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텅 빈 공간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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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김현우의 원룸 아파트, 오후]**
**#1. (패널: 지저분한 원룸. 침대 위에는 어질러진 옷가지, 책상 위에는 배달 음식 용기들이 쌓여있다. 그 한가운데, 낡은 소파에 푹 파묻힌 채 스마트폰 게임에 열중하는 김현우의 모습. 잠옷 차림에 부스스한 머리, 늘 피곤한 얼굴이다.)**
**현우 (내레이션)**:
이게 내 현실이다. 한때는 ‘각성자’니, ‘인류의 희망’이니 불리던 김현우. 지금은… 그냥 월세 독촉이나 받는 백수. 던전은 씨가 마르고, 그나마 남은 건 다 대기업 길드 차지. 나 같은 찌꺼기는 이런 시시껄렁한 게임이나 붙들고 살아야지, 뭐.
**#2. (패널: 현우의 스마트폰 화면. 게임 오버 문구와 함께 ‘FAIL’ 스탬프가 찍힌다. 현우는 한숨을 푹 쉬며 폰을 소파에 던진다.)**
**현우**:
젠장, 또 실패냐.
**#3. (패널: 테이블 위에 놓인 현우의 또 다른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울린다. 발신자는 ‘박지혜’. 현우는 귀찮은 듯 한참을 바라보다가 겨우 손을 뻗어 받는다.)**
**현우**:
(하품하며) 여보세요.
**지혜 (목소리, 다급하게)**:
야! 김현우! 지금 몇 시인 줄 알아? 이 중요한 시기에 너 아직도 자고 있었냐?
**현우**:
(피곤한 목소리로) 아, 지혜냐. 중요한 시기는 무슨. 일거리 없어서 굶어 죽기 직전인데. 너라도 제발 쓸데없는 전화 좀 하지 마라.
**지혜 (목소리)**:
쓸데없는 전화는! 지금 급한 일 생겼다고! 당장 준비하고 내가 보낸 주소로 와!
**#4. (패널: 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폰을 귀에서 살짝 떼고 액정을 확인한다. 주소와 함께 ‘긴급’ 표시가 뜬 메시지가 와 있다.)**
**현우**:
(투덜거리며) 또 이상한 허드렛일 아니냐? 저번엔 지하 주차장에 나타난 변종 쥐떼 잡는 거였고, 그 전엔…
**지혜 (목소리, 단호하게)**:
이번엔 아니야. 현우, 이건 ‘진짜’라고. 뭔가 심상치 않아. 길드에서도 쉬쉬하는 모양새인데… 일단 와봐야 할 거야. 네 감이 필요해.
**현우**:
(한숨) 내 감… 그거 벌써 녹슬어서 무쓸모 된 지 오래거든.
**지혜 (목소리)**:
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리 와! 대금은 넉넉히 쳐줄게!
**#5. (패널: 현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결국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선다. 그의 등 뒤로 침대 위의 옷가지들과 쌓인 쓰레기들이 어둡게 그림자를 드리운다.)**
**현우**:
(작게) 돈… 그거면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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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지하철 안, 오후 늦게]**
**#6. (패널: 붐비는 지하철 안.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서서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현우. 낡았지만 활동하기 편해 보이는 점퍼 차림이다. 그의 눈빛에는 지루함과 약간의 기대감이 공존한다.)**
**현우 (내레이션)**:
젠장. 또 이런 식이지. 평화로운 일상이 지겨워질 때쯤, 기가 막히게 일이 터진다. 나는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데 익숙해져 버렸다. ‘던전’이 사라진 세상에서, 우리는 이제 ‘미궁’을 찾아 헤매는 신세가 된 건가.
아니, 사실은 그냥 돈 때문에 움직이는 거야.
**#7. (패널: 지하철 창문 너머로 고층 빌딩 숲이 스쳐 지나간다. 석양이 건물의 유리창에 반사되어 번쩍인다. 그 속에서 어딘가 이질적인, 거대한 아파트 단지의 실루엣이 보인다.)**
**현우 (내레이션)**:
이번엔 아파트라니. 그래, 도시에 스며든 미궁… 나름 운치 있네.
…젠장, 그런 거 필요 없고 그냥 깔끔하게 돈이나 받고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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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3: 아파트 단지 입구, 저녁]**
**#8. (패널: 삐까번쩍한 고층 아파트 단지 입구. 주변은 깔끔하고 현대적이지만, 어딘가 인적이 드물고 차분한 분위기가 감돈다. 입구에서 현우를 기다리고 있는 박지혜. 정장 차림에 단정한 모습이지만, 표정에는 약간의 초조함이 엿보인다.)**
**지혜**:
(현우를 보자마자 손을 흔들며) 현우! 여기!
**#9. (패널: 현우가 지혜에게 다가간다. 지혜는 현우의 옷차림을 위아래로 훑어본다.)**
**지혜**:
너, 복장이 그게 뭐냐? 진짜 성의 없네. 여기가 무슨 동네 마실인 줄 알아?
**현우**:
(어깨를 으쓱하며) 어차피 전투복인데 뭐. 누가 날 패션쇼 보러 불렀냐?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인데? 길드에서 쉬쉬할 정도면 꽤 큰 건인가 본데.
**지혜**:
(한숨을 쉬며 현우를 아파트 입구로 이끈다) 꽤나 유명한 아파트 단지야. 몇 달 전부터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 특정 동, 특정 라인에서… 기괴한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10. (패널: 두 사람이 아파트 로비로 들어선다. 로비는 화려하지만 텅 비어있고, 은은한 조명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왠지 모를 으스스함이 느껴진다.)**
**지혜**:
처음엔 가구 움직이는 소리, 문 저절로 열리는 정도였대. 근데 점점 심해져서… 물건이 날아다니고,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들리고. 급기야 사람이 직접적으로 공격당하는 지경까지 갔어. 그래서 그 호수 주민들은 전부 이사 갔고, 주변 호수 주민들도 불안에 떨고 있지.
**현우**:
(눈을 가늘게 뜨며 주변을 둘러본다) 그 정도면 길드에서 진작에 처리했을 텐데. 왜 이렇게 미적거려?
**지혜**:
그게… 좀 복잡해. 길드 최고위층에서 직접 손대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어. 원인을 알 수 없고,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보고가 있었다나 봐. 그러면서도 대외적으로는 단순한 가스 누출 문제로 인한 임시 대피라고 발표했지.
**#11. (패널: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두 사람. 지혜가 목적층 버튼을 누르자, 현우는 눈을 감고 미묘한 기운을 감지하려는 듯 집중한다.)**
**현우**:
(작게) 흐음… 단순한 ‘잔류 사념’은 아닌 것 같군. 뭔가… 덩어리가 느껴져.
**지혜**:
(현우를 흘긋 보며) 역시 네가 오길 잘했어. 일반 각성자들은 접근하기만 해도 두통을 호소했대. 심지어 길드 정예팀 몇 명은 트라우마에 시달려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12. (패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텅 빈 복도가 나타난다. 다른 층과 달리 이 층만 조명이 흐릿하고, 왠지 모르게 싸늘한 기운이 감돈다. 복도 끝, 문제의 호수 문이 어둠 속에 잠겨 있다.)**
**현우**:
(걸음을 옮기며) 그래서? 내가 처리하면 대금이 다른 팀의 두 배 이상이라는 거지?
**지혜**:
(피식 웃으며) 세 배. 잘만 해결하면 네 빚 정도는 청산할 수 있을 걸? 자, 여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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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4: 문제의 아파트 내부, 저녁]**
**#13. (패널: 문제의 호수 현관문이 열리고, 텅 빈 거실이 드러난다. 가구는 하나도 없고, 바닥에는 먼지조차 없이 깨끗하다. 그러나 시야에 보이는 것과 다르게, 현우는 문을 들어서자마자 미묘한 이질감을 느낀다. 공기가 차갑고 무겁다.)**
**현우 (내레이션)**:
이곳은… 죽어있는 공간 같으면서도, 동시에 뭔가가 살아 숨 쉬는 기분이다. 아니, 숨 쉬는 것을 가장하는 뭔가가 존재한다.
**#14. (패널: 현우가 천천히 거실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지혜는 현관문 앞에서 멈춰 서서, 손에 들린 휴대용 기기로 뭔가를 측정하고 있다. 기기의 액정에는 알 수 없는 그래프가 요동치고 있다.)**
**지혜**:
(기기를 보며) 음… 역시. 에너지 수치 이상. 그리고… 미세한 영파 반응이 감지돼. 이건 단순한 ‘현상’이 아니야. 누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공간 같아.
**현우**:
(주변을 둘러보며) 의도적… 이라. (피식) 인간의 악의가 만들어낸 던전이라는 건가?
**#15. (패널: 현우가 거실 중앙에 서자, 갑자기 창문이 ‘덜컹’하고 흔들린다. 바깥에는 바람 한 점 없는데도 불구하고. 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창문을 바라본다.)**
**현우**:
(나직이) 오우, 환영인사 꽤 거친데.
**#16. (패널: 현우가 고개를 돌려 주방 쪽을 본다. 주방 한가운데, 바닥에 놓여 있던 작은 플라스틱 물컵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아주 미세하게 회전한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천천히 돌려지는 것처럼.)**
**지혜**:
(기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방금 뭐 봤어? 내 센서에도 미세한 움직임이 감지됐는데.
**현우**:
(비죽이 웃으며) 재주 부리는군. 아직 숨바꼭질이 하고 싶은가 봐.
**#17. (패널: 현우가 물컵 쪽으로 한 걸음 내딛자, 갑자기 싱크대 위에 놓여 있던 숟가락과 포크가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어서 냉장고 문이 ‘덜컹!’하며 크게 흔들리고, 안에서 뭔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현우**: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이 정도면 꽤나 강력한데?
**지혜**:
(표정이 굳어지며) 생각보다 강해. 현우, 조심해. 단순히 물건만 움직이는 게 아니었어. 이전 보고서에는… 사람을 밀치거나, 심지어 멱살을 잡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고 했어.
**#18. (패널: 현우가 거침없이 주방 안으로 들어간다. 그의 눈동자에 푸른빛이 희미하게 감돌기 시작한다. 주변의 ‘기’ 흐름을 감지하는 현우의 능력이다.)**
**현우**:
(중얼거린다) 확실히… 응축된 힘의 덩어리야. 그냥 잔류 사념은 아냐. 이건 ‘의지’를 가지고 있어.
**#19. (패널: 현우가 냉장고 문 앞에 서자, 냉장고 문이 ‘덜컥, 덜컥’ 소리를 내며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마치 안에서 누군가 문을 부수고 나오려는 것처럼.)**
**현우**:
(냉장고 문을 향해 씩 웃는다) 숨어 있지 말고 나와 봐. 난 싸구려 도망자는 안 잡거든.
**#20. (패널: 그 순간, 냉장고 문이 ‘쾅!!!’ 하는 폭발적인 소리와 함께 안쪽으로 움푹 파인다. 그리고 동시에 현우의 등 뒤, 거실 쪽에서 ‘콰아아앙!!!’ 하는 굉음이 들린다.)**
**현우**: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본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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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5: 현상 심화, 저녁]**
**#21. (패널: 현우가 돌아본 거실의 모습. 멀쩡했던 TV 장식장이 마치 거대한 망치에라도 얻어맞은 듯 산산조각 나 있고, 그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다. 지혜는 현관문 앞에서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기기를 놓칠 듯 움켜쥐고 있다.)**
**지혜**:
(잔뜩 겁에 질린 목소리로) 현우! 이게 대체…!
**#22. (패널: 산산조각 난 장식장 파편들 사이에서, 작은 구슬 하나가 ‘떼구르르’ 굴러 나와 현우의 발치에 멈춘다. 단순한 유리 구슬처럼 보이지만, 안에서 불길하게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듯하다.)**
**현우**:
(구슬을 내려다보며) 이런… 단순한 폴터가이스트가 아니군. 이건… ‘영매’의 흔적이야.
**#23. (패널: 현우가 구슬에 손을 뻗으려는 순간, 거실 천장에 매달려 있던 샹들리에가 ‘끼이이익…’ 하는 섬뜩한 소리를 내며 격렬하게 흔들린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위태롭다.)**
**현우**:
(손을 멈추고 샹들리에를 올려다본다) 이 자식, 아주 대놓고 경고하는군.
**#24. (패널: 샹들리에에서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전구가 하나씩 터져 나가며 스파크가 튄다. 방 안은 순식간에 어두워지고, 샹들리에는 더욱 격렬하게 흔들리더니, 결국 ‘콰자자자작!!!’ 하는 끔찍한 파열음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진다.)**
**현우**:
(빛이 터져 나가는 순간, 몸을 날려 샹들리에 파편을 피한다. 그의 눈은 완전히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다.)
**지혜**:
(어둠 속에서 비명을 지른다) 꺄악! 현우! 괜찮아?!
**#25. (패널: 암흑 속에 잠긴 아파트. 깨진 샹들리에 파편들이 바닥에 뒹굴고, 현우는 몸을 웅크린 채 그 한가운데 서 있다. 어둠 속에서 들리는 건 지혜의 가쁜 숨소리와, 벽을 긁는 듯한 섬뜩한 ‘드르륵… 드르륵…’ 소리뿐.)**
**현우**:
(낮고 굵은 목소리로) 괜찮아. (고개를 들어 어둠 속을 노려본다) 이제부터가 진짜 쇼타임이지.
**#26. (패널: ‘드르륵… 드르륵…’ 소리가 복도 쪽에서 들려온다. 현우는 그쪽으로 시선을 고정한다. 어둠 속에서,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벽을 긁으며 다가오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현우 (내레이션)**:
이건 그냥 화난 영혼이 아니야. 뭔가… 더 큰 그림이 있어.
**#27. (패널: 복도 끝, 닫혀 있던 방문이 ‘스르륵…’ 하고 천천히 열린다. 방문 너머는 칠흑 같은 어둠이고, 그 안에서 희미하게, 사람의 형체를 띤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이 보인다.)**
**그림자 (대사, 음산하고 왜곡된 목소리로)**:
…오지 마…
**현우**:
(피식 웃으며) 싫은데?
**#28. (패널: 현우가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 그림자를 향해 다가간다. 그의 온몸에서 푸른 기운이 피어오르며 어둠 속을 밝힌다. 그림자의 왜곡된 형체는 더욱 선명해지며, 마치 심연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듯 움직인다.)**
**현우 (내레이션)**:
아무리 완벽하게 꾸며진 현대 아파트라고 해도, 결국 인간의 가장 깊은 욕망과 절망이 뒤섞인 곳은 또 다른 ‘던전’이 된다. 그리고 나는, 그 던전을 탐험하는 헌터다.
**#29. (패널: 현우가 그림자로 가득 찬 방문 앞에 선다. 그의 푸른 눈빛이 어둠 속을 꿰뚫으려는 듯 번뜩인다. 문 안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듯한 기운이 느껴진다.)**
**현우**:
(낮은 목소리로) 나와. 어차피 끝까지 숨을 수 없을 테니.
**#30. (패널: 그 순간, 방문이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안에서 잠긴다. 그리고 이어서, 방문 전체가 ‘우지끈, 우지끈!’ 하는 끔찍한 소리를 내며 안쪽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이 부딪히는 충격으로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나무가 찢어지고, 문틀이 비틀린다. 문틈 사이로 검은 액체가 스며 나오는 듯한 섬뜩한 모습.)**
**지혜**:
(경악한 비명) 현우!!!!
**#31. (패널: 일그러지는 방문 너머에서, 사람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짐승의 비명 같기도 한 기괴하고 처절한 소리가 들려온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파트 전체가 그 소리에 맞춰 진동하는 듯하다. 현우는 눈을 감고 그 소리의 근원을 파악하려는 듯 집중한다.)**
**현우 (내레이션)**:
이건… 단순히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아니었어.
이 아파트는…
숨겨진 미궁의 입구였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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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