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와 증기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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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톱니바퀴의 비명**
**[장면 1]**
**배경:** [밤. 도시의 가장 낮은 곳, ‘나락’이라 불리는 황량한 빈민가. 낡고 녹슨 증기 파이프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쇠락한 건물들 사이로 희미한 가스등 불빛만이 간간이 깜빡인다. 멀리, 도시의 상층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웅장한 기계음과 희미한 빛이 대조를 이룬다.]
**컷 1:** [어둠 속에서 낡은 작업복을 입은 남자의 실루엣이 보인다. 그의 한쪽 팔은 정교한 기계 의수로 되어 있다. 의수의 관절들이 미세하게 움직이며 어둠 속에서 희미한 금속성 광택을 뿜어낸다. 남자는 거대한 증기 기관과 톱니바퀴 조각들로 가득 찬 작업실 한구석에 쭈그려 앉아, 빛바랜 설계도를 뚫어지라 응시하고 있다. 그의 얼굴은 어둠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지만, 턱선은 날카롭고 눈빛은 집요하다.]
**내레이션 (카인):** (낮고 읊조리는 목소리)
…도시의 심장을 향해 울부짖는 톱니바퀴의 비명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지.
**컷 2:** [남자의 기계 의수 클로즈업. 닳아 해진 가죽 장갑 위로 덧씌워진 황동과 강철 부품들이 정교하게 맞물려 있다. 의수의 손가락 끝이 설계도 위의 특정 부위를 정확히 짚는다.]
**내레이션 (카인):**
나는 그 비명을 들었다. 그리고 그 비명이 나를 여기까지 끌고 내려왔지.
**컷 3:** [남자가 고개를 든다. 그의 얼굴이 가스등 불빛에 드러난다. 뺨에는 깊은 흉터가 길게 패여 있고, 눈동자는 잿빛으로 가라앉아 있지만, 그 안에 타오르는 불꽃 같은 광기가 스친다. 그의 시선은 작업실 한가운데 놓인, 아직 미완성인 거대한 기계 조형물을 향한다. 마치 맹금류의 뼈대를 연상시키는, 으스스하면서도 위협적인 실루엣이다.]
**카인:** (중얼거리는 듯)
…완성될 시간이다.
**컷 4:** [플래시백. 밝고 희망찬 과거의 장면. 푸른 하늘 아래, 연기와 증기로 가득 찬 첨탑들이 솟아오른 도시의 전경. 그 중 가장 높은 탑의 꼭대기에서 두 젊은 남자가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서 있다. 한 명은 카인, 다른 한 명은 루시안이다. 둘 다 밝게 웃고 있다.]
**루시안 (과거):** (호기로운 목소리)
봐, 카인! 저 아래 도시가 보여? 언젠가 저 모든 것을 우리의 기술로 바꿔놓을 거야!
**카인 (과거):** (환한 미소)
물론이지, 루시안! ‘꿈의 도시’…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낼 테니까!
**[장면 2]**
**배경:** [다시 현재. 카인의 작업실. 그는 거대한 기계 조형물 앞에 서서 마지막 조립에 열중하고 있다. 기계 의수가 놀라운 정교함으로 작은 톱니바퀴와 나사들을 끼워 맞춘다.]
**내레이션 (카인):**
꿈의 도시… 그때는 정말 믿었다. 너와 나, 우리의 손으로 만들 수 있다고. 모든 이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낡은 톱니바퀴를 새롭게 교체할 수 있다고… 순진했지.
**컷 5:** [카인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그의 손놀림은 거침이 없다. 거대한 기계 조형물의 몸통에 마지막 부품인 번쩍이는 강철 날개를 부착한다. 날개에는 복잡한 동력선들이 얽혀 있다.]
**내레이션 (카인):**
그 빛나는 약속 아래 숨겨진 너의 야망을 읽어내지 못했다. 내 눈은… 너의 빛에 너무 멀어버렸으니까.
**컷 6:** [플래시백. 과거의 어느 날 밤, 연구실. 거대한 ‘에테르 기관’의 프로토타입이 중앙에 우뚝 솟아 있다. 푸른 에너지가 희미하게 빛을 발한다. 카인이 환희에 찬 표정으로 에테르 기관을 바라보고 있고, 그 옆에 루시안이 서 있다. 루시안의 표정은 어딘가 미묘하게 어둡다.]
**카인 (과거):**
성공했어, 루시안! 드디어! 이 기관이라면 도시 전체를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로 구동할 수 있어! 혁명이야!
**루시안 (과거):** (차가운 미소)
그래… 혁명이지. 완벽하게… 나만의 혁명.
**컷 7:** [갑자기 연구실 문이 부서지며 수십 명의 경비병들이 들이닥친다. 그들은 카인을 향해 무기를 겨눈다. 카인은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경비병 리더:**
카인 자작! 국가 기밀 기술 유출 및 반역죄로 체포한다!
**카인 (과거):** (충격받아 루시안을 돌아본다)
무슨 소리야?! 루시안! 이게 대체…!
**컷 8:** [루시안이 차갑게 웃으며 카인을 등진다. 그의 손에는 카인이 직접 서명한 것처럼 위조된 듯한 기밀문서가 들려 있다.]
**루시안 (과거):** (경비병들을 향해)
저 자가 제 에테르 기관 설계도를 외부 세력에 팔아넘기려 했습니다! 제가 직접 밝혀내어 저지했습니다!
**카인 (과거):** (절규)
루시안! 거짓말! 우리가 함께 만든 거야! 네가… 날 배신했어?!
**컷 9:** [경비병들이 카인을 무자비하게 끌고 간다. 카인은 발버둥치며 루시안을 노려본다. 루시안은 그저 싸늘한 미소로 카인을 내려다본다. 그의 눈빛에는 승리감과 냉혹함만이 가득하다. 에테르 기관의 푸른빛이 카인의 절망적인 표정에 반사되어 섬뜩하게 빛난다.]
**내레이션 (카인):**
그날 밤,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내 이름, 내 명예, 내 미래… 그리고… 내 한쪽 팔까지.
**[장면 3]**
**배경:** [다시 현재. 카인의 작업실. 작업실 중앙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거대한 ‘강철 맹금’이 완성되었다. 맹금의 몸체는 짙은 강철색으로 빛나고, 정교한 기어와 스팀 파이프들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날카로운 갈고리발과 예리한 강철 부리가 위협적인 인상을 준다. 맹금의 눈에는 아직 불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그 존재감만으로도 엄청난 압박감을 뿜어낸다.]
**컷 10:** [카인이 강철 맹금의 발치에 서서, 마치 자신의 피조물을 경배하듯 올려다본다. 그의 표정은 비장하면서도 만족스럽다.]
**카인:** (나지막이)
…네 이름은 ‘나락’. 나의 복수를 위해 태어난 맹금.
**컷 11:** [작업실 문이 조심스럽게 열린다. 쭈글쭈글한 얼굴에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입은 늙은 남자가 조용히 들어선다. 그의 등에는 육중한 공구 가방이 메어져 있다. 그는 카인의 유일한 조력자, 늙은 헤르만이다.]
**늙은 헤르만:**
완성된 건가, 카인? 자네의 망집이 결국 괴물을 빚어냈군.
**카인:**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이제 저 괴물이 도시의 가장 높은 곳까지 날아오를 거야.
**컷 12:** [헤르만이 강철 맹금을 찬찬히 살펴본다. 그의 노련한 눈빛에 감탄이 스친다. 맹금의 동력부, 강철 외장, 정교한 움직임까지 완벽하다. 헤르만이 맹금의 가슴팍에 손을 얹는다.]
**늙은 헤르만:**
이 녀석의 심장… 네가 개조한 ‘역류 증기 코어’는 완벽하다. 하지만… 정말 이걸로 그 빌어먹을 루시안의 아성까지 올라갈 수 있겠나?
**카인:** (단호하게)
올라가야만 한다. 그 녀석은 오늘, 에테르 기관의 완성 기념식을 연다. 대중 앞에서 스스로를 ‘도시의 구원자’로 포장하겠지.
**컷 13:** [카인의 눈빛이 섬뜩하게 빛난다. 그의 기계 의수가 스스슥 움직이며 공중에 떠 있는 맹금의 컨트롤러를 잡는다. 컨트롤러는 손목에 착용하는 형태로, 수많은 다이얼과 스위치가 달려 있다.]
**카인:**
그 축제는… 피로 물들어야 마땅해. 내가 잃었던 모든 것의 대가로.
**늙은 헤르만:**
(한숨을 쉬며)
…복수는… 늘 새로운 비극을 부르는 법이지.
**카인:** (비웃듯이)
비극? 비극은 이미 내가 나락으로 떨어졌던 순간 시작됐다. 이제는… 정의를 구현할 차례야.
**[장면 4]**
**배경:** [밤. 도시의 상층부. 루시안의 연구소가 위치한 가장 높은 첨탑 앞 광장. 화려한 가스등과 증기 조명으로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수많은 귀족과 유지들이 최고급 의상을 차려입고 모여 있다. 공중에는 소형 에어쉽들이 떠다니며 불꽃놀이를 준비하고 있다. 광장 중앙에는 거대한 ‘에테르 기관’이 베일에 싸인 채 서 있다.]
**컷 14:** [광장 중앙의 무대 위, 화려한 복장을 한 루시안이 미소 지으며 군중에게 손을 흔든다. 그의 옆에는 거대한 에테르 기관이 푸른빛을 내뿜으며 위용을 자랑한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루시안:** (마이크를 통해 울려 퍼지는 웅장한 목소리)
존경하는 시민 여러분! 그리고 귀빈 여러분! 오늘,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합니다! 제가… 제가 수년간 연구하고 개발한… 바로 이 ‘루시안식 에테르 기관’이! 이 도시의 미래를 영원히 밝힐 것입니다!
**컷 15:** [군중 속의 한 노인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의 옆에 선 젊은 기자가 수첩에 무언가를 기록하고 있다.]
**노인:**
루시안… 에테르 기관이라… 전에 어디선가 ‘카인 자작’이라는 천재 기술자의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기자:**
(수첩을 넘기며)
아, 그 반역자 말입니까? 헛소문입니다. 카인 자작은 오래전에 국가 기밀을 유출하려다 붙잡혀 처형당했습니다. 모든 영광은 루시안 경께 돌아가야 마땅합니다.
**컷 16:** [루시안이 에테르 기관 위에 덮인 천을 화려하게 걷어낸다. 거대한 기관이 섬광을 터뜨리며 푸른 에너지로 빛난다. 사람들의 감탄사와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루시안:**
이제, 이 에테르 기관의 첫 가동을… 함께 지켜봐 주십시오!
**컷 17:** [그때, 멀리 도시의 가장 낮은 곳, 나락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어둠 속에서 거대한 강철 날개가 펼쳐진다. 그것은 카인의 ‘나락’이다. 맹금의 눈에서 붉은빛이 번뜩인다.]
**내레이션 (카인):** (분노와 결의에 찬 목소리)
아니. 네가 빛낼 도시는… 이미 끝장났다, 루시안.
**컷 18:** [나락이 거대한 기계 날개를 펄럭이며 무서운 속도로 상층부를 향해 솟아오른다.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맹금의 실루엣이 달빛에 드러난다. 맹금의 강철 부리가 마치 복수를 다짐하는 듯이 번뜩인다.]
**카인:** (무전기를 통해 헤르만에게)
헤르만!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쇼의 시작이다.
**늙은 헤르만 (목소리):**
…행운을 빈다. 그리고… 무사히 돌아와라, 카인.
**컷 19:** [루시안이 에테르 기관의 가동 스위치에 손을 뻗는 순간, 밤하늘에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나락’이 나타난다. 강철 맹금이 광장 상공을 맹렬히 돌며, 그 날개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 압력으로 주위의 소형 에어쉽들을 위협적으로 흔든다. 광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출현에 경악하며 비명을 지른다.]
**컷 20:** [루시안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다. 그의 시선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강철 맹금의 눈에 고정된다. 맹금의 눈동자는 붉은 섬광을 내뿜으며 루시안을 똑바로 노려보고 있다. 맹금의 등에 탑승한 카인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보인다. 카인의 기계 의수가 맹금의 조종간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다.]
**카인:** (냉소적이고 격앙된 목소리로, 증폭기를 통해 광장 전체에 울려 퍼진다)
루시안! 네가 훔친 영광의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컷 21:** [카인의 얼굴 클로즈업. 흉터 자국 위로 섬뜩한 미소가 번진다. 그의 눈은 복수의 불꽃으로 활활 타오른다. 배경에는 혼란에 빠진 광장과 빛나는 에테르 기관이 보인다.]
**카인:**
이 톱니바퀴의 비명은… 이제야 제대로 된 방향을 찾아 울부짖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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