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붉은 달 아래, 다시 한번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하늘은 망가진 시계탑의 삐걱이는 철제 계단을 두 칸씩 성큼 뛰어 올라갔다. 심장은 마치 천 년 된 종루의 심장처럼, 둔탁하고 불규칙하게 울렸다. ‘늦었어.’ 머릿속에 울리는 질책은 주변의 고요한 적막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 달빛조차 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녀의 마법석만이 희미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분홍색 빛줄기가 그녀의 변신을 풀어주지 않고 있었다. 그만큼, 그녀는 서둘렀다.

최상층에 다다르자, 녹슨 문이 희미하게 열려 있었다. 그 틈새로, 낯익은 그림자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림자는 마치 밤의 일부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존재했지만, 그 존재감은 어둠을 뚫고 하늘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하늘.”

나직하게 속삭이는 목소리. 마치 숲의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밤바람 같았다. 어둠 속에서 카인의 붉은 눈이 섬광처럼 번뜩였다. 그 눈빛은 늘 그녀를 향할 때만은 잔혹한 날카로움을 잃고 깊은 우수와 애정으로 가득 찼다.

“카인!”

하늘은 저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품에 안겼다. 딱딱하지만 익숙한 그의 갑옷이 그녀의 품을 받쳐주었다. 차가운 금속과 그녀의 따스한 피부가 맞닿는 순간, 세상의 모든 위험과 금기가 한순간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그 평화는 언제나 찰나였다.

“늦었잖아. 무슨 일 있었어?” 카인의 목소리는 걱정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의 손이 조심스럽게 하늘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하늘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게… 새로운 균열이 열렸어. 도시 외곽, 그림자 숲 경계에… 이번엔 아주 커. 마력의 흐름이 불안정해서, 정화 의식을 진행하는 데 시간이 걸렸어.”

카인의 얼굴에서 붉은 눈빛이 잠시 사라졌다. 그림자가 그의 표정을 가렸다. “새로운 균열이라고?” 그의 목소리에는 미묘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새로운 균열이 열린다는 것은, 그의 종족에게는 새로운 활동의 기회이자, 동시에 더 큰 파괴를 의미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에게는, 더 많은 희생을 강요한다는 것을.

“응. 마법소녀 결사대 전체가 비상이야. 아마… 조만간 총공격이 있을 것 같아. 이번 균열은 심상치 않다고… 선배들이 그래.” 하늘의 목소리가 점점 힘을 잃어갔다. 그녀의 눈동자는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 불안감의 가장 깊은 곳에는 늘 카인이 있었다. 그들이 서로를 향해 칼날을 겨눌지도 모른다는 잔혹한 예감.

카인은 하늘을 품에서 떼어내며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그의 그림자 같은 손가락이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너는… 괜찮아?”

“괜찮을 리가 없잖아!” 하늘은 울컥하며 소리쳤다. “매번 그래! 우리가 만날 때마다, 세상은 더 악화돼! 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언제까지 이럴 수 있는 건데?” 그녀의 목소리에는 절망이 묻어났다.

카인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나도 몰라, 하늘. 나도… 모르겠어.” 그의 붉은 눈동자가 다시 떠오르자, 그 안에는 깊은 심연이 펼쳐져 있었다. “어둠의 심장부도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더 강력한 힘을 요구하고 있어.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너의 역할은 뭔데?” 하늘은 불안하게 그의 눈을 올려다봤다. “새로운 균열이 열렸다는 건, 너희가 더 깊이 침투할 기회를 얻었다는 거잖아.”

카인은 한숨을 쉬었다. 그의 그림자 옷자락이 바람 없는 공간에서 미세하게 흔들렸다. “나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어. 다음 전선에서… 선봉에 서라고.”

하늘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선봉.’ 그 단어는 그녀의 세계에서 곧 ‘최전선’, 그리고 ‘가장 위험한 곳’을 의미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늘 마법소녀들이 서 있었다. 그들이 만날 수밖에 없는,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었다.

“안 돼… 안 돼, 카인. 이번엔… 이번엔 정말 위험해. 마법석의 예감이… 너무 안 좋아.” 하늘은 그의 손을 움켜쥐었다. “나는… 나는 너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단 한 번도 그런 적 없어. 그런데… 만약… 만약 네가 내 앞에 선봉으로 나타나면… 나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해?” 그녀의 목소리는 흐느낌으로 변해갔다.

카인은 천천히 하늘을 다시 품에 안았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훨씬 더 절박하고 힘이 들어간 포옹이었다. 그의 턱이 그녀의 정수리에 닿았다. “내가 너를 만나고 나서, 내 역할이 흔들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어. 내 종족의 명분, 나의 어둠… 그 모든 것이 너를 만나고 나서야 의미를 잃었지.”

“카인…”

“기억나, 하늘? 처음 우리가 만났던 날.”

하늘은 그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림자 숲의 깊은 곳. 그녀의 동료들이 포위당했을 때, 그녀는 홀로 남아 카인의 칼날을 마주했다. 그의 눈은 냉정했고, 그녀는 필사적이었다. 그 순간, 다른 그림자 괴물이 뒤에서 그녀를 덮치려 했고, 카인은 자신의 종족을 배신하고 그녀를 지켜냈다. 이유 같은 건 없었다. 그저 본능처럼, 충동처럼. 그리고 그때부터, 그들의 금지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때도… 그랬어. 너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 지금도 그래.” 카인의 목소리는 굳건했다. “나는 너를 잃을 수 없어, 하늘. 설령 이 세계의 모든 것을 잃는다 해도.”

“하지만… 우리는…” 하늘은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비볐다. “우리는 이 모든 걸 끝낼 수 없어. 우리가 싸우는 한, 우리의 종족은 서로를 파괴할 거야. 그리고 우리도… 결국엔…”

그때였다. 낡은 시계탑의 어둠을 뚫고, 멀리서 희미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법 소녀들이 쓰는 정화 마법의 섬광. 번쩍, 번쩍. 그림자 숲 경계에서부터 섬광이 터져 오르는 것이 보였다. 새로운 균열의 여파였다.

“젠장.” 카인이 낮게 욕을 읊조렸다. 그의 품에서 하늘을 떼어냈다. 그의 붉은 눈은 이제 희미한 적개심으로 번들거렸다. 그녀를 향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본능적인 전투 준비 상태였다.

하늘은 자신의 마법석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마법소녀 결사대의 긴급 소집 신호였다. 그녀의 손이 저도 모르게 성스러운 지팡이로 향했다.

“가야 해.” 하늘의 목소리가 찢어질 듯 했다.

카인은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차갑지만, 따뜻한 온기가 스며들었다. “다음 번에 만나면… 그때는 어쩌면.”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하늘은 그의 손을 더욱 힘껏 쥐었다. “그때가 언제든… 나는 너를 알아볼 거야. 그리고 너도, 나를 알아봐 줘.”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카인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하늘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이별의 키스는 언제나 달콤하면서도 비극적이었다. 그의 그림자가 순간 짙게 드리우며 시계탑의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하늘은 홀로 남아, 멀리서 번져오는 마법의 섬광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림자 숲을 뒤덮으며 떠오르는 붉은 달을 응시했다. 그 핏빛 달 아래, 그녀와 그는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눌지도 모르는 운명 앞에 서 있었다.

*이 이야기는 다음 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