했다. 진은 그대로 도끼 손잡이를 타고 올라가 통로 위에 착지했다. 레나는 온 힘을 다해 카엘을 끌어올렸다. 카엘의 몸이 쿵, 하고 통로 바닥에 떨어지자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이대로 끝날 뻔했군.” 카엘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그의 등골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고마워, 레나. 진.”

“이런 구식 함정은… 의외인데.” 레나가 바닥의 열린 틈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보통은 마력 그물이나 강철 덫인데 말이지.”

진은 다시 한번 주위를 경계하며 앞으로 나섰다. “제국 놈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이곳을 이용했을 거야. 이곳의 구조는 우리가 알던 것과 달라. 매번 새로운 위협이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지.”

그때, 통로 끝에서 옅은 빛이 새어 나왔다. 마침내 마지막 제어실에 도달한 것이었다. 진은 단검을 꽉 쥐었다.

“대기.” 진이 손을 들어 올리자, 카엘과 레나가 멈춰 섰다.

진은 조심스럽게 모퉁이를 돌았다. 넓은 원형의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공간의 중앙에는 거대한 원통형 기계 장치가 우뚝 솟아 있었고, 그 정점에는 푸른빛과 붉은빛이 뒤섞여 격렬하게 파동치는 거대한 수정, ‘천둥의 심장’이 박혀 있었다. 심장 주변으로 수많은 마력선들이 얽혀 복잡한 회로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심장을 지키는 존재가 있었다.

“빌어먹을…” 카엘이 나직이 욕설을 내뱉었다.

그것은 거대한 늑대 형상의 자동 인형이었다. 검고 매끄러운 강철 외피에는 고대 제국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네 개의 다리는 땅에 단단히 뿌리박혀 있었다. 붉은 마나광이 늑대의 눈에서 섬뜩하게 빛났다. ‘수호 거신’. 제국이 중요한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전설 속 존재였다.

“제국의 마지막 방어선이군.” 진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레나, 놈의 움직임을 방해할 수 있겠어?”

“시도는 해볼 수 있지만… 이 정도 크기의 존재는 쉽게 움직임을 멈추지 않을 거야.” 레나가 침을 삼키며 말했다. 그녀의 손에서 이미 푸른 마나의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카엘, 놈의 시선을 끌어. 약점은… 아마도 코어겠지. 강철 외피 아래 어딘가에 있을 거야.” 진은 단검을 고쳐 잡으며 말했다.

늑대 거신이 고개를 들었다. 마나광이 격렬하게 흔들리더니, 이내 놈의 거대한 몸이 땅을 박차고 움직였다. 콰아앙! 금속의 발톱이 바닥을 긁으며 찢어발겼다.

“와라, 이 고철 덩어리!” 카엘이 도끼를 들고 거신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거대한 도끼가 거신의 다리를 노리고 맹렬히 내려찍혔다. 쨍그랑! 귀를 찢는 굉음이 울렸지만, 거신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놈의 앞발이 묵직하게 휩쓸려 카엘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크악!” 카엘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벽에 부딪혔다.

“카엘!” 레나가 다급하게 외치며 거신을 향해 마나 화살을 날렸다. 푸른빛 화살이 거신의 옆구리에 명중했지만, 마치 쇠파리에 물린 듯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진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카엘이 거신의 시선을 끈 사이, 그는 그림자처럼 빠르게 움직여 거신의 등 뒤로 돌아갔다. “레나, 다시 한번! 놈의 시선을 빼앗아!”

레나는 두 개의 마나 구슬을 만들어 거신의 눈을 향해 날렸다. 마나 구슬이 눈앞에서 터지자 거신은 잠시 주춤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 찰나의 순간, 진은 거신의 등 위로 뛰어올랐다. 단검이 강철 외피를 긁으며 불꽃을 튀겼다.

“이곳이군!” 진은 거신의 목덜미 아래, 미세한 이음새를 발견했다. 다른 곳보다 마력이 약하게 새어 나오는 곳이었다.

단검이 맹렬하게 이음새를 파고들었다. 찌지직! 거신이 격렬하게 몸부림쳤다. 진은 필사적으로 몸을 붙잡고 단검을 비틀었다. 칼날이 깊숙이 박히자, 거신에게서 붉은 마나광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지막이다!” 진이 온 힘을 실어 단검을 깊이 박아 넣었다.

쿠우우우웅!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거신이 푸른빛과 붉은빛의 마력 파편을 흩뿌리며 쓰러졌다. 진은 재빨리 몸을 날려 바닥에 착지했다.

“성공했어!” 카엘이 고통스러운 몸을 일으키며 환호했다.

진은 숨을 고르며 ‘천둥의 심장’이 있는 제어 장치로 다가갔다. 거대한 수정은 여전히 격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빛은 한없이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섬뜩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이것이… 제국을 지탱하는 힘이로군.” 진이 손을 뻗어 ‘천둥의 심장’에 닿았다.

그 순간, 거대한 마력이 진의 몸으로 역류했다. 눈앞이 번쩍이며 수많은 영상과 소리가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핏빛 꽃. 수많은 평민들이 마력 장치에 묶여 힘없이 쓰러진다. 그들의 생명 에너지가 마치 물처럼 흡수되어 거대한 수정으로 흘러들어간다. 제국 병사들의 차가운 웃음소리. ‘천둥의 심장’은 마나가 아니라, 수많은 생명력을 먹고 자라는 생체 마력석이었다!—**

진은 비명을 지르며 손을 거뒀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

“진! 괜찮아? 무슨 일이야?” 레나가 놀라 진에게 다가왔다.

진은 떨리는 손으로 ‘천둥의 심장’을 가리켰다. 그의 눈은 충격과 경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것은… 이 심장은… 마력이 아니야. 평민들의 목숨을 빨아먹는 괴물이야! 제국 놈들이… 빌어먹을 제국 놈들이 이런 식으로…!”

그때였다. 던전 전체를 뒤흔드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콰아앙! 콰앙!

“진동이… 설마!” 카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레나가 수정 구체를 들었다. 붉은 점들이 격렬하게 깜빡이며 빠르게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제국 병사들이야! 이쪽으로 오고 있어! 우리가 여기 있다는 걸 알아챘어!”

진은 심장의 진실과 함께 엄습하는 새로운 위협에 직면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천둥의 심장’은 제국의 거짓된 영광 뒤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이었다. 이것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 하지만, 그전에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젠장… 탈출로를 찾아! 우리는 반드시 이 사실을 ‘들불’에게 알려야 해!”

밖에서는 제국 병사들의 발자국 소리와 함께 금속 장비가 부딪히는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죽음의 위협이, 등 뒤에는 제국의 추악한 진실이 놓여 있었다.

목표를 달성했지만, 그 대가는 상상 이상이었다. 이제 그들은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살아남아, ‘천둥의 심장’이 품은 잔혹한 진실을 세상에 폭로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