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숨 막히는 모래먼지와 삐걱이는 쇳소리만이 유일한 동반자였다. 아린은 무너진 고층 건물 잔해 속을 기어 다녔다. 한때 위용을 자랑했을 거대한 로비는 이제 검게 그을리고 뼈대만 앙상한 죽은 도시의 흉터였다. 잿빛 하늘은 언제나처럼 무심했고,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폐허 속은 스산한 냉기가 감돌았다.

“빌어먹을… 정말 아무것도 없네.”

메마른 목소리가 텅 빈 공간에 흩어졌다. 손에 들린 지지대가 부러진 손전등이 깜빡이며 그녀의 그림자를 불규칙하게 흔들었다. 며칠째 식량도, 마실 물도 제대로 구하지 못했다. 배 속에서는 굶주림이 날카로운 발톱으로 내장을 긁는 것 같았다. 이미 사흘 전 마지막 비축 물자를 털어냈고, 이곳까지 오면서 얻은 것은 먼지와 좌절뿐이었다.

그녀의 눈은 날카롭게 주변을 훑었다. 유리 파편, 뒤틀린 철근, 정체 모를 잔해들. 그 모든 것이 ‘재앙’ 이후 남겨진 인류의 무덤이었다. 재앙. 이제는 그저 전설처럼 들리는 단어였지만, 아린에게는 매일매일 숨 쉬는 지옥 그 자체였다. 그녀가 입고 있는 낡은 전투복은 이미 곳곳이 해지고 헤져 너덜거렸다. 하지만 최소한의 방어막은 되어주고 있었다.

갑자기, 등 뒤에서 작은 삐걱임이 들렸다. 아린의 온몸이 굳었다. 털끝 하나까지 곤두섰다. 저것은 바람 소리도, 무너지는 건물의 잔해 소리도 아니었다. 살아있는 무언가가 내는 소리.

손전등을 꽉 움켜쥐었다. 심장이 귀청이 찢어질 듯 울렸다. 망설일 틈도 없이 몸을 날려 가장 가까운 콘크리트 기둥 뒤로 숨었다. 폐허에 갇힌 먹잇감이 된 기분이었다.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스르륵… 스르륵…’

흡사 축축한 비단이 바닥을 기는 듯한 소리. 느리지만 분명하게,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린은 눈을 가늘게 뜨고 기둥 너머를 응시했다. 어둠 속에 움직이는 그림자가 보였다. 그것은 기괴하게도 형태가 없었다. 마치 짙은 어둠이 살아있는 것처럼 꾸물거리며 폐허를 잠식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림자 사냥꾼.’

그 이름이 머릿속에 섬뜩하게 떠올랐다. 이형의 존재들 중에서도 가장 교활하고, 가장 잔인하며, 가장 잡기 힘든 괴물. 빛을 싫어하고, 소리에 민감하며, 인간의 그림자를 흡수해 그 힘을 증폭시키는 저주받은 존재들. 한때 도시의 영웅이라 불렸던 마법소녀들도 그림자 사냥꾼만큼은 상대하기 힘들어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

심장이 귓속에서 폭주했다. 아린은 손톱으로 손바닥을 깊게 파고들었다. 아파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도망칠까? 아니, 그녀는 언제나 도망칠 곳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었다.

그림자 사냥꾼은 천천히 움직였다. 마치 주변의 어둠과 완벽하게 하나가 된 것처럼.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아린이 숨어 있는 기둥 쪽으로 움직였다. 코끝으로 비릿한 흙냄새와 함께 섬뜩한 냉기가 감돌았다.

‘젠장…!’

아린은 이를 악물었다. 피할 수 없다면, 싸울 수밖에.
그녀의 손이 주머니 속 차가운 금속 조각을 찾아 헤맸다. 마법 소녀의 증표. 평소에는 그저 차가운 쇳덩이에 불과했지만, 위험에 처했을 때 비로소 그녀에게 힘을 부여하는 도구였다.

그림자 사냥꾼이 기둥 모퉁이에 닿았다. 이제 한 발자국만 더 움직이면, 아린은 놈의 시야에 완벽하게 노출될 터였다. 찰나의 순간, 아린은 주저하지 않았다.

“크아아아악!”

괴성과 함께 몸을 일으켜 세웠다. 동시에 손에 쥐고 있던 금속 조각을 하늘로 던졌다. 텅 빈 공간을 가르며 날아오른 증표는 섬광을 터뜨렸다. 눈부신 빛이 어둠을 찢고 공간을 지배했다.

“계약에 따라… 빛의 인도자가 되리라!”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아린의 몸이 빛으로 휘감겼다. 낡은 전투복은 눈부신 백색의 갑주로 변하고, 거친 숨소리는 맑고 청량한 기운으로 정화되었다. 금빛 머리카락은 길게 흩날리고, 푸른 눈동자에는 전기가 흐르는 듯한 오라가 감돌았다. 한 손에는 빛을 머금은 검이, 다른 손에는 작은 방패가 솟아났다.

마법소녀, 아린.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고통과 결의가 뒤섞여 있었다. 이 힘은 선물인 동시에 저주였다. 빛을 사용할 때마다 그녀의 생명력은 조금씩 갉아먹히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살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림자 사냥꾼은 빛에 노출되자마자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짙은 어둠의 몸체가 연기처럼 피어오르며 일그러졌다. 하지만 놈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 치며,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려 아린에게 돌진했다. 그림자 촉수들이 마치 살아있는 채찍처럼 휘둘러졌다.

‘저걸 맞으면… 끝장이야.’

아린은 이를 악물고 몸을 피했다. 검은 촉수들이 그녀가 서 있던 자리를 강타하며 콘크리트를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살점이 튀는 듯한 끔찍한 소리가 폐허에 울렸다.
“하아… 하아…!”

격렬한 움직임에 가쁜 숨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방패를 들어 촉수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쨍그랑!’ 하는 금속음과 함께 방패에서 섬광이 터져 나왔다. 그림자 사냥꾼이 잠시 주춤했다.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아린은 검을 휘둘렀다.

“빛의 검!”

푸른빛 에너지가 검날을 타고 흘러내렸다. 검이 그림자 사냥꾼의 몸체를 관통했다. 놈은 다시 한 번 끔찍한 비명을 질렀지만, 이번에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찢겨나간 틈새로 더 많은 그림자들이 솟아올라 아린을 에워쌌다.

‘이 괴물은 죽지 않아…!’

그림자 사냥꾼은 물리적인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둠의 에너지가 응축된 존재였다. 약점은 빛. 그러나 그녀가 가진 빛의 힘은 무한하지 않았다. 점점 더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주변이 어두워졌다. 빛의 검이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림자 사냥꾼의 촉수들이 사방에서 조여왔다. 아린은 눈을 감았다. 몸속의 마지막 힘까지 쥐어짰다.

“빛의… 장막!”

그녀의 몸에서 폭발적인 빛의 파동이 터져 나왔다. 사방을 에워쌌던 그림자 촉수들이 불꽃에 닿은 것처럼 타오르며 뒤로 물러났다. 아린은 무릎을 꿇었다. 전신에 힘이 다 빠져나갔다. 이대로라면…

그때였다.
그림자 사냥꾼이 잠시 물러난 틈에, 빛이 잠시나마 밝혀진 바닥에 무언가 빛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낡은 일기장.

검은 가죽으로 된 표지에 은색으로 수놓아진 문양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재앙 이후, 이런 인쇄물을 발견하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아린은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

그림자 사냥꾼이 다시 몸을 추스르고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린은 일기장을 움켜쥐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손끝에 닿는 차가운 종이의 감촉.

페이지를 넘기자, 오래된 잉크 냄새와 함께 섬뜩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그림자가 아니었다. 우리였고, 우리 아이들이었다. 저주받은 이들. 그림자의 먹이가 되기 전, 그들의 마지막 흔적은…」

문장은 거기서 끊어져 있었다. 그 밑에는 흐릿한 손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알 수 없는 기호들과 함께, 한때 존재했던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탑의 모습.

‘이게 뭐지…?’

아린은 일기장을 든 채 혼란스러운 눈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그때, 머리 위에서 찢어지는 듯한 굉음이 울렸다.

“크아아아악!”

그림자 사냥꾼이 마지막 남은 빛마저 집어삼키려는 듯, 거대한 어둠의 물결로 변해 아린을 향해 덮쳐왔다.

일기장을 놓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남은 힘은… 없었다.
아린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정말 끝인가.

그때, 일기장에서 희미한 빛이 터져 나왔다. 그녀의 손에 닿은 일기장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맥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머릿속에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이를 찾아라. 숨겨진 세계의… 열쇠를 든…」*

목소리는 희미했지만, 분명했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그녀를 집어삼키려던 그림자 사냥꾼의 공격이 멈췄다.

아린이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그림자 사냥꾼은 사라져 있었다.

아니,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거대한 어둠의 물결은 그대로 굳어버린 채, 마치 거대한 석고상처럼 폐허의 한 귀퉁이에 서 있었다. 일기장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그것을 완전히 정지시킨 듯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고통스러울 정도로 힘이 빠져나간 몸. 그리고 저 거대한 그림자 조각상이 언제 다시 움직일지 알 수 없었다.

아린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손에 든 일기장은 여전히 희미한 빛을 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잿빛 하늘 너머로 향했다. 거대한 탑의 그림. 일기장에서 본 그 그림과 겹쳐지는 곳이 있었다.

그녀는 과연… 무엇을 찾고 있었던 걸까? 그리고 지금, 무엇을 찾으라는 걸까?
미지의 목소리는 그녀에게 새로운 목적을 던져주었다.
하지만 그 목적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폐허 속에서, 아린은 땀과 피가 섞인 손으로 낡은 일기장을 꽉 움켜쥐었다.

새로운 싸움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