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독립적인 단편 소설

잿빛 미궁의 심장부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차갑고 끈적했다. 발걸음마다 서리꽃처럼 얼어붙은 이끼가 바스러지는 소리가 메아리쳤고, 낡은 석벽에서는 고대의 한숨 같은 바람이 흘러나왔다. 우리 탐사대는 벌써 미궁의 칠십 층을 돌파하고 있었다. 대장 김준호는 무뚝뚝하지만 굳건한 바위 같았고, 송지우는 그림자처럼 조용히 앞서며 위험을 감지했다. 한동수는 언제나 한발 앞서 달아나는 탐욕스러운 사냥꾼이었고, 나는… 그저 이도윤, 별다른 직책 없이 팀에 끼어 다니는 관찰자였다. 사람들은 나를 ‘미궁의 눈’이라 불렀지만, 나는 그저 눈에 보이는 것들을 엮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쪽이다! 희귀한 철광석 냄새가 나!”

한동수의 목소리가 쩌렁 울렸다. 그는 언제나 저렇게 충동적이었다. 지우의 경고조차 무시하고 좁은 통로를 따라 쏜살같이 내달렸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저 녀석의 탐욕은 언젠가 화를 부를 터였다.

우리가 뒤따라 도착했을 때, 동수가 들어간 통로 끝에는 자그마한 방이 나타났다. 육중한 강철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안은 텅 비어 보였다. 한동수는 이미 문 안으로 사라진 뒤였다.

“동수야, 조심해!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 준호 대장이 경고했지만, 때는 늦었다.

*콰앙!*

귀를 찢는 굉음과 함께 강철 문이 닫혔다. 우리 눈앞에서 굳게 잠긴 문은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던 거대한 철벽처럼 보였다. 밖에서는 문고리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매끄러운 강철 벽일 뿐이었다.

“동수! 야, 한동수!” 준호 대장이 문을 주먹으로 두들겼다. 강철이 울리는 소리만 돌아왔다. “문이 잠겼어! 안에서 걸어 잠근 건가?”

지우가 재빨리 문틈을 살폈다. “아니요, 밖에서 잠글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안쪽에서 잠긴 게 확실해요.”

“젠장! 동수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준호 대장은 이를 갈았다.

나는 문에 손을 대보았다. 차가운 강철 속에서 희미한 마력의 잔향이 느껴졌지만, 문을 여는 데 도움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부술 수 없는 견고한 문이었다.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열어야 합니다.” 내가 말했다. “준호 대장님, 지우 씨, 힘을 합쳐서 문을 부수는 수밖에 없습니다.”

준호 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내가 먼저 힘으로 틈을 만들 테니, 지우 네가 약한 부분을 찾아봐.”

몇 분간의 사투가 이어졌다. 준호 대장의 압도적인 괴력과 지우의 정교한 도구들이 합쳐져, 마침내 강철 문 한쪽이 비틀리며 손바닥만 한 틈이 생겼다. 우리는 그 틈 사이로 조심스럽게 안을 들여다보았다.

방은 생각보다 작았다. 낡은 금속으로 된 벽과 바닥, 천장이 온통 검은색이었다. 한동수는 방 한가운데 쓰러져 있었다. 그의 가슴팍에는 검고 날카로운 그림자 강철 칼날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칼날은 마치 어둠 그 자체처럼 빛을 집어삼키는 듯했다.

“동수!” 지우가 나직이 외쳤다. “죽었어….”

준호 대장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대체 어떻게… 문은 잠겨 있었고, 안에는 아무도 없었어! 함정인가?”

나는 좁은 틈 사이로 시선을 움직였다. 죽은 동수, 그의 몸에 박힌 그림자 강철 칼날. 방 안은 완전히 밀폐되어 있었다. 창문도 환기구도, 숨겨진 통로의 흔적도 없었다. 마치 칼날이 허공에서 나타나 동수를 꿰뚫은 것 같았다.

“밀실 살인….” 내가 중얼거렸다.

“밀실이라고요?” 지우가 놀란 듯 물었다. “하지만 안에 범인이 있을 수가 없잖아요. 문은 우리 눈앞에서 잠겼어요.”

“그게 문제죠.” 나는 동수의 시신과 칼날, 그리고 방 안의 모든 것을 훑어보았다. 방 바닥과 천장에는 희미하게 그을린 자국들이 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방 한쪽 구석에는 낡은 대장간 설비가 녹슨 채 놓여 있었다.

“준호 대장님, 지우 씨. 문을 좀 더 열 수 있겠습니까? 들어가서 자세히 봐야겠습니다.”

우리가 간신히 문을 비집고 들어가자, 냉기가 확 끼쳐왔다. 그림자 강철 칼날은 여전히 희미하게 온기를 뿜고 있었다. 나는 칼날을 조심스럽게 살펴보았다. 이계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듯, 이곳에서는 보기 드문 재질이었다.

“동수는 칼을 들고 싸운 흔적이 없어요.” 지우가 말했다. “갑자기 당한 것 같아요. 정통으로 심장에 박혔으니, 저항할 새도 없었을 거예요.”

나는 동수의 몸에서 칼날을 뽑아냈다. 생각보다 무거웠다. 그을린 자국이 있는 바닥과 천장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 자국들은 칼날이 발사될 때 생긴 에너지 폭발의 흔적처럼 보였다. 칼날은 마치 포탄처럼 발사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어디서? 그리고 누가?

“이 방은 고대 드워프들의 무기 제련실 혹은 실험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말했다. “천장과 바닥의 그을린 자국은 강력한 무기가 발사될 때마다 생기는 흔적입니다. 그리고 저쪽….”

나는 낡은 대장간 설비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설비 앞 바닥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 작은 압력판이 숨겨져 있었다. 워낙 낡아서 먼지에 덮여 있었지만, 내 눈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동수는 저 압력판을 밟았습니다. 아니, 누군가가 밟도록 유도했거나, 혹은 그가 직접 밟도록 계획되었을 겁니다.”

“압력판을 밟으면 무기가 발사된다는 말씀이세요?” 준호 대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문은 잠겨 있었잖아요. 그럼 누가 발사 버튼을 누르고 방을 나갔단 말입니까?”

“누가 방을 나갔을까요?” 나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어쩌면 범인은 이 방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수 있습니다.”

지우의 눈빛이 흔들렸다.

나는 다시 강철 문으로 향했다. 우리가 억지로 벌린 틈새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문틈 가장자리에 붙어있던 거의 보이지 않는 실오라기 같은 것을 발견했다. 투명한 수정 섬유였다. 한쪽은 끊어져 있었고, 다른 한쪽은 문 안쪽으로 이어져 압력판의 작은 구멍과 연결되어 있었다.

“보이십니까?” 내가 손가락으로 섬유의 흔적을 가리켰다. “이것은 투명한 수정 섬유입니다. 매우 가늘고, 어둠 속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죠. 이 섬유는 압력판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죠?” 준호 대장이 물었다.

“이 방은 고대의 무기 실험실입니다. 저 압력판을 밟으면 천장이나 벽에 숨겨진 발사대에서 강력한 칼날이 발사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동수는 저 압력판을 밟았습니다. 그 순간 칼날이 발사되어 동수를 꿰뚫었죠.” 나는 동수를 응시했다. “하지만 밀실이었습니다. 아무도 안에 없었죠.”

“범인은… 이 섬유를 이용했습니다.” 나는 지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동수가 방에 들어서자마자 문이 닫히고 잠겼습니다. 그리고 범인은 이 문틈 사이로 섬유를 연결해 압력판을 조작했습니다. 동수가 직접 밟았을 수도 있고, 섬유를 당겨 압력판을 눌렀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동수가 살해당한 후, 범인은 이 섬유를 밖에서 끊어버렸습니다. 그러면 문은 안에서 잠긴 밀실처럼 보이게 되죠.”

준호 대장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섬유의 흔적을 번갈아 보았다. “하지만… 우리 중 누가 그런 짓을?”

내 시선은 지우에게 고정되었다. 지우는 어느새 손을 꽉 쥐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눈빛만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런 정교하고 치밀한 트릭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우리 파티에 딱 한 명뿐입니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숨겨진 압력판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가느다란 섬유를 문틈으로 연결할 만큼 섬세한 손재주를 가졌으며, 그림자 강철 칼날이 발사될 때 생기는 소리를 들키지 않게 할 방법까지 계산할 수 있는 사람.”

준호 대장의 시선도 지우에게 향했다. “지우… 설마 네가?”

지우는 고개를 떨구었다. 이윽고 그녀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동수는… 동수는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뜨렸어요.” 지우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방 안에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그의 탐욕은 끝이 없었어요. 지난주에는 제 가문의 보물까지 몰래 빼돌렸어요. 경고했지만 듣지 않았어요. 미궁의 깊은 곳에 들어올수록, 그의 무모함은 더욱 위험해졌고요. 언젠가 우리 모두가 그 때문에 죽을 수도 있었어요.”

“그래서 죽였다는 거냐?” 준호 대장의 목소리가 격앙되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지우는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후회와 결심이 뒤섞여 있었다. “이곳은 함정이 가득한 미궁이에요. 동수는 항상 한발 앞서 달렸고, 이 방에 들어올 것이 분명했죠. 저는 그가 들어간 후, 문이 닫히는 순간, 이 섬유를 문틈으로 연결했어요. 그리고 동수가 압력판을 밟도록 유도했죠. 그의 탐욕이 그를 죽게 만든 겁니다. 저는… 그저 그 탐욕을 이용했을 뿐이에요.”

지우의 말에 침묵이 흘렀다. 탐욕스러운 한 탐사대원의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을 계획한 또 다른 탐사대원. 잿빛 미궁은 오늘도 인간의 욕망과 그림자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뽑아든 그림자 강철 칼날을 내려놓았다. 칼날은 여전히 차갑고 무거웠다. 이 미궁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때로는 동료의 등을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