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 같은 심우주, 그 끝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심연을 가로지르며 은빛 비늘의 거대한 용처럼 뻗어 나가는 함선, ‘비룡호’가 고독하게 항해하고 있었다. 이 거대한 강철 용의 심장부, 중력 훈련실에서는 매일같이 땀과 기합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류진은 무중력 상태를 가정한 인공 중력 속에서 자신의 몸을 흐르는 ‘기’의 흐름을 조절하며 검을 휘둘렀다. 그의 손에서 뻗어 나가는 검기는 푸른 섬광을 그리며 가상의 적을 갈랐다.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우주 공간을 유영하며 가장 효율적인 무공을 펼치는, 오직 ‘우주 무인’만이 가능한 경지였다.
“류진, 오늘따라 기합이 넘치는군.”
동료 무인이자 그의 사형인 박선우가 훈련실 한구석에서 장법을 연마하며 말했다. 그의 주먹 끝에서는 희미한 백색 기운이 아른거렸다.
류진은 흐르는 땀을 닦으며 검을 거두었다. 그의 눈빛은 훈련으로 달궈졌음에도 심우주의 고요함처럼 깊었다.
“선우 형. 이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 ‘무공’을 갈고 닦아 미지의 위협에 대비하는 것뿐이지 않습니까.”
그들은 우주개척국 소속의 특수 무인들이었다. 첨단 과학기술의 정점에 있는 우주선을 다루는 동시에, 태고의 ‘기’ 수련을 통해 신체와 정신을 극한까지 단련한 존재들. 인류의 영역 바깥, 미지의 강호에서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길러진 최정예 전사들이었다.
수백 년간 인류는 우주를 탐험했지만, 아직도 우주는 미지의 영역 투성이였다. 이곳, 은하계 변두리의 성간 공간은 그야말로 ‘무인불허(無人不許)’의 경지였다. 누구도 함부로 발을 들일 수 없는, 무한한 위험이 도사리는 미지의 강호였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비룡호 전체를 뒤흔드는 비상 경보음이 훈련실의 고요를 갈랐다. 붉은 비상등이 깜빡이며 함선 내부를 섬뜩하게 비췄다.
“전 대원, 전투 배치! 미확인 에너지 반응 감지!”
함장 이한수의 단호하고도 긴박한 목소리가 함선 전체에 울려 퍼졌다. 류진과 박선우는 지체 없이 훈련실을 박차고 나섰다.
통제실은 이미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수석 항해사 윤미라의 스크린에는 거대한 성운 속에서 섬광처럼 번뜩이는 미지의 신호가 포착되어 있었다.
“함장님, 이건… 자연적인 에너지 반응이 아닙니다. 마치… 살아있는 듯한 거대한 생명체의 ‘기’와 같습니다.”
윤미라의 목소리는 경악과 흥분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과학자였지만, 우주 무인들 틈에서 일하며 ‘기’의 개념에 익숙해져 있었다.
류진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기’라는 단어에 그의 온몸이 전율했다. 단순한 물리적 현상이 아니었다. 그가 평생을 수련해온 ‘무공’의 영역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거대한 존재의 기운이었다.
이한수 함장은 주름진 얼굴에도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스크린을 응시했다.
“최대한 근접하여 탐색한다. 만일 적대적인 존재라면… 즉각 대응 태세를 갖춰라.”
비룡호는 조심스럽게 성운 속으로 진입했다. 형형색색의 가스 구름이 창밖을 스쳐 지나갔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인류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거대한 검은 수정이 우주 공간에 떠 있었다.
마치 검은 다이아몬드 수천 개를 이어 붙인 듯, 완벽한 육각형의 면들이 불규칙하면서도 조화롭게 얽혀 거대한 고대 건축물을 이루고 있었다. 그 표면에서는 희미하게 푸른빛이 깜빡였고, 류진은 그 빛 속에서 알 수 없는 고대의 ‘기운’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잠들어 있는 거대한 존재의 숨결 같았다.
“이것은… 구조물입니다. 인공적으로 보입니다만, 지금까지 인류가 접한 어떤 문명의 형태와도 다릅니다.”
수석 과학자 김박사의 목소리에도 경외심이 깃들어 있었다. 그의 눈은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류진은 그의 ‘내력’이 무언가에 이끌리듯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온몸의 ‘기’가 미지의 존재를 향해 격렬하게 반응했다.
탐사정 한 대가 검은 수정 구조물에 착륙했다. 류진, 박선우, 그리고 김박사가 팀을 이루었다.
탐사정 해치가 열리자, 차가운 우주의 기운이 내부로 밀려들어 왔다. 구조물의 표면은 차갑고 매끄러웠다. 기묘한 문양들이 표면에 새겨져 있었는데, 그것은 문자가 아니라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의 신경망 같았다. 문양들 사이로는 희미한 푸른빛이 혈관처럼 흐르고 있었다.
“에너지원은 감지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구조물 전체에서 미지의 파동이 끊임없이 방출되고 있습니다. 마치… 살아 숨 쉬는 유기체 같습니다.” 김박사는 측정 장비를 들고 흥분하며 말했다.
류진은 무언가에 홀린 듯 가장 거대한 육각면에 다가섰다. 그의 ‘기’가 격렬하게 공명하며 그를 이끌었다.
“류진, 위험할 수도 있다!” 박선우가 류진의 어깨를 붙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류진은 손을 뻗어 검은 수정에 닿았다.
그 순간, 거대한 충격이 전신을 강타했다. 온몸의 ‘기’가 역류하는 듯한 극심한 고통과 함께, 그의 정신 속으로 헤아릴 수 없는 정보와 이미지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환상이었다. 고대 우주의 진리, 무한한 ‘무공’의 심오한 비의, 존재의 근원을 뒤흔드는 ‘심법’의 정수, 그리고… 수억 년을 홀로 떠돈 존재의 절규하는 듯한 고통의 소리.
그의 눈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고, 전신에서는 강력한 ‘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마치 그 자체가 거대한 ‘기’의 근원이 된 듯한 장관이었다.
“류진!” 박선우가 비명을 질렀다. 김박사는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의 측정 장비는 미쳐 날뛰며 알 수 없는 수치를 뿜어내고 있었다.
류진은 비틀거렸다. 그러나 그의 눈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우주 전체를 꿰뚫어 볼 듯한 깊은 통찰력과 함께, 온몸에 넘쳐흐르는 ‘내공’의 강대한 힘. 그가 평생 수련했던 ‘기’와는 차원이 다른, 태초의 근원적인 힘이 그의 육체를 잠식하고 있었다.
“이것은… ‘태초의 기’입니다. 우주의 근원이 되는 힘… 그리고… 이 고대의 심법은…”
류진의 목소리는 낮고 굵어졌지만, 어딘가 모르게 다른 존재의 울림이 섞여 있었다. 그의 육체는 여전히 류진이었지만, 그의 정신은 이미 우주의 심연과 연결된 듯했다.
바로 그 순간, 검은 수정 구조물 전체가 섬광을 내뿜으며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푸른빛은 더욱 강렬해졌고, 구조물 표면의 문양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렸다. 탐사정 전체가 요동쳤다.
비룡호의 통신에서 이한수 함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류진! 박선우! 당장 귀환해라! 미지의 함대가 접근하고 있다! 엄청난 수의 미확인 함선이다! 이 구조물의 활성화가 그들을 끌어들인 것 같아!”
류진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야에 광활한 우주가 보였다. 그의 눈에만 보이는 듯, 수십 광년 너머에서 엄청난 수의 함선들이 이곳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 고대 유물의 ‘기운’을 감지하고 달려오는 사냥꾼들이었다.
고통과 환희, 그리고 무한한 책임감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이 유물은 그에게 비할 데 없는 힘과 지식을 주었지만, 동시에 감당하기 힘든 위협을 끌어들인 것이었다.
“선우 형, 김박사님! 어서 탐사정으로!”
류진의 목소리에 더 이상 망설임은 없었다. 그의 손에서 푸른 ‘기’가 뿜어져 나오며 탐사정 해치를 강제로 열었다. 그의 전신에서는 마치 태양처럼 거대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비룡호와 미지의 함대, 그리고 류진. 심우주라는 거대한 강호에서 새로운 전설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