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어둠은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우주복 헬멧 안의 산소만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조명등 불빛이 앞을 가르는 순간, 모든 색은 잿빛으로 물들었다. 마치 수억 년 동안 잠들어 있던 거대한 존재의 내부를 걷는 듯했다.

“여기는 탐사팀, 내부 진입 완료. 김 대위님, 들리십니까?” 최 탐사대원의 목소리가 헬멧 내부 통신망을 통해 날카롭게 울렸다. 목소리에는 미묘한 긴장이 서려 있었다.

“선명하게 들린다, 최 대원. 주변 상황 보고해.” 김 대위의 차분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아라호 본함에 대기 중인 그 역시 조바심을 억누르고 있음을 최 대원은 알고 있었다. 이 정체불명의 구조물은 심우주를 떠돌다 발견된 기이한 외계 유물이었다. 탐사팀이 직접 발을 들인 것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접촉이나 다름없었다.

최 탐사대원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발밑의 바닥은 검은색이었지만, 빛을 반사하는 각도에 따라 오묘한 보랏빛 광택을 뿜어냈다. 벽과 천장은 하나로 이어지는 듯한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어떤 이음매나 접합부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거대한 덩어리를 깎아낸 듯 매끈하고 유려한 디자인이었다.

“내부는… 예상했던 대로입니다. 인공적인 동시에 너무도 자연스럽습니다. 이런 재질은 처음 봅니다. 금속도, 암석도, 합성물도 아닙니다.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 같은데… 딱딱합니다.” 최 대원이 손을 뻗어 벽을 더듬었다. 차가웠다. 생명체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서늘하고 무감각한 차가움이었다.

그의 옆에서 에너지 소총을 든 리 보안팀장이 전방을 주시하며 속삭였다. “생긴 것만 봐서는 위협적이지 않지만, 이 덩어리 자체에 잠재된 에너지가 상당하다고 박 오퍼레이터가 그러더군요. 긴장 늦추지 마.”

“알겠습니다, 리 팀장님.” 최 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느끼는 불쾌함은 단순한 미지의 공간에 대한 경외감이 아니었다. 이곳은 뭔가 잘못되었다. 어떤 시선이 느껴지는 듯한 기묘한 감각이 전신을 훑었다.

“이쪽은 박 오퍼레이터입니다. 대위님, 탐사팀의 생체 신호는 안정적입니다만… 구조물 내부에서 감지되는 에너지 파장이 예측 불가능한 패턴으로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전과는 다릅니다.” 박 오퍼레이터의 음성이 통신망을 타고 들어왔다. 그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불안감이 묻어 있었다.

“어떤 식으로 요동치지?” 김 대위가 물었다.

“마치… 숨 쉬는 것 같습니다. 주기가 불규칙하지만, 확실히 어떤 변화가 감지됩니다. 저희 아라호의 모든 시스템이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메인 동력 출력에 미미한 불균형이 감지됩니다.”

“뭐라고?” 리 팀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에너지 소총을 고쳐 잡았다. “지금 우리 함선까지 이놈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거야?”

“아직 직접적인 위협은 아닙니다만, 경고 수준을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박 오퍼레이터가 답했다.

그때, 최 탐사대원의 조명등 불빛이 닿는 곳에서 거대한 아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걸어온 복도보다 훨씬 넓고 웅장했다. 아치형 입구를 지나자, 그들의 눈앞에는 광활한 공간이 펼쳐졌다.

중앙에는 거대한 기둥이 서 있었다. 기둥은 바닥에서 천장까지 뻗어 있었는데, 그 표면에는 알아볼 수 없는 문양들이 복잡하게 새겨져 있었다. 문양들은 어두운 배경 속에서도 희미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마법진 같기도 하고, 회로도 같기도 했다.

“젠장… 여기가 핵심인가?” 리 팀장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박 오퍼레이터, 이 기둥에서 나오는 에너지 파장은?” 김 대위가 다급하게 물었다.

“대위님! 저… 저건! 에너지 파장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기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강도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리고… 다른 이상 신호가 감지됩니다!” 박 오퍼레이터의 목소리는 이제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무슨 신호지?” 최 대원은 반사적으로 조명등을 기둥에 비췄다. 희미한 빛을 뿜던 문양들이 갑자기 강렬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규칙적으로 명멸했다.

바로 그때였다.

퀴이이잉—!

귀를 찢을 듯한 고주파음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우주복 헬멧의 방음 기능마저 무력화시킬 정도로 강력했다. 최 대원은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으며 두 손으로 헬멧을 감쌌다. 기둥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이제 눈이 멀 정도였다.

바닥이 흔들렸다. 진동은 점점 강해지더니, 최 대원의 몸이 휘청거렸다.

“최 대원! 리 팀장! 괜찮나!” 김 대위의 목소리가 가까스로 들려왔다.

“몰라요! 지진이… 지진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리 팀장이 외쳤다. 그의 목소리에도 공포가 서려 있었다.

그 순간, 기둥의 문양들이 일제히 푸른빛으로 폭발하듯 빛나더니, 이내 거대한 에너지 구체를 형성했다. 구체는 점점 커지며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최 탐사대원의 시야에 포착된 것은, 기둥 상단부였다. 지금까지 완벽하게 매끈했던 천장 표면에 미세한 균열이 생겨나고 있었다. 균열은 빠르게 번져나가며, 그 틈새로 무언가 움직이는 듯한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대위님! 천장이… 천장이 갈라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뭔가가 내려옵니다!” 최 대원은 비명처럼 외쳤다.

그의 눈앞에서, 갈라진 천장 틈새로 거대한 금속성 촉수 같은 것이 느릿하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끈적하게 달라붙은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날카로운 첨단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잠자던 거대한 짐승이 드디어 눈을 뜬 것처럼.

퀴이이잉—!

진동이 최고조에 달했다.

통신망이 끊겼다.

정적이 찾아왔다. 끔찍한 정적.

최 대원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촉수가 드리워진 어둠 속에서, 그는 희미하게 번쩍이는 수많은 ‘눈’들을 보았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차갑고 무감각한 눈들이 자신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이곳은 던전이 아니었다.

이곳은… 덫이었다.

그리고 그 덫은, 이제 막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