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무너진 고가도로의 그림자가 도시를 집어삼키는 시간, 잿빛 먼지 덮인 폐허 속에서 세 개의 그림자가 조용히 움직였다. 강휘는 낡은 소총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앞을 살폈다. 부서진 창문 너머로 보이는 붉은 노을은 한때 번화했던 도시에 기묘한 장밋빛 죽음을 드리웠다. 바람이 휘파람처럼 낡은 건물들의 뼈대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젠장, 또 아무것도 없어.”

상구의 거친 숨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그는 낡은 배낭을 고쳐 메며 불평했다. 등 뒤에서 지유가 바닥에 흩뿌려진 유리 조각을 조심스럽게 피하며 걸었다. 작은 손전등이 그녀의 손에서 흔들리며 주변을 희미하게 비췄다.

“이쪽은 희망이 없어요. 벌써 수십 번도 더 털린 곳 같고…”

강휘는 대꾸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목표는 한때 ‘편의점’이라 불리던 작은 건물이었다. 도심 외곽의 버려진 구역에 위치한 곳. 혹시라도 약 같은 게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한 줄기 희망 때문이었다. 며칠 전부터 지유의 기침이 잦아들지 않았다.

낡은 철문이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안은 온통 어둠과 곰팡이 냄새로 가득했다. 매대들은 뒤집히거나 텅 비어 있었고, 진열되었던 물건들은 대부분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강휘는 소총의 개머리판으로 문을 고정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흩어져서 찾아봐. 소리 내지 말고. 쓸만한 거 뭐든.”

세 사람은 각자 손전등을 켜고 움직였다. 바스락거리는 파편 소리와 얕은 숨소리만이 정적을 갈랐다. 지유는 과자 코너의 텅 빈 봉지들을 뒤적였다. 눅눅하게 변색된 박스들 사이에서 혹시라도 포장이 온전한 뭔가가 있을까 싶었지만, 허사였다.

“크흠, 크흠…”

지유의 기침 소리가 유독 크게 울렸다. 강휘는 눈살을 찌푸렸다.
“지유, 괜찮아?”
“네, 괜찮아요. 그냥 목이 좀… 쿨럭.”

상구는 계산대 쪽을 뒤지고 있었다. 엎어진 계산기, 찢어진 전표들. 그는 투덜거리며 서랍을 열었다.
“여긴 진짜 개미 한 마리 없겠네. 누가 다 쓸어갔는지…”

그때였다.
지유의 손전등 불빛이 벽 한구석에 멈췄다. 낡은 벽에 선명하게 그어진 긁힌 자국. 사람 손톱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깊이와 폭이었다. 금방 생긴 듯 가장자리가 날카로웠다.

“강휘 오빠, 이거…”
그녀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강휘가 급히 다가섰다. 그는 긁힌 자국을 손으로 더듬었다. 그리고 벽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발견했다. 검고 뻣뻣한 털 조각.

“젠장.”
강휘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상구도 어느새 계산대에서 벗어나 이쪽으로 다가왔다.
“이게 뭐야? 또 그 변이체 새끼들이야?”

변이체.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끔찍한 형상으로 뒤틀린 생명체들. 그들은 주로 어두운 곳에서 서식하며, 도시의 잔해를 자신들의 사냥터로 삼았다. 이빨과 발톱, 그리고 기묘하게 발달한 감각으로 생존자들을 추적했다.

강휘는 주변을 살폈다. 낡은 매대 뒤편, 어두운 구석.
“조용히 해. 아직은 몰라.”
그는 소총의 안전장치를 해제했다. 찰칵, 하는 작은 금속음이 정적을 찢었다.

갑자기 천장에서 툭, 하고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세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천장으로 향했다. 먼지투성이 환풍구 구멍. 그 안쪽은 보이지 않는 어둠으로 가득했다.

“저 위인가?” 상구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손에 든 낡은 망치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지유가 작게 속삭였다.
“냄새… 이상한 냄새가 나요.”
강휘도 그제야 맡았다. 시큼하면서도 비릿한, 그리고 눅진한 역겨운 냄새. 짐승의 냄새와는 달랐다. 썩은 살과 오물이 뒤섞인 듯한.

바로 그때, 뒤편의 매대 사이에서 어둠이 일렁였다. 무언가 움직였다. 빠르고, 소리 없이.
강휘가 총구를 돌리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쉬이익-

날카로운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검은 형체가 지유에게 달려들었다. 강휘는 반사적으로 총을 발사했지만, 어둠 속의 형체는 너무나 빨랐다. 지유의 비명과 함께 그녀의 손에서 손전등이 떨어져 바닥에 부딪히며 번쩍였다.

“지유!” 강휘가 소리쳤다.
쓰러진 매대와 부서진 물건들이 와장창 소리를 내며 무너졌다. 지유는 무언가에 깔린 듯 몸부림쳤고, 검은 형체는 그녀의 위에서 으르렁거렸다.

강휘는 망설일 틈도 없이 지유 쪽으로 달려갔다. 상구는 망치를 든 채 주춤거리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형체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팔다리가 기형적으로 길고 얇았지만, 등에는 마치 거미처럼 튀어나온 뼈마디가 여러 개 붙어 있었다. 피부는 시체처럼 희끄무레했다.

괴물은 지유의 목덜미를 노리는 듯했다. 강휘는 발악하듯 총을 난사했다. 총탄이 괴물의 몸을 스쳐 지나가자 괴물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는 마치 찢어지는 쇠붙이 같았다.

“이 새끼!” 상구도 정신을 차리고 괴물에게 망치를 휘둘렀다. 쾅! 망치가 괴물의 등 부분에 부딪혔다. 괴물은 다시 한번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지유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그 틈을 타 강휘가 지유를 일으켰다. 지유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숨을 헐떡였다. 그녀의 팔에는 깊은 할퀸 자국이 선명했다.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도망쳐!” 강휘가 외쳤다.
그는 상구와 지유를 밀치며 괴물에게 다시 총구를 겨눴다. 괴물은 어둠 속으로 잠시 사라진 듯했지만, 이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네 발로 기어다니며, 천장을 타고 빠르게 움직였다.

타타탕!
강휘가 연이어 총을 발사했다. 총알이 천장을 긁고 지나가며 석고 가루가 쏟아졌다. 괴물은 벽을 박차고 땅으로 내려왔다. 매대들 사이로 재빠르게 몸을 숨기며 그들을 포위하려는 듯 움직였다.

“문 쪽으로!” 강휘가 외쳤다.
세 사람은 필사적으로 출구 쪽으로 내달렸다. 지유의 팔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통증을 참았다. 상구는 뒤따라오면서 계속해서 뒤를 돌아봤다.

괴물은 마치 그들의 발소리를 따라오는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눈빛. 마치 무언가를 조롱하는 듯한 기괴한 신음소리.

강휘는 문을 향해 마지막 총알을 발사했다. 소총에 남은 탄창은 이제 없었다. 괴물은 총알을 피하며 몸을 비틀었다. 그 순간, 괴물의 발이 낡은 전선 더미에 걸렸다.

쉬이이익-
일순간 괴물이 휘청거렸다. 바로 그때였다.

강휘는 지유를 밀쳐 문 밖으로 내보내고, 상구의 등도 거칠게 밀어냈다.
“먼저 가!”

그는 소총을 버리고 허리춤에 있던 대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괴물을 향해 몸을 던졌다. 맹목적인 돌진.
괴물은 강휘의 움직임에 놀란 듯 했지만, 이내 날카로운 손톱을 세우며 반격했다.

쉭! 콱!
강휘의 어깨를 스쳐 지나간 발톱이 옷을 찢었다. 살을 파고드는 고통. 강휘는 이를 악물고 괴물의 어깨에 대검을 박아 넣었다.

푸욱!
괴물의 몸에서 검은 피가 솟구쳤다. 괴물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강휘는 온 힘을 다해 칼자루를 비틀었다. 괴물의 비명 소리가 건물 전체를 뒤흔들었다.

“강휘 오빠!” 지유의 절규가 들렸다.
강휘는 대검을 뽑아내며 뒤로 물러섰다. 괴물은 쓰러진 채 경련했다. 강휘는 출구 쪽으로 몸을 날렸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깥으로 뛰쳐나왔을 때, 상구와 지유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상구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강휘의 어깨를 쳐다봤다. 찢어진 옷 사이로 보이는 깊은 상처.

“젠장, 너 괜찮아?” 상구의 목소리가 떨렸다.

강휘는 고통을 억누르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지유의 피 묻은 팔과 자신의 상처를 번갈아 바라봤다. 어둠이 완전히 깔린 도시, 멀리서 들려오는 기분 나쁜 울음소리.

“도망쳐.” 강휘는 낮게 으르렁거렸다. “이곳은… 우리가 건드릴 곳이 아니었어.”

그들의 뒤편, 낡은 편의점의 어둠 속에서, 무언가 천천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어둠이 삼킨 건물 안에서, 방금 겪었던 악몽 같은 괴물보다 더 큰 무언가가 깨어나는 것 같은 섬뜩한 예감이 강휘의 머릿속을 스쳤다.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다시 어둠 속으로 뛰었다. 상처는 점점 더 깊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