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 하이 판타지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제1장: 별의 심장이 찢어지던 밤

북쪽 하늘을 수놓은 쌍둥이 별이 가장 높이 뜨는 밤, 아르카디아 제국의 황성, 별의 전당에는 숨 막히는 침묵이 감돌았다. 거대한 흑요석 기둥이 천장을 떠받치고, 그 끝에 박힌 마정석은 은은한 푸른빛을 뿌려 전당을 신비롭게 밝혔다. 수십 미터 높이의 돔 천장에는 고대 마법으로 그려진 성좌의 문양이 흐릿하게 빛나고 있었다.

전당의 한가운데, 칠흑 같은 제의복을 입은 대제사장들이 엎드린 채 낮은 목소리로 축원을 읊조렸다. 그들의 중앙에는 나, 아레스가 서 있었다. 묵직한 황금 갑옷은 내 몸을 감싸고, 손에는 제국의 수호자들이 대대로 이어받은 성검, ‘별의 눈물’이 들려 있었다. 오늘 밤, 나는 오랜 전쟁을 끝내고 돌아온 영웅으로서, 제국의 대수호자 직위를 이어받는 성대한 의식을 치르는 중이었다.

수많은 귀족과 장군들이 전당을 가득 메웠지만, 그들의 시선은 오직 나에게만 집중되어 있었다. 그 시선들 속에서 나는 한 명의 시선을 찾았다. 전당의 가장 높은 단상, 황제 폐하의 바로 옆에 서 있는 사내.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전장에서 늘 내 옆을 지켜주었던 전우, 카이렌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온화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 미소를 보는 순간, 내 가슴은 알 수 없는 충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 이 모든 영광을 그와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기뻤다.

대제사장의 엄숙한 목소리가 전당을 울렸다. “오랜 전쟁의 시대를 끝내고, 제국에 평화를 가져온 아레스여! 그대는 신의 축복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나는 거침없이 대답했다. “네! 제국의 안녕을 위해, 제 심장을 바치겠습니다!”

그 순간, 대제사장은 거대한 홀을 들어 올려 내 머리 위로 뻗었다. 마정석에서 뿜어져 나오던 푸른빛이 일제히 홀의 끝으로 모여들더니, 맹렬한 기세로 내 몸을 덮쳤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듯한 전율. 고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성좌의 힘’이 내 몸으로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힘이, 거대한 힘이 나를 가득 채웠다. 이제 나는 제국의 진정한 대수호자가 되는 것이었다.

“자격이 충… 분… 하… ㄷ… 앗!”

대제사장의 목소리가 갑자기 뚝 끊겼다. 경악에 찬 그의 눈동자는 내 등 뒤를 향해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온몸을 감싸던 축복의 마나가 갑작스럽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치 내 몸을 뚫고 지나가는 거대한 힘에 저항하려는 듯, 고통스러운 파동이 밀려왔다.

“이게… 무슨…”

그 순간, 등 뒤에서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내 가슴을 꿰뚫는 듯한 날카로운 고통이 온몸을 휘감았다. 고통은 내 몸에 스며들던 성좌의 힘을 강제로 뽑아내려는 듯, 축복과 저주가 뒤섞인 혼란스러운 마나 폭풍을 일으켰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황금 갑옷을 뚫고 나온 칼날이 내 가슴을 관통하고 있었다. 붉은 피가 갑옷에 스며들어 푸른 마나와 뒤섞여 알 수 없는 빛을 발했다.

내 눈은 놀라움과 혼란으로 크게 뜨였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카이렌…?”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온화한 미소가 없었다. 차갑고 비정한,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표정이었다. 그의 눈은 탐욕과 승리감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내 몸에 박힌 칼날은 ‘별의 눈물’과 유사했지만, 날카로운 마기(魔氣)를 뿜어내고 있었다. 마나를 역류시켜 힘을 빼앗는 마검(魔劍).

“어째서…?”

나는 말을 채 잇지 못했다. 카이렌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칼날을 비틀었다. 끔찍한 고통과 함께 내 몸을 감싸던 성좌의 힘이 폭포수처럼 그의 마검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온몸의 피가 역류하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어째서라니, 아레스. 그 힘은 원래부터 네 것이 아니었어.”
카이렌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전당의 침묵 속에서 더없이 잔혹하게 울려 퍼졌다.
“네가 그저 좀 더 쓸모 있는 도구였을 뿐. 제국의 영웅? 대수호자? 우습지도 않군.”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당에 숨어 있던 카이렌의 추종자들이 튀어나왔다. 그들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진 대제사장들을 제압하고, 황제 폐하의 목에 칼을 겨눴다. 단상 위에서 황제는 핏기 없는 얼굴로 카이렌을 노려보고 있었다. 귀족들과 장군들은 감히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얼어붙어 있었다. 이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네놈이… 감히…!”

나는 이를 악물고 카이렌의 팔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이미 성좌의 힘 대부분이 마검으로 흡수된 상태였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발버둥 칠수록 칼날은 더욱 깊이 파고들 뿐이었다.

“아레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너의 시대는 끝났어. 이제는 나의 시대다.”

카이렌은 내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내가 알던 그 어떤 친구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직 차갑고 냉철한 야심만이 가득했다.
“네가 얻은 모든 영광, 네가 쌓아 올린 모든 업적. 이제 모두 내 것이 될 거야. 그리고 너는… 아무것도 아닌 채로 사라지겠지.”

말을 마친 카이렌은 내 등에 박힌 마검을 단숨에 뽑아냈다. *콸콸콸.*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내 몸을 지탱하던 힘이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쓰러진 나를, 카이렌은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이 쓰레기를 당장 저 불결한 심연의 틈으로 던져 넣어라. 그곳에서 영원히 고통받으며 제국을 배신한 죄를 뉘우치게 하라!”

그의 잔인한 명령이 떨어지자, 카이렌의 부하 두 명이 나를 끌고 갔다. 바닥에는 내 피가 흥건하게 고여 섬뜩한 붉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흐릿해지는 시야 속에서 나는 카이렌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는 나를 밟고 일어선 채, 승리감에 도취되어 전당을 가득 메운 이들을 향해 당당하게 선언했다.

“오늘부로 아레스는 제국을 배신하고 황제 폐하를 시해하려 한 역적이다! 나는 이 역적을 처단하고 제국의 혼란을 바로잡은 영웅, 카이렌이다! 이제부터 아르카디아 제국은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 것이다!”

시끄러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일부는 두려움에, 일부는 새로운 권력에 굴복하며 소리쳤다. 그 속에서 나의 이름은 잔혹한 조롱처럼 흩어졌다. 온몸의 뼈가 부서지는 고통 속에서도 나는 똑똑히 들었다. 그들의 환호성, 그리고 나를 향한 경멸의 외침.

내 몸은 사정없이 끌려 어두운 복도를 지나 지하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축축하고 차가운 공기. 피 냄새와 썩은 흙냄새가 뒤섞인 악취가 코를 찔렀다. 이윽고 눈앞에 나타난 것은 칠흑 같은 어둠이 뻥 뚫려 있는 거대한 구덩이였다. ‘심연의 틈’. 제국의 모든 죄인과 역적들이 던져져 영원히 고통받는다는 전설 속의 장소. 이곳에 던져진 자는 그 어떤 마법으로도 빠져나올 수 없다고 했다.

“크큭… 영웅께서 이런 곳에서 비참하게 죽어가시다니.”
“꼴좋다. 그 잘난 힘도 결국은 소용없게 되는군.”

부하들의 비웃음 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나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이미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액체가 시야를 가렸다.

“기억해라, 아레스. 네 모든 것을 빼앗아간 것은 바로 카이렌이다.”

한 부하가 내 몸을 구덩이 가장자리로 끌고 가며 속삭였다. 그의 말은 심장을 찢는 듯한 고통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으아악!”

결국 나는 사정없이 구덩이 속으로 던져졌다. 몸이 공중에서 몇 번이고 뒤집혔다. 끝없이 추락하는 감각. 차가운 바람이 내 살을 찢는 듯했다. 어둠 속에서 나는 마지막으로 카이렌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 비정하고 차가운 눈동자.

*나는… 죽지 않아.*
*결코 죽지 않을 거야.*

내 안의 모든 절망과 고통이 한 점으로 응축되었다. 그것은 뜨거운 불꽃이 되어 내 영혼을 불태웠다.

*카이렌… 네가 내게서 빼앗아간 모든 것들을… 내가 반드시 되찾을 것이다.*
*아니, 되찾는 것으로는 부족해.*
*네가 내게 안겨준 고통보다… 백 배, 천 배 더한 고통을 돌려줄 것이다.*
*반드시… 너를 파멸시키고 말 거야.*

끝없는 어둠 속으로 떨어지던 나의 몸은, 마침내 차갑고 축축한 어딘가에 부딪혔다. 뼈가 부서지는 듯한 충격과 함께 의식이 아득해졌다. 하지만 내 눈은, 복수를 향한 맹렬한 광기로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었다. 모든 것을 잃은 자가 심연의 바닥에서 끓어올린, 가장 처절하고 순수한 증오였다.
이 밤, 별의 심장이 찢어지던 밤, 아레스는 죽고 복수의 화신이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