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챕터 1: 톱니바퀴의 비명
강민준은 일곱 해째 이 낡았지만 아늑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이 도시는 거대한 기계 장치와 같았다. 쇠사슬이 얽힌 수직의 건물들이 하늘을 뚫을 듯 솟아 있었고,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끊임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가 저 멀리 중앙 동력탑에서부터 도시 전체로 울려 퍼졌다. 민준의 아파트는 그 복잡한 톱니바퀴들 중 하나에 불과했지만, 그의 작은 공간만큼은 제법 안온했다.
매일 아침, 그는 창밖으로 증기 비행선들이 희뿌연 하늘을 가르며 날아다니는 것을 보았다. 구름처럼 뿜어져 나오는 하얀 증기는 이 도시의 활력이자 동시에 숨통을 옥죄는 회색 안개였다. 그의 집 안은 그나마 깨끗한 공기를 유지하기 위해 벽 한편에 박힌 황동 밸브를 통해 여과된 증기가 조용히 순환되고 있었다.
“흐음…”
오늘 아침도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민준은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찻잔을 내려놓으려던 순간, 식탁 위 찻잔이 미세하게 덜그럭거렸다. 아주 작고 짧은 진동이었다. 민준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아마 저층을 지나는 증기 기관차의 진동 때문이겠지. 그의 아파트는 오래되었고, 도시의 지하를 지나는 수많은 운송 수단 때문에 종종 이런 일이 있었다.
그는 현관 옆 벽에 걸린 괘종시계를 바라봤다. 낡은 시계추가 규칙적으로 좌우를 왕복하며 째깍거렸다. 정교한 황동 부품들로 이루어진 시계의 태엽은 이틀에 한 번씩 감아줘야 했지만, 그 특유의 묵직한 시간이 흐르는 소리는 민준에게 작은 위안을 주었다.
오후가 되자, 민준은 서재에 앉아 지난주부터 손대고 있던 망가진 소형 증기 동력기를 수리 중이었다. 돋보기 안경을 쓰고 작은 나사들을 조이던 그의 귀에 또다시 미세한 소리가 잡혔다. 이번에는 찻잔이 아니라, 그의 책상 끝에 놓인 앤티크 황동 나침반이 흔들리는 소리였다.
‘설마 또 기차 진동인가?’
그는 의아했지만,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 고개를 흔들었다. 몇 분 뒤, 조용하던 서재에 난데없이 ‘철컥’하는 소리가 울렸다. 민준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소리는 책장 위, 그가 아끼던 작은 태엽식 새 모형에서 나는 것 같았다. 황동으로 만들어진 작은 새는 마치 방금 날개를 한 번 퍼덕인 것처럼, 흔들림이 미처 가시지 않은 채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이게… 왜 움직이지?”
그는 태엽이 거의 다 풀려 움직이지 않아야 할 조각상임을 알고 있었다. 민준은 의자에서 일어나 새 모형에 다가갔다. 새는 이미 멈춰 있었고, 아무리 봐도 태엽이 저절로 감길 리는 없었다. 그는 손을 뻗어 새의 작은 날개를 만져보았다. 차가운 금속 감촉. 기분 탓이겠지, 생각하며 그는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밤이 깊어지고, 도시는 거대한 기계의 숨소리처럼 낮게 웅웅거렸다. 민준은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오늘 낮의 기이한 일들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때였다.
거실에서 ‘투둑’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 같았다. 민준은 벌떡 일어났다. 침대 옆 협탁 위의 작은 황동 램프를 켜자, 희미한 빛이 방 안을 채웠다.
“누가 온 건가?”
그는 조심스럽게 침실 문을 열고 거실로 나섰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윤곽이 드러나는 가구들 사이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은 어제 그가 읽다 올려놓은 철학책이었다. 책은 마치 누군가 내던진 것처럼 책등이 활짝 벌어진 채 펼쳐져 있었다.
“…….”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책이 저절로 떨어질 리 없었다. 그는 책을 주워 들고 주변을 둘러봤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낯선 정적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듯했다.
‘똑… 똑… 똑…’
벽에 걸린 괘종시계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리고 그때, 그는 시계 아래쪽에 부착된 압력 게이지 바늘이 미친 듯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보았다. 붉은색 바늘은 마치 공포에 질린 사람처럼 빠르게 떨고 있었다. 내부 순환 증기압은 분명 안정적이어야 했다.
“말도 안 돼…”
민준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그의 심장이 거세게 울렸다. 쾅, 쾅, 쾅. 제발 꿈이기를 바랐다.
바로 그때, 주방에서 ‘쉬이이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증기가 새는 소리였다. 민준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그는 천천히 주방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두운 주방의 한가운데, 가스레인지 위에 놓인 낡은 황동 주전자가 희미한 달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주전자 주둥이에서 하얀 증기가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으아악!”
민준은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그 순간, 거실에서 ‘끼이이이익’ 하는 쇠 긁는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그의 눈앞에서 현관 옆 벽에 걸린 괘종시계의 황동 시계추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마치 거대한 힘에 이끌린 듯 격렬하게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계 속 톱니바퀴들이 억지로 비틀리는 듯한 끔찍한 소리가 온 아파트를 채웠다. 시계 바늘이 비정상적인 속도로 빙글빙글 돌더니, 급기야 시계 유리판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괘종시계는 마치 살아있는 무언가에게 난도질당한 것처럼 산산조각 났다. 황동 파편과 톱니바퀴 조각들이 바닥에 흩뿌려지고, 굉음과 함께 마지막 증기 한 줄기가 터져 나왔다.
민준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괘종시계가 박살 난 잔해 속에서, 마치 기계의 심장이 터져 나온 것처럼, 거대한 태엽 하나가 천천히 풀리며 섬뜩한 ‘철컥, 철컥’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기계 고장이 아니었다.
이 아파트에는, 그와 함께 무언가 다른 것이 있었다.
그것도, 톱니바퀴처럼 사악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무언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