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작품명: 멸혼의 대전]**
**[에피소드 제목: 첫 제물]**

**[장면 1] 고요를 깨는 그림자**

**[장면 배경]** 깊은 산속, 세월의 더께가 앉은 허름한 초가집. 집 주위를 둘러싼 늙은 느티나무는 바람 한 점 없는 저녁에도 미세하게 흔들리는 듯하다. 붉은 노을이 서산을 물들이며 고즈넉한 풍경을 완성한다. 계곡물 소리만이 정적을 깨며 흐른다.

**[캐릭터]**
* **김현** (20대 후반, 닳고 닳은 수련복 차림.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과 단단한 체격에서 비범한 기운이 엿보인다.)

**[행동/표정]**
김현, 마루에 걸터앉아 낡은 목검을 연마하고 있다. 슥, 슥. 칼날을 따라 움직이는 그의 손놀림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정확하다. 멀리 노을을 응시하는 그의 얼굴에는 고요함 속에 깊은 사색이 담겨 있다. 마치 다가올 거대한 폭풍을 예감하듯, 그의 시선은 아득한 수평선을 응시한다.

그때였다.
쏴아아아-!
갑자기 주변의 공기가 싸늘하게 식으며, 느티나무 잎사귀들이 바람 한 점 없이 파르르 떨기 시작한다. 맑게 흐르던 계곡물 소리가 순식간에 멎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고요는 더욱 짙어져 숨 막힐 듯한 침묵으로 변한다.

김현의 손이 목검 위에서 멈춘다. 그의 시선은 허공의 한 점에, 마치 유령이라도 본 듯이 고정된다. 평온했던 그의 눈빛에 미세한 긴장감이 스친다.
바로 그때, 마루 앞 낡은 나무 탁자 위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이기 시작한다. 이내 빛은 점점 선명해지더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손바닥만 한 크기의 낡은 나무패 하나가 허공에서 나타나 탁자 위에 떨어진다.

묵직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 나무패.
한쪽 면에는 알아볼 수 없는 고대의 문양이 음각되어 있고, 다른 한쪽 면에는 핏빛으로 섬뜩하게 ‘현세혼백대전’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그 글자는 마치 살아있는 피처럼 꿈틀거리는 듯한 기분 나쁜 생명력을 풍겼다.

**[김현]** (나직하게, 읊조리듯)
“…드디어, 시작인가.”

**[지문]**
그의 눈빛이 흔들린다.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가, 결국 그의 발치까지 굴러와 멈춰 선 것이다.
‘현세혼백대전’.
이름만으로도 피 비린내가 진동하고, 살아있는 자의 혼을 갉아먹는 듯한 사악한 기운이 느껴지는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징표.
김현은 천천히 나무패를 집어 든다. 차가운 나무패의 감촉이 마치 죽은 자의 심장을 만지는 듯 소름 끼치게 느껴졌다. 이 작은 조각이 불러올 파멸의 그림자를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감하고 있었다.

**[장면 2] 죽음으로 향하는 문**

**[장면 배경]** 칠흑 같은 밤, 험준한 산길.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욱하게 깔린 안개는 주변 풍경을 기괴한 그림자로 만든다. 간간이 들려오는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음산함을 더하고, 숲의 모든 소리가 먹혀든 듯 고요하다. 저 멀리, 기괴한 형상의 봉우리들이 마치 하늘을 뚫고 솟아난 거대한 괴물의 등뼈처럼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캐릭터]**
* **김현**

**[행동/표정]**
김현, 낡은 도포 차림으로 묵묵히 산길을 걷고 있다. 그의 발걸음은 지친 기색 없이 굳건하며, 흔들림 없는 그의 눈빛은 짙은 어둠 속에서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앞을 향한다. 그의 어깨에는 작은 보따리 하나가 전부였다.

끼이이이익-!
안개가 걷히는 순간, 눈앞에 나타난 광경은 김현조차 숨을 멈추게 할 정도였다. 거대한 문. 낡고 부서진 듯 보이지만, 그 거대한 크기와 형태는 압도적인 위압감을 풍기며 모든 생명체를 주눅 들게 했다. 문 양옆에는 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괴물 석상이 침묵 속에 우뚝 서 있는데, 그 얼굴 없는 석상은 마치 수천 년 동안 이곳을 지켜온 수호자 같았다. 문 위쪽으로는 기묘한 상형문자들이 피처럼 붉게 빛나고 있어, 그 아래에 선 모든 존재에게 불길한 기운을 드리운다.

**[지문]**
그것은 단순히 ‘문’이 아니었다. 현세와 이계를 잇는 경계, 혹은 세상의 운명이 걸린 제단으로 향하는 유일한 통로.
김현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이곳의 공기는 탁했다. 썩은 시체의 악취와 희미한 피 냄새, 그리고 기이한 주술의 잔해가 뒤섞인 듯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발아래 깔린 흙은 너무나도 축축하고 차가웠다.

**[김현]** (혼잣말)
“…결국, 여기까지 올 운명이었군.”

**[행동/표정]**
그가 문에 손을 얹으려 하자, 끼이이이익-! 소리를 내며 문이 저절로 안쪽으로 열리기 시작한다. 안쪽은 끝을 알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뿐이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 수많은 시선이 자신을 향해 꽂히는 듯한 섬뜩한 감각이 김현의 신경을 날카롭게 자극한다. 마치 어둠 속에 숨어있는 수많은 영혼들이 그를 기다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김현은 망설임 없이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디딘다. 그의 등 뒤로 육중한 문이 다시 닫히며, 산속의 고요는 다시 깨지지 않는 침묵 속으로 잠겨든다.

**[장면 3] 혼백의 투기장**

**[장면 배경]** 어둠을 뚫고 들어선 곳은 거대한 지하 공동이었다. 천장은 보이지 않는 높이로 솟아 있고, 사방은 기이한 조각상들과 주술적인 문양들로 가득하다. 바위 벽에는 고대의 문자들과 피로 그려진 듯한 형상들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공동 중앙에는 원형의 거대한 투기장이 자리하고 있으며, 붉은 흙으로 다져진 바닥에는 복잡한 상형문자들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그 주위로 수많은 인물들이 침묵 속에 모여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풍기며, 이 세상의 존재라고는 믿기지 않는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떤 이는 전신을 검은 그림자에 감추고 있고, 어떤 이는 기괴한 가면을 쓰고 있으며, 어떤 이는 맨몸에 강렬한 기운을 두르고 있어, 그들의 정체를 짐작하기 어렵다.

**[캐릭터]**
* **김현**
* **도마** (30대 중반, 전신에 기괴한 푸른 문신이 새겨진 거한. 얼굴에는 끔찍한 흉터 자국이 있다. 눈빛에는 오만함과 잔인함이 번뜩인다.)
* **그 외 참가자들** (각자 개성 강한 외형과 아우라를 지님)
* **사회자** (베일에 싸인 인물. 목소리만 들린다.)

**[행동/표정]**
김현, 그들 사이에 섞여 들어간다. 다른 참가자들은 그를 힐끗 보지만, 이내 무관심한 듯 자신의 기운을 다스리거나 주변을 응시한다. 이곳의 공기는 살기와 긴장감으로 가득 차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마치 수많은 칼날이 서로를 겨누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의 시선이 투기장 중앙에 닿는다. 붉은 흙으로 다져진 바닥의 상형문자들이 미세하게 진동하는 것이 느껴진다. 문득, 김현의 눈에 투기장 한가운데 박힌 검은 비석이 들어온다. 비석에는 사람의 형상 같은 것이 새겨져 있는데, 자세히 보면 그 형상이 절규하는 듯한 모습이다. 온몸의 근육이 비틀리고,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다.

**[김현]** (속으로, 불길함을 느끼며)
“…이건…”

**[지문]**
그것은 단순히 조각이 아니었다. 비석에 새겨진 형상은 마치, 과거 이곳에서 멸혼당한 자의 마지막 고통을 영원히 가둔 듯한 생생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 비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한기가 공동 전체를 지배하는 듯했다.
그때, 억겁의 정적을 깨고 섬뜩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공동 전체를 뒤흔드는 듯한 깊고 음산한 목소리. 그 목소리는 마치 공간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 듣는 이의 심장을 죄어오는 불길한 기운을 담고 있었다.

**[사회자]** (목소리만 들림. 공간 전체에 울려 퍼진다.)
“환영한다, 선택받은 자들이여.”
“현세의 질서가 무너지고, 영겁의 어둠이 세상을 잠식하려 한다.”
“그대들은 이 파멸의 흐름을 되돌릴, 혹은 더욱 깊은 나락으로 끌고 갈 운명의 조각들.”
“여기에 모인 이들은 오직, 혼백의 정수가 가장 강한 자들뿐.”
“오직 승리만이, 그대들의 ‘혼’을 보전할 수 있으리라.”

**[행동/표정]**
사회자의 말과 함께, 투기장 바닥의 붉은 상형문자들이 더욱 선명하게, 마치 심장이 고동치듯 빛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비석에 새겨진 절규하는 형상의 눈에서 핏물이 흐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붉은 빛은 공동 전체를 물들이며 기이한 환영을 만들어낸다.
몇몇 참가자들의 얼굴에 섬뜩한 미소가 번지거나, 광기 어린 눈빛이 드러난다. 그들의 눈빛 속에는 인간적인 감정과는 거리가 먼, 무언가 다른 차원의 욕망과 잔혹함이 번뜩였다. 김현은 그들의 기운 속에서 짙은 살기와 함께, 썩어 문드러진 생명력을 감지한다.

**[사회자]** (더욱 크게, 쩌렁쩌렁 울린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피 끓는 듯한 열기와 사악한 환희로 가득 차 있다.)
“이 대전은 총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 단계, ‘혼의 제물’!”
“지금 이 순간, 각자에게 부여된 운명의 짝과 마주하라!”
“승자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며, 패자는… 이곳의 영원한 양식이 될 것이다!”

**[행동/표정]**
사회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투기장 바닥의 붉은 빛이 일순간 폭발하듯 강렬해진다. 그 빛은 눈을 멀게 할 듯 찬란했다가, 이내 걷히면서 공동 전체를 흔드는 진동이 발생한다.
진동이 멈추자, 참가자들 사이에 알 수 없는 힘이 작용하며 균열이 생기고, 그들을 강제로 끌어당겨 짝을 이룬다. 김현 역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 한 인물과 마주 서게 된다. 그의 심장이 불안하게 울리기 시작한다.

**[캐릭터]**
* **김현**
* **도마**

**[행동/표정]**
김현의 맞은편에 선 남자는, 흡사 커다란 바위 덩어리 같은 거구였다. 그의 키는 김현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고, 전신을 뒤덮은 근육질 팔뚝에는 기괴한 푸른 문신이 용틀임하듯 새겨져 있었다. 얼굴에는 끔찍한 흉터 자국이 뺨부터 이마까지 길게 남아있어 더욱 흉포한 인상을 풍겼다. 그의 눈은 핏발이 서 있었고, 김현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도마’.

**[도마]** (기분 나쁜 낄낄거리는 웃음을 흘리며)
“크하하하! 쥐새끼 같은 놈이 내 제물이 되다니. 운명이 지독하게도 얄궂군 그래.”

**[김현]** (도마를 침착하게 응시하며, 눈빛은 흔들림이 없다)
“…제물이라. 그리 쉽게 될 수는 없을 거다.”

**[도마]** (비웃듯, 고개를 뒤로 젖히며 크게 웃는다.)
“오만하군! 이 도마 님에게 도전하는 자는 모두, 뼈 한 조각 남김없이 이 땅에 스며들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네놈의 혼은 내 주린 배를 채울 훌륭한 양식이 될 것이다! 으흐흐흐!”

**[행동/표정]**
도마의 전신에서 검고 불길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그 기운은 주변의 공기를 비틀고, 투기장 바닥의 작은 돌 조각들이 공중으로 살짝 떠오르는 듯한 기현상을 일으킨다. 그의 기운은 단순한 무공의 기를 넘어, 살아있는 생명력을 갉아먹는 듯한 사악한 기운이었다. 그 기운은 김현의 피부를 찢는 듯한 통증을 안겨주며, 그의 혼을 잠식하려는 듯 파고든다.
김현의 표정이 굳어진다. 그는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불길하고 끔찍한 곳에 발을 들였음을 직감한다. 이곳은 단순히 목숨을 걸고 싸우는 곳이 아니었다. 혼백을 걸고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지옥과도 같은 투기장이었다.

**[사회자]** (다시 울리는 목소리)
“시간은 흐른다. 망설일수록 혼은 찢겨나갈 뿐.”
“싸워라! 살아남아라! 그리고… 그대들의 혼백을 증명하라!”

**[행동/표정]**
사회자의 마지막 외침과 함께, 투기장 전체가 붉은 빛으로 번뜩인다. 그 빛은 김현과 도마를 섬뜩하게 비춘다.
도마는 이미 김현에게 달려들 준비를 마친 듯, 두꺼운 발로 땅을 박차고 거대한 주먹을 날린다. 콰아앙! 그의 주먹이 지나간 자리에는 검은 잔상이 남으며, 공간을 뒤흔드는 압력이 느껴진다.
김현은 본능적으로 몸을 비틀어 주먹을 피하지만, 그 압력만으로도 피부가 찢기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 그의 얼굴에 식은땀 한 방울이 흐른다.

**[김현]** (속으로)
“…단순한 힘이 아니야. 저건… 혼을 갉아먹는 기운!”

**[행동/표정]**
도마의 주먹이 투기장 바닥을 강타하자, 붉은 흙이 폭발하며 사방으로 튀어 오른다. 동시에 바닥의 상형문자들이 더욱 붉게 빛나며 기이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흙먼지 속에서 도마의 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지문]**
이것은 단순한 무술 대회가 아니었다. 혼백을 건 생존 투쟁.
이곳에 모인 모든 이들은 사냥꾼이자 동시에, 끔찍한 제물이 될 운명을 안고 있었다.
김현은 흙먼지 속에서 다시금 자신에게 달려드는, 검게 물든 주먹을 휘두르는 도마를 응시한다. 그의 눈빛 속에는 번뇌와 함께, 결코 꺾이지 않을 강철 같은 의지가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알았다. 여기서 살아남지 못하면, 그의 혼은 이 땅의 영원한 양식이 되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