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운학원은 태곳적 신비와 현대의 영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대륙 최고의 마법 수련 기관이었다. 웅장한 백옥의 전각들은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었고, 푸른 영기(靈氣)는 안개처럼 학원 전체를 감싸고 돌아, 이곳에 발을 들인 모든 이들에게 경외심을 안겨주었다. 수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청운학원의 이름 앞에는 늘 ‘정의’와 ‘영광’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하진은 이 모든 겉치레가 언젠가부터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는 천재였다. 학원 내에서도 손꼽히는 재능을 지녔지만, 그 재능이 때로는 보이지 않는 불편함을 감지하게 만드는 저주처럼 다가왔다. 특히 학원의 가장 오래된 구역, 낡은 종탑과 고서들로 가득한 구서고 주변을 지날 때마다 그의 영혼은 알 수 없는 진동을 느꼈다. 어딘가 깊은 곳에서 울리는 듯한, 듣기 싫은 불협화음이었다.
“하진, 또 구서고 근처를 서성이는 거야? 거기, 불길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 곳이잖아.”
친구 유나가 팔짱을 끼며 투덜거렸다. 유나는 하진과 달리 모든 규율을 충실히 따르는 모범생이었다. 그녀의 영기는 맑고 투명하여, 하진의 묘한 불안감을 이해하지 못했다.
“소문이라고? 그게 다겠어? 난 가끔…… 뭔가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아주 희미하지만, 비릿한 쇠 냄새 같은 게.”
“무슨 소리야? 고서 냄새겠지. 먼지랑 곰팡이 냄새 말고 또 뭐가 있다고.”
유나는 코를 찡긋거렸다. 그러나 하진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밤마다 구서고 주변을 배회했고, 이따금씩 아주 희미한, 사람의 목소리 같기도 하고 짐승의 울음 같기도 한 기이한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마치 바닥 깊은 곳에서 진동하여 올라오는 것처럼, 등골을 타고 오싹하게 스며들었다.
어느 보름달 없는 밤, 학원 전체가 깊은 잠에 빠져들었을 때였다. 하진은 평소보다 훨씬 선명하게 들려오는 그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이전과는 달랐다. 이번에는 고통스러운 비명에 가까웠다.
“젠장, 이건 소문이 아니야.”
하진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심장이 격렬하게 두근거렸다. 그는 급히 옷을 챙겨 입고, 잠든 유나를 흔들어 깨웠다.
“유나, 일어나! 지금이야! 그 소리가 들려!”
“으음… 하진… 무슨 일이야? 잠 좀 자자…”
“빨리! 이번엔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따라와 봐!”
유나는 하진의 다급함에 마지못해 따라나섰다. 어둠 속을 헤치고 구서고 뒷편에 다다르자, 하진은 멈춰 섰다. 낡은 벽돌 틈새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과 함께, 전보다 훨씬 또렷한, 사람의 비명과 흡사한 울음소리가 섞여 나왔다.
“세상에… 이건…” 유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말했지? 가자.”
하진은 비상시를 대비해 늘 지니고 다니던 자물쇠 해제 주문으로 낡은 문을 열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거대한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들은 망설임 없이 발을 내디뎠다.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깊었다. 좁은 계단을 한참 내려가자, 공기가 변했다. 습하고 차가웠으며, 곰팡이 냄새 대신 알 수 없는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영기 흐름도 기묘하게 뒤틀려 있었다. 학원 전체를 감싸고 있던 맑은 영기와는 전혀 다른, 탁하고 무거운 기운이 그들을 짓눌렀다.
“이 영기… 너무 탁해. 마치… 죽은 영기 같아.” 유나가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그래. 뭔가 잘못됐어.”
하진은 손끝에서 작은 영기 구슬을 만들어 앞을 밝혔다. 빛이 닿는 곳마다 낡고 부식된 흔적들이 드러났다. 복도는 점점 넓어졌고, 이따금씩 오래된 철창이 나타났다. 철창 안은 텅 비어 있었지만, 희미하게 남아있는 얼룩들은 섬뜩한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얼마나 걸었을까. 마침내 거대한 철문이 그들 앞을 가로막았다. 철문에는 복잡한 진법(陣法)이 새겨져 있었다. 일반적인 학원의 진법과는 전혀 달랐다. 이는 봉인에 가까웠다. 하진은 자신의 영기를 섬세하게 조절하며 진법을 해제하기 시작했다. 식은땀이 흘러내렸지만, 그의 손은 흔들림 없었다.
끼이이익-!
오랜 침묵을 깨고 철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그들의 폐부를 꿰뚫는 듯했다. 안에서 비릿한 냄새가 더욱 강렬하게 풍겨 나왔다. 그들은 숨을 멈추고 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곳은 거대한 지하 공동이었다. 공동의 중앙에는 섬뜩하리만큼 거대한 영기 진법이 발광하고 있었다. 진법의 중심에는 거대한 기둥이 솟아 있었는데, 기둥 곳곳에는 투명한 수정 고치가 셀 수 없이 매달려 있었다.
고치 속에는… 무언가가 들어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형언할 수 없는 영물(靈物)의 형태인 줄 알았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자, 그 속에서 희미하게 비치는 형상은 인간과 다름없었다. 어린아이의 모습, 젊은 청년의 모습, 그리고 심지어는 노인의 모습까지. 그들은 마치 잠들어 있는 것처럼 고요했지만, 그들의 영혼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수정 고치는 그들의 몸에서 생명의 진액(眞液)을 천천히, 그리고 끊임없이 빨아들이고 있었다. 빨려 나온 진액은 수정 고치 아래에 연결된 가느다란 관을 통해 중앙의 기둥으로 흘러들어 갔다. 기둥은 그 진액을 흡수하여 점차 붉고 탁한 빛을 띠기 시작했고, 그 에너지는 다시 거대한 진법을 통해 지하 공동의 천장 너머로 빨려 올라가고 있었다.
“이건… 대체…” 유나는 토할 것 같은 신음을 삼켰다.
하진의 머릿속에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이 영기 흐름은 익숙했다. 청운학원 전체를 감싸고, 모든 수련 공간을 채우고, 모든 비전을 지탱하는… 그 맑고 순수한 영기!
그것은 이 지하 공동에서 추출된, 피와 생명으로 만들어진 탁한 진액이 정화되어 학원 전체로 공급되는 것이었다. 청운학원의 영광과 그들의 수련을 뒷받침하는 모든 영기는, 이곳에 갇힌 생명들의 고통스러운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
그때였다. 공동의 가장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한 인영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이곳까지 찾아올 줄은 몰랐군. 역시 하진, 네 감각은 남달라.”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도윤 선배였다. 학원 내에서도 실력과 인품 모두에서 칭송받던, 모두의 모범이던 도윤 선배. 그의 얼굴에는 언제나처럼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그 눈빛은 한없이 차갑고 무감각했다.
“선배… 이건… 대체…” 유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대체라니. 보이는 그대로다. 청운학원의 심장, 혹은 영혼이라 할 수 있지.” 도윤은 진법의 중심을 향해 손짓했다. “자연적으로 얻을 수 있는 영기는 한계가 명확해. 진정한 최강의 문파가 되기 위해서는… 보다 근원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다.”
“근원적인 에너지라고요? 이게 사람의 생명을 희생시켜 만든 거라고요?!” 하진의 목소리가 격앙되었다.
“사람? 그렇게 거창하게 부를 필요가 있을까. 이곳에 갇힌 자들은 학원의 선택을 받지 못한 자들, 혹은 외부에서 들여온 하찮은 생명들이다. 어차피 쓰임이 없는 것들이야. 이들이 스스로를 희생하여 학원의 영광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가치를 실현하는 길 아니겠나.”
도윤의 말은 비수처럼 박혔다. 그의 논리는 섬뜩할 정도로 완벽했으며,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모습은 그들이 알던 도윤 선배가 아니었다.
“당신 미쳤어요… 이 모든 영광이 이런… 끔찍한 금기 위에 세워졌다고요?” 유나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금기? 아니. 비전(秘傳)이다. 오직 최고만이 알 수 있는, 이 학원의 진짜 핵심. 자, 이제 너희도 알게 되었으니, 선택을 해야겠지. 학원의 영광을 위해 침묵할 것인가, 아니면 이 비전을 무시하고 모두를 파멸로 이끌 것인가.”
도윤은 마지막 말을 내뱉으며, 손끝에서 날카로운 영기 검을 만들어냈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선배의 것이 아니었다. 사냥감을 노리는 짐승의 냉혹한 시선이었다.
하진은 유나의 손을 꽉 잡았다. 이곳에 더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본능적인 직감이 그의 머릿속을 강타했다. 이들은 이미 너무 깊은 곳까지 발을 들여놓았다. 이 끔찍한 진실을 목격한 순간, 그들은 더 이상 청운학원의 평범한 학생일 수 없었다.
“도망쳐!”
하진은 유나의 손을 이끌고 냅다 달렸다. 도윤의 냉소적인 웃음소리가 그들의 등 뒤를 쫓아왔다. 지하 공동의 어둠과 함께, 청운학원의 진짜 얼굴이 그들 앞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들의 가슴 속에는 이제 학원에 대한 경외심 대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와 함께, 벗어날 수 없는 거대한 비밀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