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숨조차 쉬기 버거운 붉은 흙먼지가 사방을 집어삼켰다. 한때 푸르렀던 이 대지는 이제 잿빛 망령처럼 피폐해져 있었다. 류는 메마른 입술을 깨물며 황량한 협곡의 틈새를 살폈다. 등 뒤에 짊어진 낡은 배낭 속에는 며칠 전 겨우 얻은 딱딱한 육포 조각이 전부였다.

‘청월화… 반드시 찾아야 해.’

그의 손에는 닳아빠진 지도가 들려 있었다.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희미한 선들은 한때 위대한 선문(仙門)의 영지였던 ‘비단 계곡’을 가리키고 있었다. 지금은 그저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폐허였다. 이곳이라면 청월화가 자랄 만한 영기(靈氣)의 잔흔이 남아있을 터였다. 청월화는 그의 미약한 심맥(心脈)을 회복시키고, 얼마 남지 않은 영력(靈力)을 끌어올릴 유일한 희망이었다.

류의 발걸음은 조심스러웠다. 메마른 자갈들이 미끄러졌다. 사방에서 무너진 석탑과 금이 간 비석들이 그를 응시하는 듯했다. 한때 이곳을 수호하던 강력한 결계들은 모두 붕괴했고, 그 잔해 속에서 독기(毒氣)에 물든 변이된 짐승들과 굶주린 인간들이 뒤섞여 약육강식의 법칙을 따르고 있었다. 류는 그들 중 어느 쪽에도 속하고 싶지 않았다.

“크르륵…”

어둠 속에서 낮은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류의 몸이 순간 굳었다. 낡은 나침반처럼 그의 영력이 미미하게 반응했다. 그는 등 뒤에서 녹슨 단도, ‘월영검’을 뽑아 들었다. 칼날은 희미하게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칙칙한 그림자 속에서, 거대한 형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길고 흉측하게 굽은 송곳니, 붉게 빛나는 눈, 그리고 온몸을 뒤덮은 단단한 암석 비늘. 거대한 늑대의 형상이었지만, 일반적인 늑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놈은 독기에 물들어 변이된 ‘혈암랑(血岩狼)’이었다. 그 이빨에 한 번 물리면 영력은 물론 생명력까지 흡수당한다는 끔찍한 괴물이었다.

‘젠장, 하필 이놈이…!’

류는 바싹 마른 침을 삼켰다. 도망치는 건 무의미했다. 이 좁은 협곡에서 혈암랑의 속도를 따라잡을 순 없었다. 싸워야 했다. 절박한 생존 본능이 그의 모든 감각을 곤두세웠다.

혈암랑은 류를 발견하자마자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놈의 몸에서 붉은 기운이 피어오르며, 주변의 흙먼지가 소용돌이쳤다. 거대한 앞발을 들어 땅을 한 번 찍자, 지면이 울리고 작은 돌멩이들이 솟아올랐다.

“하아압!”

류는 외마디 기합을 지르며 먼저 달려들었다. 이판사판이었다. 어차피 죽을 바엔 먼저 공격하는 것이 나았다. 그는 월영검에 남아있는 미약한 영력을 모아 칼날 끝에 집중시켰다. 푸른빛이 더욱 선명해졌다.

‘청풍검법(淸風劍法) 제1식, 유운(流雲)!’

바람처럼 가볍게 몸을 놀려 혈암랑의 공격을 피했다. 놈의 앞발이 류가 서 있던 자리를 강하게 내리찍었고, 바위가 깨지는 소리가 협곡을 울렸다. 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혈암랑의 옆구리를 향해 월영검을 휘둘렀다. 그의 목표는 놈의 암석 비늘이 그나마 얇은, 관절 부분이었다.

콰앙! 챙그랑!

월영검이 혈암랑의 옆구리에 부딪히자, 금속이 깨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날카로운 칼날이 비늘을 긁었지만, 깊게 파고들지는 못했다. 오히려 류의 손목이 쨍하고 울렸다. 영력이 부족했다. 월영검의 힘을 완전히 끌어낼 수 없었다.

혈암랑은 아픔에 사납게 포효하며 고개를 돌려 류에게 달려들었다. 거대한 턱이 벌어지고 날카로운 송곳니들이 드러났다. 피비린내 나는 숨결이 류의 얼굴을 강타했다.

‘이대로는… 죽는다!’

류는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젖히며 겨우 송곳니를 피했다. 놈의 턱이 그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는 찰나, 혈암랑의 거대한 꼬리가 휘둘러졌다.

퍽!

방심한 류의 옆구리에 꼬리가 정확히 명중했다. 그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날아가 바위에 부딪혔다. 등 뒤에서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숨이 막혔다. 폐에 구멍이라도 난 듯, 피 맛이 입안에 퍼졌다.

‘끝인가…?’

그의 눈앞이 흐릿해졌다. 뇌리에는 황폐해진 세상에서 홀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던 지난날의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 순간, 류의 눈빛이 변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집념, 그것만이 그를 지금까지 살아남게 한 유일한 원동력이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옆구리에서 끓어오르는 통증을 애써 무시하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월영검이 땅에 박혀 있었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바위틈 사이로 희미하게 푸른빛을 발하는 작은 꽃잎들이었다.

‘청월화…!’

그가 찾던 청월화였다. 지친 몸에 영력을 억지로 끌어올렸다. 비록 미약하지만, 그의 심맥에 흐르는 유일한 희망.

“크아아아!”

혈암랑이 다시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앞발이 아닌, 놈의 붉은 눈에서 섬뜩한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독기에 물든 영력파였다.

‘절대 피할 수 없어!’

류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그는 피하는 대신, 월영검을 뽑아 들고 온몸의 영력을 끌어모아 마지막 일격을 준비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청풍검법 제3식, 광풍멸도(狂風滅道)!’

그의 검 끝에서 푸른빛이 폭발했다. 마치 미친 바람이 모든 것을 쓸어버리듯, 류의 몸이 회오리바람처럼 회전하며 혈암랑의 영력파를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그의 검은 놈의 붉은 영력파를 갈랐고, 그 기세 그대로 혈암랑의 머리통을 향해 쏘아졌다.

쿠우우웅!

광선과 검이 충돌하며 거대한 폭발음이 협곡을 뒤흔들었다.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라 시야를 가렸다. 류는 그 충격에 또다시 멀리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월영검이 손에서 떨어져 나갔다. 온몸의 뼈가 삐걱거리는 듯했다.

간신히 고개를 들었을 때, 류의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혈암랑의 형체였다. 놈은 여전히 서 있었다. 하지만 놈의 머리에는 깊은 상처가 나 있었고, 붉은 피가 암석 비늘 사이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놈의 몸이 휘청거리더니, 이내 거대한 굉음을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정적.

협곡에는 류의 거친 숨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겨우 살아남았다. 그는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옆구리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이미 바지를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하아… 하아…”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청월화가 있는 바위틈으로 향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어둠 속에서도 영롱하게 빛나는 푸른 꽃잎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의 손이 떨렸다. 마침내… 마침내 찾았다.

류는 조심스럽게 청월화를 꺾어 들었다. 은은한 향기가 폐허 속에서 작은 희망처럼 피어났다. 그는 청월화를 품에 안고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봤다. 혈암랑의 시체가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운 채 묵묵히 서 있었다.

이곳은 비단 계곡, 과거 영기가 넘쳤던 선문의 영지. 이제는 황폐함만이 남은 죽음의 땅. 류는 청월화를 움켜쥔 채 멀리 펼쳐진 잿빛 대지를 응시했다. 살아남기 위한 그의 여정은 이제 막 한 고비를 넘겼을 뿐이었다. 다음은 또 어떤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심장 깊은 곳에서는 작은 불씨 하나가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었다.

‘살아남아야 해… 어떻게든.’

그는 피 묻은 손으로 청월화를 꼭 쥐고,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다. 밤은 더욱 위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