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축축한 공기가 폐부를 긁었다. 비릿한 금속과 썩은 하수구 냄새가 뒤섞여 끈적하게 달라붙는 골목길은 늘 그랬듯이 생존의 잔해로 가득했다. 허름한 코트 깃을 올려 턱까지 가렸지만, 도시의 냉기는 뼈 속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어깨에 박힌 고철 덩어리들이 삐걱거렸다. 한때는 섬세한 기술의 결정체였던 사이버네틱 의수와 의안은, 이제 해킹당하고 땜질된 조악한 흉물에 불과했다.

강재혁은 빛바랜 홀로그램 간판 아래를 지나쳤다. 붉고 푸른 네온사인이 깨진 보도블록 위로 핏물처럼 흘러내렸다. 그 빛 속에서 그의 한쪽 눈 — 멀쩡한 생체 눈 —은 어둠보다 더 깊은 심연을 담고 있었다. 나머지 한쪽, 기계 의안은 빛을 따라 반사될 뿐, 아무것도 비추지 못했다. 이미 수십 번도 더 고장 나 빛을 잃었던 의안을 강제로 땜질해 겨우 시늉만 내고 있었다.

“빌어먹을.”

낮게 읊조린 욕설은 바람에 흩어졌다. 며칠째 입에 넣은 것이라곤 정체불명의 영양 젤리 한 포가 전부였다. 기계 부품이 된 위장은 딱딱하게 굳어버린 지 오래였다. 배고픔은 이제 생물학적 고통이라기보다는, 끝없는 허기에 시달리던 과거에 대한 씁쓸한 상기였다.

그의 발걸음은 잿빛 도시의 심장부, 정확히는 슬럼가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자신만의 은신처로 향했다. 한때는 첨단 인공지능과 보안 시스템으로 둘러싸였던 그의 아파트가 아니었다. 눅눅한 벽과 곰팡내 나는 냄새로 가득한, 비좁고 암울한 공간. 강재혁은 녹슨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낡은 전등이 깜빡이며 희미한 빛을 토해냈다.

작은 탁자 위에는 먼지 쌓인 데이터 패드가 놓여 있었다. 켜자마자 푸른빛이 탁한 공기를 갈랐다. 화면에 뜬 것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활짝 웃는 두 남자. 한 명은 과거의 강재혁이었다.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생기 넘치고 자신감에 넘치던 모습. 완벽하게 통합된 사이버네틱 신체는 그가 도시 최고의 데이터 브로커였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이진우. 그의 오랜 친구이자, 동료이자, 그리고… 배신자.

사진 속 진우는 맑은 눈으로 재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정이라 쓰고 믿음이라 읽었던 그 시선은, 이제 재혁의 심장을 칼날로 난자하는 환영이 되어 돌아왔다.

“보고 싶었어, 친구.”

재혁은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칼날 같은 증오와 덧없는 그리움이 동시에 서려 있었다. 사진 속 진우의 얼굴을 덧그리는 손가락은 미세하게 떨렸다. 그에게 진우는 단순한 친구가 아니었다. 이 밑바닥 인생을 함께 기어 올라온 유일한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서로의 등에 칼을 겨눌 수 있는 세상에서, 그들은 서로의 방패이자 검이었다. 적어도 재혁은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진실은 언제나 잔혹했다.

3년 전.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믿었던 그날 밤. 재혁은 거대 기업 ‘옴니코프’의 핵심 데이터를 손에 넣었다. 그 정보는 도시 전체의 권력 구도를 뒤흔들 수 있을 정도의 파급력을 지닌 것이었다. 진우와 재혁은 오랜 시간 이 작업을 준비했다. 성공의 환희에 취해 잠시 방심한 틈을 타, 진우는 재혁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그의 데이터, 그의 명성, 그의 재산,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그의 미래.

재혁은 기억했다. 그날 밤, 진우가 그의 신경 접속 포트에 악성 코드를 주입하며 비릿하게 웃던 얼굴을. 시스템이 마비되고, 자신의 모든 정보가 뽑혀나가고, 사이버네틱 신체가 하나둘 기능을 잃어가던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옴니코프의 보안 요원들이 들이닥쳤을 때, 진우는 그들 앞에 재혁을 던져주고 유유히 사라졌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마치 그 모든 것이 재혁 혼자 꾸민 일이었다는 듯이.

그 후 3년.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옴니코프의 지하 감옥에서 기계 부품이 뽑혀나가는 고문을 당하고, 겨우 탈출해서는 도시의 가장 낮은 곳으로 떨어져 이름을 바꾸고 숨어 지냈다. 몸의 절반은 고장 난 기계가 되었고, 정신은 복수라는 단 하나의 불꽃으로 간신히 유지되고 있었다.

“네가 내 모든 것을 뺏어갔으니, 나도 네 모든 것을 뺏어갈 거야.”

재혁의 눈빛이 순간 섬뜩하게 번뜩였다. 데이터 패드의 사진 속 진우는 여전히 순진하게 웃고 있었다. 재혁은 사진을 지우려다 멈췄다. 아니, 아직은 안 돼. 저 미소를 찢어발기는 건, 직접 내 손으로 해야 했다.

그는 데이터 패드의 다른 파일을 열었다. 며칠 밤낮으로 슬럼가의 정보망을 뒤져 겨우 얻어낸 조각 정보였다. 진우는 이제 옴니코프의 핵심 간부 중 한 명이 되어 있었다. 재혁이 훔쳤던 데이터를 이용해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자신을 배신한 대가로 막대한 부와 권력을 누리고 있었다. 진우의 얼굴이 담긴 홀로그램 기사를 띄우자, 화려한 복장과 번듯한 미소가 재혁의 낡은 은신처를 채웠다.

“옴니코프의 미래, 이사 이진우.” 기사의 헤드라인이 조롱하듯 빛났다.

재혁은 기사 아래의 작은 주석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사 이진우, 다음 주 옴니코프 신기술 발표회 참석 예정. 장소: 넥서스 타워 최상층.’

넥서스 타워. 도시에서 가장 높은, 가장 안전한, 가장 접근 불가능한 요새. 그리고 진우가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맞이할 장소.

입술이 비틀리며 섬뜩한 미소를 그렸다. 낡은 의수가 삐걱이며 주먹을 쥐었다. 그 주먹 안에는, 오랜 시간 닳고 닳아 부서지기 직전인 작은 데이터 칩이 들려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한낱 쓰레기에 불과하겠지만, 재혁에게는 마지막 남은 희망이자 유일한 무기였다.

“기다려, 진우야.”

강재혁은 탁자 위의 데이터 패드를 꺼버렸다. 어둠이 다시 은신처를 잠식했지만, 그의 눈 속에 타오르는 불꽃은 그 어떤 어둠으로도 꺼뜨릴 수 없었다. 시작이었다. 지옥보다 더 잔혹한 복수극의 서막이, 잿빛 도시의 심장부에서 조용히 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