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칠흑 같은 어둠 속, 그의 몸은 바싹 말라붙은 나뭇가지 같았다. 폐허가 된 영묘의 가장 깊숙한 곳, 그는 차가운 돌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뼈마디마다 고통이 칼날처럼 스며들었으나, 그의 의식은 오직 한 점, 단전에 응집된 탁한 기운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그 기운은 생명의 끓어오름이 아닌, 증오와 분노가 응축된 독액과도 같았다.

수십 년 전, 그는 이곳에 버려졌다. ‘친구’의 손에 의해 영맥이 찢기고, 영혼이 산산조각 난 채. 짐승의 먹이로나 던져질 법한 몰골로, 간신히 목숨만을 부지한 채였다. 매일 밤 꿈속에서, 그날의 잔혹한 기억이 그를 덮쳤다.

“진우야, 모든 건 너의 무능 탓이다. 너무 강한 빛은, 제 그림자를 키우는 법이지.”

천진난만하게 웃던 그 얼굴이, 싸늘한 가면으로 변하는 순간. 등 뒤를 꿰뚫던 그 칼날의 감촉이 생생했다. 피와 함께 쏟아져 나갔던 영맥의 파편들, 그리고 지켜보보던 김현수의 얼굴. 그날 이후, 이진우라는 이름은 살아 있는 시체가 되었고, 김현수라는 이름은 명문 청운문의 차기 문주로 떠올랐다.

그의 눈꺼풀 아래, 경련이 일었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김현수의 이름을 외치며 타오르는 듯했다. 복수. 오직 그 단 하나의 염원만이 그를 살게 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순간, 그는 우연히 고대의 금지된 비술서인 ‘흑염마공’을 발견했다. 영맥이 파괴된 자만이 수련할 수 있다는, 오직 파멸만을 위한 공법. 그 비술서는 그의 찢어진 영혼에 파고들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대신, 어두운 힘을 심었다.

수십 년간 이 어둠 속에서, 그는 매일 밤 자신을 찢고 태우는 고통을 감내했다. 과거의 영광은 모두 잊었다. 순수했던 영력은 독기로 물들었고, 자비와 연민은 이미 바닥난 감정이었다. 오직 심연만이 남았다.

그 순간, 단전에 갇혀 있던 탁한 기운이 폭발했다. 억눌렸던 분노와 증오가 에너지로 변환되는 끔찍한 과정이었다. 그의 몸 안에서 수많은 실핏줄이 터져 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고, 뼈가 뒤틀리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집어삼켰다. 마치 살아있는 몸이 다시 한 번 죽음을 맞이하는 듯한 격통이었다.

“크윽…!”

핏줄이 터진 눈에서 검붉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살갗은 찢어지고 다시 붙기를 반복하며 흉측한 무늬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진우는 신음 한 번 제대로 내지 않았다. 그의 의지는 쇠보다 단단했고, 얼음보다 차가웠다. 고통은 그에게 연료였다.

그리고 고통의 끝에서, 새로운 감각이 피어났다. 온몸을 휘감는 검붉은 기운. 그것은 과거의 청아한 영력이 아니었다. 끈적하고, 어둡고, 그러나 한없이 강력한, 복수만을 위한 힘이었다. 그의 파괴된 영맥을 통해 흐르는 이 힘은, 세상의 어떤 기운보다도 파괴적이고 잔혹했다. 그것은 ‘흑염’, 영혼마저 태워버리는 지옥의 불꽃이었다.

이진우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눈동자는 더 이상 과거의 순진함을 담고 있지 않았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 그리고 그 안에 번뜩이는 섬뜩한 흑염의 빛. 폐허가 된 영묘의 돌벽은 그의 기운에 짓눌려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 흩어져 있던 말라붙은 풀잎들은, 그가 방출하는 기운에 닿자마자 시커먼 재로 변해 허공으로 흩어졌다.

‘성공했다. 마침내, 성공했어.’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의 영혼은 너무 깊이 타버린 탓이었다. 하지만 그의 의식은 더욱 또렷해졌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새로운 힘에 반응하며 전율했다. 과거의 이진우는 죽었다.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은, 오직 복수만을 위해 다시 태어난 ‘흑염마왕’이었다.

“현수… 이제부터 네가 쌓아 올린 모든 것은, 무너뜨리기 위해 존재할 뿐이다.”

그의 시선은 폐허를 넘어 저 멀리, 한때 번성했던 ‘청운문’의 방향을 향했다. 그곳에는, 자신의 몰락을 발판 삼아 천하의 명문으로 거듭난 배신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김현수. 너는 지금쯤 청운문의 문주 자리에 앉아, 권력의 단맛에 취해 있겠지. 나의 피와 살을 밟고 올라선 그 자리가, 얼마나 위태로운 지옥인지 아직은 모를 것이다.

이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그림자처럼 유려하고 소리 없었다. 비틀거리던 과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영묘의 출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폐허의 먼지가 그의 발끝에서 공포에 질려 흩어지는 듯했다.

첫 번째 목표는 정해져 있었다. 청운문의 삼대 장로 중 한 명인 ‘백룡’ 서운기. 그는 이진우가 몰락하던 날, 김현수 옆에서 가장 환하게 웃으며 그의 영맥 파괴에 동조했던 자였다. 당시 서운기는 대외적으로는 이진우의 재능을 아끼는 척했지만, 뒤로는 김현수와 결탁하여 이진우의 모든 것을 앗아가는 데 일조했다. 그 대가로, 그의 아들은 청운문의 핵심 제자로 승격되었고, 서운기 자신은 막대한 영약과 권력을 얻었다.

복수는 차갑고 계산적이어야 했다. 서운기는 약골이었지만, 김현수와의 연결고리이자, 청운문의 약점을 파고들 첫 번째 칼날이 될 터였다. 이진우는 더 이상 영웅담에 나오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아니었다. 그는 그림자 속에서 기어 나온 악귀였다.

차가운 달빛이 폐허를 비추고, 그의 그림자는 길게 늘어졌다. 그림자 속에서, 죽음의 향기가 피어오르는 듯했다. 복수의 서막이,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지독하게 열리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이 영묘의 경계를 넘어서자, 흑염의 기운이 더욱 짙게 주위를 감쌌다. 세상은 이제, 그의 지옥 불꽃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야 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