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탐험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차가운 돌 틈으로 스며든 습기가 폐부를 짓눌렀다. 퀴퀴한 흙냄새와 죽은 비명들이 엉겨 붙어 발악하는 듯한 이 미로 같은 지하 통로는, 제국 수도의 번화한 거리에 감춰진 심장부나 다름없었다. 평민들의 피와 땀으로 세워진 거대한 황궁의 그림자는 이곳까지 닿지 못했지만, 그 무게는 숨 쉬는 공기마저 짓누르는 듯했다.

선두에 선 진호는 닳고 닳은 횃불을 높이 들었다. 축축한 바위벽에 부딪힌 불꽃이 기이한 그림자를 춤추게 했다. 그의 눈은 불꽃보다도 어두운 통로 저편을 꿰뚫어 보려 애썼다. 낡은 가죽 갑옷 위에 더러운 천 조각을 덧댄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하급 용병의 그것이었지만,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는 강철 같았다. 이 어둠 속에서 길을 잃는다면, 그것은 죽음보다 끔찍한 패배를 의미했다.

“진호 님, 길이 갈라집니다.”

뒤따르던 미나가 작게 속삭였다. 그녀는 키는 작았지만 날렵한 움직임과 매서운 시야로 팀의 눈이 되어주었다. 허리에 찬 단검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며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길고 지루한 탐험은 모두를 지치게 만들었다.

진호는 걸음을 멈추고 낡은 양피지 지도를 펼쳤다. 거미줄처럼 얽힌 선들과 알아보기 힘든 고대 문자들이 혼란스럽게 새겨져 있었다. 이 지도는 수십 년 전, 평민 반란의 선봉에 섰던 ‘여명단’의 흔적이었다. 제국에 의해 철저히 말살된 그들의 유산은 이제 진호와 그의 동지들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좌측은 막다른 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도가 희미하지만, 우측으로 표시되어 있어.”
진호는 손가락으로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하지만 그 부분은 세월의 흐름에 바래 희미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저기… 이끼가 유독 짙게 낀 걸 보면, 그쪽은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았다는 증거 아닐까요?” 미나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냈다. “혹시 제국 녀석들이 길을 바꿨을 수도 있습니다. 옛 기록과 다른 길로 유도하는 함정일지도 모릅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제국은 이런 지하 통로를 감지하고 경계를 강화했을 터였다. 오래된 기록은 신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곳은 제국의 삼엄한 감시망을 피해 황궁의 비축 식량 창고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었다. 이 통로가 아니면, 굶주린 백성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이다.

“모험이다.” 진호가 짧게 내뱉었다. “우측으로 간다. 미나, 네가 선두에 서서 확인해라. 조심해. 발밑에 뭐가 있을지 모른다.”

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발걸음은 고양이처럼 소리 없이 돌바닥을 디뎠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눈동자는 횃불에 의지하지 않고도 주변을 스캔하는 듯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조용하고 긴장된 침묵만이 감돌았다.

얼마 가지 않아 미나가 손을 들어 올렸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진호 님, 이상합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게 깔려 있었다. “공기 흐름이 달라요. 저기… 길이 더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진호는 앞으로 나섰다. 횃불을 비추자, 좁았던 통로가 거짓말처럼 거대한 동굴의 입구로 이어져 있었다. 동굴 안은 어두워서 끝이 보이지 않았다. 축축한 공기 대신, 희미하고 건조한 바람이 안에서 불어왔다. 그리고 바닥에 흩어져 있는 것들.

“이건…”
미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흩뿌려진 것은 뼈 조각들이었다. 짐승의 뼈라기엔 너무나 크고, 형태가 기이했다. 마치 거대한 용의 부서진 이빨 같기도, 아니면 어떤 기계 괴물의 파편 같기도 했다. 그 뼈 조각들 사이로 간혹 날카로운 금속 파편들도 섞여 있었다. 녹이 슬어 붉게 변했지만, 그 모양새는 제국의 기술력이 깃든 무기 조각과 비슷했다.

“제국 녀석들이 여기까지 왔었다는 건가…”
진호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지도의 정보가 오래되었듯, 이곳 또한 제국의 손길이 닿았던 것이다. 어쩌면 그들이 이곳을 버린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예감이 들었다.

그때였다.
동굴 깊은 곳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스르륵… 츠으읍…**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축축한 바닥을 기어가는 소리 같기도 하고, 무수한 다리가 한꺼번에 움직이는 소리 같기도 했다.
모두의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진호는 횃불을 내리고 허리춤의 녹슨 장검을 뽑았다. 날카로운 쇠붙이 마찰음이 정적을 깨고 울렸다.

“젠장, 뭐야?”
강찬이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팀의 힘을 담당하는 그는 무뚝뚝하고 과묵했지만, 지금 그의 얼굴에도 공포가 스쳐 지나갔다. 거대한 철퇴를 든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스르륵… 츠으읍… 꾸르륵…**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거대한 동굴의 심연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축축한 공기 속에 희미하게 퍼지는 비린내.

진호는 이를 악물었다. “미나, 강찬! 대형 갖춰! 물러서지 마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기를 돌파한다!”

그들의 등 뒤에는 굶주린 평민들의 절규가, 앞에는 제국의 감시와 알 수 없는 지하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두 개의 거대한 녹색 눈동자가 번뜩였다. 마치 심연의 밑바닥에서 솟아난 악마의 눈처럼, 그들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섬뜩한 시선이었다.

그리고 그 눈동자의 주인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집, 축축한 비늘, 그리고 턱에서 늘어지는 끈적한 점액… 그것은 단순한 괴물이 아니었다. 제국이 봉인했던, 혹은 키웠던 어떤 ‘병기’의 잔해 같았다.

**크르르릉….**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동굴 전체를 뒤흔들었다. 진동과 함께 천장에서 작은 돌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그들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었다.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이 알 수 없는 공포에 맞서 싸워야 하는가. 그들의 뒤에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