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스릴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차가운 습기가 폐부를 긁었다. 눅진한 공기가 발가락 끝부터 정수리까지 끈적하게 달라붙는 듯했다. 강준혁은 손전등 빔을 좁혀 어둠 속으로 쏘아 보냈다. 빛이 닿는 곳마다 미지의 기호들이 꿈틀거리는 듯했고, 그 기호들이 드리우는 그림자는 벽을 타고 기괴한 형상으로 일렁였다.

“이건… 우리가 찾던 유적의 양식이 아니에요, 준혁 씨.”

윤서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불안감이 묻어 있었다. 그녀의 숨소리가 거칠어졌고, 작은 랜턴 불빛 아래 드러난 얼굴은 피로와 긴장으로 창백했다. “너무… 너무 이질적이에요. 이런 문양들은… 기록된 적이 없어요.”

그들이 탐사해 온 지하 유적의 다른 구역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지금까지 발견했던 조각들과는 이질적인, 마치 전혀 다른 문명에서 온 듯한 기묘하고 불길한 형태의 문양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벽면을 따라 이어진 통로는 더 이상 인간의 손길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마치 거대한 생명체의 핏줄처럼 굽이치고 비틀려 있었다.

도진은 말없이 카메라 렌즈를 조절했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이 손전등 불빛에 번뜩였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 가장 먼저 이상 징후를 알아차리는 사람이었고, 동시에 감정을 가장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기도 했다. 셔터 소리가 정적을 깨고 울렸다. 찰칵, 찰칵. 그 소리는 묘하게 신경을 긁었다.

“이봐, 도진. 뭔가 특이한 거라도 발견했어?” 준혁은 벽의 문양을 살피며 물었다.

도진은 고개를 아주 미세하게 저었다. “아뇨. 아직은. 하지만… 이 습도와 압력은 이전 구역과 달라요. 뭔가 다른 공간으로 진입한 것 같습니다.”

‘다른 공간.’ 윤서는 그 단어를 속으로 되뇌었다. 말 그대로의 다른 공간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다른 세계로 발을 들인 것만 같은 섬뜩함이 엄습했다.

발걸음을 옮길수록 통로는 점점 넓어졌고, 마침내 그들은 거대한 원형의 공간에 당도했다. 준혁의 손전등 빔이 허공을 가로지르자, 공간의 크기가 실감났다. 적어도 농구 경기장 세 개는 들어갈 만한 크기였다. 중앙에는 알 수 없는 물질로 만들어진 듯한 검은 기둥이 우뚝 솟아 있었고, 사방의 벽에는 정교하면서도 끔찍한 벽화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그림이 아니었다. 비늘 달린 팔다리와 곤충의 눈을 가진 존재들이 원시적인 제의를 올리는 모습. 끔찍하게 뒤틀린 육신들이 서로 엉켜 피와 살점을 나누는 듯한 묘사. 이해할 수 없는 공포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윤서는 구역질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겨우 참았다.

“이건… 대체… 무슨…!” 준혁의 목소리마저 떨렸다. 그의 얼굴에도 굳게 유지되던 냉정이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 보였다.

벽화의 중심에는 항상 똑같은 기호가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눈동자가 여러 개 박힌 별 모양. 그러나 별이라기보다는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괴물의 손톱 자국 같기도 했다. 윤서는 그 기호를 보자마자 머리칼이 쭈뼛 서는 것을 느꼈다.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끔찍하게 익숙한 기분이었다.

“윤서 씨, 이 기호… 어디서 본 적 있어? 고대 문헌이나… 이런 양식이 다른 곳에도 있었을까?” 준혁이 물었지만, 윤서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림 속 존재들의 수많은 시선이 자신을 꿰뚫는 것 같았다. 웅웅거리는 낮은 진동이 발바닥에서부터 스며들어 뇌를 울렸다. 그것은 귀로 듣는 소리가 아니라, 온몸의 세포가 감지하는 진동이었다.

“여기… 여기 뭔가 있어요. 들려요? 이 소리… 이 진동….” 그녀는 귀를 막았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그녀의 정신을 갉아먹는 듯했다.

준혁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그의 손이 차갑게 느껴졌다. “피곤해서 그래, 윤서 씨. 환청일 거야. 여기 공기도 좋지 않고… 집중해. 저 기호를 해석해야 해. 그게 단서야.” 준혁은 애써 냉정을 유지하려 했지만, 그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윤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이건 환청이 아니에요. 그들이… 속삭이고 있어요. 제 머릿속에… 뭔가 우리에게 말하고 있어요.” 그녀의 눈동자가 벽화를, 그리고 허공을 번갈아 응시하며 공포에 질려 흔들렸다.

그때였다. 침묵하던 도진이 손전등을 들어 중앙 기둥의 한 부분을 비췄다. 다른 벽화들이 어두운 색조로 칠해져 있는 것과 달리, 그곳만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기둥 표면에 새겨진 그 섬뜩한 기호가, 아주 미세하게, 맥박처럼 깜빡이고 있었다.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호흡이 곤란해질 정도로 폐가 짓눌리는 듯한 느낌.

윤서의 눈이 공포로 크게 뜨였다. 빛이 깜빡일 때마다 그녀의 머릿속에 파고드는 이미지가 선명해졌다. 피와 비명, 그리고 수많은 눈동자들. 끔찍한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들이 그녀를 향해 손을 뻗는 환상. 그녀의 입술 사이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오려던 찰나, 기둥에서 푸른 섬광이 터져 나왔다.

순간, 그들이 가지고 있던 모든 불빛이 꺼졌다. 준혁의 손전등도, 도진의 카메라 플래시도, 윤서의 랜턴도 모두 죽었다.

암흑.

절대적인 어둠 속에서 오직 윤서의 귀를 찢는 듯한 속삭임만이 맴돌았다.
그것은 수십, 수백 개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내는 합창 같았다.

**”…찾았다… 너를…”**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윤서의 손목을 누군가 잡아챘다.
차가운… 비늘 달린… 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