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잿빛 새벽의 그림자
숨이 턱 막혔다. 이 망가진 도시에서 희귀한, 때로는 맹독성 비를 예고하는 후텁지근한 공기가 폐부를 짓눌렀다. 강진은 눈을 비볐다. 모래알이 박힌 듯 깔깔한 시야 너머로, 찢어진 천 조각과 긁어모은 고철로 겨우 형태를 갖춘 잠자리가 보였다. 한때는 번화했던 백화점의 해골 같은 잔해 깊숙이 자리 잡은 그의 보금자리였다. 햇빛은 언제나처럼 힘없이 흐린 하늘을 뚫으려 애썼고, 내부는 영원한 황혼에 잠겨 있었다.
배 속에서 익숙한 공허한 합창이 울렸다. 꼬르륵. 강진은 그 소리를 무시했다. 왼쪽 무릎을 짓누르는 둔한 통증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번 위기를 넘기며 얻은 훈장이자 골칫덩어리였다. 장비를 점검했다. 낡았지만 튼튼한 부츠, 덕지덕지 기운 바지, 거친 캔버스 재킷은 보온에는 보잘것없었지만 날카로운 파편이나 예상치 못한 접촉으로부터 최소한의 방어막은 되어주었다. 허리춤에는 믿음직한 마체테, ‘고요한 친구’가 묵직하게 매달려 있었다. 칼날은 면도날처럼 날카로웠다. 지난 실패의 기억과 오늘의 막연한 기대를 잔뜩 짊어진 낡은 배낭도 챙겼다.
움직임은 유연했다. 생존자의 본능.
밖으로 나서자, 황폐함의 거대한 스케일이 언제나처럼 그를 덮쳐왔다. 녹슬어 버린 고층 빌딩의 강철 해골들이 하늘을 할퀴었고, 그들의 유리 눈은 오래전에 산산조각 나버렸다. 아래의 거리는 부서진 잔해와 돌처럼 굳어버린 차량, 그리고 모든 틈새를 질식시키듯 뒤덮은 기괴하게 변이된 식물들로 뒤엉킨 아수라장이었다. 이것은 자연이 도시를 되찾는 푸른 회복이 아니었다. 병든, 침략적인 성장, 도시의 시체 위에 피어난 암덩어리 같은 모습이었다. 바람이 불면 썩어가는 냄새와 축축한 흙냄새, 그리고 강진도 알 수 없는 쇠 비린내가 섞여 코를 찔렀다.
오늘은 동쪽이었다. 옛 시립 발전소 방향. 소문에 따르면 ‘잔재물’ – 작동하는 전지나 귀한 부품 – 이 숨겨져 있다고 했다. 허황된 소리일 수도 있었지만, 희망은 귀한 것이었고, 때로는 바보 같은 추구만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그의 부츠가 유리 조각과 콘크리트 위에서 찌푸드득 소리를 냈다. 모든 그림자는 숨어있는 존재 같았고, 모든 바람 소리는 경고처럼 들렸다. 그는 포식자의 유려한 움직임으로 이동했다. 눈은 끊임없이 주변을 훑었고, 귀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반응했다. 갑자기 무너진 버스 쉘터에서 금속성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강진은 얼어붙었다. 손은 본능적으로 마체테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바람 소리가 아니었다.
낮은 으르렁거림이 공기를 진동시켰고, 이어서 금속 위를 긁는 발톱 소리가 들렸다. 그림자 속에서, 한 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개와 비슷했지만 끔찍하게 뒤틀린 모습이었다. 털은 얼룩덜룩하고 지저분하게 엉켜 있었으며, 눈은 섬뜩한 노란색 빛으로 빛났다. 앞발은 길고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발톱이 돋아나 있었다. 마치 맹금류의 발톱 같았다. ‘철견’—흔한 골칫거리였지만, 무리 지어 다니거나 궁지에 몰리면 치명적인 위협이었다. 이놈은 배가 고파 보였다.
강진은 망설이지 않았다. 생존은 영웅심이 아니라 효율성 문제였다. 철견이 달려들었다. 이빨과 발톱이 번뜩이는 으르렁거리는 흐릿한 그림자. 강진은 옆으로 피했고, 마체테는 희미한 빛 속에서 은빛 섬광처럼 번뜩이며 녀석의 노출된 옆구리를 노렸다. 찢어지는 비명, 검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괴물은 비틀거렸고, 곧 더욱 격렬한 분노로 몸을 돌리며 으르렁거림을 목구멍 깊은 곳에서 끌어올렸다. 예상보다 빨랐다. 변이된 몸은 놀랍도록 민첩했다. 녀석이 그의 다리를 물었고, 바지 한 자락이 찢어졌다. 둔한 통증이 날카롭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그는 다시 한 번 힘껏 휘둘렀다. 넓고 강력한 호가 녀석의 머리에 정확히 명중했다. 철견은 쓰러졌고, 한 번 경련하더니 이내 움직임을 멈췄다. 강진은 녀석 위에 서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콧구멍을 채우는 신선한 피 냄새. 다리를 확인했다. 얕은 긁힌 상처였지만, 소독해야 했다. 이 세상에서 감염은 소리 없는 살인자였다.
‘고요한 친구’를 칼집에 넣었다. 손등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저 또 다른 하루였다. 삶이 얼마나 연약한지 다시금 일깨워주는 또 다른 순간이었다. 그는 쓰러진 괴물을 잠시 바라보았다. 갈비뼈가 비정상적으로 튀어나와 있었고, 배는 움푹 꺼져 있었다. 절박했다.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강진은 얻을 수 있는 것을 챙겼다—가늘고 질긴 고기 몇 점은 나중에 충분한 연료를 찾으면 구워 먹을 수 있을 것이고, 발톱 몇 개는 도구나 교역품으로 쓸모 있을 터였다. 버릴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건은 시간을 잡아먹었지만, 더 중요하게는 에너지를 소모시켰다. 그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발전소에 대한 생각에 이제는 묘한 의심이 뒤섞였다. 왜 ‘잔재물’이 아직 남아있는 걸까? 아무도 이곳을 뒤질 생각을 안 한 걸까? 아니면 저 철견보다 훨씬 더 강한 무언가가 지키고 있는 걸까?
녹슨 강철과 갈라진 콘크리트 덩어리로 이루어진 거대한 발전소의 외곽에 도착했다. 이곳의 공기는 더 무겁게 느껴졌고, 기묘하고 거의 전기적인 웅웅거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가 찾던 입구—무너진 벽의 틈새—를 발견했다. 겨우 몸을 비집고 들어가자, 넓고 텅 빈 공간이 나타났다. 기계들은 어둠 속에서 잊혀진 거인들처럼 솟아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보았다. 부품 더미도, 괴물도 아니었다. 웅장한 공간 한가운데, 지붕의 뻥 뚫린 구멍을 통해 희미한 햇빛 한 줄기가 비추는 곳에 금속 받침대가 서 있었다. 그 위에는 희미한 푸른빛을 내며 깜빡이는 장치가 놓여 있었다. 낡았지만, 이 부서진 세상의 현재 기술로는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 데이터 슬레이트 같기도 했다. 그가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푸른빛은 강해졌고, 장치 표면에 일련의 수수께끼 같은 상징들이 번쩍였다. 낮은, 거의 음악적인 웅웅거림과 함께였다. 강진은 망설이는 손을 뻗었다. 갑자기 낯선, 불안한 공포와 함께 흥분이 동시에 밀려왔다. 이 고대 기술은 어떤 비밀을 품고 있을까? 열쇠일까, 아니면 함정일까? 그리고 왜 이 모든 세월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작동하는 것일까?
웅웅거림은 점점 더 커지고, 더 집요해졌다. 그를 가까이 끌어당기는 듯했다. 그는 몸을 숙여 알 수 없는 문자를 해독하려 애썼다. 그때, 부드러운 목소리가, 거의 속삭임처럼, 장치에서 울려 퍼졌다.
“….프로토콜….재개….생존자….확인….”
강진은 얼어붙었다. 심장이 갈비뼈를 격렬하게 두드렸다. 목소리? 이 모든 시간 후에? 그의 눈은 넓은 공간을 훑었다. 그는 혼자인가? 그는 데이터 슬레이트를 움켜쥐었고, 푸른빛이 눈부시게 번쩍이는 순간 받침대에서 그것을 뽑아냈다. 웅웅거림은 최고조에 달하며 낡은 발전소의 기반을 흔들었다. 강진은 눈을 가리며 뒤로 휘청거렸다. 목소리가 이번에는 더 강하게 반복되었다.
“….프로토콜….재개….생존자….확인….시작….생존자….정보….동기화….”
그리고 침묵이 찾아왔다. 그의 손에 들린 장치는 어둡고 차갑게 식었다. 희미한 햇빛 속에서 먼지들이 춤추는 것을 제외하고는, 공간은 고요했다. 강진은 작동을 멈춘 장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텅 빈 받침대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혼자였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단순한 생존자가 아니었다. 그는 고대의, 알 수 없는 존재에 의해 ‘생존자’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게임은, 그 순간, 바뀌었다. 그는 깨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