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자 불꽃
### 에피소드 1: 굶주린 심장
**[장면 #1] 어둠 속 빈민가, 낡은 아지트 – 밤**
**[컷 #1]**
**[지문]** 잿빛 하늘 아래, 무너진 고층 건물들이 유령처럼 서 있다. 건물 잔해와 녹슨 철근들이 뒤섞인 틈새로 조잡하게 지어진 움집들이 빼곡하다. 빛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좁은 골목, 퀴퀴한 냄새와 절망이 공기 중에 섞여 있다. 희미한 달빛만이 부서진 창문 틈으로 간신히 새어 들어온다.
**[컷 #2]**
**[지문]** 그중 한 움집의 지하 아지트. 낡은 나무 탁자 주위에 서너 명의 그림자가 웅크리고 앉아 있다. 벽에는 조악한 손전등이 걸려 겨우 앞을 분간할 수 있을 정도의 빛을 내고 있다. 탁자 위에는 너덜너덜한 종이 한 장과 숯 조각이 놓여 있다. 인물들은 모두 지쳐 보이지만, 그들의 눈빛은 살아있다. 중앙에는 강하준(20대 초반), 그의 옆에는 윤서아(20대 초반), 그리고 덩치 큰 김철수(20대 중반)가 앉아 있다.
**[강하준]** (낮고 잠긴 목소리) …다섯 번째다. 이번 주에만 다섯 명이 더 굶어 죽었어. 애들이 배고파서 쓰러져도, 제국 놈들은 눈 하나 깜빡 안 해.
**[컷 #3]**
**[지문]** 강하준의 주먹이 탁자를 쿵 하고 내리친다. 먼지가 희뿌옇게 일어난다. 그의 눈빛에는 분노와 절망, 그리고 결의가 뒤섞여 있다. 옆에 앉은 서아는 조용히 그를 바라본다.
**[윤서아]**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흥분하지 마, 하준. 감정적인 판단은 더 많은 희생을 부를 뿐이야. 우리에겐 정보가 필요해.
**[컷 #4]**
**[지문]** 서아는 탁자 위의 낡은 지도를 가리킨다. 숯 조각으로 대충 그려진 지도는 삐뚤빼뚤하지만, 제국 보급로의 윤곽을 보여준다.
**[윤서아]** 정찰병들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내일 새벽, 7구역 경계선을 따라 이동하는 보급 수송대가 있어. 식량과 약품이 실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
**[김철수]**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 또 보급 수송대? 지난번에도 실패했잖아. 제국 놈들, 감시가 더 삼엄해졌어. 이제는 그림자 하나도 놓치지 않을걸.
**[컷 #5]**
**[지문]** 김철수는 팔짱을 끼고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서아를 본다. 그의 얼굴에는 오래된 흉터가 길게 나 있다.
**[강하준]** (탁자의 지도를 응시하며) 실패했다고 포기할 순 없어. 우리는 실패할 때마다 더 많은 것을 배웠어. 이번엔 달라야 해.
**[윤서아]**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 이번 보급 수송대는 평소보다 경계가 허술할 가능성이 있어. ‘검은 심장 제국’ 본토에서 순찰 강화 명령이 내려와서, 외곽 지역의 병력 일부가 차출됐거든. 잠시 공백이 생긴 거야.
**[컷 #6]**
**[지문]** 하준이 눈을 가늘게 뜨고 지도를 자세히 본다. 숯으로 표시된 경계선과 수송대 이동 경로가 보인다. 낡은 종이 위로 희망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강하준]** (혼잣말처럼) …공백이라.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잡아야지.
**[컷 #7]**
**[지문]** 김철수가 탁자에 몸을 기울인다. 그의 표정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서려 있지만, 하준의 결의에 감화된 듯하다.
**[김철수]** 그래서, 계획은? 무턱대고 달려들었다간 뼈도 못 추릴 거야. 제국 병사들, 이번엔 신형 방호복까지 입고 나온다고 하던데. 총알도 안 박히는 미친 갑옷들.
**[윤서아]** (미소를 지으며) 우리가 정면으로 부딪힐 거라 생각할 거야. 하지만 우리는… 그림자처럼 움직여야지. (손가락으로 지도상의 특정 지점을 가리킨다) 7구역 진입로, ‘녹슨 다리’ 아래. 지형이 복잡하고 시야 확보가 어려워. 거기서 기습한다.
**[강하준]** (서아를 보며) 자세히 설명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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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7구역 녹슨 다리 아래 – 다음 날 새벽**
**[컷 #8]**
**[지문]** 여명이 막 밝아오는 시간.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7구역, 거대한 강을 가로지르는 낡고 녹슨 다리 아래. 다리 상판에서는 규칙적인 진동음이 낮게 울린다. 다리 아래 흙더미와 깨진 콘크리트 잔해들 사이에 들불 조직원들이 몸을 숨기고 있다. 모두 검은 넝마를 걸치고 얼굴을 가리고 있다.
**[내레이션_하준]** (어둠 속에서 숨을 고르는 소리)
피가 돌지 않는 듯 싸늘한 공기, 폐허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릿한 흙냄새.
우리의 삶은 늘 이런 경계선 위에서 위태롭게 흔들렸다.
하지만 오늘은 달라. 오늘은… 무언가 바꿔야 해.
**[컷 #9]**
**[지문]** 하준은 낡은 망원경으로 다리 상판을 살핀다. 멀리서 ‘검은 심장 제국’ 보급 수송대의 불빛이 점처럼 다가오고 있다. 수송대는 덮개로 가려진 트럭 세 대와 그 앞뒤를 호위하는 중무장한 병사들로 이루어져 있다. 병사들의 방호복은 검은색이며, 어렴풋이 반사되는 빛이 위압감을 더한다.
**[강하준]** (무전기로 낮게 속삭이듯) 목표 접근 중. 예상보다 병력이 적어. 서아, 네 말이 맞았어.
**[무전음_윤서아]** (지직거리는 소리) …방심하지 마, 하준. 적은 항상 변수를 만들어내니까. 내 신호에 맞춰 움직여. 명심해, 최대한 조용히.
**[컷 #10]**
**[지문]** 철수는 다리 교각에 몸을 숨기고 낡은 쇠지렛대를 꽉 쥐고 있다. 그의 눈은 불타는 듯 날카롭다. 그의 등 뒤에는 작은 폭약 뭉치가 묶여 있다.
**[김철수]** (혼잣말처럼) 이 빌어먹을 갑옷… 이번엔 박살 내주겠어.
**[컷 #11]**
**[지문]** 수송대가 녹슨 다리 위로 진입한다. 거대한 트럭들의 덜컹거리는 소리가 낡은 다리를 진동시킨다. 다리 아래에 숨어있는 들불 조직원들은 숨죽여 기다린다. 병사들의 발소리와 무전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제국 병사1]** (무전으로 들려오는 목소리, 살짝 들뜸) 후방 보고, 별다른 특이사항 없음. 이 시간까지 빈민가 쥐새끼들이 돌아다닐 리 없지.
**[제국 병사2]** (무전) 하, 그러게 말이야. 제국의 힘 앞에 누가 감히…
**[컷 #12]**
**[지문]** 바로 그때, 서아의 신호가 무전으로 울린다. 짧고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 동시에 하준이 손을 들어 올린다.
**[강하준]** (무전) 시작해!
**[컷 #13]**
**[지문]** 다리 아래에 숨어있던 들불 조직원들이 일제히 움직인다. 그들의 움직임은 그림자처럼 빠르고 조용하다. 철수는 쇠지렛대로 다리 아래 지지대를 강하게 내리친다. 이미 약화되어 있던 지지대 일부가 굉음을 내며 무너져 내린다.
**[컷 #14]**
**[지문]** ‘콰아앙!’ 하는 굉음과 함께 다리 상판이 기울어진다. 수송대 맨 앞 트럭의 바퀴가 균형을 잃고 비틀거린다. 제국 병사들이 혼란에 빠져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무전을 외친다.
**[제국 병사3]** (소리 지르며) 다리가! 다리가 무너진다! 공격이다!
**[컷 #15]**
**[지문]** 혼란에 빠진 틈을 타, 들불 조직원들이 다리 아래에서 튀어나온다. 그들은 단검과 몽둥이, 그리고 녹슨 총을 들고 있다. 숫자는 제국 병사들보다 훨씬 적지만, 그들의 눈빛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광기로 번뜩인다. 하준이 선두에 서서 제국 병사들을 향해 돌진한다.
**[강하준]**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며) 들불! 놈들의 심장을 꿰뚫어라!
**[컷 #16]**
**[지문]** 철수는 재빠르게 폭약 뭉치를 가장 마지막 트럭의 바퀴에 설치한다. 그는 능숙하게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재빨리 몸을 피한다.
**[김철수]** (이를 악물며) 이거 먹고 떨어져라, 개자식들아!
**[컷 #17]**
**[지문]** ‘쿠우우웅!’ 굉음과 함께 마지막 트럭의 바퀴가 폭발한다. 트럭은 휘청거리며 다리 난간을 들이받고 멈춰 선다. 그 안에서 쏟아지는 건 식량 포대와 약품 상자들이 아니라… 묵직한 금속 상자들이다.
**[강하준]** (폭발음에 놀라며 뒤를 돌아본다. 그의 눈이 크게 뜨인다) …뭐지? 식량이 아니라고?
**[컷 #18]**
**[지문]** 폭발음과 함께 제국 병사들의 반격이 시작된다. 그들의 신형 방호복은 총알 세례에도 끄떡없고, 몽둥이는 튕겨나간다. 병사들은 레이저 소총을 발사하며 들불 조직원들을 압박한다. 몇몇 조직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제국 병사 대장]** (무전기를 들고 노성을 지르며) 감히 제국의 보급품을 노려? 이 어리석은 반란군 놈들! 죽여라! 단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컷 #19]**
**[지문]** 하준은 당황한 표정으로 쓰러지는 동료들을 본다. 그가 기껏해야 ‘식량’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 제국군을 위한 ‘무기 부품’이나 ‘고급 자재’였을지도 모른다. 그의 계획은 어긋나기 시작한다.
**[내레이션_하준]** (피가 역류하는 듯한 고통)
젠장… 함정이었나? 아니, 서아의 정보는 정확했어.
하지만… 이 보급품의 내용물이 다르다니!
우리의 굶주린 배를 채울 식량이 아니었어.
**[컷 #20]**
**[지문]** 제국 병사들이 하준을 향해 집중 사격을 가한다. 하준은 간신히 몸을 피하며 칼을 뽑아든다. 그의 얼굴에는 절망과 함께 새로운 분노가 타오른다.
**[강하준]** (이를 악물며)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들불은… 결코 꺼지지 않아!
**[컷 #21]**
**[지문]** 멀리서 또 다른 제국 병력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증원군이 오고 있는 것이다. 서아의 무전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온다.
**[무전음_윤서아]** (급박하게) 하준! 물러서! 증원군이 오고 있어! 계획을 바꿔!
**[컷 #22]**
**[지문]** 하준은 잠시 망설이지만, 이내 결심한 듯 뒤를 돌아보며 소리친다. 그의 동료들은 이미 상당수 쓰러졌거나 부상을 입었다.
**[강하준]** (피 묻은 칼을 든 채) 철수! 폭약 더 있어?! 다리를 완전히 무너뜨려!
**[김철수]** (놀란 표정으로) 뭐라고? 하지만… 우리도 갇히게 될 거야!
**[컷 #23]**
**[지문]** 하준은 망설임 없이 철수에게 달려가 그가 가진 남은 폭약을 낚아챈다. 그의 눈빛은 광기에 가깝게 번뜩인다.
**[강하준]** (절규하듯) 제국 놈들이 우리에게 줄 건 죽음뿐이다! 차라리 이 다리를 통째로 끊어버리고, 그들의 목줄을 조이자! 어차피 얻을 것도 없었어! 철수, 동료들을 데리고 탈출로를 찾아! 나는… 내가 시간을 벌게!
**[컷 #24]**
**[지문]** 하준이 폭약을 들고 무너져가는 다리 상판 중앙으로 달려간다. 그의 뒤로 제국 병사들의 레이저가 빗발친다. 김철수는 눈물을 글썽이며 망설이지만, 이내 다른 동료들을 부축하며 서둘러 대피한다. 무너져가는 다리 위, 홀로 남은 하준의 모습이 비장하게 보인다. 그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다.
**[내레이션_하준]** (가슴 속에서 타오르는 뜨거운 불꽃)
그래… 우리는 그저 굶주린 쥐새끼가 아니야.
제국이 아무리 거대해도,
이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들불은…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다.
**[컷 #25]**
**[지문]** 하준이 폭약에 불을 붙인다. 붉은 불꽃이 빠르게 타들어 간다. 멀리서 다가오던 제국 증원군의 사이렌 소리가 더욱 커진다. 다리 위에서 홀로 남은 하준의 실루엣과, 그 뒤로 거대한 폭발을 예고하는 불꽃이 클로즈업되며 화면이 어두워진다.
**[에피소드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