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역사물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붉은 학의 밀실

## 1. 닫힌 방문

밤은 깊고 한성은 잠들지 않았다. 하지만 나, 이도현에게는 그 어떤 화려한 밤거리의 불빛도 보이지 않았다.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답답함, 그리고 등골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만이 오롯이 느껴질 뿐이었다. 선배의 다급한 호출을 받고 인력거에서 내리자마자 마주한 진영환 대감의 저택은, 평소의 웅장함 대신 음산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이 경위! 어서 오게!”

박진서 경감이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그의 얼굴은 땀과 당황스러움으로 번들거렸다. 대감의 저택, 그중에서도 ‘학의 별채’라 불리는 가장 고풍스러운 건물 앞에 모인 수많은 관원들과 병사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자, 섬뜩한 공기가 나를 에워쌌다.

“대감께서는…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겨우 목소리를 짜내 물었다. 박 경감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방금 사체 확인을 마쳤네. 진 대감은 서재에서 돌아가셨어.”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이미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진영환 대감. 거상으로 명성이 자자했으나, 그 못지않게 편집증적인 성격으로도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의 저택은 오직 그만이 아는 비밀통로와 암호 장치로 가득하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런 그가 밀실에서 살해당했다니.

“서재로 안내하겠습니다.”

박 경감의 뒤를 따라 학의 별채 2층으로 향했다. 낡고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오르면서, 발걸음마다 서늘한 공기가 발목을 감아 도는 듯했다. 복도는 긴장감으로 가득했고, 관원들은 쥐 죽은 듯 조용히 서 있었다.

서재의 문은 두꺼운 참나무로 만들어져 있었고, 육중한 쇠붙이 장식이 덧대어져 있었다. 문 앞에는 이미 여러 명의 숙련된 문지기들이 서 있었지만, 그들의 얼굴은 공포와 혼란으로 얼룩져 있었다.

“문을 강제로 열었네.” 박 경감이 속삭였다. “내부에서 걸쇠가 단단히 잠겨 있었어. 아무리 두드리고 불러도 인기척이 없어서, 결국 특수 장비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지.”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문지기들의 손으로 향했다. 굵은 쇠 지지대와 묵직한 망치 자국이 선명했다. 얼마나 오랜 시간, 얼마나 필사적으로 문을 부수려 애썼을지 짐작이 갔다. 문은 안쪽에서 걸쇠와 빗장이 이중으로 잠겨 있었고, 외부에서는 결코 열 수 없는 구조였다.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잡고 서재 안으로 발을 들였다. 퀴퀴한 종이 냄새와 오래된 나무 향, 그리고… 비릿한 피 냄새가 훅 끼쳐왔다. 방 안은 생각보다 어두웠다. 창문은 두꺼운 암막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고, 그마저도 안쪽에서 쇠창살과 나무판으로 완벽히 봉쇄되어 있었다. 마치 세상과 단절된 요새 같았다.

방 한가운데, 거대한 호두나무 책상에 진영환 대감이 엎드려 있었다. 그의 등에는 붉고 섬뜩한 얼룩이 넓게 번져 있었고, 그 얼룩의 한가운데에는 삐죽이 튀어나온 은빛 손칼이 박혀 있었다. 서류를 정리하던 중 기습이라도 당한 듯, 펜은 여전히 그의 손아귀에 쥐여 있었다.

피는 이미 굳어 검붉은 색으로 변해 있었지만, 그 생생한 살육의 흔적은 방 안의 모든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 나는 숨을 들이쉬는 것조차 어려웠다.

“창문은 확인했나?” 내가 간신히 물었다.

“물론이지. 쇠창살은 외부에서 부술 수 없는 두께이며, 안쪽에서 박힌 나무판은 못이 휘어지지도 않았어. 문은 방금 말했듯이 안에서 잠겨 있었고… 이 서재는 2층에 위치해 있는데, 아래는 연못이야. 외부에서 침입할 만한 흔적은 전무해. 완벽한 밀실이야, 이 경위.”

박 경감의 목소리에는 절망감이 묻어 있었다. 그는 손으로 이마를 쓸어 올렸다. 나 역시 벽에 기대어선 채,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시 살폈다.

문은 안에서 굳게 잠겨 있었다.
창문은 안에서 쇠창살과 나무판으로 완벽하게 봉쇄되어 있었다.
벽난로는 굴뚝이 너무 좁아 사람이 드나들 수 없었다.
천장에도, 바닥에도 의심스러운 구멍이나 틈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살인을 저지르고 이 방을 나갈 수 있었단 말인가? 범인은 증발이라도 했단 말인가?

관원들의 수군거림이 점점 커졌다. 몇몇은 넋 나간 얼굴로 웅성거렸고, 다른 이들은 아예 말을 잃은 채 바닥만 응시했다. 이토록 완벽한 밀실 살인은,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였다.

“수고들 많으십니다.”

정적을 깨고 나지막하지만 단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문쪽으로 향했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 밤늦게 살인 사건 현장에 호출되는 것을 귀찮아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의 깊은 눈에는 단 한 점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강현.

한성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이름이었다. 그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모두가 길을 터주었다. 강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서재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등 뒤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그는 피 냄새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시신에도, 널브러진 서류에도, 강제로 뜯긴 문에도 그의 시선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방 한가운데에 서서, 천천히 방의 네 벽을 훑어볼 뿐이었다. 그의 눈은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 차갑고 예리했다. 마치 이 방이 그에게 모든 비밀을 털어놓기라도 할 것처럼.

나는 강현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내 눈에는 오직 불가능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강현은 달랐다. 그의 얼굴에는 감정의 일렁임조차 없었다. 단지 아주 미세하게, 그의 입꼬리가 한쪽으로 살짝 올라가는 듯했다.

강현이 마침내 시신 위로 꽂힌 손칼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는 아주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붉은 학의 날개가 꺾였군.”

그 말과 함께, 그는 마치 오랫동안 고민했던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라도 찾은 사람처럼, 서서히 손을 뻗어 책상 위를 더듬었다. 그리고는 무엇인가를, 아주 작은 무엇인가를 집어 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이 절대적인 밀실의 수수께끼를 과연 그가 풀어낼 수 있을까? 나와 박 경감, 그리고 모든 관원은 숨을 죽인 채 그의 다음 행동을 기다렸다. 밤은 더욱 깊어졌고, 서재 안에는 오직 강현의 차분한 숨소리만이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