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자, 다음 대국자 입장! 빙하문의 백무영 소협과… 으음, 어… 강하리 소저입니다!”

장내를 가득 채운 함성과 웅성거림은 사회자의 다소 긴장된 목소리에 잠시 정지하는 듯했다. 무대를 감싼 거대한 원형 경기장의 돌계단은 이미 발 디딜 틈 없이 구름처럼 몰려든 사람들로 가득했다. 천하제일 무도회의 준결승, 결승을 앞둔 마지막 관문! 온 무림의 이목이 집중된 대결이었다.

그 정중앙,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홀로 서 있는 강하리는 우뚝 솟은 경기장 벽을 올려다보았다. 저 꼭대기에는 온갖 문파의 장문인들과 고수들이 삼엄한 표정으로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으리라. 그리고 그 시선들 아래, 지금 이 순간에도 수십 억 개의 눈동자가 이 승부에 걸린 천하의 운명에 침을 꿀꺽 삼키고 있을 것이다.

“흐읍….”

하리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운명은 개뿔. 그냥 빨리 끝내고 집에 가서 어제 먹다 남긴 양념치킨이나 마저 먹고 싶을 뿐이었다. 이놈의 대회, 억지로 끌려 나오지만 않았어도… 아니, 대체 왜 자기 같은 평범한 사람이 이 무림 고수들 판에 끼어있는 건지 아직도 미스터리였다. 어쩌다 보니 이겼고,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마른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그녀의 시선이 반대편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그림자 같은 인물에게 닿았다.
백무영.
빙하문의 차기 문주이자, 현존하는 무림 최고수 중 한 명. 서릿발처럼 차가운 외모와 절도 있는 움직임, 그리고 빈틈없는 기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경외심을 느끼게 했다. 그의 검술은 한겨울 얼음 폭풍과 같아서, 스쳐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살을 에는 듯한 고통을 선사한다고 했다. 이번 대회 내내 단 한 번도 상대를 쓰러뜨리는 데 두 합 이상을 쓰지 않은 전설적인 존재.

강하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 나도 집에 가면 저런 사람이 현관에서 마중 나와줬으면 좋겠다… 쿨럭.’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저 사람은 재앙이라고!

백무영은 하리의 눈앞까지 걸어와 냉기 서린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했다. 은빛 머리카락이 바람 한 점 없는 실내에서 찰랑이는 모습은 마치 그림 속 신선 같았다. 그의 등 뒤로 보이는 거대한 얼음 조각 같은 기운은 하리의 심장을 더욱 옥죄는 듯했다.

“강하리 소저.”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마치 얼음 동굴에서 울려 퍼지는 메아리 같았다.
“천하의 운명이 달린 승부입니다. 부디, 전력을 다해 주십시오.”

하리는 그 말에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아니, 내가 전력을 다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 애초에 나는 전력이라는 걸 내 본 적이 없는데요?!’
사실, 그녀의 무공은 좀… 기묘했다. 할아버지에게 어깨너머로 배운 괴상한 몸놀림이 전부였는데, 이게 어쩌다 보니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바람에 그녀는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이다. 본인은 그냥 빨리 끝나고 평화롭게 살고 싶을 뿐인데, 자꾸 사람들이 ‘오오, 고수!’ 하면서 부추기고 난리다.

“저기…”
하리가 손을 들었다.
“저는 사실 싸움이 싫은데요… 혹시 그냥 제가 기권하면 안 될까요? 그럼 백 소협께서 우승하시고, 천하의 운명도 백 소협에게 맡겨질 테니 모두가 해피엔딩 아닐까요?”

장내에 웅성거림이 더욱 커졌다. 사회자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마이크를 고쳐 잡았고, 고수들이 모인 상석에서는 몇몇 장문인들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특히 무림맹주가 눈썹을 치켜떴다.

백무영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의 차가운 시선이 더욱 깊어졌다.
“소저,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이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일입니다.”
그는 허리춤에 찬 검에 손을 올렸다. 푸른빛이 감도는 검집에서 서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아오, 저 진지한 분위기 어떡할 거야!’
하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니, 농담이 아니라 진짜…! 으아, 됐어요! 됐어! 그냥 빨리 끝내요!”
그녀는 두 손을 휘저으며 발을 쿵쿵 굴렀다.
“어차피 제가 이겨도 제가 그 엄청난 거 뭐시기를 관리할 줄도 모르고! 천하의 운명도 저한테는 부담스럽고! 그냥 집에 가서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요!”

그녀의 발버둥은 오히려 백무영의 심기를 건드린 듯했다. 그의 얼굴에는 감히 예측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존경심, 그리고 약간의… 불쾌감?

“경고합니다, 소저. 다음 한마디라도 더 가볍게 여기신다면…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백무영의 목소리는 이제 얼어붙을 듯 차가웠다. 그의 손은 이미 검자루를 꽉 쥐고 있었다.

하리는 어깨를 움츠렸다.
‘저렇게 잘생긴 사람이 화내니까 더 무섭네.’
“알았어요, 알았어! 그냥 빨리 하자구요! 전 배고프단 말이에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백무영의 몸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콰앙!
그가 서 있던 자리에 차가운 기운이 폭발하며 대리석 바닥이 얼어붙는 듯했다. 엄청난 속도! 시야를 쫓아갈 수도 없는 쾌속이었다.

‘오 마이 갓! 저렇게 잘생긴 사람이 싸움까지 잘하네?! 불공평하다!’
하리는 거의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젖혔다. 그녀의 머리칼을 스쳐 지나가는 날카로운 바람이 볼을 간지럽혔다. 백무영의 검이 그녀의 코앞에서 섬광처럼 번쩍였다.

챙!
하리는 들고 있던… 부채를 휘둘러 검을 쳐냈다. 그냥 평소에 더울 때 쓰던 부채였다. 접이식 부채. 금속 재질도 아닌 종이 부채가 백무영의 명검과 부딪히며 기묘한 쇠붙이 소리를 냈다.

백무영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의 검이 가진 힘을 그대로 받아낸 것도 놀라운데, 저 종이 부채에는 대체 무슨 기운이 서려 있는 것인가?

“으아악! 진짜 세게 치네!”
하리는 부채를 펼쳤다 접었다 하며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움직임은 마치 춤을 추는 듯 가볍고 유려했지만, 그 속도와 궤적은 상식을 벗어나 있었다. 부채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는 단순한 바람 소리가 아니었다. 살기를 머금은 날카로운 기운이 백무영을 향해 쇄도했다.

백무영은 검을 한 바퀴 휘둘러 그 기운을 잘라냈다. 얼음 조각들이 허공에서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소저의 무공은 실로 기이하군요.”
그의 얼굴에 희미한 호기심이 떠올랐다.

“기이하긴 뭐가 기이해요! 그냥 빨리 끝내자고 그러는 거지!”
하리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몸을 휙 돌려 백무영의 옆구리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그 발차기는 단순한 발차기가 아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회오리바람이 백무영의 몸을 강타하려는 듯, 엄청난 기세로 쇄도했다.

백무영은 놀랐다. 저런 방식의 공격은 무림의 어떤 문파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재빨리 팔을 교차해 막아섰지만, 충격은 생각보다 강렬했다. 몸이 뒤로 밀려나는 것을 느낀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게 뭐지? 내공도 없는 것 같은데 저런 위력이….’
그는 다시 한번 검을 휘둘러 하리의 다리를 노렸다. 이번에는 단순한 찌르기가 아니었다. 공간 자체를 얼려 버릴 듯한 살기 가득한 검풍이 하리를 향해 덮쳐왔다.

“으악, 살인마! 진짜 죽일 셈이잖아!”
하리는 또다시 비명을 지르며 몸을 허둥지둥 뒤로 빼냈다. 그녀의 움직임은 마치 연약한 나비가 꽃잎 사이를 피하듯 가벼웠지만, 그 속도는 백무영의 검보다 한 발 빨랐다. 그녀가 발끝으로 바닥을 스치듯 스쳐 지나간 자리에는 희미한 기운의 잔상이 남았다.

그녀의 몸놀림은 마치… 어린아이가 놀이터에서 뛰노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단순하고 거친 움직임 하나하나에 예측 불가능한 궤적이 담겨 있었다.

“정말로… 재미있는 분이로군요.”
백무영의 입가에 아주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그는 검을 고쳐 잡았다.
“좋습니다. 그럼, 저도 진심으로 임해 드리겠습니다.”

그의 말과 함께 경기장 전체가 일순간 냉기로 뒤덮이는 듯했다. 바닥의 대리석에 서리가 맺히기 시작했고, 관중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백무영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이제 차가운 벽이 되어 하리를 압박했다.

‘크아악! 저 얼음 아우라 뭐야! 에어컨 엄청 센 거 트는 거잖아!’
하리는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추위에 약한 그녀는 저런 냉기 공격이 제일 싫었다.

백무영이 허공으로 도약했다. 그의 검은 이제 푸른빛을 넘어선 새하얀 얼음의 칼날이 되어 있었다.
“빙하검결(氷河劍訣) 제오식, 설룡천강(雪龍天降)!”
그의 외침과 함께 하늘에서 거대한 얼음 용 한 마리가 하리를 향해 쇄도하는 듯한 형상으로 검기가 쏟아져 내렸다. 경기장 전체가 비명과 함께 흔들리는 듯했다.

그 압도적인 기운에 하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
‘망했다… 망했어! 저걸 내가 어떻게 막아?!’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몸은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할아버지가 늘 말씀하시던 괴상한 주문, “바람의 갈기처럼 흔들리고, 강물처럼 유연하며, 돌멩이처럼 단단하게!”라는 말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쳤다.

그녀는 양손에 부채를 쥐고, 그 작은 종이 부채를 활짝 펼쳤다. 그리고 거대한 얼음 용을 향해 그것을 휘둘렀다.
“모르겠다! 할아버지 비기! 호랑나비 한 마리!”

하리의 부채에서 보이지 않는 기운이 폭발했다. 그것은 얼음 용의 냉기를 갈라내는 듯한 바람의 장벽이었다. 부채가 만들어낸 기운은 마치 보이지 않는 날개를 가진 나비처럼 유려하게 얼음 용의 머리를 감싸고, 그 거대한 압력을 옆으로 비껴내려는 듯했다.

콰아아앙!
두 기운이 충돌하며 경기장 전체에 굉음이 울려 퍼졌다. 거대한 얼음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고, 바람의 장벽이 요동치며 하리를 감쌌다.

연기가 걷히자, 백무영은 허공에서 착지했고, 하리는 연기 속에서 비틀거렸다.
그녀의 머리칼은 헝클어져 있었고, 얼굴에는 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쓰러지지 않고 여전히 서 있었다.

백무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의 필살기를 저토록 어이없는 동작으로 막아내다니. 그리고 저 알 수 없는 ‘호랑나비’라는 비기는 대체…!

하리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부채를 접었다.
“하아… 하아… 진짜 힘들다….”
그녀는 눈을 비비며 백무영을 쳐다봤다.

“근데… 백 소협도 생각보다 약하네요? 아직 살아있잖아?”

그녀의 순진한 말에 백무영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의 차가운 표정에 미묘한 균열이 생기는 듯했다.
장내는 다시 한번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그리고 곧이어, 폭발할 듯한 함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말도 안 되는 대결의 끝은 대체 어디로 향할 것인가.
천하의 운명은, 과연 누구의 손에 쥐어질 것인가.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