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차가운 금속의 정적은 심우주의 텅 빈 공간만큼이나 묵직했다. ‘노틸러스’ 호의 함장 강선우는 함장석에 몸을 기댄 채 주 모니터 너머의 암흑을 응시했다. 수억 광년을 넘나드는 광막함 속에 떠있는 그녀의 함선은 먼지 한 톨보다도 작았다. 임무는 명확했다. 미개척 성간 영역의 탐사, 그리고 인류의 활동 반경 확장. 그러나 지난 석 달간, 노틸러스 호는 지루하리만치 무미건조한 데이터만을 수집해왔을 뿐이었다.

“지훈, 현재 위치 및 탐사 데이터 보고해.”

선우의 목소리는 미세한 피로감을 머금고 있었다. 과학 담당 최지훈은 메인 콘솔 스크린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춤추듯 오갔지만, 그 속도와는 별개로 그의 표정은 경직되어 있었다.

“함장님… 이상합니다.” 지훈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올라갔다. “방금 전 장거리 스캔에서… 미지의 에너지 반응이 포착되었습니다.”

기술 담당 박정태가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의 눈꼬리가 살짝 찌푸려졌다. “미지? 또 망가진 센서 말입니까? 지난번엔 혜성 잔해를 오버로드 감마선으로 오인했잖습니까.”

“아닙니다, 정태 씨. 이건… 제가 아는 어떤 에너지 패턴과도 달라요.” 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스크린에 고정되어 있었다. “규칙성이 없으면서도, 동시에 완벽한 비규칙성을 띠고 있습니다. 비선형적이고… 심지어는 존재하지 않아야 할 주파수 대역에서 감지됩니다.”

선우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존재하지 않아야 할 주파수라니?”

“네. 이론상으로는 불가능한 수치입니다. 마치… 차원의 틈새에서 새어 나오는 신호 같아요. 위치는… 저희로부터 대략 22만 킬로미터 지점입니다. 공전 궤도가 없는 고정된 지점에서요.”

선우는 모니터를 확대했다.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이미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끝없는 어둠뿐이었다. “시각적 관측은 안 되는 건가?”

“네. 전자기 스펙트럼의 모든 대역에서 관측 불능입니다. 심지어 블랙홀 근처에서도 이런 완벽한 시각적 부재는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에너지 반응은…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심우주에서 고정된 미지의 에너지원. 그리고 시각적 관측이 불가능하다는 점. 선우의 직감이 경고음을 울렸다. 하지만 과학자로서의 호기심이 그 경고음을 덮어버렸다. 인류가 이만큼 멀리까지 온 이유가 바로 미지의 존재를 탐사하기 위함이 아니던가.

“탐사 소형선 준비해. 지훈, 너도 같이 가. 정태, 비상 상황 시 즉각 회수할 수 있도록 노틸러스 호의 위치를 최적화해.”

“함장님! 위험합니다.” 정태가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도대체 뭘 발견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직접 가는 건…”

“우리가 여기까지 온 이유를 잊었나, 정태? 미지의 개척이 우리의 임무다. 그리고 그 미지의 것이 먼저 다가오는 경우는 드물어.” 선우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모든 안전 프로토콜을 준수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전원 무장한다.”

***

탐사 소형선 ‘헤르메스’ 호가 노틸러스 호의 격납고를 빠져나와 암흑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조종석에는 정태가 앉았고, 뒤편에는 선우와 지훈이 탐사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소형선의 내부를 채우는 것은 오직 장비들의 미세한 작동음과 세 명의 숨소리뿐이었다.

“정태, 속도는?” 선우가 물었다.

“최저 속도 유지 중입니다. 충돌 방지 시스템은 계속해서 작동 중이지만…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감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태의 목소리에는 미묘한 불안감이 섞여 있었다. “분명 에너지원은 있다고 하는데, 제 스캔에는 그냥 텅 비어 있습니다.”

지훈이 휴대용 탐지기를 응시했다. 그의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패여 있었다. “함장님, 감지 범위가 좁아질수록 신호는 더욱 강력해집니다. 이게 물질화된 존재라면… 상당한 크기일 겁니다.”

선우는 안전벨트를 고쳐 맸다. 헤르메스 호의 창밖은 여전히 완벽한 암흑이었다. 22만 킬로미터가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십여 분이 더 흘렀을 때였다.

“정태, 멈춰!” 지훈이 갑작스럽게 소리쳤다.

헤르메스 호가 급정거했다. 관성으로 몸이 앞으로 쏠렸다가 다시 뒤로 젖혀졌다. 선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창밖은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지훈, 무슨 일이야?”

“여기입니다, 함장님. 바로 코앞이에요. 탐지기가… 미친 듯이 반응하고 있습니다.” 지훈은 손에 든 탐지기를 보여주었다. 액정 화면의 수치가 위험할 정도로 치솟아 빨간색으로 점멸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 보여…” 정태가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선우의 뇌리를 스치는 듯한, 으스스한 차가움이 느껴졌다. 단순히 온도가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근원을 흔드는 듯한 서늘함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그녀의 영혼에 얼음 조각을 댄 것 같은.

“이게… 감각적으로 느껴지는군요.” 지훈의 목소리도 떨렸다. “미세한 중력 왜곡도 감지됩니다. 이 공간 자체가… 뒤틀리고 있어요.”

선우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손을 뻗어 창밖의 암흑을 향했다. 그 손가락 끝에 닿을 듯 말 듯한, 끈적하고 압도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그곳에 존재했다.

“정태, 조심스럽게 전조등을 켜봐. 최저 출력으로.” 선우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낮았다.

정태가 전조등을 조작했다. 헤르메스 호의 강력한 탐조등이 어둠을 찢고 나아갔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비추지 못했다. 마치 빛 자체가 그 너머의 존재에게 흡수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완벽한 검은 어둠 속에서, 아주 미세하게,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완벽한 구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검은 표면은 빛을 흡수하는 듯했으며, 시선을 잡아먹는 듯한 기이한 위압감을 풍겼다. 어떠한 각도에서 보아도 왜곡되어 보이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악몽이 덩어리가 된 듯한 존재였다. 표면에는 아무런 문양도, 연결 부위도 없었다. 그저 절대적인 검은 침묵만이 있었다. 그러나 그 침묵은 역설적으로 가장 시끄러운 외침처럼 느껴졌다. 모든 빛과 소리를 삼켜버리는, 거대한 침묵의 근원.

“세상에…” 정태가 넋을 잃은 듯 중얼거렸다.

그것은 단순히 거대한 물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실체화된 불가능* 그 자체였다. 인간의 시각으로는 인식될 수 없는 존재였지만, 빛의 에너지를 끝없이 흡수하며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비현실적으로 매끄러운 그 표면은, 우주의 가장 깊은 곳에서 온 듯한, 태고의 오만함을 내뿜고 있었다.

선우는 헤르메스 호의 센서 패널을 확인했다. 모든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치솟고 있었다. 온도, 압력, 전자기장, 심지어는 미세한 시공간의 왜곡까지.

“지훈, 혹시 어떤 재질인지 분석 가능할까?” 선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지훈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탐사 장비를 조작했다. “불가능합니다, 함장님. 제가 가진 어떤 데이터베이스에도… 이런 물질에 대한 정보는 없어요. 이건… 이건 그냥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입니다.”

그때, 헤르메스 호의 내부 조명이 미세하게 깜빡거렸다. 마치 존재 자체가 배의 시스템에 부하를 주는 것처럼. 희미하지만 분명하게, 그 검은 구체에서 낮은 주파수의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귀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뼈를 통해 울리는 듯한 불쾌한 진동이었다.

“정태, 배를 뒤로 빼!” 선우가 다급하게 명령했다. “안 되겠어. 이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하지만 이미 늦었다.

지훈의 눈이 번뜩였다. 그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창밖의 검은 구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선우가 그를 제지하기도 전에, 그의 손가락 끝이 헤르메스 호의 창문에 거의 닿을락 말락 하는 순간, 그의 눈동자가 형언할 수 없는 공포와 광적인 지식으로 물들며 확장되었다.

그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중얼거렸다.

“그것은… 그것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어….”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헤르메스 호 전체에 뼈를 깎는 듯한 기이한 울림이 터져 나왔다. 검은 구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그 파장은, 금속 선체를 뒤틀고 조명등을 폭파시켰다. 헤르메스 호의 모든 시스템이 경고음을 울리며 고장 나기 시작했다.

선우의 눈앞에서, 검은 구체의 표면에 무수히 많은, 눈알 같은 형체들이 일제히 깜빡이는 환영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귀가 아닌, 그녀의 정신 속에서 울려 퍼지는, 수억 년 동안 잠들어 있던 존재의 차갑고, 고요하며,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속삭임을.

_나는… 깨어났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