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별의 아이

새벽의 푸른 기운이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시간, 서아는 익숙한 비명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 비명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알람 소리였다. 스피커에 설정된 사악한 마왕의 웃음소리가 이불 밖으로 고개를 내밀 용기조차 앗아가는 듯했다.

“젠장, 오늘도 여전하네.”

침대 머리맡에 널브러진 담요를 걷어내고 간신히 몸을 일으킨 서아는 비척거리며 욕실로 향했다. 거울 속에는 부스스한 머리카락과 부어오른 눈의 소녀가 서 있었다. 지극히 평범한 고등학생, 이서아. 꿈도, 목표도 거창하지 않았고, 그저 내일의 숙제와 모레의 시험을 걱정하며 하루를 살았다. 특별한 것이 있다면, 가끔 밤하늘의 별을 보며 알 수 없는 향수에 젖곤 한다는 것 정도.

빵 냄새가 진동하는 거실로 나오자 식탁에는 이미 정갈하게 차려진 아침 식사가 놓여 있었다. 엄마는 언제나 완벽했고, 아빠는 언제나 침착했다. 서아의 가족은 너무나도 ‘정상적’이어서 가끔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서아야, 오늘 수학 시험은 잘 봤니?”
“아직 안 봤어요, 엄마. 오늘이 아니라 내일이에요.”
“어머, 그랬니? 엄마가 깜빡했네. 하지만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단다.”

엄마의 잔소리 같은 따뜻한 격려를 뒤로하고 교복을 꿰어 입었다. 넥타이를 매듭지으며 창밖을 내다봤다. 언제나처럼 빌딩 숲 위로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평화로운 도시의 풍경.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그 평화로움 너머 어딘가에 숨겨진 균열이 보일 것만 같았다. 어린 시절부터 늘 그래왔다. 남들은 보지 못하는 그림자를, 들리지 않는 속삭임을, 그녀는 어렴풋이 느꼈다. 어쩌면 그래서 더 평범해지려 애썼는지도 모른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그저 보통의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학교는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지루한 수업, 친구들과의 시시콜콜한 농담, 매점에서 사 먹는 눅눅한 빵.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점심시간, 급식실에서 김치볶음밥을 받으려던 찰나, 갑자기 건물이 크게 흔들렸다.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창문이 덜그럭거렸다. 학생들은 일제히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이내 불안한 비명으로 바뀌었다.

“지진인가?”
“아니, 이 정도는 아닌데?”

바닥이 다시 한번 크게 울렸다. 이번에는 단순한 지진이 아니었다. 어딘가에서 날카로운 굉음이 터져 나왔고, 동시에 교실 창밖으로 검은 연기가 치솟는 것이 보였다. 곧이어, 학교 전체에 비상벨이 울려 퍼졌다. 선생님들은 혼비백산하여 학생들을 대피시키려 했지만, 복도는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서아는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창밖의 검은 연기는 단순한 화재가 아니었다. 그녀가 늘 그림자처럼 느껴왔던, 그 미지의 존재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 같았다. 사람들의 공포가 마치 촉수처럼 그녀의 심장을 짓눌렀다.

쾅!

갑자기 급식실 문이 산산조각 났다. 연기와 함께 검은 형체가 밀려들어왔다. 그것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검은 덩어리였지만, 분명 악의로 가득 찬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학생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지만, 그림자들은 빠른 속도로 그들을 쫓았다. 혼란 속에서, 서아는 한 친구가 그림자에게 붙잡혀 끌려가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망설일 틈도 없이 몸이 먼저 반응했다.

“안 돼!”

그림자 괴물에게 달려들었다. 잡혀가는 친구를 구하려 했지만, 괴물은 너무나도 거대하고 위협적이었다. 서아의 손이 괴물의 검은 촉수에 닿으려는 순간, 손목에서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은은한 푸른빛이 손목을 감쌌다. 언제부터 차고 있었는지도 모를, 얇은 은색 팔찌였다. 평소에는 그저 평범한 장신구였던 팔찌가 지금은 뜨겁게 달아오르며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게… 뭐야?”

팔찌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그녀의 몸을 감쌌다. 눈앞이 온통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몸 안에서 거대한 에너지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두려움 대신, 알 수 없는 힘이 온몸을 지배했다. 눈을 감았다 뜨자, 주변의 모든 것이 슬로우 모션처럼 움직였다. 그림자 괴물이 친구를 끌고 가는 모습, 바닥에 쓰러진 다른 학생들, 그리고 자신의 모습.

그녀의 몸은 이미 변해 있었다. 평범한 교복 대신, 순백의 드레스와 함께 푸른 보석이 박힌 갑옷이 팔과 다리를 감싸고 있었다. 머리에는 작은 은색 티아라가 빛나고 있었고, 손에는 투명한 크리스탈 지팡이가 쥐어져 있었다. 거울이 없어도 알 수 있었다. 이 모습이 바로, 그녀가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볼 때마다 어렴풋이 느꼈던 ‘그것’이라는 것을.

“별의 아이… 드디어 깨어났군.”

어디선가 나지막하고 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수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존재가 깨어나는 듯한 목소리였다. 서아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목소리가 그녀에게 힘을 주었고, 그녀를 ‘별의 아이’로 만들었다는 것을.

“별의… 아이?”

그림자 괴물은 서아의 변신에 잠시 주춤하는 듯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서아는 크리스탈 지팡이를 휘둘렀다. 푸른 빛줄기가 지팡이 끝에서 뿜어져 나와 괴물의 촉수를 강타했다. 찌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괴물이 고통스럽게 꿈틀거렸다. 친구는 그림자의 손아귀에서 풀려나 바닥에 쓰러졌다.

“괜찮아?”
“서아… 너…”

친구의 놀란 눈을 뒤로하고, 서아는 다시 괴물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림자 괴물은 분노한 듯 온몸의 촉수를 뻗어왔다. 서아는 본능적으로 몸을 피하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한 번, 두 번, 세 번. 빛의 파동이 그림자 괴물의 몸을 꿰뚫었고, 괴물은 비명과 함께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하아… 하아…”

첫 전투였다. 서아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전신에 힘이 빠지는 듯했지만, 동시에 묘한 희열이 느껴졌다. 자신이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 하지만 이내 그 감정은 의문으로 바뀌었다. 이 힘은 무엇이며, 자신은 왜 이런 모습으로 변한 걸까? 그리고 무엇보다, 저 그림자 괴물들은 대체…

“아직 멀었군.”

또다시 그 목소리였다. 이번에는 조금 더 가까이서 들렸다. 급식실이 무너진 문 너머, 먼지 낀 복도 끝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온 그는 마치 밤하늘 자체를 응축해 놓은 듯했다. 길고 검은 머리카락은 어둠에 녹아들었고, 날카로운 턱선과 묘하게 처연한 눈빛은 차가운 아름다움을 뿜어냈다. 검은색 망토는 그의 움직임에 따라 흐느적거렸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갑옷은 흡사 별이 박힌 밤하늘을 조각해 놓은 듯했다. 그의 등 뒤에는 검고 거대한 그림자 날개가 접혀 있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의 눈이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눈동자. 그 눈은 서아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그녀의 내면에 숨겨진 가장 깊은 비밀까지도 알고 있다는 듯이.

“네가… 저 괴물들을 보낸 거야?”

서아는 지팡이를 꽉 움켜쥐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방금 사라진 괴물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압도적인, 그리고 동시에 매혹적인 존재감이었다. 그는 아무 대답 없이 서아에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발걸음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지만,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공간을 압도하는 듯했다.

그가 서아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불과 몇 걸음 거리. 그의 시선은 서아의 눈에, 그리고 그녀의 손목에 있는 빛나는 팔찌에 꽂혔다.

“별의 심장이 드디어 새로운 주인을 찾았군.”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오래된 비극과 서글픔이 담겨 있는 듯했다. 서아는 저도 모르게 지팡이를 내렸다. 그녀는 그에게서 공포보다는… 낯선 이끌림을 느꼈다. 왜? 그는 분명 자신과 다른 ‘어둠’의 존재였다. 그녀는 ‘빛’의 수호자인데.

“너는… 누구야?”

그의 황금색 눈동자가 서아의 푸른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 순간,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급식실의 혼란도, 학생들의 비명도, 심지어 자신의 심장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오직 두 사람만이 존재했다.

“나는 아르젠.”

그는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이름은 그녀의 심장을 건드렸다. 낯설면서도, 너무나도 익숙한 울림이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하지만 동시에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벽이 존재하는 것처럼.

“그리고 너는…”

아르젠의 손이 서아의 뺨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서아는 피할 수 없었다. 아니, 피하고 싶지 않았다. 차가운 손끝이 그녀의 피부에 닿는 순간, 그녀의 몸에 전율이 흘렀다.

“…나와 너는, 결코 만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다, 별의 아이여.”

그의 말은 경고였지만, 그 속에는 어딘가 모르게 깊은 애수와 연민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의 황금색 눈동자 속에서, 서아는 자신과 똑같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읽었다. 금지된 끌림. 서로를 파멸시킬 수도 있는,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운명.

쾅! 또다시 거대한 폭발음이 울렸다. 학교 건물이 더 크게 흔들렸다. 외부에서 더 강력한 그림자 군단이 몰려오고 있었다. 아르젠의 시선이 잠시 밖으로 향했다.

“시간이 없군. 너는 이곳을 지켜라.”

그는 서아의 뺨에서 손을 떼고 뒤로 물러섰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깊고 복잡했지만, 이내 결의로 가득 찼다. 그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무너진 급식실 문 밖으로 사라졌다. 그의 검은 망토가 어둠 속으로 스며들듯 멀어져 갔다.

“아르젠!”

서아는 그의 이름을 외쳤지만, 그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가 사라진 자리에는 오직 공허함과, 그녀의 심장을 조여오는 낯선 감정만이 남았다. 그녀는 그가 ‘어둠의 종족’의 우두머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녀가 맞서 싸워야 할 적. 그러나 그의 눈빛은 적이 아니었다.

‘나는 대체… 뭘 해야 하는 거지?’

손에 쥔 크리스탈 지팡이가 다시 강렬한 푸른빛을 뿜어냈다. 복도 저편에서 또 다른 그림자 괴물들이 기어들어 오고 있었다. 별의 아이로서, 그녀는 이곳을 지켜야 했다.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눈앞의 적들과 싸워야 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방금 사라진 ‘적’의 황금색 눈동자가 자꾸만 아른거렸다. 그와 자신은 만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 하지만 이미 만나버렸다. 그리고 그 만남은, 피할 수 없는 금지된 사랑의 서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