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독립적인 단편 소설

천공 도시 에메랄드. 그 이름처럼 빛나는 금빛 첨탑들이 구름을 뚫고 솟아올라, 마치 신들의 거처인 양 위용을 뽐냈다. 그러나 그 영광의 그림자 아래, 도시의 가장 낮은 곳에는 빛 한 조각 들지 않는 미궁 지구, 인간 쓰레기들이 버려지는 하수구와 같은 곳이 있었다.

잿빛 먼지가 덮인 골목길에서, 카인은 깡마른 손으로 썩어가는 사과 조각을 쥐었다. 그마저도 며칠 만에 입에 넣는 첫 음식이었다. 제국 병사들의 발소리가 멀리서부터 쿵, 쿵, 쿵 울려 퍼지면, 미궁 지구의 모든 생명은 숨을 죽였다. 병사들은 주기적으로 나타나 남아있는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 식량, 물, 심지어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낡은 천 조각까지. 저들의 눈에는 미궁 지구의 주민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그저 밟아 뭉개도 되는 벌레들.

“카인, 어서 숨어!”

낡은 담벼락 뒤에서 하림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림은 카인보다 두 살 위였지만, 오랜 굶주림과 고통은 그들의 나이를 덧없이 만들었다. 그는 카인에게 남아있던 한 줌의 감자를 건넸다. 흙투성이 감자. 그것은 그들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철갑옷을 입은 제국 병사들이 골목 어귀에 나타났다. 그들의 투구는 황금으로 빛났고, 갑옷은 어두운 붉은색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그들의 눈은 빛 한 조각 없이 차가웠다. 마치 살아있는 존재가 아닌, 거대한 기계의 부품 같았다.

“이봐, 거지들. 너희가 숨겨둔 식량은 어디 있지?”

병사들의 우두머리, 비대한 몸집의 사내가 비웃듯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권력과 잔인함이 묻어 있었다. 카인은 하림을 보았다. 하림의 손은 감자를 꽉 쥐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의 여동생, 마리아에게 줄 마지막 식량이었다. 마리아는 열 살이었다. 며칠째 열병에 시달리며 겨우 숨만 쉬고 있었다.

“없습니다. 저희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습니다.”

카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병사의 눈이 섬뜩하게 빛났다.

“아무것도 없다고? 그래, 그렇겠지. 너희 같은 벌레들이 뭘 가지겠어.”

병사는 조롱하듯이 웃으며 하림에게 다가갔다. 하림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지만, 감자를 놓지 않았다.

“내놓아라, 이 미천한 것.”

병사는 손을 뻗어 하림의 감자를 낚아채려 했다. 그 순간, 카인의 눈에 번뜩이는 불꽃이 일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마리아가 죽는다. 모든 사람이 죽어간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멈춰!”

카인이 소리쳤다. 병사들은 잠시 동작을 멈추고 카인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은 카인을 꿰뚫는 듯했다.

“이 미친 놈이. 감히 우리에게 대들어?”

병사가 씩 웃으며 칼을 뽑아 들었다. 칼날은 어둠 속에서도 섬뜩하게 빛났다. 카인은 두려웠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안에서 뭔가가 터져 나왔다. 오랫동안 짓눌려왔던 분노, 절망, 그리고 한 줄기 광기.

“더 이상은 안 돼! 우리는 더 이상 죽지 않아!”

카인은 발밑의 돌멩이를 집어 들어 병사를 향해 던졌다. 돌멩이는 병사의 철제 투구에 부딪혀 팅, 소리를 냈다. 병사들은 잠시 당황했다. 감히 미궁 지구의 벌레가 자신들에게 저항하다니.

그 순간, 하림이 주저앉아 감자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카인의 뒤에서, 다른 미궁 지구 주민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깡마른 몸, 퀭한 눈, 그러나 그들의 눈빛에는 카인과 같은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절망의 끝에서 피어난 마지막 반항의 불꽃.

병사들은 처음에는 비웃었다. 하지만 곧 그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들은 숫자로 압도적이었고, 무기도 강력했다. 그러나 미궁 지구 주민들의 눈빛은 달랐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미 모든 것을 잃은 자들의 눈빛이었다.

“이것들을 모두 처형해라!”

병사의 외침과 함께 칼날이 번뜩였다. 미궁 지구의 골목은 순식간에 피와 절규로 물들었다. 카인은 죽을힘을 다해 싸웠다. 맨주먹과 발길질, 그리고 돌멩이로. 옆에서는 하림이 낡은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들은 쓰러지고 또 쓰러졌다. 그러나 다시 일어났다. 한 명이 쓰러지면 다른 한 명이 그 자리를 메웠다.

그들의 저항은 짧았지만, 강렬했다. 몇몇 병사들이 쓰러졌다. 결코 일어나지 않을 병사들. 제국 병사들은 동요했다. 그들은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다. 미궁 지구의 주민들은 늘 순종적이고 나약한 먹잇감일 뿐이었다.

“후퇴하라! 지원 병력을 요청한다!”

병사들의 우두머리가 소리쳤다. 그들은 혼비백산하여 달아났다. 카인은 숨을 헐떡이며 피투성이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주위에는 그의 동료들이 쓰러져 있었다. 몇몇은 이미 차가운 시신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눈에는 패배가 아닌, 비록 짧았지만 찬란했던 승리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날 밤, 미궁 지구의 낡은 폐가에 주민들이 모였다. 그들의 얼굴에는 상처와 멍투성이였다. 하지만 처음으로 그들의 눈에는 희망이라는 불씨가 피어났다.

“우리는 싸워야 해.”

카인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 속에는 단단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저들은 우리를 인간으로 보지 않아. 우리는 그저 먹잇감일 뿐이야. 하지만 오늘, 우리는 보여줬어. 우리가 벌레가 아니라는 것을.”

하림이 낡은 붕대로 팔의 상처를 감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어떻게? 저들은 너무 강해. 천공 도시 에메랄드는 난공불락이야. 황금 제국은 수천 년 동안 이 대륙을 지배했어.”

한 노인이 절망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엘리야라는 이름의 노인이었다. 그는 오랜 세월 동안 미궁 지구의 가장 깊은 곳에서 살아왔고, 많은 것을 보았고, 들었다. 그의 눈에는 항상 알 수 없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강할지도 몰라. 하지만 저들도 약점이 있을 거야.”

카인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은 미궁 지구의 어둠 위로 솟아오른 천공 도시 에메랄드의 그림자를 꿰뚫는 듯했다.

“엘리야 어르신, 혹시… 저들의 약점에 대해 아는 것이 있습니까?”

엘리야는 한숨을 쉬었다. 그의 눈은 마치 먼 과거를 응시하는 듯했다.

“젊은이, 너희는 너무 많은 것을 모른다. 저들의 힘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다.”

그의 말은 주민들 사이에 웅성거림을 불러왔다. 엘리야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황금 제국의 진짜 힘은 황금궁 깊은 곳에 봉인되어 있다. 감히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뒤틀린 성소’. 그곳에는 황제가 숭배하는 ‘어둠의 심장’이 있다고 들었다. 그것이 제국에 끝없는 힘과 부를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끝없는 피와 고통을 요구하지.”

“어둠의 심장이라뇨? 그게 뭡니까?”

카인이 물었다. 그의 심장은 불안하게 뛰기 시작했다.

“모른다. 누구도 그 실체를 본 자는 없어. 다만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올 뿐. 하지만 그 힘이 제국의 모든 것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황제와 대공들은 매년 ‘의식’을 통해 그 심장에 피를 바쳐왔지. 그들의 겉모습은 찬란하지만, 속은 이미 썩어 문드러졌다.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존재가 된 지 오래지.”

엘리야의 목소리는 섬뜩했다. 마치 그가 직접 그 어둠의 심장을 보았던 것처럼.

“만약 우리가 그 ‘어둠의 심장’을 파괴할 수 있다면?”

카인의 말에 주민들은 경악했다. 그것은 꿈같은 이야기였다. 그러나 엘리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불가능에 가깝지만,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제국의 진짜 힘을 꺾는 방법. 그러나 그 길은… 살아 돌아올 수 없을 만큼 위험할 거다. 너희의 정신마저도 찢어발겨 놓을 것이다.”

며칠 후, ‘잿빛 망치’라 불리는 반란군은 미궁 지구의 가장 깊은 곳, 옛 하수도 터널을 통해 천공 도시 에메랄드 내부로 잠입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그들의 수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들의 눈에는 두려움과 함께 불타는 의지가 서려 있었다. 카인, 하림, 그리고 엘리야 노인이 그들을 이끌었다.

터널은 눅눅하고 어두웠다. 축축한 공기에서는 곰팡이와 썩어가는 시체 냄새가 뒤섞여 역겨운 악취를 풍겼다. 터널 벽에는 기이한 형태의 덩굴식물들이 자라나 있었는데, 마치 살아있는 촉수처럼 꿈틀거리는 듯했다.

“엘리야 어르신, 정말 이 길이 황금궁으로 통하는 길이 맞습니까?”

카인이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터널은 끝없이 이어지는 미로 같았다.

“이 길은 제국의 가장 어두운 비밀을 품고 있는 통로다. 오래 전, 미궁 지구의 선조들이 황금궁의 노예로 끌려가며 만들어 놓은 길이지. 하지만 황제들은 이 길의 존재를 잊거나, 혹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엘리야의 손에 들린 낡은 램프가 어둠을 겨우 비췄다. 그들이 나아갈수록 터널은 더욱 깊고 넓어졌고, 이따금씩 기이한 조각상들이 벽에 새겨져 있었다. 그것들은 인간의 형상을 띠고 있었지만, 어딘가 뒤틀리고 부자연스러웠다. 눈은 공허했고, 입은 비명이라도 지르는 듯 일그러져 있었다.

“이게… 대체 뭡니까?”

하림이 경악하며 조각상을 가리켰다.

“저들은 제국을 건설한 자들의 조상이다. 그들은 위대함을 추구했고, 그 과정에서 인간성을 버렸다. 어둠의 심장에 너무 가까이 다가갔지.”

엘리야의 말은 그들의 마음에 섬뜩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터널 끝에 이르자, 거대한 철문이 앞을 가로막았다. 문에는 알 수 없는 상형문자와 함께 끔찍한 형상들이 새겨져 있었다. 마치 문 너머에는 세상의 끝이 기다리고 있다는 듯한 경고였다.

엘리야는 문에 손을 얹었다. 그의 손에서 푸른빛이 희미하게 일었다. 그는 알 수 없는 주문을 중얼거렸다. 고대어인 듯했지만, 그것은 인간의 언어가 아닌, 훨씬 더 오래되고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듯했다. 문이 천천히, 그리고 육중하게 열리기 시작했다. 삐걱이는 소리가 마치 죽은 자들의 비명처럼 울려 퍼졌다.

문 너머에는 어둠이 기다리고 있었다.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다. 시각을 넘어선, 존재하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듯한 어둠. 카인은 발을 내딛으려 했지만, 그의 몸이 얼어붙는 듯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자, 이제 시작이다. 너희가 찾던 ‘뒤틀린 성소’의 입구다. 이곳에서는 평범한 감각이 무의미해질 것이다. 너희의 이성도, 정신도… 조심해야 한다.”

엘리야의 경고가 그의 귓가를 때렸다. 그들은 어둠 속으로 한 발짝 내디뎠다.

발이 닿은 곳은 단단한 바닥이 아니었다. 마치 살아있는 살덩이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축축하고 미끈거렸다. 주위에서는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쉬익거리는 소리, 쿵, 쿵 울리는 심장 박동 소리, 그리고 마치 수천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속삭이는 듯한 기이한 노랫소리.

“이게 뭐야…”

하림이 중얼거렸다. 그의 눈동자는 공포로 가득했다. 그들은 더 이상 터널 안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어떤 거대한 생명체의 내부를 걷는 듯했다.

주위에는 빛이 없었지만, 그들은 희미하게 볼 수 있었다. 아니, 보는 것이 아니라, *느낄 수 있었다*. 벽은 살덩이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는 혈관처럼 보이는 거대한 파이프들이 꿈틀거렸다. 그 파이프 안에는 끈적거리는 검붉은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썩은 피와 같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들이 나아갈수록, 시공간의 개념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벽은 더 이상 직선이 아니었다. 비틀리고 꺾여 있었으며, 때로는 위와 아래가 바뀌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중력의 방향도 예측할 수 없었다. 어떤 곳에서는 천장을 걷는 듯했고, 어떤 곳에서는 발밑이 없는 심연 위를 걷는 듯했다.

카인은 자신의 이성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눈앞의 현실이 거짓말 같았다. 그는 자신이 이전에 알았던 모든 물리 법칙이 조롱당하는 것을 보았다.

“정신 차려, 카인!”

하림의 외침이 그의 귓가를 때렸다. 하림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그의 눈은 카인만큼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들은 이윽고 넓은 공간에 도달했다. 그곳은 말 그대로 거대한 동굴이었다. 동굴의 중앙에는 붉은빛으로 희미하게 빛나는 거대한 심장이 있었다. 그것은 엄청난 크기였다. 산맥과 같았고, 동시에 고동치는 별과 같았다.

*쿵… 쿵…*

심장은 느리지만, 강력하게 박동했다. 그 박동은 단순히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모든 존재의 의식을 흔드는 파동이었다. 그들이 서 있는 땅은 심장의 박동에 맞춰 미세하게 진동했다.

심장 주변에는 수많은 제단이 있었다. 제단 위에는 황금빛 갑옷을 입은 제국 병사들이 쓰러져 있었다. 그들의 몸은 마치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 주변에는 황금 제국의 대공들과 고위 성직자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모두 검은색의 화려한 예복을 입고 있었고, 그들의 얼굴은 창백했으며, 눈은 광기로 번득였다.

“이게… ‘어둠의 심장’…”

카인이 넋 나간 듯 중얼거렸다. 그들의 말대로였다. 이 거대한 존재가 황금 제국의 모든 것을 지탱하고 있었다. 동시에, 그들의 눈은 현실 너머의 끔찍한 진실을 보았다. 심장 위로는 무언가가 솟아나 있었다. 그것은 형태가 없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거대한 촉수들이었다. 그 촉수들은 심장과 이어져 있었고, 동시에 공간의 균열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마치 다른 차원의 존재가 이 심장을 통해 이 세상에 연결되어 있는 듯했다.

“침입자들이군.”

대공 중 한 명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인간적인 감정이 없었다. 그의 눈동자는 완전히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미궁의 벌레들이 감히 이곳까지 기어들어 오다니. 너희의 어리석음은 끝이 없구나.”

또 다른 성직자가 비웃었다. 그의 입술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비늘이 덮여 있었고, 그 사이로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났다. 그들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그들은 ‘어둠의 심장’에 의해 변형된, 끔찍한 존재들이었다.

“우리는 너희의 기만과 폭정에 맞서 싸우러 왔다!”

카인이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거대한 공간 속에서 메아리쳤다.

“싸워? 너희가? 미천한 벌레들이 주제넘게 짖어대는구나.”

대공들은 그들을 비웃었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형태가 없는, 공간을 뒤틀고 존재 자체를 녹여버릴 듯한 에너지였다.

“저들은 이미 인간이 아니다. ‘어둠의 심장’에 너무나도 깊이 잠식된 자들.”

엘리야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손에 들린 램프의 불빛이 푸르게 일렁였다.

“이 어둠의 힘은 너희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너희의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다.”

대공들이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빠르고, 예측 불가능했다. 카인은 몽둥이를 휘둘렀지만, 그것은 허공을 갈랐다. 대공들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둠의 에너지는 그들의 동료들을 마치 종이 조각처럼 태워버렸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사라졌다.

“이게… 뭐야…?”

하림의 눈동자는 공포로 흔들렸다. 그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제국의 진짜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것은 단순한 무력이 아니었다.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힘이었다.

“카인,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저 심장을 파괴하는 것이다! 저것만 부술 수 있다면…!”

엘리야가 소리쳤다. 그는 낡은 램프를 높이 들었다. 램프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이 주변의 어둠을 잠시나마 밀어냈다. 그 푸른빛은 어둠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빛과 충돌하며 기이한 파장을 일으켰다.

“이것은… 고대의 봉인 의식이다. 저 심장을 억누르던 힘의 조각이지!”

엘리야는 비틀거리며 심장 쪽으로 나아갔다. 대공들이 그를 막으려 했지만, 푸른빛은 그들의 어둠을 잠시 흐트러뜨렸다. 카인은 엘리야의 희생을 보았다. 그는 망설일 수 없었다. 이대로 물러선다면, 미궁 지구의 모든 이들이 죽을 것이다. 아니,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죽어라, 벌레!”

대공 중 한 명이 카인을 향해 검은 칼날을 휘둘렀다. 카인은 본능적으로 피했지만, 그의 팔에 깊은 상처가 남았다. 피가 솟구쳤다. 그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 카인의 시야에 이상한 것이 들어왔다. 어둠의 심장 주변에 솟아오른 거대한 촉수들. 그 촉수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공간의 균열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균열 너머에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거대한 그림자가 아른거렸다. 그것은 별들 사이를 떠다니는 거대한 존재의 일부였다. 인간의 시야로는 결코 파악할 수 없는, 우주적 공포의 한 조각.

그것을 보는 순간, 카인의 정신은 한계에 다다랐다. 그의 머릿속에서 수천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들에 대한 지식,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초월하는 진실들. 그의 눈은 핏발이 섰고, 이성은 송두리째 흔들렸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알았다. 이 심장이 곧 이 세상에 재앙을 가져올 통로라는 것을. 제국은 그저 그 재앙의 촉매제일 뿐이라는 것을.

“부숴야 해… 저것을 부숴야만 해…!”

카인은 피투성이 손으로 낡은 몽둥이를 움켜쥐었다. 그의 눈동자는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광기와 함께, 어떤 알 수 없는 결의가 불타올랐다. 그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어둠의 심장을 향해 달려갔다. 대공들이 그를 막으려 했지만, 그의 움직임은 섬뜩할 정도로 빨랐다. 그는 미친 듯이 웃으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대공들의 공격을 피했다. 이미 그의 정신은 한계 너머에 있었다.

“받아라! 이것이 미궁의 잿빛 망치다!”

카인은 절규하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몽둥이는 어둠의 심장을 강타했다.

*콰아아앙!*

거대한 심장이 진동했다. 붉은빛이 섬광처럼 터져 나왔고, 동시에 심장에서 거대한 균열이 생겨났다. 검붉은 액체가 용암처럼 뿜어져 나왔다. 어둠의 심장이 고통받는 듯한 거대한 울음소리가 공간을 찢었다.

대공들과 성직자들이 경악했다. 그들은 심장이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들의 몸이 뒤틀리고, 끔찍한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힘의 원천이 파괴되는 것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균열은 점점 더 커졌다. 붉은빛과 검은 액체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 사이로 공간의 균열이 더욱 벌어졌다. 그 너머에서 거대한 촉수들이 미친 듯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심장을 뚫고 이 세상으로 나오려는 듯이.

*쿠구궁… 쿠구구궁…*

천공 도시 에메랄드 전체가 흔들렸다. 멀리서부터 건물들이 무너져 내리는 굉음이 들려왔다. 황금 제국이 자랑하던 첨탑들이 하나둘씩 기울어지고 붕괴하기 시작했다. 지상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경악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도시의 영광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카인은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그의 정신은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 하지만 그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는 보았다. 황금 제국이 무너지는 것을. 저들이 숭배하던 ‘어둠의 심장’이 산산조각 나며, 그들이 지탱하던 모든 것이 붕괴되는 것을.

그러나 동시에, 그는 알았다. 저 심장의 파괴가 또 다른 재앙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공간의 균열 너머에서 꿈틀거리는 그림자. 그것은 비로소 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황금 제국의 폭정은 끝났지만, 더 거대하고 알 수 없는 공포가 시작될 수도 있었다.

하림이 카인의 옆에 쓰러졌다. 그의 눈은 이미 생기를 잃었지만, 그의 손은 카인의 손을 꽉 쥐고 있었다. 엘리야는 심장 앞에서 마지막 빛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카인의 시야는 점점 흐려졌다. 그는 마지막으로 천공 도시 에메랄드의 붕괴를 보았다. 찬란했던 금빛 첨탑들이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그리고 그 사이로, 거대한 촉수들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끔찍한 광경을.

그것은 승리일까? 아니면 또 다른 절망의 시작일까?
카인의 정신은 그 답을 알 수 없었다. 그저,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뿐이었다.
어둠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