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썩은 물비린내와 먼지 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지혁은 낡은 마스크 위로 습기를 내뱉으며 손전등 불빛을 좌우로 흔들었다. 까맣게 변색된 천장, 무너진 선반 사이로 엉겨 붙은 거미줄, 그리고 발밑에서 바스러지는 유리 조각들. 이곳은 한때 풍요를 자랑했던 대형 마트의 잔해였다.

“오빠, 저기.”

수아의 목소리가 어둠을 찢고 날아들었다. 지혁은 반사적으로 손전등을 그녀가 가리키는 곳으로 돌렸다. 통조림 코너. 엉망진창으로 파헤쳐진 선반들 사이로, 기적처럼 온전한 깡통 몇 개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희망의 빛 같은 착각이었다.

“조심해. 발소리.”

지혁은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곳은 너무 고요했다. 살아있는 소리라곤 자신들의 숨소리, 그리고 어딘가에서 불규칙하게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뿐. 그 고요함이 되려 더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언제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은, 짐승 같은 그림자들.

수아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무너진 진열장 틈새를 살폈다. 흙먼지를 뒤집어쓴 손으로 깡통 하나를 집어 들었다. 옥수수 통조림. 캔 뚜껑의 녹슨 흔적이 세월의 무게를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내용은 먹을 만할 터였다. 이런 세상에서 옥수수 한 캔은 황금보다 귀했다.

그때였다.

멀리서, 아주 희미하게, 무언가가 *끄으응…* 하고 긁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혁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착각일까? 아니, 그는 수없이 들어온 소리였다. 망가진 세상이 내는 가장 흔한, 그리고 가장 끔찍한 소리.

수아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들고 있던 깡통을 허둥지둥 배낭에 넣었다. 그녀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저쪽인가…?”

지혁은 소리가 들려온 방향, 즉 마트 입구 쪽을 향해 손전등을 비췄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놈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어서 나가야 해. 수아.”

지혁은 수아의 팔을 잡아끌었다. 왔던 길을 되짚어 나가는 것이 가장 안전했다. 하지만 발소리가 거슬렸다. 깨진 유리 조각들이 경고음처럼 울렸다. 그들이 나아가려던 순간, 등 뒤에서 더 선명한 소리가 들렸다. *크르르르…*

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젠장, 입구 쪽이 아니라 안쪽이었다니!

“뒤쪽이야!”

수아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가 마트 안에 울렸다. 지혁은 몸을 돌렸다. 손전등 불빛이 거친 움직임에 흔들렸다. 그 빛이 한 무리의 그림자 위를 스쳤다. 적어도 서너 마리. 찢어진 옷자락, 일그러진 얼굴, 축 늘어진 사지. 그리고 그들의 눈은 어둠 속에서 굶주린 짐승처럼 번득였다.

놈들이 동시에 지혁과 수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고요했던 마트가 순식간에 악몽의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썩은 살점 냄새가 코를 찔렀다.

“수아, 도망쳐! 내가 막을게!”

지혁은 배낭에서 미리 준비해 둔 쇠 파이프를 꺼내 들었다. 녹슬고 묵직한 파이프가 손에 익숙하게 감겼다. 첫 번째 달려든 놈의 머리를 향해 전력을 다해 휘둘렀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놈의 몸이 뒤로 휘청였다. 하지만 곧 다시 몸을 추스르며 달려들었다. 이빨이 드러난 입이 악취를 풍기며 쩍 벌어졌다.

수아는 오빠의 말을 듣고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이미 다른 두 마리가 그녀의 퇴로를 막고 있었다. 놈들의 손이 그녀를 향해 뻗어왔다. 수아는 주저 없이 품속에서 작은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햇빛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한 창백한 날이 섬광처럼 번뜩였다.

“오빠…!”

그녀의 목소리가 공포에 질려 떨렸다. 지혁은 수아에게 향하는 놈들을 막기 위해 몸을 돌리려 했지만, 이미 첫 번째 놈이 그의 목덜미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쇠 파이프를 휘두를 공간조차 부족했다.

좁은 통로, 시야를 가리는 어둠, 그리고 사방에서 조여오는 악몽 같은 그림자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손에 쥔 쇠 파이프가 무겁게 느껴졌다. 놈들의 신음 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숨 막히는 순간, 지혁의 눈에 문득, 무너진 선반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비상구 표지가 들어왔다. 저곳까지 갈 수만 있다면…

하지만 놈들이 지척이었다.
그때, 뒤쪽에서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놈들의 신음 소리와는 다른, 묵직하고 규칙적인, *쿵, 쿵, 쿵* 하는 발소리였다.
누군가 오고 있었다.
놈들 외의 또 다른 존재가.

지혁의 심장이 얼어붙었다. 놈들과의 싸움은 고사하고, 또 다른 ‘변수’의 등장이라니.
젠장.

발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놈들은 그 그림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굶주림에 미쳐 날뛰던 감염자들의 움직임이 순간 정지했다.
지혁은 간신히 놈들의 공격을 피하며 무너진 선반 뒤로 몸을 숨겼다. 손전등 불빛은 이미 꺼진 지 오래였다.
거대한 그림자가 마트 통로를 가로질러 들어섰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거대하고, 감염자라고 하기엔 너무나 정돈된 움직임을 지닌, 섬뜩한 존재였다.
온몸을 검은 보호구로 감싼 그것의 눈에서 붉은 섬광이 번뜩였다.
놈들과 지혁, 그리고 수아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그 존재의 시선이 마치 지옥의 심연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지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차라리 놈들과 싸우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섬뜩한 예감이 등골을 타고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