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스릴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빗줄기는 망치질하듯 오래된 저택의 유리창을 두드렸다. 검은 그림자처럼 굳게 닫힌 문 앞에서 경찰들은 왁자지껄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이 거대한 공간 속에서 이질적인 소음처럼 공허하게 울렸다. 현장감식반의 노란 테이프가 거미줄처럼 쳐진 복도 끝, 그곳에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죽음의 기운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김경감은 땀에 젖은 셔츠 깃을 잡아당겼다. 밤새도록 내린 비는 기온을 낮췄지만, 밀실 살인이라는 압박감은 오히려 그의 심장을 뜨겁게 달궜다. 서재 문은 강철처럼 굳건했다. 낡은 손잡이에 달린 잠금쇠는 안쪽에서 걸려 있었고, 그 위에 덧댄 빗장 역시 단단히 채워져 있었다. 창문은 또 어떤가. 두꺼운 나무틀에 박힌 육중한 철창이 바깥세상과의 모든 연결을 단절시켰다.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젠장, 정말 완벽한 밀실이군.” 김경감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박진호 회장은 평소에도 편집증적으로 보안에 집착했지. 그 덕에 아무도 드나들 수 없는 방에서, 누가 그를 죽였다는 거야?”

피해자 박진호 회장은 국내 굴지의 예술품 수집가이자, 극도로 폐쇄적인 삶을 살기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의 자택은 난공불락의 요새와도 같았다. 그런 그가 자신의 서재, 그것도 안에서 완벽하게 잠긴 방에서 피살된 채 발견되었다. 가슴팍에 박힌 채 발견된 것은 평소 그가 사용하던 앤티크한 서신 칼이었다.

“자살일 가능성은요, 경감님?” 젊은 형사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김경감은 혀를 찼다. “가슴팍에 칼이 박힌 채 발견되었는데, 자살이라고? 그 칼을 휘두른 방향도 이상하고, 무엇보다 피해자의 손아귀에 그토록 힘이 들어가 있었다는 보고도 없었어. 게다가, 자네가 보기에 이 방에 자살할 만한 분위기라도 흐르나?”

서재 안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다. 벽면을 가득 채운 고서들과 값비싼 그림들, 희귀한 조각상들이 정적 속에 잠겨 있었다. 책상 위에는 정갈하게 정리된 서류 뭉치와 펜, 그리고 낡은 돋보기가 놓여 있었다. 박 회장은 그 모든 것의 한가운데, 쓰러진 채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현장감식반 팀장은 난감한 표정으로 보고했다. “외부 침입 흔적은 전무합니다. 지문도 오직 피해자의 것만 발견되었습니다. 문손잡이, 창문, 심지어 천장까지 꼼꼼히 살폈지만… 침입이나 탈출에 사용된 만한 틈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김경감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런 사건은 그가 지난 20년간 수사해온 어떤 사건보다도 난해했다. 경찰청 전체가 매달려도 해결하지 못할 미제 사건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때였다. 김경감은 주저하며 품속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액정에 뜬 익숙하면서도 불편한 이름을 확인하고 한숨을 쉬었다. 이 전화는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카드였다.

“그래, 한설우 씨. 김경감입니다. 바쁘실 텐데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좀 까다로운 사건이 하나 터져서요.”

***

한설우는 빗소리에 담요를 조금 더 끌어당겼다. 창밖은 온통 회색빛이었다. 굳이 시계를 보지 않아도 한밤중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사는 옥탑방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정돈되어 있었다. 책상 위에는 읽다 만 고전문학 서적이 펼쳐져 있었고, 커피 향이 은은하게 감돌았다. 고요를 깨는 것은 오직 빗소리와, 그의 손에 들린 낡은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김경감의 목소리뿐이었다.

“밀실 살인이라….”

그의 목소리는 새벽 공기처럼 차분하고 건조했다. 김경감의 다급한 설명을 들으며 한설우는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 사건 현장의 그림이 그려졌다. 낡은 저택, 편집증적인 수집가, 안에서 잠긴 서재, 그리고 가슴에 칼이 박힌 시신.

“알겠습니다. 곧 출발하죠.”

그는 전화를 끊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범한 티셔츠에 낡은 야상을 걸치고, 낡은 운동화를 신었다. 그의 모습은 그 누구도 ‘천재 탐정’이라고 짐작할 수 없을 만큼 평범했다. 그의 비범함은 오직 그의 눈동자에 깃들어 있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호수처럼 고요하지만, 그 안에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예리함이 숨겨져 있었다.

비가 퍼붓는 밤거리를 택시를 타고 달렸다. 도심을 벗어나 외곽의 숲길로 접어들자, 저택의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차의 붉은 경광등이 밤의 어둠을 찢고 번뜩였다.

“한설우 씨, 오셨군요.” 김경감은 그를 발견하고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내 굳은 얼굴로 돌아왔다. “정말 죄송합니다. 뵙기 송구스럽지만… 이 사건은 정말이지, 저희 힘으로는 감당이 안 됩니다.”

설우는 김경감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이미 저택의 가장 높은 창문에 꽂혀 있었다. 낡은 벽돌과 습기에 젖은 이끼, 그리고 그 위에 엉켜 붙은 담쟁이덩굴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의 눈은 빠르게 움직이며 모든 세부사항을 스캔했다.

서재 앞, 노란 테이프가 쳐진 복도에 들어서자, 설우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그는 현장감식반 요원들이 지나다니며 남긴 발자국들 사이에서, 아주 미세하고 희미한, 그러나 분명히 다른 종류의 흔적을 포착했다. 흙먼지 같기도 하고, 정체 모를 아주 미세한 입자 같기도 한 그것.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안으로 들어섰다.

서재 안은 김경감의 설명보다 훨씬 더 압도적이었다. 앤티크 가구와 최고급 수집품들이 가득 찬 공간, 그리고 그 한가운데 놓인 죽음. 설우는 천천히 방을 가로질렀다. 그의 눈은 살아 움직이는 스캐너처럼 벽을 훑고, 책들을 응시하고, 조각상들의 표정을 살폈다.

다른 형사들이 시신을 중심으로 주변을 수색하는 동안, 설우는 홀로 방의 가장자리를 돌았다. 그는 어떤 것도 만지지 않았다. 오직 눈으로만 모든 것을 담아냈다. 바닥에 떨어진 펜, 책상 위 돋보기의 놓인 각도, 창문에 낀 흙먼지의 두께, 심지어 벽지 문양의 미세한 흐트러짐까지.

피해자 박진호 회장은 책상에 머리를 기댄 채 쓰러져 있었다. 푸른빛 넥타이가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었고, 가슴팍에는 예리한 서신 칼이 깊숙이 박혀 있었다. 칼자루는 박 회장의 손에 쥐여 있었지만, 그립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 시선은 천장을 향해 멍하니 고정되어 있었다.

설우는 잠시 멈춰 서서 시신을 응시했다. 그는 시신 자체보다는, 시신 주변의 미세한 공기의 흐름, 그리고 옷자락의 주름까지도 살피는 듯했다. 그의 시선이 책상 위, 돋보기 옆에 놓인 안경에 닿았다. 그것은 평범한 뿔테 안경이었지만, 렌즈 한쪽 가장자리에 아주 미세한 흠집이 나 있었다. 마치 날카로운 무엇인가에 스친 듯한 자국이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다시 발걸음을 옮겨, 방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창문으로 향했다. 육중한 나무틀 안쪽에는 녹슨 철창이 단단히 박혀 있었다. 창틀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흙먼지가 두껍게 덮여 있었다. 감식반이 이미 외부 침입 흔적이 없다고 보고한 곳이었다.

하지만 설우는 그곳에서 멈췄다. 그의 손가락이 천천히, 거의 닿을락 말락 할 정도로 창틀의 먼지 위를 스쳤다.
그리고는 아주 미세하게,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아주 작은 부분에 시선이 멈췄다.
창틀의 가장자리, 창문과 벽이 만나는 부분의 먼지가… 아주 미세하게, 불규칙한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마치 아주 가벼운 실이 스쳐 지나간 것처럼, 먼지의 결이 비정상적으로 어긋나 있었다.

“이게 뭔가요?” 옆에 서 있던 젊은 형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냥 먼지 아니겠습니까?”

설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먼지 자국을 따라 시선을 위로 올렸다. 그리고는 창문 상단, 천장과 맞닿는 부분의 벽지를 응시했다. 거기에도 역시 아주 희미하게, 마치 실타래 같은 가는 선이 지나간 듯한 얼룩이 있었다. 육안으로는 거의 식별 불가능한, 미세한 변색이었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서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완벽한 밀실. 편집증적인 보안. 살인 도구. 그리고… 이 미세한 흔적들.

설우는 조용히 눈을 뜨고 김경감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그것은 냉소적이라기보다는, 복잡한 퍼즐의 답을 찾았을 때의 만족감과, 동시에 그 트릭이 얼마나 교활한지에 대한 경외심이 섞인 듯한 미소였다.

“김경감님.” 그의 목소리가 정적을 갈랐다.
“이 밀실은… 완벽합니다. 완벽해서, 깨졌습니다.”

김경감과 주변의 형사들은 설우의 알 수 없는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아직도 방의 견고한 침묵과,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한설우의 눈에는 이미, 이 완벽한 밀실을 부수는 실오라기 같은 단서가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거짓이었음을, 그리고 그 거짓이 바로 진실의 열쇠임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밀실은, 완벽한 함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