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제1화: 들불의 시작

**[장면 1]**

**[배경: 황량한 산골 마을, ‘여우골’. 앙상한 겨울바람이 스산하게 부는 오후. 낡은 초가집들 사이로 연기가 드문드문 피어오르고, 논밭은 이미 수확이 끝난 지 오래다. 사람들의 표정에는 생기가 없다.]**

**[패널 1]**
황토벽이 무너져가는 초가집 마당. 어린아이를 품에 안은 여인이 덜덜 떨고 서 있다.
그 앞에는 비대하고 거만한 체구의 사내 셋이 서 있다. 허리에는 제국 근위대의 제식 검을 차고 있으나, 복장은 다소 번지르르하다. 이들은 이른바 ‘징세관’이라 불리는 자들이다.
사내들 뒤편에는 쌀가마니와 염소 몇 마리가 수레에 실려 있다.

**징세관 우두머리 (김영감):** (거친 목소리로) 이보게, 아낙네! 내 분명히 말했지 않나! 황제의 은총으로 살아가는 백성이라면, 황제 폐하께 마땅히 바쳐야 할 공물(貢物)이 있다고! 너희 여우골은 이번 달 곡물세가 턱없이 부족해!

**여인 (순이):** (떨리는 목소리로) 김영감님… 저희는 이미 가진 것 전부를 바쳤어요. 창고는 텅 비었고… 아이들은 굶주려 있습니다. 더 이상 드릴 게 없어요….

**징세관 우두머리 (김영감):** (비웃듯이) 흠, 드릴 게 없다고? 제국의 법도가 우스운가? 쌀이 없으면… 다른 것으로라도 충당해야지!

**[패널 2]**
김영감이 순이의 품에 안긴 아이를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노려본다. 아이는 겁에 질려 어미의 품에 더욱 파고든다.
순이의 눈이 절망으로 물든다.

**순이:** (소리 지르듯) 안 돼요! 이 아이만은…!

**[패널 3]**
순이를 거칠게 밀치는 김영감. 순이는 휘청이며 넘어지고, 품에서 놓쳐버린 아이는 다른 징세관의 손에 잡힌다. 아이는 ‘엄마!’하고 울부짖는다.

**징세관 2:** (아이의 머리채를 잡으며) 시끄럽다, 이 어린 것이! 어차피 제국에서 거둬 키우면 훌륭한 노비가 될 것을! 어디 감히 황제의 은혜를 거역해!

**순이:** (바닥에 엎드려 울부짖으며) 내 새끼…! 내 아기! 제발… 제발 돌려주세요!

**[장면 전환]**

**[패널 4]**
여우골 어귀, 낡은 오솔길 옆 숲속.
한 청년이 나뭇가지 사이로 이 참혹한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청년의 얼굴은 다소 수척하지만, 눈빛만은 형형하다. 그의 이름은 **이진(李眞)**.
그는 이 땅, 이 백성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이진:**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 이 개만도 못한… 짐승만도 못한 자들….

**[패널 5]**
이진의 손이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어 피가 맺힌다.
그의 눈동자에는 분노와 함께 깊은 슬픔이 서려 있다.

**이진 (내레이션):** (차분하지만 결의에 찬 목소리) ‘수 천 년 이어진 제국의 역사는 찬란하다 말하지만… 그 찬란함은 언제나 누군가의 피와 눈물로 쌓아 올려진 탑이었다. 황제의 덕(德)이 온 세상에 미친다 말하지만, 우리에게 닿는 것은 언제나 가혹한 채찍뿐.’

**[패널 6]**
이진이 숲속에서 나와 징세관들을 향해 조용히 발걸음을 옮긴다.
그의 발걸음은 가볍지만, 흔들림이 없다. 마치 수많은 짐을 짊어진 사람이 마지막 발걸음을 내딛는 듯하다.

**[장면 2]**

**[배경: 여우골 외곽에 있는 폐허가 된 사당. 신을 모시던 곳이라기보다는 그저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낡은 돌 건물이다. 몇몇 그림자 같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패널 7]**
폐사당 안. 이진이 돌계단 위에 서서 마을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다.
모인 사람들은 대략 열댓 명 정도. 얼굴은 하나같이 굶주림과 두려움에 지쳐 있다. 농기구, 몽둥이, 낡은 활 같은 것을 들고 있다.
한쪽에선, 덩치 큰 사내 한 명이 굳은 표정으로 서 있다. 그는 **현(玄)**, 한때 제국 보조군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이진:** (낮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오늘… 순이 아짐의 아들이 징세관들에게 끌려갔습니다. 지난달엔 막손이네 딸이, 그 전엔 돌쇠네 소가 끌려갔지요. 우리는 언제까지 이리 빼앗기고, 굶주리다 죽어갈 것입니까?

**마을 사람 1:** (체념한 듯) 어쩌겠는가, 이진 아범. 우리는 힘 없는 백성. 제국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도리가 없지 않나…

**마을 사람 2:** 맞아. 예전에도 이런저런 불만을 품은 자들이 들고 일어섰다가… 결국엔 다 죽임을 당했어. 제국 근위대의 기운술사(氣運術士)들에게는 당해낼 수가 없어.

**[패널 8]**
이진이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뜬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다.

**이진:** 제국이 강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들의 기운술사들은 평범한 우리가 감히 범접할 수 없지요. 하지만… 그들의 강함은 우리의 두려움에서 나옵니다. 우리가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진 것입니다.

**[패널 9]**
이진이 허리춤에서 낡은 칼을 뽑아 든다. 녹슬어 빛바랜 칼날이지만, 그가 쥐고 있는 모습은 비장하다.

**이진:** 우리는 더 이상 빼앗기며 살 수 없습니다. 우리는… 맞서 싸워야 합니다. 비록 작은 불꽃일지라도… 이 불꽃이 모이면 들불이 되어 온 산을 태울 것입니다.

**[패널 10]**
마을 사람들이 술렁인다. 두려움과 함께 희망의 작은 불씨가 피어오르는 듯하다.
현이 묵묵히 이진을 바라본다. 그의 표정에는 고뇌와 함께 결심이 서린다.

**현:** (낮고 굵은 목소리로) 이진 아범. 나는 한때 제국 보조군이었다. 그들의 무력(武力)이 얼마나 무자비한지 잘 안다. 하지만… 그 무력 뒤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 또한 보았지.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패널 11]**
현이 앞으로 나선다. 그의 손에는 낡은 철퇴가 들려 있다.

**현:** 나는 당신을 따르겠소. 이 비루한 목숨, 더 이상 제국의 개처럼 살지 않겠소!

**[패널 12]**
그때, 한편에서 조용히 약초를 다듬고 있던 여인, **세은(世銀)**이 고개를 든다.
세은은 마을의 지혜로운 약초꾼으로, 어릴 적부터 총명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세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가진 것이라곤 이 약초 지식과 조금의 눈치뿐이지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대로 주저앉아 죽는 것보다는… 싸우다 죽는 것이 낫겠지요.

**이진:** (세은과 현을 보며 미소 짓는다) 고맙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라면…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장면 3]**

**[배경: 다음 날 새벽, 여우골 인근의 ‘황제창고 칠곡점’. 제국에서 징수한 곡물들을 보관하는 작은 창고다. 병사 두 명이 보초를 서고 있고, 창고 주변은 낡은 나무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다.]**

**[패널 13]**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녘. 이진과 현, 세은을 포함한 열댓 명의 마을 사람들이 황제창고 주변 숲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
이진은 나뭇가지에 대강 그려진 지도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

**이진:** 황제창고는 생각보다 허술합니다. 주둔 병사는 총 여섯 명. 보초 두 명, 안쪽에 네 명이 교대로 경비할 겁니다. 현 형님은 정문 보초를 기절시키는 데 집중하고… 세은 아씨는 창고 뒷길을 막아설 준비를 해주십시오.

**현:** 알겠다. 병사들은 제법 훈련된 기운술사일 테니… 조심해야 할 거다.

**세은:** (약초가 든 주머니를 만지며) 저는 약초 연막탄을 준비했습니다. 시야를 가리는 동시에 정신을 흐트러트릴 수 있을 거예요.

**[패널 14]**
이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난다.

**이진:** 가장 중요한 것은… 혼란을 틈타 아이들을 구하고 곡식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절대 죽이려 들지 마십시오. 우리의 목적은 자유이지, 복수가 아닙니다.

**[패널 15]**
현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과거의 경험으로 이진의 전략적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그때, 세은이 무언가를 감지한 듯 숲속을 바라본다.

**세은:** (속삭이듯) 조용히… 뭔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패널 16]**
숲속 깊은 곳에서 희미하게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난다.
이진의 눈이 커진다.

**이진:** 병사가 아니다… 저 기척은…

**[패널 17]**
숲을 헤치고 나타난 것은 황제창고의 징세관 우두머리, 김영감이었다.
그는 병사들에게 곡식을 추가로 실어가라는 명령을 내리기 위해 일찍 온 듯했다.
그의 옆에는 덩치 큰 사내 두 명이 서 있는데, 이들은 평범한 병사가 아니다. 온몸에서 희미한 기운(氣運)이 뿜어져 나오는, 숙련된 **기운술사**였다.

**김영감:** (하품하며) 으음… 이른 아침부터 곡식을 나르라니. 피곤하군. 야, 너희 둘은 빨리 창고에 들어가서 곡식 몇 가마니를 더 빼놓아라. 내 오늘 아침에는 특별히 더 좋은 쌀로 밥을 먹어야겠으니!

**기운술사 1:** (퉁명스럽게) 예, 영감.

**[패널 18]**
이진의 얼굴이 굳어진다.

**이진:** (낮게 읊조리듯) 예상 밖의 인물… 징세관과 숙련된 기운술사까지. 계획이 틀어졌다.

**[장면 4]**

**[배경: 황제창고 앞. 기운술사들이 창고 문을 열려는 순간.]**

**[패널 19]**
현이 숲속에서 튀어나온다. 마치 한 마리의 맹수처럼 거칠게 돌진한다.
그의 손에 들린 철퇴가 바람을 가른다.

**현:** 이 개돼지 같은 놈들!

**[패널 20]**
현의 철퇴가 맹렬하게 기운술사 1의 옆구리를 강타한다.
**콰앙!** 소리와 함께 기운술사 1은 비명을 지르며 나동그라진다.
나머지 기운술사 2와 김영감이 화들짝 놀라 현을 바라본다.

**기운술사 2:** (분노한 목소리로) 건방진 놈! 감히 제국의 소유물에 손을 대!

**[패널 21]**
기운술사 2의 손에서 푸른색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그의 몸이 순간적으로 강화되는 것이 보인다.
현과 기운술사 2가 격렬하게 부딪힌다. 현은 과거의 전투 경험으로 기운술사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 읽어내지만, 상대의 기운 공격에 쉽지 않다.

**[패널 22]**
그 틈을 타, 이진과 마을 사람들이 숲속에서 쏟아져 나온다.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창고를 에워싼다.

**이진:** 서둘러라! 아이들을 찾아내고 곡물을 확보해!

**[패널 23]**
경비병들이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칼을 뽑아 든다.
그들을 향해 세은이 준비한 약초 연막탄을 던진다.
**푸쉬이이이!** 짙은 연기가 사방으로 퍼지며 병사들의 시야를 가린다.
병사들이 기침하며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마을 사람들이 몽둥이와 농기구를 들고 달려든다.

**[패널 24]**
현과 기운술사 2의 격투가 이어진다.
기운술사 2는 손에서 기운을 발사하여 현을 밀어붙인다. 현은 날렵하게 피하며 철퇴로 반격하지만, 역부족인 듯 밀리기 시작한다.

**기운술사 2:** 감히 하찮은 민초들이 황제의 군사를 상대하려 드는가! 죽음을 택한 것을 후회하게 해주마!

**[패널 25]**
현이 기운술사의 공격에 맞아 휘청인다. 옆구리에서 피가 흐른다.

**현:** (이를 악물며) 크윽…!

**[패널 26]**
그 순간, 이진이 번개처럼 현과 기운술사 2 사이로 파고든다.
그의 손에 들린 녹슨 칼이 의외의 움직임으로 기운술사의 팔목을 겨냥한다.
**촤악!** 기운술사 2는 팔목에 스치는 칼날에 짧은 비명을 지른다. 큰 상처는 아니지만, 그의 기운 조작이 순간적으로 흐트러진다.

**이진:** (차분하게) 현 형님! 제가 틈을 만들겠습니다!

**[패널 27]**
이진은 평범한 검술처럼 보였지만, 그의 움직임에는 어딘가 특별한 율동이 있었다. 마치 춤을 추듯, 혹은 바람에 나부끼는 잎새처럼.
그는 기운술사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끊임없이 빈틈을 노린다. 그의 칼날은 살을 노리기보다는 기운의 흐름을 방해하는 곳을 스친다.

**기운술사 2:** (혼란스러워하며) 이 자는… 뭐지? 일반 백성이 아니야!

**[패널 28]**
기운술사 2가 잠시 당황한 사이, 현이 모든 힘을 실어 철퇴를 휘두른다.
**쐐애액!** 철퇴가 기운술사의 머리를 강타하고, 그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김영감이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친다.

**김영감:** (겁에 질려) 이런… 이런 미친놈들이…!

**[패널 29]**
마을 사람들이 창고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어린아이들의 울음소리와 함께 곡식 가마니를 든 사람들이 뛰쳐나온다.
순이의 아들도 무사히 구출되어 순이의 품에 안긴다.
**순이:** (아이를 끌어안고 오열하며) 내 새끼… 내 아기…!

**[패널 30]**
이진은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본다.
소규모 전투는 성공적이었다. 구출된 아이들과 되찾은 곡물들.
하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경계심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진 (내레이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제국은 결코 이 작은 불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더 거친 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장면 5]**

**[배널 31]**
제국의 수도, ‘천궁(天宮)’의 웅장한 황궁 내부.
어둠 속에서 황금빛 장식이 번쩍이는 호화로운 방.
한 사내가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그는 이번 여우골 황제창고 사건을 보고하는 근위대장이었다.

**근위대장:** (떨리는 목소리로) 폐하… 송구하오나, 여우골 황제창고가 민초들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소수의 기운술사가 무력화되었고… 징세관 또한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패널 32]**
어둠 속에 앉아 있던 거대한 실루엣의 인물.
그는 바로 제국의 최고 권력자, **황제(皇帝)**였다.
황제의 눈이 번뜩 빛난다. 그에게서 압도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방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다.

**황제:** (나지막하지만 얼음장 같은 목소리) 민초… 나부랭이들이 감히 짐의 재물을 탐하고, 짐의 법도를 거역해? 일개 산골의 미물들이 감히….

**[패널 33]**
황제가 손짓하자, 방 한쪽 벽에 걸려 있던 거대한 세계 지도가 펼쳐진다.
지도의 한쪽 끝, 여우골이 있던 자리에 붉은 점 하나가 깜빡인다.

**황제:**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작은 불꽃이… 들불이 되기 전에… 재로 만들어라. 감히 짐의 눈에 거슬리는 자들은… 모조리 뿌리째 뽑아 없애야 한다.

**[패널 34]**
황제의 눈빛이 더욱 차갑게 빛난다.
그의 얼굴에는 평화로운 미소가 떠올랐지만, 그것은 피로 물들 미래를 암시하는 듯했다.

**황제:** (나른하게) 좋다. 이제… 오랜만에 손 좀 풀어볼 때가 되었군. 이 작은 불꽃이… 얼마나 거대한 재앙을 불러올지… 보여주도록 해라.

**[패널 35]**
여우골의 밤하늘. 핏빛 노을이 지는 하늘 아래, 작은 봉화불이 피어오른다.
그 불꽃은 마치 거대한 제국에 맞서는, 작은 저항의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에피소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