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숨 막히는 추격전이었다.

무진의 폐부에서는 더 이상 들이쉴 공기가 남아있지 않았다. 찢어진 소매 사이로 드러난 어깨에서는 끈적한 피가 흘러내렸고, 다리 근육은 이미 한계에 다다라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뒤쫓는 자들의 냉혹한 기척이 점점 더 가까워져 오는 것을 등골로 느꼈다. 그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 무진의 목숨이었다.

“젠장…!”

이를 악물었다. 사흘 밤낮을 달려 도착한 곳은 ‘속삭이는 봉우리’라 불리는 금단의 지역이었다. 안개와 기이한 기운이 상시 맴돌아 발길이 뜸한 곳. 이곳마저 뚫린다면 정말 끝장이었다.

거친 나뭇가지에 몸을 던지듯 숨어들었다. 빽빽한 고목들이 하늘을 가려 낮인데도 어둑했고, 축축한 이끼 냄새와 썩은 잎사귀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발소리를 죽인 채, 나무 둥치 뒤로 몸을 숨겼다.

*스윽, 스스슥…*

멀리서 들려오는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굳건한 바위를 밟는 듯 묵직하고 거침없는 기세. 그들은 그저 기척만으로도 주변의 모든 생명을 억누르는 듯했다.

‘저들에게 잡히면… 차라리 죽는 게 나아.’

무진은 비장한 얼굴로 검자루에 손을 얹었다. 비록 필사적 저항이 무의미하겠지만, 여기서 무릎 꿇을 수는 없었다. 그 순간, 그의 발아래 흙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크악!”

예상치 못한 균열에 몸의 균형을 잃었다. 거대한 나무뿌리들 사이, 이끼 낀 흙이 꺼지며 깊이를 알 수 없는 구멍이 드러난 것이다. 그는 비명과 함께 아래로 추락했다. 뼈가 부러지는 듯한 충격이 온몸을 강타했고, 의식은 아득해졌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차가운 기운에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온몸이 쑤셨지만, 기적적으로 치명상은 피한 듯했다. 눈을 뜨자 보인 것은 기이한 암벽이었다. 마치 누군가 칼로 다듬어 놓은 듯 매끈하고 인공적인 느낌을 주는 벽면.

“여긴… 어디지?”

그가 떨리는 손으로 벽을 더듬었다. 차가운 돌의 감촉. 그리고 어렴풋이 느껴지는, 오랜 세월 동안 봉인되어 있던 기운.
그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주위를 살폈다. 추락한 곳은 거대한 동굴의 한 귀퉁이였다. 동굴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였고, 거대한 통로가 미지의 안쪽으로 뻗어 있었다.

‘속삭이는 봉우리 깊숙이, 고대 문파의 유적이 잠들어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설마 이곳인가?’

무진은 망설였다. 뒤쫓는 자들의 발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들이 이 구멍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감히 이 금단의 영역 깊숙이 들어올 엄두를 내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가는 길을 찾거나, 아니면 이 안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

그는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 동굴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발밑에서 부서지는 잔해들이 오래된 이곳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했다. 횃불도 없이 어둠 속을 걸어갔다. 어둠은 먹물을 풀어놓은 듯 짙었지만, 그의 영안(靈眼)은 희미하게 길을 식별할 수 있었다.

얼마를 걸었을까. 마침내 거대한 원형 공간에 다다랐다. 그곳의 중앙에는 거친 돌로 된 제단이 놓여 있었고, 제단 위에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제단 주변의 벽면에는 신비로운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이건… 고대어인가?”

무진은 흥미로운 눈으로 문양들을 살폈다. 그가 아는 어떤 문자의 형태와도 달랐지만, 기묘한 에너지를 담고 있는 듯했다. 그의 시선이 문양들을 따라가던 중, 한 지점에서 멈췄다. 제단의 바로 뒤편 벽면에, 다른 문양들과는 확연히 다른, 단순하지만 강렬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마치 씨앗이 발아하여 하늘로 솟아오르는 듯한 형상.

그가 그림에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차가운 벽면에서 미미한 떨림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림이 그려진 부분에서, 벽면이 안으로 스르륵 밀려들어 가는 것이 느껴졌다.

*쉬이이익…*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숨겨진 공간이 드러났다. 놀랍게도 그곳은 단순한 벽장이 아니었다. 작고 원형의 공간 안,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하나의 물체가 있었다.

검은색 구슬.

한 손에 쏙 들어올 만한 크기. 표면은 그 어떤 빛도 반사하지 않을 만큼 깊고 어두웠지만, 그 안에서 아주 미약하게, 하지만 끊임없이 빛이 깜빡이고 있었다. 마치 우주의 심연을 담고 있는 듯한 신비로운 존재감.

“이건… 대체…?”

무진은 조심스럽게 구슬에 다가섰다.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 안의 영기(靈氣)가 구슬을 향해 이끌리는 듯했다. 평소 같으면 그 어떤 영험한 보물 앞에서도 냉철함을 유지했을 무진이었지만, 이 구슬 앞에서는 왠지 모를 강렬한 이끌림을 거부할 수 없었다.

손을 뻗었다. 그의 손가락이 구슬의 표면에 닿는 순간, 주변의 모든 것이 정지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구슬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약한 빛이 갑자기 폭발하듯 강렬해졌다.

*파아아아앗!*

검은 구슬은 무진의 손에 닿자마자, 수만 개의 검은 파편으로 쪼개졌다. 파편들은 마치 살아있는 듯 춤을 추듯 허공을 유영하더니, 이내 무진의 몸을 향해 쇄도했다.

“으아아악!”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동굴을 뒤흔들었다. 파편들은 그의 몸을 뚫고 들어왔다. 피부를 뚫고, 근육을 지나, 경맥을 꿰뚫고 들어오는 이질적인 감각에 온몸의 세포가 비명을 질렀다. 고통은 차라리 축복이라고 느껴질 만큼, 상상할 수 없는 감각의 폭풍이 그의 몸속에서 휘몰아쳤다.

몸 안으로 들어온 파편들은 무진의 영기를 억누르고, 새로운 에너지를 억지로 주입하는 듯했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강물에 거대한 해일이 덮쳐오는 것 같았다. 그의 원래 영기는 압도당하며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에너지가 그의 단전(丹田)을 향해 맹렬히 파고들었다.

‘이건… 내 힘이 아니야…!’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는 동시에, 엄청난 정보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글자가 아닌, 이미지와 감각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지식의 흐름. 그것은 고대의 언어, 잊혀진 문파의 비급, 그리고… 우주의 근원과도 같은 심오한 진리들이었다.

무진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피부 위로 기묘한 문양들이 붉게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의 경맥은 팽창과 수축을 거듭하며 격렬하게 요동쳤고, 오장육부는 뒤틀리는 듯한 고통에 신음했다.

“크으으으… 아아아아악!”

무진의 비명이 절규로 변하는 순간, 그의 몸을 중심으로 검은 기운이 회오리치듯 솟구쳐 올랐다. 동굴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암벽에 금이 가고, 천장에서 돌멩이들이 비 오듯 쏟아져 내렸다.

거대한 힘이 폭주하고 있었다. 태고의 심연에서 잠들어 있던, 누구도 알지 못했던 마법의 힘이 마침내 무진의 몸을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그의 눈은 검은빛으로 물들었고, 온몸에서는 더 이상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동굴의 입구에서 희미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무진을 쫓던 추격자들이 마침내 그의 흔적을 발견하고 동굴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들은 동굴 안에서 폭주하는 검은 기운을 감지하고 멈춰 섰다.

“이… 이건 대체 무슨 기운인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고대의 힘이다…!”

경악에 찬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무진은 검은 오라에 휩싸인 채,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평범한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깊고 어두운, 하지만 우주를 담고 있는 듯한 차가운 광휘가 번뜩였다.

그리고 그의 입가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콰아아앙!*

동굴 전체가 무너져 내릴 듯 격렬하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