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리온-7의 황량한 심층 광산은 늘 그랬듯 잿빛 먼지와 거대한 기계음으로 가득했다. 진우는 낡아 빠진 ‘천둥까마귀’의 조종석에 앉아 길게 한숨을 쉬었다. 바깥 풍경은 언제나 똑같았다. 수십 미터 아래 광산 바닥은 녹슨 강철 구조물과 먼지 쌓인 암석, 그리고 다른 용병들의 거대한 메카들이 발광하는 헤드라이트를 번뜩이며 어지럽게 움직이는 모습뿐이었다.
“오늘도 평범한 고철 줍는 날이 되겠군. 빌어먹을.”
진우는 중얼거렸다. 그의 메카, 천둥까마귀는 한때 명성을 날리던 모델이었지만, 지금은 그의 손에 들어와 수없이 땜질되고 개조된, 말 그대로 ‘누더기’에 가까웠다. 그래도 그의 생계를 책임지는 유일한 친구였다. 거대한 드릴이 바닥을 긁어내며 굉음을 냈다. 콰아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광산의 깊은 지층이 찢겨 나갔다. 진우의 목표는 언제나처럼 고대 문명의 잔해나 희귀 광물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남들이 버린 쓰레기 속에서 보물을 찾는 일. 그게 그의 특기였다.
“이쪽은 뭐가 나올까.”
천둥까마귀의 센서가 바쁘게 지층을 분석했다. 진동과 함께 이상한 수치가 감지되었다. 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모니터를 응시했다. 보통의 암반층이 아니었다. 미지의 에너지 반응이 약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음? 이거 재밌는데.”
진우는 조심스럽게 천둥까마귀의 드릴을 더 깊이 박아 넣었다. 그때였다. 콰직! 콰직! 균열음이 조종석을 가득 메웠다. 경고등이 미친 듯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지반이 붕괴하고 있었다.
“젠장! 또 시작이야?!”
진우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천둥까마귀는 발밑이 꺼지면서 수십 미터 아래의 어둠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거대한 기체가 무수히 많은 암석 파편과 함께 아래로, 아래로 추락했다. 충격 완화 장치가 필사적으로 작동했지만, 바닥에 닿는 순간, 쿵! 하는 엄청난 충격과 함께 온몸이 흔들렸다.
“크윽… 간신히 버텼군.”
천둥까마귀는 심하게 파손되었지만, 다행히 치명상은 면했다. 진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전방 스크린을 응시했다. 추락한 곳은 거대한 지하 동굴이었다. 암석 파편들이 바닥에 흩뿌려진 가운데, 천둥까마귀의 헤드라이트가 어둠을 찢었다.
그리고, 진우는 눈앞의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그것은 단순한 동굴이 아니었다. 거대한 공간 한가운데, 거대한 수정 기둥이 솟아 있었다. 단순히 거대한 것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 섬세하게 조각한 듯한 기묘한 문양들이 표면에 새겨져 있었다. 푸른빛이 수정 기둥의 깊은 곳에서부터 은은하게 새어 나와 어둠을 밝혔다. 그것은 차갑고도 따스한, 형용할 수 없는 빛이었다. 그 빛은 메카의 센서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어떤 광물도, 어떤 에너지원도 아닌, 미지의 존재.
“이게… 뭐야?”
천둥까마귀가 고장 난 것처럼 삐걱거리며 움직였다. 진우가 조종간을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메카는 마치 홀린 듯 그 거대한 수정 기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낡은 관절이 삐걱이는 소리가 동굴 안에 메아리쳤다. 진우는 당황했지만, 동시에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을 느꼈다.
천둥까마귀의 육중한 강철 손이 푸른빛 수정 기둥에 닿는 순간이었다.
쉬이이잉-!
수정 기둥에서 강렬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천둥까마귀의 낡은 장갑이 빛에 감싸였다. 평소에는 그저 녹슬고 더러운 강철 덩어리였던 메카의 표면에, 수정 기둥에서 보았던 것과 똑같은 고대 문양들이 푸른빛으로 새겨지기 시작했다. 마치 빛의 문신처럼, 메카의 모든 부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듯했다.
진우의 조종석 안까지 푸른빛이 밀려들었다. 뜨거웠지만 불쾌하지 않았고, 차가웠지만 시리지 않았다. 그의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단순한 기계적인 에너지 충전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영혼이 천둥까마귀에게 깃드는 것 같았다. 그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그때, 진우의 통신기에 잡음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여기, 카인이다. 드디어 찾아냈군. 에너지 반응이 정확했어. 감히 내 영역을 침범하다니, 쓰레기 같은 고철 용병놈.
진우는 고개를 들었다. 동굴 입구가 무너진 위쪽에서, 거대한 중무장 메카 한 대가 강렬한 헤드라이트를 번뜩이며 내려오고 있었다. ‘강철독수리’. 거대한 철퇴와 대구경 캐논을 장착한, 이 광산에서 악명 높은 용병 카인의 메카였다.
“카인! 넌 어떻게 여길…”
— 이 바닥에서 미확인 에너지 반응이 감지되면 누구라도 달려오지. 특히 네놈 같은 쓰레기가 그걸 독점하게 둘 수는 없지. 그 수정, 제법 흥미로운데? 자, 그럼 사라져 줄까?
카인의 강철독수리가 오른팔의 캐논을 들어 진우의 천둥까마귀를 겨냥했다. 둔중한 발사음과 함께 거대한 에너지탄이 발사되었다. 콰앙!
진우는 본능적으로 조종간을 꺾었다. 놀랍게도, 천둥까마귀는 평소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민첩성으로 에너지탄을 피했다. 육중한 기체가 마치 그림자처럼 옆으로 미끄러져 나갔다. 진우는 자신의 움직임에 스스로 놀랐다. 낡은 관절에서 삐걱거리는 소리 대신, 부드러운 기계음이 흘렀다.
“이, 이럴 수가!”
푸른빛이 아직 천둥까마귀의 장갑 위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 마치 메카의 움직임을 보조하고, 그의 의지를 증폭시키는 듯했다.
— 피했다고? 하찮은 고철 주제에!
카인은 비웃었지만, 그의 표정에는 미세한 당혹감이 스쳤다. 강철독수리가 거대한 철퇴를 휘둘러 천둥까마귀를 덮쳤다. 쇠와 쇠가 부딪히는 굉음과 함께 천둥까마귀가 박살 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진우는 본능적으로 왼팔을 뻗었다. 그리고 천둥까마귀의 왼손에서, 푸른빛 에너지로 이루어진 방패가 솟아났다. 철퇴가 방패에 부딪히자,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철퇴의 충격이 상쇄되었다. 방패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천둥까마귀는 멀쩡했다.
“이게 무슨…” 진우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는 믿을 수 없었지만, 이 모든 것이 현실이었다. 천둥까마귀는 더 이상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고대의 마법이 깃든, 살아있는 존재 같았다. 그의 심장 박동에 맞춰 메카가 맥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뭐냐, 그건! 이상한 꼼수 부리지 마라!
카인이 분노하며 강철독수리의 모든 무기를 개방했다. 미사일이 쏟아지고, 캐논이 불을 뿜었다. 진우는 당황했지만, 그의 눈은 놀랍도록 선명하게 카인의 공격 경로를 읽어내고 있었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천둥까마귀는 푸른 섬광처럼 동굴 안을 누볐다. 미사일은 빗나갔고, 에너지탄은 허공을 갈랐다. 진우는 조종석에 앉아 자신의 메카가 춤추는 것을 보았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움직임처럼, 유려하고 강력했다.
“이대로 당할 수는 없지!”
진우는 이를 악물었다. 그의 오른팔에 힘을 주자, 천둥까마귀의 오른손에서 푸른빛이 폭주하듯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에너지 방출이 아니었다. 푸른빛의 에너지 덩어리가 뭉쳐지더니,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강철독수리를 향해 날아갔다. 쑤욱-! 쑤욱-! 그것은 마치 마법 주문 같았다.
에너지 덩어리는 강철독수리의 방어막을 아무 저항 없이 뚫고 들어갔다. 카인은 비명을 질렀다.
— 으아악! 내 방어막이!
쾅! 쾅! 쾅! 연속적인 폭발이 강철독수리의 장갑을 때렸다. 그것은 마치 내부에서부터 찢어발기는 듯한 공격이었다. 강철독수리의 팔다리가 연기를 뿜으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카인의 메카가 비틀거렸다.
진우는 온몸에 퍼지는 압도적인 힘에 전율했다. 이것은 단순한 화력이 아니었다. 본능적으로, 그는 이 고대의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팔을 하늘로 뻗자, 천둥까마귀의 양팔에서 거대한 푸른빛 마법진이 펼쳐졌다.
“이건… 마무리다!”
마법진에서 강력한 에너지 광선이 뿜어져 나와 강철독수리를 향해 직진했다. 콰아아앙-!
강철독수리는 손쓸 틈도 없이 광선에 직격당했다. 굉음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카인의 메카는 처참하게 부서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 말도 안 돼… 저 고철 덩어리가… 이런 힘을…
카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통신이 끊겼다.
진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온몸에서 땀이 비 오듯 흘렀지만, 그의 눈은 타오르는 불꽃처럼 빛나고 있었다. 천둥까마귀의 장갑 위를 감싸던 푸른빛 문양은 서서히 사라졌지만, 그 에너지는 여전히 메카의 깊은 곳에서 맥동하고 있었다.
그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는 이제, 단순한 용병이 아니었다.
고대의 마법이 깃든, 마법 강철 메카의 파일럿.
진우는 부서진 카인의 메카를 지나쳐 광산의 어둠 속을 걸어 나갔다. 이 거대한 지하 동굴은 이제 그의 비밀을 품고 있었다. 이 힘이 무엇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의 앞에는 이제, 결코 평범하지 않은 길이 펼쳐져 있다는 것을.
천둥까마귀는 더 이상 고철 덩어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고대의 심연에서 깨어난, 강력한 마법 강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