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 액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궤멸된 새벽, 일곱 번째 격납고

아셀론 Orbital City, Hangar 7. 이곳의 인공 중력은 늘 그렇듯 안정적이었지만, 류진의 어깨를 짓누르는 침묵은 그 어떤 중력보다 무거웠다. 닥터 한의 죽음. 그것은 단순한 살인이 아니었다. 우주 도시 아셀론의 가장 견고한 요새, 겹겹의 보안 시스템으로 무장한 개인 격납고 안에서 벌어진 밀실 살인. 이 불가해한 사건이 류진을 이곳으로 이끌었다.

“말도 안 됩니다, 류진 씨.”

보안 책임자인 캡틴 박의 목소리는 잔뜩 날이 서 있었다. 그의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패어 있었고, 애써 침착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류진은 그의 날카로운 시선을 무시하며, 늘어진 코트 깃을 살짝 여몄다.

“이 격납고는 닥터 한 개인의 연구실이자 동시에 방어 요새였습니다. 외부 침입은 그 어떤 경로로도 불가능합니다. 출입 기록은 깨끗하고, 내부 카메라에도 한 박사님 외엔 아무도 찍히지 않았습니다. 이중 에어록, 전자기 방어막, 그리고 생체 인식 스캐너까지. 심지어 대기 환경 센서도 미세한 변동조차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말 그대로 ‘완벽하게 밀폐’되어 있었습니다.”

류진은 시체 위에 드리워진 홀로그램 실루엣을 멍하니 응시했다. 닥터 한은 그의 역작, 아직 미완성인 ‘쉐도우 스텔스’라는 이름의 검은색 무중력 기동 메카 발치에 쓰러져 있었다. 가슴에 박힌 날카로운 금속 조각. 출혈은 크지 않았지만, 정확히 심장을 관통했다.

“박 경위님.” 류진의 낮은 목소리가 공허한 공간에 울렸다. 메아리조차 없는 죽은 소리였다. “증거들은 모두 제가 봐도 완벽하군요. 완벽해서 역겹습니다. 너무 완벽하면 거짓말이 되는 법이죠.”

캡틴 박은 한숨을 쉬었다. “변함없이 괴팍하시군요. 대체 뭘 의심하는 겁니까? 유령이라도 살인을 했다는 말입니까?”

“유령이 살인을 했다면, 유령은 대체 어떻게 이 견고한 문을 뚫었을까요?” 류진은 격납고의 거대한 방어문 중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육중한 강철과 복합 합금으로 이루어진 문은 미동도 없었다. “혹은… 애초에 문을 뚫을 필요가 없었거나.”

그는 시체로 시선을 돌렸다. 닥터 한의 손가락은 미세하게 굳어 있었다. 무엇인가를 움켜쥐려다 실패한 흔적. 그러나 그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류진은 고개를 숙여 메카의 발 부분을 살폈다. 쉐도우 스텔스의 매끈한 검은색 외장은 완벽했다. 먼지 한 톨 없었고, 작은 지문 하나 허락하지 않을 듯한 표면이었다.

하지만 류진의 시선이 메카의 발목 부분에 멈췄다. 미세한, 정말로 미세한 스크래치.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흠집이었다. 그 스크래치는 마치 정교한 도구가 스친 듯, 극도로 얇고 날카로웠다. 그리고 그 주변의 재질은… 초고밀도 액체 금속 합금. 이 합금은 외부 충격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이런 스크래치가 생겼다면, 평범한 일이 아니었다.

“이 스크래치는 언제 생긴 겁니까?” 류진이 물었다.

캡틴 박은 데이터 패드를 확인했다. “어제 점검 기록에는 없었습니다. 방금 발견된 것이죠.”

“그럼 살해당할 당시 혹은 직전에 생긴 거겠군요.” 류진은 메카의 발치를 한 바퀴 빙 돌았다. 그의 눈은 격납고의 천장으로 향했다. 거대한 로봇 팔들이 정지된 채 고정되어 있었다. 정비용으로 쓰이는 것들이었다.

“닥터 한의 몸에 박힌 금속 조각, 어디서 온 것입니까?”

“분석 중입니다. 아직 정확한 출처는… 하지만 외부에서 들어온 건 아닙니다. 격납고 내부의 어떤 부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류진은 허리를 굽혀 시체 옆에 묻은 핏자국을 자세히 보았다. 핏방울들은 불규칙하게 튀어 있었지만, 그 튀어나간 방향은 한 방향으로만 쏠려 있었다. 마치 어떤 급격한 압력에 의해 밀려난 것처럼. 그리고 그는 메카의 다리 부분, 그 스크래치 바로 위쪽에 있는 작은 구멍을 발견했다. 일반적인 센서 구멍 같았지만, 그 위치가 왠지 모르게 어색했다. 마치 무엇인가가 돌출되거나 수납되는 공간처럼.

“캡틴 박.” 류진의 목소리에 전에 없던 확신이 서렸다. 그의 눈빛이 차갑게 번득였다. “이 격납고의 내부 압력 시스템을 확인해 주십시오. 닥터 한이 사망하기 직전, 내부 압력이 급격하게 상승했던 기록이 있는지.”

캡틴 박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압력이라니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격납고는 완전 밀폐되어 있었고, 압력 변동 기록은 전혀 없습니다.”

“이 격납고는 ‘밀폐’되어 있었죠.” 류진이 싸늘하게 웃었다. 그 웃음은 오싹할 정도로 냉정했다. “하지만 ‘비어’ 있었던 건 아닙니다. 무언가가 안으로 들어왔고, 그 무언가는… 너무나도 작았기 때문에 모든 감지 시스템을 속일 수 있었습니다.”

류진은 쉐도우 스텔스의 검은 외장을 손가락으로 쓸었다. “그리고 닥터 한은 그걸 막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었죠. 외부의 흔적은 없지만, 내부에는… 완벽하게 숨겨진 침입자가 있었습니다.”

“침입자요? 대체 무슨…” 캡틴 박이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얼굴에는 혼란과 불신이 뒤섞였다.

“캡틴.” 류진은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시선은 마치 진실을 꿰뚫어 보는 맹수의 눈 같았다. “닥터 한이 사망하기 직전, ‘쉐도우 스텔스’의 주 시스템 로그를 즉시 열람하십시오. 특히 메카의 ‘내부 소형 정비 드론 격납 시스템’의 작동 기록을요. 그리고 그 드론의 출납 기록 또한.”

류진의 말에 캡틴 박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 완벽한 밀실을 깬 것은… 바로 이 방 안에 있던 존재였습니다. 그것도, 우리가 당연히 ‘아군’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의해.”

공포와 충격이 캡틴 박의 얼굴에 스쳤다. 그는 침묵 속에서 류진의 말의 의미를 필사적으로 되짚었다. 과연 류진이 던진 이 충격적인 가설은, 견고한 밀실의 문을 부수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아군’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