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어두컴컴한 숲은 지훈의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는 대학이라는 굴레 속에서 잃어버린 자신을 찾기 위해, 혹은 그저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 늘 그랬듯, 도심 외곽의 깊고 잊힌 숲길을 따라 무작정 걷다 보면, 마음속 답답함이 조금은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오늘은 특히 그랬다. 숲은 늦가을의 스산함을 온몸으로 내뿜고 있었고,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뼈가 비벼지는 것 같았다.

“빌어먹을… 진짜 답이 없네.”

지훈은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흙투성이 운동화로 축축한 낙엽을 밟았다. 푹푹 꺼지는 발걸음만큼 그의 미래도 불투명하게 느껴졌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걷던 그의 눈에, 문득 저 멀리 희미하게 빛나는 듯한 기묘한 것이 들어왔다. 아니, 빛이라기보다는 그림자 속에서 유독 짙게 뭉쳐 있는 어떤 덩어리에 가까웠다.

궁금증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겼다. 덤불을 헤치고 나아가자, 이내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오랜 시간 동안 버려진 듯한, 돌로 지어진 작은 신당이었다. 지붕은 반쯤 무너져 내렸고, 이끼가 온몸을 뒤덮어 마치 숲의 일부처럼 보였다. 하지만 분명 사람이 만든 구조물이었다. 이곳이 왜 이토록 깊은 숲 속에 숨겨져 있는지, 어떤 목적으로 지어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마을에서도 이 방향으로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이었다.

“이런 곳에 이런 게…?”

지훈은 조심스럽게 신당 안으로 발을 들였다. 내부는 바깥보다 더 습하고 차가웠다. 코를 찌르는 곰팡이 냄새와 함께, 묘하게 비릿한 흙냄새가 섞여 들었다. 신당의 중앙에는 깨진 돌 제단이 놓여 있었다. 제단은 수많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중앙이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움푹 파여 있었다. 그리고 그 파인 틈새에서, 지훈의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새까만 돌 조각.
손가락 한 마디 정도 크기의 그 조각은 마치 한밤중의 어둠을 그대로 굳혀놓은 듯했다. 주변의 돌과는 재질 자체가 달랐다. 표면은 이상하리만치 매끄럽고 차가웠으며, 빛을 전혀 반사하지 않았다. 오히려 빛을 흡수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 작은 조각이 뿜어내는 기묘한 존재감에 지훈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조각에 닿는 순간, 차가움 너머로 알 수 없는 전율이 손끝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동시에 머릿속에 온갖 형언할 수 없는 소리들이 밀려들어 왔다. 먼 옛날, 잊힌 언어로 속삭이는 듯한 수천 개의 목소리, 마치 심장이 터질 듯 울리는 북소리, 차갑고 날카로운 비명 소리… 지훈은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눈앞이 깜빡거리며 기이한 문양들이 춤을 추듯 스쳐 지나갔다.

“으윽…! 이게… 뭐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감각은 너무나 강렬하고 압도적이었다. 지훈이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그의 손바닥에는 여전히 그 검은 돌 조각이 쥐여 있었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는 아무런 변화도 없던 그 돌이, 이제는 희미하게, 아주 희미하게 초록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마치 내부에서 어떤 생명이라도 움트는 것처럼.

주변이 달라졌다.
신당의 어두운 구석에서 그림자들이 꿈틀거렸다. 단순히 어둠이 짙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림자들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길게 늘어지고 뒤틀리며, 기괴한 형상을 만들어냈다. 곰팡이 냄새는 더욱 진해졌고, 비릿한 흙냄새는 핏비린내처럼 변해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숲 속 깊은 곳에서부터 희미하지만 분명한, 아이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착각일 리 없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지훈은 돌 조각을 든 손을 필사적으로 내려놓으려 했지만, 손바닥에 들러붙은 듯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돌 조각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차가운 에너지가 그의 팔을 타고 심장으로 파고드는 것 같았다. 그의 눈에 비친 신당의 풍경이 일그러졌다. 벽에 이끼로 뒤덮여 있던 무언가가, 마치 제 모습을 되찾듯 선명해졌다. 그것은 고대의 잔혹한 주술 문양들이었다. 방금 전 머릿속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은.

지훈의 귓가에 다시 속삭임이 들려왔다. 이번에는 더 선명하게, 마치 바로 옆에서 읊조리는 듯했다.
*‘깨어났다… 드디어… 깨어났어…’*
그것은 한때 신이라 불렸던 존재들의 환희이자, 동시에 인간의 지각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저주의 맹세 같았다.

지훈은 숨을 헐떡이며 뒷걸음질 쳤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는 깨달았다. 자신이 단순히 잊힌 유물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연히, 정말 우연히, 고대의 어떤 힘을, 잠들어 있던 악몽을 건드려 버렸다는 것을.

그의 손에 든 검은 돌은 이제 확연한 초록빛을 띠며 고동치고 있었다.
그리고 신당 밖, 깊은 숲의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그 초록빛을 향해 천천히, 그러나 집요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축축한 낙엽을 밟는 둔탁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