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어둠은 류진의 오랜 친구였다. 창밖으로는 신시아의 불꽃놀이 같은 네온사인이 미친 듯이 번뜩였지만, 그의 낡은 작업실은 심연처럼 고요했다. 공기 중에는 묵직한 오존 냄새와 차가운 금속의 비릿한 향이 섞여 있었다. 류진은 홀로그램 스크린 위로 번개처럼 스쳐 지나가는 데이터 스트림을 응시했다. 과거의 잔해들이 그를 다시 과거로 끌어당겼다.

“강태호…….”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은 차가운 쇠붙이처럼 날카로웠다. 스크린 속에는 찬란한 웃음을 짓고 있는 젊은 시절의 강태호가 있었다. 그 옆에는 아직 상처가 없던 류진 자신도 있었다. 눈부신 미래를 함께 꿈꾸던 두 명의 천재. 그들은 인류의 지평을 넓힐 위대한 프로젝트, ‘헤르메스’의 핵심 브레인이었다. 둘도 없는 친구이자 동료. 서로의 등을 맡기고 죽음의 문턱까지 함께 걸었던 전우.

하지만 그 모든 것은 한낮의 신기루에 불과했다.

최종 단계에 이르렀을 때, 태호는 류진을 미끼로 삼았다. 모든 영광을 독차지하기 위해, 류진의 모든 것을 빼앗았다. 개발 중이던 ‘초공간 도약 엔진’의 치명적인 결함에 류진을 홀로 노출시키고, 자신은 뒤에서 모든 데이터를 복사한 채 유유히 빠져나갔다. 그 결과, 류진은 불타는 실험실 속에서 시체처럼 버려졌고, 태호는 ‘인류의 영웅’이라는 찬사와 함께 신시아의 최고 권력자로 등극했다.

화면 속 태호의 웃음이 점점 더 커다란 비웃음처럼 느껴졌다. 류진은 무의식적으로 왼쪽 팔을 움켜쥐었다. 팔목부터 어깨까지는 차가운 크롬 합금으로 대체된 의수였다. 불타는 실험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 없었다. 그의 육신은 절반이 기계가 되었고, 정신은 복수라는 단 하나의 목적으로 응축되었다. 지난 5년간, 그는 그림자 속에서 태호가 쌓아 올린 제국을 지켜보며 칼날을 갈아왔다.

“네가 만든 그 지옥, 내가 다시 돌려줄 시간이야.”

류진은 스크린을 끄고 작업대 위로 손을 뻗었다. 손끝에 닿은 것은 그가 직접 제작한 광자 라이플, ‘밤의 숨결’이었다. 검은색 무광 합금으로 마감된 총신은 섬뜩하리만큼 날렵했다. 내부에 압축된 플라즈마 에너지가 가느다란 전류음과 함께 희미하게 빛을 발했다. 그의 의수는 라이플의 손잡이를 완벽하게 감싸 쥐었다. 마치 애초부터 한 몸이었던 것처럼.

낡은 작업실의 한쪽 벽이 열리며 숨겨진 통로가 드러났다. 류진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훑어보았다. 검은 전투복 위로 부착된 초경량 강화 장갑은 그의 몸을 더욱 단단하게 보이게 했다. 헬멧의 바이저가 내려오자, 그의 얼굴은 완벽히 숨겨졌다. 이제 그는 류진이 아니었다. 그림자 속에서 나타나 강태호의 모든 것을 파괴할 망령이었다.

통로는 신시아의 지하 배수로와 연결되어 있었다.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하수구의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류진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는 지능형 드론 ‘세르베로스’를 활성화시켰다. 작은 드론은 그의 어깨 위로 날아올라 그의 시야를 보조하기 시작했다.

“강태호의 거점은 아크로폴리스 최상층 펜트하우스. 고도 500미터 이상, 3중 방어 시스템. 경비 인력 200명 이상, AI 감시 체계 가동 중. 접근 경로 열 개 중, 유일하게 알려지지 않은 경로 하나를 확보했다.”

세르베로스의 무미건조한 음성이 류진의 헬멧 내부로 울려 퍼졌다.

“예상 소요 시간?”
“침입 성공 시, 목표 지점까지 12분.”

류진은 씨익 웃었다. 헬멧 바이저 너머로 그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
“12분. 충분해.”

그는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먹이를 쫓는 그림자처럼 미끄러웠다. 지하 배수로를 따라 한참을 나아갔을까, 거대한 환기구 터널이 나타났다. 수십 개의 거대한 팬이 미친 듯이 회전하며 도시의 탁한 공기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이곳을 통해 아크로폴리스의 심장부까지 침투할 수 있었다.

“강태호, 네가 한 짓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어.”

류진은 거친 철제 사다리에 의수를 걸었다. 낡고 녹슨 철제 사다리는 그의 무게에 맞춰 비명을 질렀다. 그는 한 칸 한 칸 신중하게 몸을 끌어올렸다. 수백 미터 상공까지 이어지는 수직 통로였다. 바람 소리가 헬멧을 강타했고, 기계 팬이 내뿜는 굉음이 고막을 찢을 듯했다. 그러나 류진의 심장은 얼음처럼 차분했다.

마침내, 그는 환기구 통풍구의 상단에 도달했다. 얇은 철제 그리드 너머로 아크로폴리스 펜트하우스의 화려한 내부가 희미하게 보였다. 태호의 호화로운 생활, 그가 류진의 희생 위에 쌓아 올린 가식적인 왕국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 순간, 세르베로스가 경고음을 울렸다.
“미확인 침입 감지! 경비 인력 출동 중!”

류진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시작이었다. 그의 손에 들린 ‘밤의 숨결’이 푸른빛을 발했다. 망설임 없이 그리드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자, 고밀도 플라즈마 광선이 철제 그리드를 순식간에 녹여 버렸다. 금속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경보음이 더욱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강태호.”

그의 목소리는 헬멧 내부에서 낮게 울렸다. 마치 지하에서 기어 올라온 복수의 화신처럼.

“이제 겨우 시작이야.”

류진은 무너진 그리드를 박차고 펜트하우스 내부로 뛰어들었다.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호화로운 홀 중앙에 서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경비 병력들을 보고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뜨고 있는 강태호의 모습이었다. 태호의 얼굴에서 모든 미소가 사라진 채, 공포에 질린 표정이 역력했다. 류진은 그 표정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 그것이 그가 그토록 갈망했던 복수의 시작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