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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벽 속의 태엽소리**
김민준은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렸다. 어둠 속에서 천천히 초점이 잡힌 곳은, 어젯밤 그가 필사적으로 밀어붙여 침실 문을 가로막았던 낡은 서랍장이었다. 서랍장 틈새로 비집고 들어오는 희미한 거실 불빛이 삐딱하게 기울어진 그림자를 만들었다. 손목시계의 야광 바늘은 새벽 세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벌써 며칠째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수면제를 먹어도 소용없었다. 그 무엇인가가 그의 잠을, 그의 평온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삐걱거리는 스프링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맨발이 차가운 마룻바닥에 닿는 순간, 등골을 타고 오싹한 냉기가 흘렀다. 분명 보일러는 약하게나마 돌아가고 있었는데, 방 안의 공기는 마치 한겨울처럼 싸늘했다.
조용했다. 너무나 조용해서, 오히려 귀가 멍멍할 지경이었다.
“하아….”
민준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쩌면 오늘 밤은 아무 일도 없을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이 한 줄기 피어났다. 지난 밤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주방의 접시들이 스스로 춤을 추고, 거실의 오래된 축음기가 불협화음의 괴성을 질러댔다. 급기야는 베란다 쪽에 설치된, 거대한 구리 파이프와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도시의 ‘에테르 관류 제어반’에서 증기가 격렬하게 뿜어져 나오며 비상등이 번쩍였다. 그는 그 모든 것을 두려움에 떨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침실 문을 서서히 열었다. 서랍장이 비스듬히 놓여 있었고, 그 옆으로 고요한 거실이 펼쳐졌다. 어둠 속에 잠긴 가구들의 실루엣은 기이할 정도로 낯설게 느껴졌다.
그때였다.
아주 작게, 하지만 분명하게 들려왔다.
*틱. 틱.*
벽 속에서 들려오는 듯한 소리였다. 마치 거대한 태엽 시계의 추가 움직이는 소리 같기도 하고, 미세한 기어가 맞물리는 소리 같기도 했다. 민준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겨우 진정시켰던 몸의 모든 신경이 다시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뭐… 뭐야….”
그는 숨을 죽인 채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거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소리는 불규칙했다. 때로는 멀리서, 때로는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했다. 벽에 기대어 있던 키 큰 앤티크 장식장 안에서, 유리컵들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쨍그랑, 쨍그랑, 아주 작게 부딪히는 소리가 *틱, 틱* 소리와 묘하게 어우러졌다.
민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이젠 환청도 아니었고, 그의 상상이 만들어낸 그림자도 아니었다. 이건 실체였다. 보이지 않는, 하지만 명백히 존재하는 무언가가 이 아파트 안에 있었다.
소리가 점점 커졌다. *틱, 틱, 틱.* 박자가 빨라지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저음의 *웅-* 하는 진동음이 바닥을 타고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울려 퍼졌다. 거실 중앙에 놓인, 황동과 흑철로 조립된 복잡한 시계탑 모양의 거대한 공기 청정기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보통은 부드럽게 돌아가는 증기 터빈이 불규칙하게 덜커덕거렸다.
“젠장… 제발….”
그는 뒷걸음질 쳤다. 벽에 등을 기댔을 때, 그의 등 뒤에서도 똑같은 *틱, 틱*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벽 안에서 수많은 작은 기계들이 엉겨 붙어 돌아가는 듯한 소리였다. 소름이 돋아 온몸의 털이 쭈뼛 섰다.
갑자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거실 벽 한편에 설치된, 도시의 에테르 관류와 직접 연결된 압력계였다. 투명한 강화 유리 속에 황동 바늘이 현재 에테르 압력을 가리키고 있었다. 평소에는 미동도 없이 안정적인 수치를 유지하던 그 바늘이, 지금은 마치 발작하듯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위험 수치를 나타내는 붉은 경고선에 거의 닿을락 말락 했다.
그 순간, *콰아아앙!* 하는 굉음과 함께 둔탁한 충격이 아파트를 뒤흔들었다.
민준의 시선이 급히 돌아간 곳은 그의 서재였다. 닫혀있던 서재 문이 안쪽에서부터 강렬한 힘에 의해 부서지며 활짝 열렸다. 나무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그 틈으로 책들이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먼지와 함께 오래된 책들의 퀴퀴한 냄새, 그리고 쇠가 갈리는 듯한 날카로운 금속성 냄새가 훅 끼쳐왔다.
민준은 비명을 지를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그의 심장은 마치 광기 어린 태엽장치처럼 빠르게 격렬하게 뛰었다.
서재 안은 아수라장이었다. 책장이 통째로 넘어지고, 의자가 거꾸로 뒤집힌 채 나뒹굴었다. 그리고 그 모든 혼돈의 중심에는, 그의 소중한 ‘탐사경’이 있었다. 복잡한 렌즈와 증기 압력 조절기가 달린, 손바닥만 한 황동 망원경이었다. 평소에는 책상 위에 단정히 놓여 있던 그 탐사경이 지금은 공중에 떠 있었다.
아니, 떠 있었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에 쥐어진 듯, 허공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윙- 덜컹, 틱!*
탐사경의 렌즈가 스스로 돌아가고, 작은 증기 배출구에서 희뿌연 증기가 미미하게 새어 나왔다. 그와 동시에 탐사경 내부에서 기어가 맞물리는 소리가 점점 더 크게 울렸다.
“안 돼! 멈춰!”
민준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건 그가 아끼는, 친구에게서 특별히 선물 받은 물건이었다. 단순히 장식품이 아니라, 에테르 입자의 미세한 흐름을 감지하는 정교한 장비였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탐사경을 쥐고 있는 보이지 않는 힘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반응이라도 하듯이, 탐사경은 격렬하게 허공에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렌즈에서 섬광이 번쩍이더니, 곧 탐사경 본체에서 작은 불꽃이 튀었다.
“아악!”
민준은 그제야 허둥지둥 거실 한편에 놓여있던 그의 ‘자동화 비상 스패너’를 집어 들었다. 평소에는 기계 정비나 작은 수리에 사용하던 도구였다. 스패너 끝에 달린 작은 증기 피스톤을 작동시키자, *쉬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스패너의 손잡이가 단단히 고정되었다. 그 스패너를 든 채 민준은 서재 문턱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무엇을 하려는 건지, 그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이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본능적인 감각만이 그를 움직이게 했다.
탐사경이 거대한 압력에 짓눌린 듯 삐걱거렸다. 렌즈가 깨지는 소리, 황동이 비틀리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그리고 마침내, 마치 누군가가 한없이 고통스러워하다 내뱉는 마지막 숨소리처럼, *쉬이이이이이익…* 하는 길고 섬뜩한 증기 소리와 함께, 탐사경은 산산조각이 났다. 렌즈 파편, 작은 톱니바퀴, 스프링, 황동 조각들이 마치 폭탄이 터진 것처럼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그 파편 중 하나가 민준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따끔한 통증과 함께 끈적한 피가 흘러내렸다. 그는 뺨을 움켜쥐었다.
“이 빌어먹을…!”
그가 분노와 공포에 질려 외쳤을 때, 그의 머리 위에서 천장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르르르르르릉…*
어둠 속에서, 천장에 매달려 있던 거대한 샹들리에가 천천히 기울어지는 것이 보였다. 샹들리에는 수십 개의 증기 램프와 복잡한 황동 프레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육중한 샹들리에가,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 그의 머리 위로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민준은 눈을 크게 떴다. 피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의 시야에 샹들리에의 황동빛 프레임이 점점 더 커다랗게 다가왔다.
바로 그 순간, 아파트 전체가 마치 거대한 기계처럼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에테르 관류 제어반에서 증기가 격렬하게 분출하고, 바닥이 진동했으며, 벽 속에서는 수천 개의 태엽이 동시에 풀리는 듯한 *쩌적, 쩌저적!*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모든 소음 속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금속이 갈리는 듯 탁하고 거친, 쇳소리와 증기음이 뒤섞인 듯한 기괴한 목소리.
“….찾았다… 민준….”
그 목소리는 그의 이름을 또렷하게 불렀다. 바로 그의 귓가에서 속삭이는 듯, 하지만 동시에 아파트 전체를 휘감는 듯했다.
샹들리에가 그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찰나, 민준은 온몸의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 목소리가, 그 존재가, 마침내 자신을 완전히 찾아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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