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테르니아: 망각의 잔영 (Aeternia: Echoes of Oblivion)
**에피소드 1: 잊혀진 돌멩이와 균열의 속삭임**
—
**[장면 1: 잊혀진 자들의 무덤, 입구]**
**강민 (20대 후반 남성, 게임 닉네임: ‘서리발’)**
(게임 속 캐릭터, 낡은 가죽 갑옷을 걸치고 한 손에는 녹슨 단검, 다른 손에는 묵직한 곡괭이를 들고 있다. 입구에 선 채 깊은 한숨을 내쉰다.)
**서리발:** 하아… 이 지겨운 ‘잊혀진 자들의 무덤’이라니. 벌써 일주일째잖아. 대체 ‘은광석’ 조각은 어디에 숨어 있는 거야? 고작 제작 퀘스트 하나 깨자고 이걸 파고 있다니… 내가 생각해도 참 대단하다.
(주위를 둘러본다. 입구는 거대한 석문으로 막혀 있고, 문틈으로 희미한 흙먼지가 새어 나온다. 주변에는 다른 플레이어의 흔적은커녕 몬스터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곳은 이미 고인물들이 버린, 효율 없는 저레벨 던전이었다.)
**서리발:** (중얼거림) 아무도 안 오는 곳이라 몬스터도 젠이 느리네. 뭐, 덕분에 조용히 파밍이라도 할 수 있지만… 이쯤 되면 버그 아니야? 은광석 조각 드랍률이 이렇게 바닥일 리가 없는데.
(맵을 띄워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다. 이미 던전의 80% 이상을 탐색했음에도 여전히 목표물을 찾지 못했다. 지도는 낡고 희미한 선들로 가득하며, 미탐색 지역은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서리발:** 에휴, 남은 곳은 저기 안쪽의 ‘영원의 회랑’ 뿐인가. 거긴 함정도 많고 몬스터도 짜증 나서 아무도 안 가던데… 설마 거기에 숨겨져 있을 리는 없겠지. 보통은 던전 초입부에 있어야 하는 재료인데.
(망설이는 듯 잠시 멈춰 선다. 하지만 마감 기한이 임박한 제작 퀘스트를 생각하며 이내 결심한 듯 발걸음을 옮긴다.)
**서리발:**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맵 100% 탐색이나 하고 오자. 나중에 ‘탐험가’ 칭호라도 받으면 이 고생이 아깝진 않을 거야.
—
**[장면 2: 영원의 회랑]**
(영원의 회랑은 이름과는 달리, 좁고 어두운 통로로 이루어져 있다. 천장에서는 간헐적으로 흙과 작은 돌들이 떨어져 내리고, 바닥에는 이끼 낀 돌들이 미끄럽게 널려 있다. 공기 중에는 눅눅하고 퀴퀴한 냄새가 가득하다.)
**서리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며) 으, 분위기 봐라. 괜히 ‘영원’이 아니네. 영원히 잊혀진 느낌인데.
(앞서 가던 서리발의 시야에 희미한 빛이 들어온다. 통로가 끝나고 작은 원형의 방이 나타난다. 방 중앙에는 부서진 석상이 덩그러니 서 있고, 벽에는 알아볼 수 없는 고대 문자들이 새겨져 있다.)
**서리발:** 여긴 또 어디야? 맵에도 표시 안 된 곳인데…
(맵을 다시 확인하지만, 해당 지역은 여전히 미탐색 구역으로 표시되어 있다. 희미하게 빛나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쪽 벽에 다른 문양들과는 확연히 다른, 기묘한 돌 하나가 박혀 있는 것을 발견한다.)
**서리발:** 응? 저건 뭐지?
(돌에 다가선다. 다른 돌들이 거칠고 투박한 반면, 이 돌은 표면이 매끄럽고 검은색을 띠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돌의 표면에는 복잡하고 미묘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손을 대자, 희미한 온기가 느껴졌다.)
**서리발:** (감탄) 와, 인게임에서 이런 디테일은 처음 보는데? 이걸 왜 아무도 발견 못 했지?
(시스템 메시지가 뜨지 않는 것을 확인한다. 보통 이런 오브젝트는 [조사하기], [상호작용], [채취] 등의 옵션이 뜨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 돌은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서리발:** 이상하네. 아무 반응이 없어. 단순한 장식인가? 그래도 뭔가 특별한 것 같은데…
(그는 호기심에 돌을 손가락으로 가만히 쓸어본다. 문양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이자, 손가락 끝에서 아주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그리고 순간, 돌의 검은 표면에서 아주 희미한 푸른색 빛줄기가 스쳐 지나갔다.)
**서리발:** 어? 봤어? 방금 빛이…
(그는 다시 돌을 만져본다. 이번에는 엄지손가락으로 문양의 중앙을 지그시 눌러본다. 그러자 돌이 박혀있던 벽면에서 ‘쉬이익-‘ 하는 낮은 기계음이 들려왔다. 서리발은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선다.)
**서리발:** 으악! 뭐야! 함정인가?!
(벽의 일부가 안쪽으로 밀려 들어가더니, 이내 옆으로 스르륵 열리기 시작했다. 먼지가 자욱하게 쏟아져 나오고, 그 안에서 신비로운 푸른빛이 새어 나왔다. 예상치 못한 광경에 서리발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서리발:** (경악) 히, 히든 던전?! 아니, 히든 룸?! 이걸 내가 발견했다고?!
—
**[장면 3: 숨겨진 방]**
(열린 틈새로 보이는 방은 작고 아늑했다. 사방이 매끄러운 검은 돌로 마감되어 있었고, 공중에는 미세한 푸른색 입자들이 춤추고 있었다. 방 한가운데에는 낡았지만 기품 있는 제단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투명한 수정구 하나가 빛을 내뿜고 있었다.)
**서리발:**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선다. 발밑에서 ‘사각사각’ 소리가 난다. 바닥에는 오래된 마법진이 희미하게 그려져 있었다.)
크아… 이건… 이건 진짜 대박이다! 아무도 몰랐던 곳이야!
(그는 수정구에 시선을 고정한다. 수정구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맥동하며, 주변의 푸른빛 입자들을 빨아들이는 듯했다. 손을 뻗어 수정구를 만지려고 하자, 뇌리에 익숙한 경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알 수 없는 위험’이라거나 ‘강력한 마법의 기운’ 같은.)
**서리발:** (속으로 생각) 보통 이런 건 만지면 폭발하거나, 강력한 몬스터가 튀어나오거나… 아니면 엄청난 버프를 주거나, 아예 퀘스트가 시작되거나 할 텐데.
(그는 조심스럽게 수정구에 손을 가져간다. 망설임 끝에, 그의 손가락 끝이 차갑고 매끄러운 수정구의 표면에 닿았다. 예상했던 시스템 메시지는 뜨지 않았다. 대신, 수정구에서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강렬한 파동이 전해져 왔다.)
**서리발:** 으읍?!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한 감각. 차갑던 수정구는 순간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고, 그의 손을 통해 그 열기가 몸속으로 전이되는 것 같았다. 눈앞이 잠시 하얗게 번쩍이더니, 그의 시야에 새로운 UI 창이 팝업 되었다. 게임 내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검고 푸른 문양으로 장식된 창이었다.)
**[시스템 메시지: <고대 마력의 잔영>이 당신의 본질에 깃듭니다.]**
**서리발:** 뭐?! 고대 마력의 잔영?! 이게 무슨…
(새로운 메시지가 이어서 뜬다. 이번엔 더 짧고 간결했다.)
**[시스템 메시지: 미지의 근원이 당신의 내면에서 반응합니다.]**
(그의 캐릭터 주변으로 푸른빛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보통 캐릭터가 레벨업을 하거나 새로운 스킬을 습득할 때 나타나는 이펙트와는 달랐다. 빛은 훨씬 더 깊고, 영롱했으며, 마치 그의 몸속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듯했다.)
**서리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바라본다) 내 안에… 뭐가 들어온 거지? 스킬 창에 아무것도 안 뜨는데?
(그는 황급히 스킬 창을 열어본다. 새로운 스킬이나 버프 아이콘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캐릭터 초상화 옆에, 전에 없던 작은 문양 하나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푸른색의 회오리 모양이었다.)
**서리발:** 저건… 뭐지? 저런 아이콘은 없었는데…
(그는 무심코, 습관처럼 손에 들고 있던 녹슨 단검을 휘둘러 본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향해, 가장 기본적인 공격 스킬인 ‘찌르기’를 사용했다. 휙!)
(평소라면 단지 칼날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만 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단검의 끝에서 푸른색의 마력 줄기가 얇게 뻗어 나가더니, 방 안의 검은 벽에 부딪혀 희미한 파동을 일으켰다. 파동이 사라진 자리에, 벽은 원래보다 훨씬 더 깊게 파여 있었다.)
**서리발:** (입이 떡 벌어진다) 으어어?! 방금 그게… 뭐지?! 내 ‘찌르기’ 스킬이… 이렇게 강했나?!
(단검에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강화된 것도, 마법이 부여된 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가 스킬을 사용했을 뿐인데, 평소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마법적인 효과가 추가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손목에 새겨진 작은 문양을 다시 한번 바라본다.)
**서리발:** 고대 마력의 잔영… 미지의 근원… 설마… 설마 내가 지금…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게임에서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던, 게임 공략집에도, 위키에도 없는, 진정한 ‘히든 파워’를 손에 넣은 것만 같았다. 그는 이 엄청난 발견 앞에서 흥분과 함께,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서리발:** (전율하며) 이거… 이거 나 혼자 감당할 수 있는 힘인가?
—
**[장면 4: 영원의 회랑, 복귀]**
(서리발은 숨겨진 방에서 나와, 열린 벽이 다시 닫히는 것을 확인했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흥분과 혼란이 뒤섞인 표정이 역력했다.)
**서리발:** (숨을 헐떡이며) 방금 그건 꿈이 아니었어… 진짜였어. 평범한 찌르기 스킬에서 마법이 터져 나오다니… 이건 게임의 기본적인 시스템을 벗어난 일이야!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의 캐릭터 초상화 옆의 푸른 회오리 문양을 확인한다. 여전히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혹시 다른 스킬에도 적용되는지 궁금해졌다. 가장 쉬운 마법 스킬인 ‘불꽃 구슬’을 시전한다.)
**서리발:** ‘불꽃 구슬!’
(그의 손에서 평소보다 훨씬 크고, 선명하며, 푸른색 불꽃이 감도는 구슬이 생성되었다. 구슬은 마치 작은 별처럼 빛나며 공중을 맴돌았다. 이전에 시전하던 불꽃 구슬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졌다.)
**서리발:** (놀라움과 경악) 말도 안 돼…! 이 정도면 ‘고급 불꽃 폭탄’ 수준인데?! 마나 소모량은 그대로인데 위력이 몇 배나 강해졌어!
(그는 벽에 불꽃 구슬을 날려본다. ‘콰앙!’ 하는 굉음과 함께 벽의 일부가 시커멓게 그을리며 무너져 내렸다. 평소의 불꽃 구슬이라면 이 정도의 피해는 줄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손에 깃든 이 미지의 힘을 믿을 수 없었다.)
**서리발:**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나… 나 진짜 뭔가 엄청난 걸 손에 넣은 것 같아. 이 힘이 대체 뭐지? 어디서 온 거지? 그리고… 이걸 어떻게 써야 하는 거야?
(그의 머릿속은 수많은 질문으로 가득 찼다. 그는 이제 단순한 ‘서리발’이 아니었다. 그는 고대 마력의 잔영을 품게 된, 에테르니아에서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을 걷게 된 존재였다. 그의 눈빛은 혼란스러움 속에서도, 새로운 모험에 대한 강렬한 기대감으로 빛나고 있었다.)
**서리발:** (결심한 듯) 일단 여기서 나가자. 그리고… 이 힘에 대해 알아봐야 해. 반드시!
(그는 낡은 던전을 뒤로하고, 완전히 새로운 미래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딘다. 그의 손목에 깃든 푸른 회오리 문양은 여전히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
**[에피소드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