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밤의 장막이 내린 구룡 슬럼은 언제나처럼 수많은 그림자를 잉태하고 있었다. 낡은 철골 구조물들이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좁은 골목길 사이로, 눅진한 공기가 숨통을 조여왔다. 도시 저 멀리, 제국의 심장부에 박힌 수정탑들이 창백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지만, 이곳은 그 빛조차 제대로 닿지 않는 어둠의 왕국이었다.

강민은 무너져 내린 벽돌 잔해 위에 쪼그려 앉아 한숨을 쉬었다.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지만, 이미 익숙한 감각이었다. 그의 옆에 선 서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상황은?”

강민은 고개를 들어 서연을 바라보았다. 서연은 닳고 닳은 가죽 재킷을 입고 있었지만, 그 안에 숨겨진 단단한 어깨와 예리한 눈빛은 언제나처럼 변함없었다. 그녀는 이 부패한 제국의 심장부에서 민초들의 숨통을 틔우려 애쓰는 반란의 불꽃이었다.

“예정대로 감시망을 뚫고 들어왔습니다. 놈들이 새로 설치한 마도 감시구슬은 총 여섯 개. 가장 큰 문제는 공장 단지 외곽에 주둔한 제국 기사단 병력입니다.”

강민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긴장감이 섞여 있었다. 제국 기사단은 단순한 병사가 아니었다. 그들은 제국의 마법 공학 기술로 무장한, 걸어 다니는 요새였다.

“놈들이 이렇게 빨리 움직일 줄이야.” 서연이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이번 작전의 핵심은 신속성이다. 기사단이 전열을 갖추기 전에 감시망을 무력화해야 해. 강민, 너는 가장 먼저 중앙 제어부를 노려라. 나머지 조는 각 감시구슬을 개별적으로 처리한다.”

“알겠습니다, 누나.”

강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폐허 깊숙한 곳을 응시했다. 그곳에는 한때 슬럼 주민들의 일자리를 책임지던 거대한 방직 공장이 있었다. 이제는 제국군이 점령하여 이 일대의 감시를 총괄하는 전초기지로 탈바꿈한 곳이었다. 거대한 굴뚝은 더 이상 연기를 뿜지 않았지만, 대신 알 수 없는 마력의 파장을 내뿜는 거대한 안테나가 그 위에 우뚝 서 있었다.

서연이 강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늘 하던 대로 해. 네 그림자는 놈들의 마법 공학으로도 탐지할 수 없으니까.”

그녀의 말에 강민은 희미하게 웃었다. 제국은 모든 것을 감시하고 통제하려 들었지만, 그들의 기술조차 완벽하지는 않았다. 강민에게는 어둠 속으로 녹아드는 기묘한 재능이 있었다. 마법적인 능력이라기보다는, 타고난 감각과 슬럼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본능적인 기술에 가까웠다.

“출발하겠습니다.”

강민은 몸을 낮추고 그림자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을 타고 넘고, 폐건물의 깨진 창문 사이를 유령처럼 지나쳤다. 제국 기사단의 순찰병들이 주기적으로 움직이는 동선을 파악하고,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경로를 본능적으로 찾아냈다. 그의 발소리는 먼지 쌓인 바닥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방직 공장 외벽에 도달했다. 웅장했던 공장의 정문은 이제 거대한 철문으로 굳게 잠겨 있었고, 그 옆에는 마력으로 강화된 경비병 두 명이 삼엄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들의 갑옷에서는 푸른색 전류가 희미하게 흘렀다.

강민은 숨을 죽였다. 공장 외벽을 따라 올라가는 건 무리가 아니었지만, 문제는 외벽 곳곳에 박혀 있는 마력 감지 센서였다. 제국은 이런 디테일에 집착했다.

그는 잠시 망설였다. 이때, 저편에서 짧은 섬광이 번쩍였다. 서연 조가 움직이기 시작한 신호였다. 동시에, 공장 안쪽에서 짧은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경비병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는 찰나, 강민은 몸을 날렸다.

거친 벽돌을 움켜쥐고 단숨에 몸을 끌어올렸다. 센서가 반응하기 직전, 그는 이미 다음 발판에 도달해 있었다. 숙련된 고양이처럼, 그는 외벽을 타고 공장 내부로 진입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창문까지 기어 올라갔다.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낡고 부식되어 있었다. 강민은 품속에서 미리 준비해 온 얇은 강철 조각을 꺼내 창틀 틈새에 박아 넣고 비틀었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잠금장치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안으로 들어선 강민의 눈에 거대한 공장 내부가 들어왔다. 거대한 기계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던 곳은 이제 제국의 감시 장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중앙에는 여러 개의 감시구슬에서 송출되는 마력 파동을 한곳으로 모으는 듯한 거대한 마력 증폭기가 붉은빛을 내뿜고 있었다. 저것이 핵심이었다.

증폭기 주변에는 제국 소속의 마도공학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허리에 마력 권총을 차고 있었지만, 싸움에 익숙한 자들은 아니었다. 강민은 그림자 속에서 그들의 동선을 파악했다.

발각되지 않기 위해 숨을 죽인 채 증폭기로 향하는 동안, 바깥에서는 격렬한 총성과 마법 폭발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서연 조가 다른 감시구슬들을 무력화하는 과정에서 제국군과 교전이 시작된 모양이었다.

“젠장… 너무 빨랐나.”

강민은 초조해졌다. 그의 시간은 촉박했다. 그는 빠르게 중앙 증폭기로 향했다. 마침 한 공학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는 재빨리 접근하여 허리춤에 차고 있던 작은 만능 해킹 장치를 증폭기의 제어부에 연결했다.

장치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였다. 제국의 마력 회로를 역설계하여 교란시키는 데 특화된 장치였다. 몇 초의 시간이 흐르고, 증폭기에서 뿜어져 나오던 붉은빛이 불안정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누구냐?!”

뒤에서 섬뜩한 목소리가 들렸다. 강민은 본능적으로 몸을 돌렸다. 한 마도공학자가 자신을 향해 마력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권총에서 푸른색 마력 탄환이 발사되었다. 강민은 간발의 차이로 몸을 피했다. 탄환은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가 벽에 박히며 폭발했다.

“침입자다! 경보!”

공학자가 고함을 지르자, 다른 공학자들이 혼비백산하여 마력 권총을 꺼내 들었다. 강민은 망설일 틈도 없이 품속에서 작은 투척용 섬광탄을 꺼내 던졌다.

섬광탄은 중앙 증폭기 옆에 떨어져 폭발했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강렬한 빛이 공장 내부를 뒤덮었다. 공학자들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혼란을 틈타, 강민은 다시 중앙 증폭기로 달려갔다. 해킹 장치의 불빛이 초록색으로 변했다. 성공!

그 순간, 증폭기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붉은빛이 꺼지고, 검은 연기가 솟아올랐다. 이윽고 엄청난 굉음과 함께 증폭기가 폭발했다.

콰앙!

강민은 폭발의 충격파에 몸이 날아갔다. 간신히 벽에 부딪히며 착지했지만, 온몸이 쑤셨다. 귀에서는 이명이 울리고, 코끝에는 화약 냄새가 진동했다.

그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목표는 달성했다. 이제는 탈출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공장 내부는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고, 밖에서는 제국 기사단의 거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강민은 욕설을 내뱉으며 탈출구를 찾아 헤맸다. 그는 자신이 들어왔던 창문을 향해 달렸지만, 이미 그곳에는 기사단 병력들이 집결하고 있었다.

“움직이지 마라, 침입자!”

갑옷을 입은 기사단 병사 하나가 마력 검을 강민에게 겨눴다. 그의 눈에서는 살기가 번뜩였다. 강민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방이 막혀 있었다.

그때, 갑자기 공장 천장의 일부가 거대한 굉음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먼지와 잔해가 쏟아지는 사이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민! 이쪽이야!”

서연이었다. 그녀는 무너진 천장 틈새로 몸을 드러낸 채, 강민을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그녀의 뒤로는 다른 반란군 동지들의 모습도 보였다.

“누나!”

강민은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무너진 잔해들을 밟고 뛰어올랐다. 기사단 병사들이 마력 화살을 발사했지만, 서연과 동지들이 엄호 사격을 해주며 그들을 막아섰다.

가까스로 천장 위로 몸을 끌어올린 강민은 서연의 손에 이끌려 달리기 시작했다. 공장 아래에서는 기사단 병사들의 고함과 마력 폭발음이 귓가를 때렸지만, 이제는 그들의 것이 아닌 다른 소리였다.

그들은 슬럼의 복잡한 지붕들을 가로지르며 달렸다. 뒤에서는 제국군 비행정의 엔진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제국 비행정이다! 이쪽으로 오고 있어!”

한 동지가 소리쳤다. 강민은 뒤를 돌아보았다. 밤하늘을 가르는 거대한 비행정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들의 마력 탐지망에 이미 걸린 것이었다.

“젠장! 이렇게까지 따라올 줄이야!” 서연이 이를 갈았다. “모두 흩어져! 구룡 슬럼의 미로 속으로 사라져야 해!”

그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강민은 서연과 함께 가장 어두운 골목길로 뛰어들었다. 비행정의 탐조등이 그들이 지나온 지붕들을 샅샅이 훑고 있었다.

강민은 뛰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제국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작전은 성공했지만, 동시에 제국의 분노를 자극했다.

“누나… 다음은 어떻게 하죠?” 강민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서연은 잠시 멈춰 서서 밤하늘을 응시했다. 그녀의 눈빛은 비장했지만, 동시에 꺼지지 않는 희망의 불꽃을 담고 있었다.

“놈들이 감시망을 다시 깔기 전에, 더 큰 걸 보여줘야지.”

그녀의 목소리에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제국에 맞서는 평민들의 반란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강민은, 그 반란의 어둠 속을 헤치고 나아갈 한 조각 그림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