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망각의 심연 (The Abyss of Oblivion)**
**에피소드 1: 그림자 아래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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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1.1**
(시점: 드론이 높은 하늘에서 깎아지른 듯한 산봉우리와 짙은 숲을 내려다보고 있다. 푸른 녹음 위로 아득히 펼쳐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산맥의 한가운데, 기이하게도 둥글게 파인 거대한 분지 지형이 보인다. 그 분지의 중심에는 안개처럼 아른거리는 신비로운 에너지가 감돌고 있다.)
**내레이션 (류진):**
“잊혀진 것들은 사라지는 게 아니다. 그저, 잠시 숨을 고르고 있을 뿐. 세상의 이목이 닿지 않는 깊은 곳에서, 숨죽여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1.2**
(산비탈 중턱의 평평한 바위 위. 류진(20대 후반, 캐주얼한 등산복 차림, 덥수룩한 머리에 날카로운 눈빛)이 낡았지만 성능 좋은 태블릿 PC 화면을 골똘히 들여다보고 있다. 화면에는 기이한 에너지 파형 그래프와 함께 고대 문자로 추정되는 이미지가 깜빡인다.)
**류진:**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이 파동… 분명해. 고대 문헌에서 본 것과 일치해. 그런데 왜 아무도… 아니,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지. 그저 외면당했을 뿐. 세상의 무관심 속에 너무나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던 거야.”
**#1.3**
(류진의 옆에서 수아(20대 후반, 활동적인 점프수트 차림, 작은 선글라스를 이마에 걸치고 있다)가 드론 조종기를 능숙하게 조작하고 있다. 그녀의 앞에는 조작기에 연결된 모니터에 드론의 시야가 실시간으로 펼쳐지고 있다.)
**수아:**
(한숨 쉬듯)
“야, 류진. 벌써 세 시간째야. 네 ‘직감’이라는 거, 이번엔 좀 정확해야 할 텐데. 슬슬 드론 배터리도 떨어지고 있고, 이 고도에선 제 성능을 못 내. 이 깊은 산골짜기에 대체 뭐가 있다는 건데? 어쩌다 얻었다는 그 낡은 지도가 전부잖아.”
**류진:**
(태블릿에서 눈을 떼지 않고)
“여기에 있었어. 분명히. 모든 기록이 이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어. ‘시간의 틈새가 열리는 그림자 동굴’… 그저 미신이 아니었어. 고대인들이 남긴 모든 단서가 이 곳을 향하고 있다고.”
**수아:**
“너 또 대학교에서 쫓겨난 그 논문 얘기하는 거야? ‘시간 왜곡 현상이 발생하는 고대 유적 연구’… 교수님들이 너더러 정신병원에 가보라고 했잖아. 그래서 너 고고학과에서 퇴학당했잖아!”
**#1.4**
(류진이 드디어 태블릿에서 고개를 들고, 수아에게 살짝 미소 짓는다. 그의 눈빛은 확신으로 가득하다.)
**류진:**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진실을 좇아? 세상의 상식을 뒤엎는 진실은 언제나 미쳤다고 손가락질 받기 마련이지. 봐, 수아. 드론 시야에 뭔가 잡히는 거 없어? 그 거대한 분지의 중심부. 미약하지만 뭔가 불규칙한 형상이 보여.”
**수아:**
(모니터에 집중한다)
“음… 잠깐만. 숲이 너무 울창해서 잘 안 보여… 젠장, 나뭇가지들 때문에… 오? 저기, 바위벽 사이에 뭔가… 인공적인 구조물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좀 더 가까이 가볼게.”
**#1.5**
(드론 시야가 흔들리며 숲 사이로 빠르게 돌진한다. 고대 이끼와 덩굴로 뒤덮인 거대한 암벽이 스쳐 지나가고, 이내 암벽 한가운데에 거대한 틈새가 드러난다. 그 틈새는 마치 자연적으로 생긴 동굴 입구 같지만, 자세히 보면 잘려나간 듯한 거대한 석조 구조물의 잔해가 보인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거대한 돌들이 마치 폭풍에 쓸려나가 부서진 댐처럼 얽혀있다.)
**수아:**
“세상에… 이건… 동굴이야? 아니면… 뭔가 무너진 건가? 저 형태는 자연스러운 게 아닌데. 바위가 잘려나간 흔적이 너무 선명해.”
**류진:**
(태블릿을 수아에게 들이민다)
“이거 봐. 이 에너지 파형, 저 입구에서 가장 강력하게 발산되고 있어. 찾았어, 수아! 드디어 찾았어! 내 직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어!”
**#1.6**
(류진의 눈이 흥분으로 번뜩인다. 그는 망설임 없이 등산 배낭을 둘러메고 일어선다.)
**수아:**
“야, 잠깐만! 저기까지 어떻게 가려고? 절벽 수준인데? 그리고 안에 뭐가 있을 줄 알고 무작정 들어가? 위험할 수도 있잖아! 우리가 무슨 인디아나 존스야?!”
**류진:**
“위험? 위험하지 않은 탐험이 어디 있어? 안전한 탐험은 존재하지 않아! 그리고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갈 순 없잖아. 이건 내 평생의 숙제라고! 망각의 문을 여는 열쇠라고!”
**수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류진을 보다가, 이내 피식 웃는다. 류진의 열정에 결국 전염된 듯, 그녀의 눈에도 은근한 호기심이 떠오른다.)
“하긴… 너 같은 괴짜를 따라다니는 내가 더 미친놈이지. 좋아, 가자. 대신 안전은 내가 책임진다. 내 드론과 통신 장비, 그리고 이 GPS가 없으면 넌 여기서 미아가 될 거야. 알지? 이번에도 너 때문에 감옥이라도 가면 그땐 정말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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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2.1**
(시간 경과. 수아와 류진이 아슬아슬한 산길을 헤치고 내려와, 드디어 거대한 암벽 앞의 덩굴이 우거진 입구에 도착한다. 입구는 마치 거대한 짐승의 입처럼 어둡고 음침하다. 입구의 틈새로 스며드는 빛줄기가 오랜 시간 동안 굳어진 먼지 입자들을 춤추게 한다.)
**류진:**
(입구 앞에서 손전등을 비추며)
“이건… 완벽한 위장이야. 고대인들이 일부러 숲 속에 숨긴 것 같아. 이 엄청난 암벽을 깎아서 만들다니… 단순한 동굴이 아니야. 이건… 누군가에게서 무언가를 숨기기 위한 거대한 장치야.”
**#2.2**
(손전등 불빛에 비친 입구 안쪽은 거대한 석조 터널의 형태를 띠고 있다. 벽면에는 세월의 흔적으로 새겨진 듯한 기이한 문양들이 어렴풋이 보인다.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상형문자처럼 보인다.)
**수아:**
“돌이… 평평하게 잘려 있어. 뭔가 정교한 도구를 사용한 흔적이야. 이런 깊은 산속에 이런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아. 대체 누가, 그리고 언제?”
**류진:**
(벽면의 문양을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고대 문헌에만 존재한다고 알려졌던 ‘망각의 문’… 전설이 아니었어. 이 문양들… 내가 아는 어떤 문명에서도 본 적이 없어. 하지만… 묘하게 익숙해. 마치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처럼.”
**#2.3**
(두 사람이 조심스럽게 터널 안으로 들어선다. 밖과는 다르게 내부는 놀랍도록 정돈되어 있다. 바닥에는 오랜 시간 쌓인 먼지가 두껍게 깔려 있지만, 벽면과 천장은 매끄러운 검은색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간간이 푸른빛을 띠는 광물질이 박혀 있다. 공기 중에는 흙먼지 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금속의 냄새가 희미하게 섞여 있다.)
**수아:**
(휴대용 조명등을 켜고 사방을 비추며)
“공기가… 깨끗해. 바깥세상과 단절된 지 얼마나 된 건지 상상도 안 가는데, 이렇게 쾌적할 수가 있나? 습기도 전혀 없고…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아.”
**류진:**
“에너지 파동 덕분일 거야. 이곳에 흐르는 기묘한 에너지가 내부 환경을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는지도 몰라. 이 모든 게 미지의 기술로 이루어져 있어.”
**#2.4**
(터널이 끝나고, 거대한 돔 형태의 공간이 나타난다. 공간의 중심에는 거대한 원형 석판이 있고, 그 주변으로는 정교하게 조각된 기둥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다. 기둥들 사이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계 장치들이 녹슬지 않은 채 자리하고 있다. 기계들은 마치 오랜 잠에 빠진 거인의 심장처럼 웅장하고 신비롭다.)
**수아:**
(경탄한 듯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건… 지하 도시야? 아니면… 신전? 저 기둥들 봐,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아. 그리고 저 기계들은 대체 뭐야? 수천 년 동안 잠들어 있었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완벽해.”
**류진:**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살핀다)
“신전도 아니고, 도시도 아니야. 이건… ‘장치’야. 이 모든 게 하나의 거대한 장치라고. 시간을 다루는, 아니, 시간을 ‘초월’하는 장치.”
**#2.5**
(류진이 원형 석판으로 다가간다. 석판의 표면에는 복잡하고 섬세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으며, 그 문양의 중심부에는 마치 시계의 심장처럼 생긴 기이한 장치가 박혀 있다. 장치는 멈춰 있지만, 미세하게 에너지가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마치 심장이 멈춘 시계가 희미한 떨림을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류진:**
“이게… ‘시간의 심장’인가. 문헌에서만 읽었던 그 고대의 유물. 모든 전설의 시작점이자 종착점.”
**#2.6**
(수아가 조심스럽게 석판에 손을 뻗으려 하자, 류진이 급히 그녀의 손을 잡는다.)
**류진:**
“함부로 만지지 마.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몰라. 이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선 거야.”
**수아:**
“알고 있어. 그런데 왠지… 따뜻해. 이 돌덩이가. 마치 생명이라도 가진 것처럼 미지근한 온기가 느껴져.”
**#2.7**
(류진이 석판 주변을 꼼꼼히 살핀다. 그의 시선이 석판 가장자리에 새겨진 작은 홈에 닿는다. 홈은 특정 형태의 조각을 끼워 넣을 수 있도록 정교하게 파여 있다.)
**류진:**
(중얼거린다)
“퍼즐 조각인가… 이걸 완성해야 하는 건가? 이 거대한 장치를 작동시키려면… 무언가를 채워 넣어야 해.”
**#22.8**
(류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자신의 목에 걸고 있던 작은 펜던트를 꺼낸다. 펜던트는 평범한 금속 조각처럼 보이지만, 그 형태는 석판의 홈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마치 오랜 시간 제자리를 기다려온 것처럼.)
**수아:**
“그건… 네가 할머니한테서 물려받은 거 아니었어? 너 어렸을 때부터 늘 차고 다녔잖아. 왜 그걸 여기다… 설마? 말도 안 돼…”
**류진:**
“어렸을 때부터 이상한 꿈을 꿨어. 이 펜던트가 여기에 제자리를 찾는 꿈. 이 장치가 빛을 내며 깨어나는 꿈. 그저 꿈인 줄 알았지. 미친 착각이라고 스스로를 다그쳤어. 하지만… 직감이란 건 때로 가장 확실한 길을 알려줘. 이 펜던트는, 마치 이곳을 찾아오도록 나를 이끌고 있었던 거야.”
**#2.9**
(류진이 펜던트를 조심스럽게 석판의 홈에 끼워 넣는다.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펜던트가 홈에 완벽하게 결합된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2.10**
(펜던트가 결합되자마자, 원형 석판의 문양들이 푸른빛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희미하게 깜빡이던 빛은 빠르게 주변의 거대한 기둥으로 번져나가고, 기둥에 박혀있던 푸른 광물질들도 차례차례 빛을 발한다. 공간 전체가 신비롭고 영롱한 푸른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마치 거대한 밤하늘의 별들이 땅속에서 깨어난 듯하다.)
**수아:**
(놀라서 뒷걸음질 친다)
“류진! 대체 뭘 건드린 거야?! 움직이는 것 같아! 저 기계들! 소리가 들려!”
**#2.11**
(기둥들 사이의 기계 장치들이 웅장한 저음의 진동을 내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녹슨 것처럼 보였던 부품들이 마찰음 하나 없이 유려하게 회전하고, 공간을 가득 채운 푸른빛이 더욱 강렬해진다. 바닥에 새겨진 문양들에서도 빛이 뿜어져 나오며, 공간 전체에 알 수 없는 고대 문자들이 허공에 떠오르는 환상적인 광경이 펼쳐진다. 그 문자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며 형태를 바꾼다.)
**류진:**
(넋을 잃고 그 광경을 바라본다. 그의 얼굴에는 경이로움과 함께 미묘한 슬픔이 스쳐 지나간다.)
“시작됐어… 망각 속에서 잠들어 있던 시간이… 깨어나고 있어. 이 거대한 장치가… 마침내 작동하기 시작했어.”
**#2.12**
(공간 전체가 굉음과 함께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마치 거대한 바다가 휘몰아치는 것처럼, 바닥에서부터 강렬한 빛의 소용돌이가 솟아오르고, 빛은 두 사람을 향해 빠르게 휘몰아친다. 시야가 온통 새하얗게 변하며 모든 소리가 먹먹해진다.)
**수아:**
(비명을 지르며 류진의 팔을 붙잡는다)
“류진! 무슨 일이야?! 우리… 설마…! 시간 터널이라도 열린 거야?!”
**류진:**
(빛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면서도, 희미하게 미소 짓는다. 그의 눈빛은 두려움 대신 알 수 없는 확신으로 가득하다.)
“드디어… 문이 열렸어. 과거로 향하는 문이…!”
**#2.13**
(화면이 순간적으로 암전된다. 그리고 아주 짧게,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는 이미지: 멸망 직전의 고대 도시, 공포에 질린 사람들의 얼굴, 하늘에서 쏟아지는 거대한 빛의 기둥이 도시를 삼키는 찰나의 순간.)
**내레이션 (류진):**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망각의 굴레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 시간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 순간, 우리의 과거와 미래는 다시 쓰여질 운명에 처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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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종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