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제목:** 잿빛 여명 (Ashen Dawn)
**[시작]**
**[1화. 잿빛 여명]**
**#1. 폐허 속 잠자리**
**[장면 묘사]**
어둡고 눅눅한 폐건물의 잔해 속. 콘크리트 조각과 녹슨 철근이 뒹구는 공간 한쪽, 간이 침낭이 펼쳐져 있다. 침낭 안에서 한 남자가 희미하게 웅크리고 있다. 작은 창문 틈으로 새벽의 잿빛 햇살 한 줄기가 먼지 가득한 공기를 가로지르며 들어와, 공간을 가로지르는 무수한 부유물을 비춘다. 남자의 얼굴은 거칠고 피로에 절어 있지만, 날카로운 눈빛은 잠든 순간에도 경계를 늦추지 않은 듯하다. 그의 손은 낡았지만 잘 관리된 소총의 개머리판을 쥐고 있다.
**[지훈 독백]**
또 하루가 시작된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그러나 언제든 끝장날 수 있는 하루.
폐허의 새벽은 언제나 이 잿빛이다. 희망이라는 단어조차 퇴색된 세상.
살아남는다는 건, 그저 숨 쉬는 행위의 반복이 아니다.
매 순간, 모든 감각을 곤두세우고 죽음과 거래하는 일.
**[액션]**
남자의 눈이 번쩍 뜨인다. 주위의 미세한 소리에도 반응하듯 빠르게 몸을 일으킨다.
이름은 지훈. 20대 후반, 마른 체격이지만 다부지다. 간이 조리 도구로 차가운 통조림을 꺼내 먹는다. 맛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에너지를 채우기 위한 행위일 뿐이다.
**[지훈 독백]**
식량은 이틀 치. 물은 하루 치. 오늘도 찾아 나서야 한다.
이 망가진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생존.
그리고… 그 끔찍한 날의 진실.
**[액션]**
지훈은 능숙하게 낡은 배낭을 챙긴다. 캔 따개, 손전등, 붕대, 구급약, 그리고 총알 몇 개. 그의 주무기인 개조된 자동소총을 등에 메고, 조용히 은신처를 나선다.
**#2. 죽은 도시의 숨결**
**[장면 묘사]**
지훈이 조심스럽게 폐건물의 입구를 나선다. 밖은 충격적인 풍경이다.
수십 년 전 번성했던 도시의 중심부는 이제 거대한 콘크리트 무덤으로 변해있다. 뼈대만 남은 마천루들이 하늘을 찌르고, 그 사이로 굵은 덩굴식물들이 거대한 촉수처럼 휘감고 있다. 거리에는 뒤집힌 자동차들이 녹슨 껍데기를 드러내고 있고, 깨진 유리 파편과 붕괴된 건물 잔해가 발 디딜 틈 없이 쌓여있다. 희미한 잿빛 안개가 도시를 낮게 깔고 있어 시야가 답답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찢겨진 현수막이 펄럭이며 음산한 소리를 낸다.
**[지훈 독백]**
바람 소리조차 섬뜩하게 들리는 곳.
이 거대한 폐허 속에서 살아남은 것은 과연 나 하나뿐일까.
아니, 그럴 리 없다. 내가 아는 한, 이 세상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존재들로 가득했으니까.
**[액션]**
지훈은 엎어진 버스 잔해 뒤에 몸을 숨기고 주변을 살핀다. 그의 눈은 빠르게 움직이며 모든 움직임과 그림자를 포착하려 한다. 발걸음은 조심스럽고 민첩하다. 주변의 흙과 먼지를 밟지 않으려 노력하는 듯하다.
**[지훈 독백]**
저 거대한 백화점 건물이라면, 아직 쓸 만한 게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남아있어야만 한다.
**#3. 잊힌 유산**
**[장면 묘사]**
지훈이 도착한 곳은 과거 번화했던 대형 백화점 건물이었다. 유리 외벽은 산산조각 났고, 거대한 입구는 무너져 내려 바위 동굴처럼 변해 있다. 백화점 내부로 들어서자, 습하고 차가운 공기가 코를 찌른다.
내부는 외부보다 훨씬 더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에스컬레이터는 비틀린 채 멈춰 섰고, 매장 진열대는 부서진 채 녹슬었다. 마네킹들은 팔다리가 부러진 채 기이한 자세로 널브러져 마치 섬뜩한 조각상 같다. 천장에서는 빗물이 스며들어 녹슨 철근을 타고 흘러내리며 웅덩이를 만들고 있다. 식물들이 콘크리트 바닥을 뚫고 솟아나 천장을 향해 뻗어 나가고 있어, 마치 자연이 다시 건물을 집어삼키는 듯하다.
**[지훈 독백]**
한때는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였을 곳.
욕망과 소비의 상징이었던 곳이 이제는… 죽음의 전시관이 되었다.
**[액션]**
지훈은 조심스럽게 각 층을 오르며 식량을 찾는다. 부서진 식료품 코너, 진열대 구석구석을 살피지만, 쥐들이 파먹고 남은 텅 빈 포장지나 곰팡이 핀 잔해들뿐이다. 몇 시간째 빈손이다. 실망감이 그림자처럼 드리운다.
**[지훈 독백]**
젠장. 여기도 마찬가지인가.
도대체 이 도시에 남은 게 있긴 한 건가?
**[액션]**
지훈은 포기하지 않고 더 깊숙한 곳, 과거 가전제품 코너였던 곳으로 향한다.
그곳은 다른 구역보다 파괴가 덜한 듯 보였다. 희미하게 외부의 빛이 들어오는 창문 아래, 부서진 TV 모니터들이 산처럼 쌓여있다.
**[지훈 독백]**
어쩌면… 배터리라도 찾을 수 있을까.
**[액션]**
지훈은 조심스럽게 부서진 전자제품 더미를 뒤지기 시작한다.
그때, 그의 손에 무언가 잡힌다.
축축하고 거친 표면.
그것은 낡고 얼룩덜룩한, 손바닥만 한 가죽 표지의 수첩이었다.
**[장면 묘사]**
수첩은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곰팡이가 슬어 있었지만, 겉면은 꽤 견고했다. 지훈은 조심스럽게 수첩을 펼친다.
첫 페이지에는 알 수 없는 기호가 흐릿하게 그려져 있었다. 세 개의 겹쳐진 원이 중앙의 점을 에워싼 형태. 기묘하고 불길한 느낌을 준다.
다음 페이지에는 갈필로 휘갈겨 쓴 글씨가 이어진다.
**[수첩 내용 (지훈이 읽는 독백)]**
“…붉은 안개. 도시를 집어삼킨 저주. 숨 쉬는 모든 것을… 뒤틀었다.
그들은… 속삭인다. 낮은 목소리로, 귀를 찢는 비명으로… 밤마다.
보이지 않는 눈이 모든 것을 지켜본다.
그들이 온다. 그림자 속에서, 안개 속에서… 그들은…”
**[액션]**
글씨는 거기서 끊겨 있었다. 마지막 문장은 잉크가 번져 거의 알아볼 수 없었다.
지훈의 표정이 굳어진다. 식량이나 물이 아닌, 이런 섬뜩한 기록을 찾을 줄이야.
그는 수첩을 들어 더 자세히 살펴보려 한다.
**[장면 묘사]**
그 순간, 그의 등 뒤에서 ‘철컥’ 하는 소리가 들린다.
작고 날카로운 금속음.
동시에, 멀리서 아주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그의 귀를 스친다.
지훈의 몸이 얼어붙는다. 그는 반사적으로 수첩을 품에 넣고 소총을 든다.
식은땀이 등에 흐른다.
**[지훈 독백]**
…젠장.
**[액션]**
지훈은 소리 없이 몸을 낮추고, 부서진 진열대 뒤로 숨는다.
주변은 다시 죽은 듯한 침묵에 잠긴다. 하지만 지훈의 귀에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만 요란하게 울린다.
그는 숨을 죽이고, 어둠 속을 응시한다.
무언가 있다. 분명하다.
**[장면 묘사]**
어둠 속, 멀리 떨어진 벽의 그림자에서 두 개의 붉은 점이 섬뜩하게 빛나기 시작한다.
그것은 마치 짐승의 눈동자처럼, 냉혹하고 굶주린 시선으로 지훈이 숨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림자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낮게 깔린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점점 더 또렷하게 들려온다.
**[지훈 독백]**
(숨 막히는 긴장감)
…들켰다.
**[클로즈업]**
붉게 빛나는 두 눈동자.
**[장면 전환]**
어둠 속에서 무언가 기어 나오는 듯한 실루엣.
**[에피소드 종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