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1장. 재가 된 푸른 빛**

회색 안개가 지독하게 깔린 대지 위로, 메마른 바람이 흙먼지를 흩뿌렸다. 한때 푸른 영기가 넘실대던 강물은 독기 서린 웅덩이로 변했고, 하늘을 찌르던 봉우리들은 뼈대만 남은 앙상한 그림자처럼 서 있었다. 모든 것은 과거의 영광을 조롱하듯 찢겨 발가벗겨진 채였다.

강인(姜仁)은 쩍쩍 갈라진 땅을 밟으며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그의 손에 쥐인 낡은 강철검은 녹슬고 닳았지만, 유일한 벗이자 생존 도구였다. 스무 살 남짓한 그의 얼굴에는 굶주림과 피로가 역력했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에는 결코 꺼지지 않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살고자 하는 의지, 혹은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희망에 대한 끈질긴 갈망이었다.

“젠장, 또 아무것도 없어.”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벌써 며칠째 먹을 것은 고사하고, 희미한 영기라도 머금은 약초 한 잎조차 찾지 못했다. 이대로 가다간 육체는 물론, 내면에 남아있는 보잘것없는 영기마저 바닥나고 말 것이다. 그 순간, 그의 뱃속에서 고통스러운 경련이 일었다.

멀리, 폐허가 된 도시의 잔해가 희미하게 보였다. 과거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대현자들의 거점이었으나, 대붕괴 이후에는 오염된 괴수들의 안식처가 되어버린 곳이었다. 함부로 접근하는 것은 자살행위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강인의 시선은 그곳이 아닌, 발밑의 바위 틈새로 향했다.

“…이건?”

그의 눈이 번뜩였다. 거친 바위 표면에 달라붙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손톱만 한 푸른 이끼 조각. 겉보기엔 평범했지만, 강인의 예민한 감각은 그 안에서 미약하나마 순수한 영기의 흐름을 감지했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기운. 이런 세상에서 이토록 귀한 것을 발견하다니. 행운인지, 아니면 더 큰 불행의 전조인지.

강인이 몸을 웅크려 이끼에 손을 뻗는 순간이었다.

쉬이이이익!

뒤에서 섬뜩한 바람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인은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던지며 검을 뽑아 휘둘렀다. 쩌억! 하는 끔찍한 파열음과 함께 그가 있던 자리에 거대한 독니가 박혔다.

“젠장, 또 저것들이야?”

몸을 일으킨 강인의 눈앞에는 거대한 흉물 하나가 서 있었다. 잿빛 피부에 뒤틀린 근육, 여섯 개의 다리와 곤봉처럼 생긴 꼬리. 그 괴수는 과거 평범한 도마뱀이었겠지만, 오염된 영기에 잠식되어 끔찍한 돌변괴수로 변해버린 지 오래였다. 녀석의 눈은 붉게 빛나며 강인을 노려봤다.

강인은 자세를 잡았다. 싸울 수밖에 없었다. 이 세상에서, 순수한 영기를 가진 모든 것은 희귀하고, 그만큼 위험을 동반했다. 괴수는 길게 찢어진 입에서 녹색 독액을 질질 흘리며 강인에게 달려들었다. 엄청난 속도와 파괴력.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한순간에 찢겨 죽었을 것이다.

강인은 검을 굳게 쥐고 마음속으로 검결을 되뇌었다.
‘무명검법 제1식, 쇄풍(碎風).’
몸을 숙여 괴수의 육중한 다리 사이로 파고들었다. 독액이 튀었지만 간신히 피했다. 괴수의 공격은 단순했지만 예측 불가능한 광기를 담고 있었다. 강인은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하며, 괴수의 약점을 찾았다. 등 뒤에 솟아난 비정상적인 혹, 그곳에서 가장 강한 오염된 영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콰앙!
괴수의 꼬리가 바닥을 후려쳐 거대한 흙먼지를 일으켰다. 시야가 흐려진 틈을 타 강인은 괴수의 등 뒤로 뛰어올랐다. 거친 피부에 손이 미끄러질 뻔했지만, 필사적으로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크아아악!”
괴수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강인은 검을 비정상적인 혹에 꽂아 넣고, 그대로 아래로 그어 내렸다. 푸르스름한 피와 함께 끈적한 오염된 기운이 분출되었다. 괴수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을 뒹굴었다. 땅이 흔들리고 바위가 부서졌다.

강인은 검을 빼내고 멀찍이 물러섰다. 괴수는 온몸을 경련하며 이내 움직임을 멈췄다. 붉게 빛나던 눈동자도 서서히 잿빛으로 변하며 생기를 잃었다. 강인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왼쪽 어깨에 녀석의 발톱에 긁힌 깊은 상처가 있었다. 옷이 찢어지고 피가 배어 나왔다. 쓰라린 통증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는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쓰러진 괴수를 확인했다. 독기가 서린 고기를 먹는 건 자살행위였다. 강인은 조심스럽게 처음 발견했던 푸른 이끼로 다가갔다. 다행히 싸움의 여파 속에서도 이끼는 무사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이끼를 떼어내 손바닥에 올렸다. 손톱만 한 조각이었지만,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순수한 기운은 강인의 지친 육신에 미약한 위로를 건네는 듯했다. 그는 이끼를 입에 넣고 천천히 씹었다. 씁쓸하면서도 청량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조금씩, 몸속으로 온기가 돌고 영기가 채워지는 것을 느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 감각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다.

“이깟 이끼 조각 하나에 목숨을 걸어야 하다니…”

강인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잿빛 하늘에는 한 점 구름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과거에는 신선들이 구름을 타고 오가고, 푸른 용들이 승천하던 곳이었다고 했다. 거대한 선계(仙界)가 존재했고, 온 대지는 영맥(靈脈)으로 가득 차 있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들. 하지만 지금 남은 건 오직 폐허와 죽음뿐이었다.

그는 폐허가 된 도시 너머,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를 응시했다.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또 다른 돌변괴수들? 아니면 한 줌의 영기를 찾아 헤매는 자신과 같은 생존자들? 혹은, 아직 오염되지 않은 미지의 땅이라도 있을까?

왼쪽 어깨의 상처가 다시 쓰라려왔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낡은 강철검을 다시 고쳐 잡았다. 검은 그의 손안에서 차가운 생명력을 품고 있는 듯했다.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나는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다.”

강인은 그렇게 다짐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시선은 끊임없이 황무지의 끝을 향했다. 그에게는 나아가야 할 이유가 있었고, 끝까지 찾아야 할 것이 있었다. 비록 그것이 무엇인지 지금은 알 수 없더라도.

황무지 위로 그의 작고 단단한 뒷모습이 그림자처럼 길게 드리워졌다. 살아남기 위한 그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