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심연의 속삭임

어둠이 아르카나 마법 학원의 낡은 지붕을 집어삼키고 별들이 멀리서 희미하게 반짝이던 밤이었다. 류진은 기숙사 공용실의 낡은 소파에 비스듬히 몸을 기댄 채, 눈앞의 마법 광학 스크린을 노려보고 있었다. 스크린에는 학원의 오래된 도서관에서 몰래 복사해 온 금서의 일부가 희미하게 떠 있었다. 먼지 낀 고문자들 사이로 ‘금지된 구역’, ‘지하의 심장’, ‘봉인된 비극’ 같은 단어들이 류진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만 좀 해, 류진. 내일 오전 일찍 마법 역사 시험이야. 너 그러다 또 낙제한다고.”

맞은편 테이블에서 마력 핵 연성 이론서를 펼쳐놓고 있던 소라가 지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안경 너머 눈은 피로에 절어 있었지만,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낙제는 너나 걱정해. 나는 이쪽이 더 중요해.” 류진은 스크린 속 자료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봐, 최근 학원 전체 마력 파동이 불안정하다는 거 알고 있었어? 지난주에 연성 마법 실험 중에 몇몇 장치들이 오작동했다고. 이건 우연이 아니야.”

소라는 한숨을 쉬며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그냥 낡아서 그런 거겠지. 학원이 몇백 년이나 됐는데.”

“아니. 이 자료에 따르면, 학원 지하 깊은 곳에 ‘심장을 멎게 하는 무언가’가 봉인되어 있대. 그리고 그게… 학원의 마력을 조절하고 있다고도 쓰여 있어. 만약 그 ‘무언가’가 불안정해졌다면?” 류진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미세하게 떨렸다.

소라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건 그냥 오래된 괴담이야, 류진. ‘아르카나의 어둠’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들은 신입생들 겁주려고 선배들이 지어낸 거라고.”

“괴담 치고는 요즘 전해지는 소문하고 너무 맞아떨어지잖아. 밤마다 지하에서 들린다는 이상한 울림, 특정 구역의 마력 방벽이 자꾸 풀린다는 경고….” 류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눈에는 이미 결심의 빛이 서려 있었다. “나는 오늘 밤에 확인해야겠어. 더 이상은 못 참아.”

소라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지금 제정신이야? ‘금지된 구역’은 교수가 직접 마력 방벽으로 봉인해 놨어! 들키면 바로 퇴학이야, 류진!”

“걱정 마. 나는 너처럼 늘 원칙만 따르진 않거든.” 류진은 씨익 웃으며 어둠 속에 숨겨둔 배낭을 챙겼다. “간다!”

소라는 류진이 공용실 문을 박차고 나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마력 핵 이론서를 거칠게 덮었다. “젠장… 저 녀석은 정말….” 결국 그녀도 자리에서 일어나 류진의 뒤를 쫓았다. 퇴학당하는 것보다 류진이 혼자서 무슨 짓을 벌일지가 더 걱정이었다.

***

밤의 아르카나 학원은 낮과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고요함 속에서 스산한 기운이 감돌았고, 낡은 석조 건물들은 거대한 그림자처럼 위압적인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류진은 능숙하게 그림자 속을 헤치며 지하 통로로 향하는 비상구를 찾아냈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축축한 냉기가 코끝을 스쳤다.

“이런 오래된 비상구는 비상시에만 열리게 되어 있어. 게다가 자물쇠가…” 소라가 중얼거렸다.

“걱정 마.” 류진은 품속에서 작은 마력 해제 도구를 꺼내들었다. 마력으로 복잡하게 얽힌 잠금장치에 조심스럽게 그것을 가져다 대자, 미세한 전류가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딸깍.* 둔탁한 소리와 함께 굳게 잠겨 있던 쇠문이 조금 열렸다.

문을 비집고 들어서자, 좁고 어두운 계단이 끝없이 아래로 이어져 있었다. 류진은 주머니에서 마력 랜턴을 꺼내 작게 주문을 외웠다. 푸른빛이 희미하게 퍼지며 낡고 부서진 계단을 비췄다. 흙먼지와 거미줄,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곰팡이들이 벽을 뒤덮고 있었다. 공기는 묵직하고 차가웠다. 마치 수백 년 전의 시간이 이곳에 갇혀버린 것 같았다.

“이거 진짜… 사람이 살던 곳 맞아?” 소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는 팔짱을 낀 채 몸을 감싸 안았다.

“살았던 곳이 아니라… 어쩌면 살았던 ‘것’의 흔적일지도.” 류진은 희미하게 보이는 벽의 마법 문양들을 훑었다. 일반적인 방어 마법이나 봉인 주문과는 달랐다. 차라리… 경고에 가까웠다.

계단을 한참 내려가자, 통로가 갑자기 넓어지며 낡은 철문 하나가 나타났다. 녹슨 문고리를 잡자, 차가운 금속의 질감이 손에 닿았다. *끼이이익—* 찢어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문이 천천히 열렸다.

문 안쪽은 지하 통로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거대한 원형 공간. 천장은 아득히 높았고, 푸른빛이 희미하게 감도는 정교한 금속 파이프들이 복잡하게 얽혀 벽을 타고 있었다. 흡사 거대한 생물의 혈관 같았다. 먼지가 가득했지만, 일반적인 지하실의 황폐함과는 다른, 인공적인 폐허의 느낌이었다. 마법 학원이라기보다는… 어떤 거대한 기계 장치의 내부 같았다.

“이게… 뭐야?” 소라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녀의 눈은 경외와 공포로 확장되어 있었다.

류진은 랜턴을 높이 들었다. 복잡한 회로가 새겨진 낡은 제어판들이 벽 곳곳에 박혀 있었고, 일부 스크린에는 이해할 수 없는 도형과 숫자 조합들이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것은, 공간의 중앙에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장치였다.

마치 수억 개의 마법 수정이 응축된 것처럼 보이는 투명한 기둥이 바닥에서 천장까지 뻗어 있었다. 기둥 속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가 느리게 순환하고 있었고, 그 액체 사이로 차가운 푸른빛이 맥동하고 있었다. 심장이 뛰는 것처럼, 그 빛은 규칙적으로 약해졌다 강해지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공간 전체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게… 학원의 마력원인가?” 소라가 떨리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아니… 단순히 마력원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질적이야.” 류진은 천천히 거대한 기둥에 다가갔다. 표면에 손을 대자, 차가운 유리와 비슷한 질감이 느껴졌다. 그 순간, 기둥의 푸른 맥동이 한층 강렬해지며 그의 손바닥에서부터 미세한 진동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마치 기둥 자체가 살아 숨 쉬는 생물인 양, 류진의 존재를 감지하고 반응하는 것 같았다.

*쉬이이이이….*

갑자기, 고요했던 공간에 낮게 깔리는 기계적인 소음이 울려 퍼졌다. 마치 거대한 장치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듯한 소리였다.

*쿵… 쿵…*

소리는 기둥 안에서 시작된 것 같았다. 맥동하던 푸른빛이 갑자기 붉은빛으로 변하더니, 기둥 안의 액체가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진동은, 벽면의 모든 제어판으로 퍼져나갔다. 죽어 있던 스크린들이 일제히 섬뜩한 붉은빛을 뿜어내며 켜졌다. 그 위에 떠오른 것은 복잡한 숫자도, 도형도 아니었다.

‘경고. 오염 수치 증가. 봉인 약화.’

거대한 붉은 경고 문구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동시에, 공간의 저 먼 곳에서, 또 다른 문이 열리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규칙적인 발소리.

*또각… 또각….*

어둠 속에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류진과 소라는 본능적으로 몸을 굳혔다. 그곳에는, 자신들 말고도 또 다른 존재가… 혹은 *누군가*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분명, 자신들의 침입을 눈치챈 듯했다.

류진의 등골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 거대한 장치가 학원의 마력을 조절하는 심장이라면, 저 발소리의 주인은… 그 심장의 비밀을 지키는 존재일 터였다. 그리고 그 비밀은, 그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하고 거대한 것이 분명했다.

그림자 속에서, 검은 형체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