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스릴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밤의 장막이 드리운 고색창연한 도서관, 눅눅한 종이 냄새와 먼지 쌓인 책들의 정령이 서진을 감싸 안았다. 창밖으로는 장마비가 심술궂게 퍼붓고 있었지만, 이 거대한 미로 속에서는 그 소리마저 아득한 배경음처럼 멀게 느껴졌다. 서진은 오래된 목재 테이블 위, 겹겹이 쌓인 고문서들 속에서 숨겨진 의미를 찾아 헤매는 중이었다. 그가 쫓는 것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었다. 수 세기 전, 특정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던 기이한 전설, 인간과는 다른 존재에 대한 기록들이었다.

“젠장, 대체 이게 무슨….”

그는 희미한 필기체로 쓰인 페이지를 손가락으로 훑었다. 문장들은 암호 같았고, 삽화들은 섬뜩했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어딘가 비틀리고 왜곡된, 그러면서도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들의 모습. ‘엘류’라고 불리는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인간의 눈에 띄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때로는 그들의 그림자가 인간 세상에 드리워졌고, 그때마다 광기와 찬미가 뒤섞인 비극이 발생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쿵.

정적을 깨고 어딘가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서진은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다. 심야의 도서관은 늘 고요했지만, 오늘 밤은 유독 신경이 곤두서는 밤이었다. 혹시 잠 못 이루는 동료 연구원일까? 아니면 경비원? 하지만 이 시간까지 남아있는 사람은 자신뿐이어야 했다.

다시금 고요함이 찾아왔다. 빗소리만이 창문을 두드렸다. 서진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시 고문서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였다. 시야의 가장자리에 무언가, 혹은 누군가가 어른거렸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 어둠이 짙게 깔린 서가와 서가 사이. 달빛조차 들지 않는 그곳에 한 여인이 서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어둠이 드리워진 그림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그 착각은 산산이 부서졌다. 여인은 어둠 속에서 피어난 꽃처럼 또렷하게 존재했다. 새하얀 피부는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듯했고, 길게 늘어진 검은 머리카락은 흘러내리는 폭포수 같았다. 그녀는 마치 세상의 모든 정지된 아름다움을 응축해 놓은 조각상 같았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그녀는 너무나 완벽하게, *비인간적*으로 아름다웠다.

서진의 심장이 기이하게 쿵 내려앉았다. 숨이 막혔다. 그녀의 눈이 보였다.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빛나는 두 개의 푸른 보석. 그 안에 담긴 깊이는 인간의 눈으로는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우주를 담고 있었다. 너무나 오묘해서, 보는 이의 영혼을 꿰뚫어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하는 눈이었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서진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그림처럼, 석고상처럼 완벽하게 정지된 자세로. 너무나 고요하고,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서진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건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방금 전 읽었던 ‘엘류’의 기록들이 엉켜 붙으며 경고음을 울렸다.

“누구… 시죠?”

겨우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갈라진 목소리가 도서관의 정적을 찢었다. 여인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 푸른 눈동자만이 미세하게, 아주 미세하게 서진을 쫓는 것 같았다. 그녀의 시선에 닿자, 서진의 심장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머릿속의 모든 사고 회로가 마비되는 듯했다. 이성은 도망치라고 외쳤지만, 몸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오히려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에 홀린 듯, 그녀에게로 한 발짝 다가가고 싶어졌다.

그녀는 마침내 아주 느리게, 숨을 쉬듯이 한 발짝 움직였다.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마치 공기 위를 미끄러지듯 서진에게로 다가왔다. 어둠 속에서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드러났다. 그 손가락은 완벽한 비례를 가졌지만,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창백하고 투명한 듯했다.

서진은 침을 꿀꺽 삼켰다. 공포와 동시에 형용할 수 없는 매혹이 그의 의지를 잠식하고 있었다. 이성을 마비시키는 이 기이한 감정은 대체 무엇인가.

여인이 서진의 테이블 앞까지 다가왔다. 그의 손에 들린 고문서가 그녀의 시선에 잡혔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푸른 눈동자가 고문서를 응시하는 순간, 서진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자신이 찾고 있던 그 존재, 바로 ‘엘류’라는 것을.

“읽고 있군요.”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 낮고 부드러워서, 마치 심장 저 밑바닥에서 울려 퍼지는 듯했다. 그러나 동시에 얼음장처럼 차갑고, 인간의 언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완벽한 파장을 가지고 있었다. 서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 이 기록들을….”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들어 서진의 손에 들린 고문서로 뻗었다. 긴 손가락이 고문서의 낡은 종이에 닿았다. 그 순간, 서진의 손에 들린 종이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리고 그의 팔을 타고 전율이 흘렀다. 그녀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것은 단순한 온기가 아니었다. 수천 년의 세월이 응축된 듯한, 알 수 없는 힘이었다.

“인간은 언제나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찾아 헤매지.” 그녀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서진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리고, 결국 금지된 것을 만지고 싶어 한다.”

그녀의 시선 속에서 서진은 자신이 발가벗겨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가장 깊은 욕망, 감추고 싶었던 호기심, 그리고 이 알 수 없는 존재에게 품었던 강렬한 매혹이 모두 읽히는 듯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다. 그녀의 창백한 손가락이 닿았던 고문서의 낡은 종이 위로, 자신의 손가락을 겹쳐 올렸다. 종이 너머로 아직 남아있는 그녀의 잔류하는 기운이 느껴졌다. 차가우면서도 어딘가 뜨거웠다. 쾌락이면서도 고통이었다.

그때, 그녀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의 손끝이 고문서의 한 구절을 가리켰다.

**—인간이 엘류를 사랑하는 순간, 그들의 영혼은 영원히 비틀리고, 세상의 질서는 산산이 부서지리라.—**

그녀의 손가락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서진을 보았다. 이번에는 푸른 눈동자 속에 깊은 슬픔과 함께, 경고의 빛이 서려 있었다.

“그 길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줄 것이다.”

그녀의 말이 서진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이미 그녀의 푸른 눈동자에 깊이 빠져 있었다. 금지된 것을 만지고 싶어 하는 욕망은 이미 그의 심장을 집어삼켰다. 그 기록이 경고하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라 할지라도, 그는 이 비인간적인 아름다움에 더 깊이 빠져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바깥의 빗소리는 더욱 거세졌고, 고요한 도서관 안에서 두 존재는 서로에게 묶인 채,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