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작품명: 검은 심장, 붉은 피]**

**[에피소드 1: 썩어가는 그림자]**

**[프롤로그]**

**[내레이션]**
태초부터 이 땅에는 생명의 숨결이 가득했다. 푸른 강물은 영원의 노래를 불렀고, 드넓은 대지는 풍요를 아낌없이 내어주었다. 사람들은 땅에 뿌리내려 삶을 일구고, 별빛 아래에서 꿈을 꾸었다. 하지만 그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하면서부터. 거대한 제국이 태동하고, 그들의 탐욕이 들불처럼 번져나가면서부터. 이제 이 땅은 썩어가는 시체와 다를 바 없게 되었다. 제국의 검은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취가 모든 것을 뒤덮어 버렸다.

**[장면 1: 폐허가 된 마을, ‘잿빛 골짜기’]**

**[컷 1]**
황량한 바람이 부는 너른 평원 한가운데, 뼈대만 남은 집들이 앙상하게 서 있다. 지붕은 무너져 내렸고, 벽은 검게 그을려 있다. 마치 모든 생명력을 빨아들인 듯 메마른 나무 한 그루가 삐걱거리며 서 있는데, 가지 끝에는 빛바랜 천 조각들이 너덜거리며 매달려 있다. 하늘은 늘 그랬듯 잿빛 구름으로 뒤덮여 어둡고, 태양은 희미한 빛조차 내리지 못한다.

**[내레이션]**
제국은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갔다. 강물을 오염시키고, 숲을 베어냈으며, 우리의 씨앗을 불태웠다. 젊은이들은 전쟁터의 제물로 끌려갔고, 저항하는 자들의 피로 땅은 붉게 물들었다. 잿빛 골짜기. 한때는 작은 평화가 깃들었던 마을이었지만, 이제는 이름처럼 스산한 죽음의 기운만이 감돌 뿐이다.

**[컷 2]**
폐허가 된 건물 잔해 속을 조심스럽게 살피는 네 명의 그림자. 얼굴은 먼지와 흙, 그리고 희미한 핏자국으로 얼룩져 있지만, 그들의 눈빛은 꺼지지 않는 불꽃을 담고 있다. 그중 선두에 선 ‘아린’은 비쩍 마른 몸에도 불구하고 단단하고 결연한 기운을 풍긴다. 등에 멘 낡은 활과 허리에 찬 짧은 칼이 그녀의 전부다. 그녀의 옆에는 덩치 큰 ‘카인’이 투박한 철퇴를 쥔 채 주위를 경계하고 있다. 뒤를 따르는 ‘늙은 한’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깊은 한숨을 내쉰다. 가장 마지막에는 아직 어리고 겁에 질린 듯한 ‘막내 병사’가 바싹 붙어 따라온다.

**[대사]**
**아린:** (낮게, 허공을 응시하며) 아무것도 남지 않았군. 어쩌면 이게 다행일지도. 더 이상 빼앗길 것이 없으니.
**카인:** (아린의 옆에서, 투박한 철퇴를 든 채) 동감이야, 아린. 빈손으로 시작하는 싸움이 오히려 더 무서울 수도 있지. 잃을 게 없는 자들이니까.
**늙은 한:**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걸으며) 잃을 게 없다고? 우리는 이미 모든 것을 잃었네. 그들의 손에 가족을 잃었고, 삶을 잃었어. 이제는… 남은 건 죽음뿐인 몸으로 저항하는 것밖에.

**[컷 3]**
아린이 낡은 천 조각으로 입을 가리고 무너진 벽 너머를 응시한다. 그녀의 시선 끝에는 흙먼지 속에 반쯤 파묻힌, 검게 그을린 뼈들이 흩어져 있다. 단순한 유골이 아니다. 어딘가 기괴하게 뒤틀려 있고, 뼈의 형태가 인간의 것과는 미묘하게 다르다. 마치 억지로 잡아 늘리거나, 뒤틀어 놓은 듯한 섬뜩한 모양새다.

**[내레이션]**
제국은 단순히 힘으로만 우리를 짓밟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의 영혼마저 갉아먹었다.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힘으로. 우리의 땅과 우리 자신을, 저 깊은 심연의 악몽 속으로 끌고 가려 했다.

**[대사]**
**막내 병사:** (겁에 질린 목소리로) 저… 저건…! 사람 뼈가 아닌 것 같아요! 너무… 길고, 이상하게 구부러졌어요!
**카인:** (인상을 찌푸리며) 제국 놈들이 또 뭔가 해괴한 짓을 벌인 건가. 시체 처리도 제대로 안 하고, 더럽게.
**아린:** (천천히 뼈 조각 하나를 집어 올린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냉기. 마치 살아있던 생명의 온기 대신, 차가운 증오가 스며든 듯하다) 단순한 시체가 아니야. 이 뼈에는… 생명의 기운이 없어. 마치 처음부터 죽은 것처럼. 아니, 죽음보다 더 깊은 허무만이 남아있어.

**[효과음]** 싸아아… (차가운 바람이 뼈 사이를 스치는 소리)

**[장면 2: 저주받은 우물터]**

**[컷 4]**
아린이 뼈 조각을 든 채 폐허 깊숙한 곳으로 들어선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마을의 가장 오래된 우물 근처였다. 우물은 말라붙어 있고, 그 주변에는 검게 그을린 돌들이 원형으로 배치되어 있다. 돌멩이 사이사이에는 말라붙은 핏자국처럼 보이는 흔적과 알 수 없는 기호들이 흉측하게 새겨져 있다. 기호들은 마치 산 채로 껍질이 벗겨진 얼굴 같기도 하고, 뒤틀린 촉수 같기도 하다.

**[내레이션]**
이곳은 마을 사람들이 수호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우물터였다. 생명의 근원이었던 곳. 하지만 제국의 그림자가 닿은 이후, 그 신성함은 악취 나는 오염으로 뒤바뀌었다.

**[대사]**
**늙은 한:** (우물터를 보며 몸을 떨며) 오, 세상에… 이럴 수가! 그들이 여기까지 더럽혔단 말인가! 이곳은 우리의… 우리의 영혼이 깃든 곳인데!
**아린:** (한쪽 무릎을 꿇고 바닥의 기호를 손으로 쓸어본다. 손끝이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진다) 이건… 제국의 문양과는 달라. 더 오래되고, 더… 사악해. 마치 땅의 가장 깊은 곳에서 기어 올라온 악취 같아.
**카인:** (철퇴를 꽉 쥐며 주위를 경계한다) 조심해, 아린. 뭔가 좋지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숨통을 조여오는 듯한 불쾌한 기운이.

**[컷 5]**
아린이 한 돌멩이에 새겨진 기호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기호의 섬뜩한 형상이 그녀의 눈에 맺히는 순간, 아린의 손이 차가운 기운에 움찔한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순간적으로 섬뜩한 환상이 스쳐 지나간다. 검은 그림자들이 뒤틀린 몸으로 춤추고, 피비린내 나는 제물들이 비명을 지르며 제단 위에서 산산이 부서지는 모습. 온몸을 휘감는 피와 살점의 악취, 그리고 차가운 절규.

**[효과음]** 쏴아아아…! (환상 속에서 피가 쏟아지고 비명이 터져 나오는 소리)

**[내레이션]**
짧지만 강렬한 환상. 이 땅의 뿌리 깊은 고통과 제국의 숨겨진 의식들이 찰나의 순간 그녀의 의식을 파고들었다. 그것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이 땅이 기억하는 고통 그 자체였다.

**[대사]**
**아린:** (거친 숨을 몰아쉬며 뒤로 물러선다.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어 있다) 젠장! 이건 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거지?! 이 모든 게… 이 죽음과 고통이…
**늙은 한:** (두려움에 떨며) 옛 기록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네. 제국은 오래전부터… 땅속 깊은 곳에 잠든 ‘어둠의 심장’과 계약했다고. 그들은 생명을 바쳐 힘을 얻고, 그 대가로… 대가를 치르지. 영혼을 팔아넘긴 대가를.

**[컷 6]**
늙은 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멀리서 철컥이는 갑옷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온다. 잿빛 골짜기의 입구 쪽에서 제국 병사들이 그림자처럼 나타나 폐허 속으로 진입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들은 일반 병사들과는 다르다. 그들의 갑옷은 검은색에 붉은색 문양이 섬뜩하게 그려져 있고, 얼굴은 해골처럼 앙상하게 마르고 눈은 붉게 빛난다. 썩어가는 시체 위로 억지로 갑옷을 덧씌운 듯, 기괴하고 불쾌한 존재들이다.

**[효과음]** 콰앙! (누군가 무너진 벽을 발로 차는 소리) 쩌적! (어딘가 부서지는 소리)

**[대사]**
**제국 병사 1:** (낮고 기분 나쁜 목소리. 마치 여러 명이 동시에 말하는 듯 공명한다) 반역자들이다! 움직이는 모든 것을… 죽여라!
**카인:** (철퇴를 고쳐 쥐며) 젠장! 매복인가! 놈들, 이전과는 달라! 이 기분 나쁜 기운은 대체 뭐야!

**[장면 3: 어둠에 물든 추격자들]**

**[컷 7]**
아린과 일행은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폐허가 된 마을의 좁고 무너진 골목들을 헤치고 나아가지만, 뒤따라오는 제국 병사들의 움직임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들은 벽을 기어오르고, 무너진 잔해 위를 마치 유령처럼 미끄러지듯 추격한다. 붉게 빛나는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번뜩이며, 그들의 움직임은 사람이라기보다는 굶주린 시체들의 무리 같았다.

**[내레이션]**
이것은 단순한 추격이 아니었다. 그림자처럼 달라붙는 그들의 기세는 마치 먹이를 쫓는 굶주린 짐승 같았다. 아니, 짐승보다 더 섬뜩했다. 그들은 살아있는 존재라기보다, 어떤 끔찍한 힘에 조종당하는 망자들 같았다. 이미 죽었어야 할 존재들이, 살아있는 우리를 사냥하는 역겨운 악몽.

**[대사]**
**막내 병사:** (숨을 헐떡이며, 공포에 질려) 흐읍, 흐읍… 너무 빨라요! 대체 저들이… 사람이 맞아요?! 저 눈빛…!
**늙은 한:** (이를 악물고) 놈들은 ‘어둠의 심장’에 영혼을 바친 제국의 ‘피의 집행관’들이다! 죽어도 죽지 않는 자들! 오직 죽음을 전파하기 위해 존재하는 망자들!

**[컷 8]**
카인이 뒤를 돌아보며 철퇴를 휘둘러 가장 앞서 달려오던 집행관의 머리를 강타한다.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갑옷 헬멧이 찌그러지며 집행관이 쓰러진다. 하지만 잠시 후, 쓰러진 집행관은 기괴하게 몸을 뒤틀며 다시 일어서려고 한다. 찢어진 헬멧 틈새로 보이는 얼굴은 반쯤 썩어 문드러져 있었고, 이빨은 날카롭게 튀어나와 있었다.

**[효과음]** 퍽! (철퇴가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 끄으으윽… (집행관의 기분 나쁜, 갈라지는 듯한 신음 소리)

**[대사]**
**카인:** (경악하며) 이 빌어먹을! 머리를 박살 냈는데도?! 저들은 대체…!!
**아린:** (활시위를 당기며) 안 돼, 카인! 시간을 끌면 안 돼! 놈들은 죽지 않아!

**[컷 9]**
아린이 활을 쏘아 재빠르게 움직이는 집행관의 다리를 맞춘다. 화살촉이 검은 갑옷을 뚫고 들어가자, 집행관은 휘청이며 균형을 잃고 쓰러진다. 그러나 고통보다는 분노로 이글거리는 붉은 눈빛으로 아린을 노려본다. 쓰러진 다리에서는 검은색 피 같은 것이 스며 나오며, 주변의 흙을 검게 물들인다. 피에서는 시큼한 썩은 내가 진동한다.

**[효과음]** 슉! 팍! (화살이 날아가 박히는 소리) 으르르르… (집행관의 짐승 같은, 뼈를 긁는 듯한 울음소리)

**[내레이션]**
그들은 죽지 않았다. 그들은 단지 잠시 멈출 뿐이었다. 제국은 우리에게 맞서기 위해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존재들을 만들었다. 이 땅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모든 것을 오염시키려는 광기. 이 땅의 생명력을 흡수하고, 그 흡수된 힘으로 다시금 우리를 짓밟는 무한한 고통의 순환이었다.

**[장면 4: 깨달음과 결의]**

**[컷 10]**
아린과 일행은 간신히 마을 외곽의 낡은 동굴로 몸을 숨긴다. 동굴 입구를 돌덩이로 막고, 모두 지친 몸으로 주저앉는다. 숨소리만이 동굴 안에 가득하다. 바깥에서는 여전히 집행관들의 기분 나쁜 움직임 소리가 들려온다. 벽을 긁는 듯한 소리, 뼈가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

**[대사]**
**막내 병사:** (흐느끼며, 온몸을 떨고 있다) 우리가… 우리가 저런 괴물들과 싸워야 한다고요…? 이길 수 없어요… 절대 이길 수 없어요! 우리는… 다 죽을 거예요…
**카인:** (어린 병사의 어깨를 다독이며, 자신도 지쳐 보이지만 애써 침착하게) 진정해. 방법이 있을 거야. 포기하지 마.
**늙은 한:** (차가운 바닥에 앉아 덜덜 떨며) ‘어둠의 심장’… 결국 그들이 이 땅을 집어삼키는 날이 오는구나. 오래전 예언이… 현실이 되는군.

**[내레이션]**
절망의 그림자가 동굴 안을 잠식하려 했다. 하지만 아린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더욱 강렬한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절망을 넘어선, 광기에 가까운 결의.

**[컷 11]**
아린이 차가운 동굴 벽에 등을 기댄 채 눈을 감는다. 아까 제단에서 보았던 환상, 그리고 집행관들의 섬뜩한 모습이 뇌리를 스친다. 이 모든 것이 제국이 땅의 어둠과 계약한 대가라는 늙은 한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단순한 반란으로는 이 거대한, 비인간적인 제국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들의 힘의 근원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대사]**
**아린:**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어. 우리가 여기서 도망쳐도, 그들은 멈추지 않을 거야. 결국 이 땅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때까지. 우리의 숨통이 완전히 끊어질 때까지.
**카인:** (조심스럽게)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지? 저런 괴물들을 상대로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 저들은 죽지도 않는데.

**[컷 12]**
아린이 눈을 뜨고 결연한 표정으로 일행을 바라본다. 그녀의 눈에는 단순한 절망을 넘어선, 새로운 종류의 결의가 담겨 있었다. 그 결의는 차가운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동굴 밖에서는 아직도 집행관들이 동굴 입구를 더듬으며 섬뜩한 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은 마치 우리의 공포를 먹고 자라는 존재들 같았다.

**[효과음]** 흐으으으… (집행관들의 긁는 듯한, 짐승 같은 소리)

**[대사]**
**아린:** 그들이 ‘어둠의 심장’과 계약했다면… 우리도 그 심장을 찾아야 해. 그 심장이 제국의 힘의 원천이라면… 그걸 파괴해야만 해. 그것만이 이 악몽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야.
**늙은 한:** (놀라서 눈을 크게 뜨며) 그건…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다, 아린! 그 심장은… 순수한 악 그 자체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야!
**아린:** (옅은 미소를 띠며, 그 미소는 차라리 비장했다) 이미 죽음을 예약한 몸이야.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어. 이제는… 이 땅의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그 어둠의 심장을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을 찾아야 해. 지옥이라도 기어 들어가서라도.

**[내레이션]**
어둠 속에서 비로소 한 줄기 빛을 찾았다. 그것이 절망의 빛일지라도, 우리는 그 길을 가야만 했다. 제국의 심장부에 숨겨진 어둠의 근원. 그곳으로 향하는 여정은, 비명을 지르는 악몽의 심연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우리의 피가, 우리의 영혼이, 이 썩어가는 땅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컷 13]**
어둠 속 동굴을 빠져나온 아린 일행의 뒷모습. 그들 앞에는 거대한 제국의 수도, ‘검은 성채’가 멀리서 음산하게 솟아 있다. 성채의 중심에서는 검은 기운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듯한 섬뜩한 형체가 어렴풋이 보인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악몽처럼, 이 땅을 집어삼키고 하늘마저 오염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검은 심장이 고동치고 있었다.

**[내레이션]**
검은 심장을 꿰뚫을 붉은 피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에피소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