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밤 열두 시, 김현우는 노트북 화면에서 손을 떼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기계음처럼 머릿속을 맴돌던 코드 뭉치들이 그제야 희미해지는가 싶더니, 어깨를 짓누르던 피로가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고개를 들자 창밖의 서울은 여전히 잠들지 않은 듯, 불빛으로 가득한 채 희미하게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그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 고층 아파트에 홀로 산 지도 벌써 3년. 편안해야 할 이곳이 요즘은 도리어 가장 불편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벌써 일주일째였다. 처음엔 그저 대수롭지 않은 일들로 시작되었다. 분명히 잠그고 나간 현관문이 퇴근하고 돌아오면 살짝 열려 있다거나, 냉장고 문이 희미하게 벌어져 있는 식이었다. 처음엔 자신이 깜빡한 것이겠거니 했다. 워낙 정신없이 사는 일상이었으니. 그러나 점차 그 빈도가 잦아지고, 현상이 노골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는 새벽 2시, 거실에서 쨍그랑! 하는 소리에 잠이 깼다. 심장이 발끝까지 곤두박질치는 것 같았다. 도둑인가? 온몸에 소름이 돋아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나섰을 때, 거실 한가운데에는 컵이 산산조각 난 채 흩어져 있었다. 분명 그는 자기 전에 모든 설거지를 마치고 컵을 제자리에 꽂아두었었다. 누군가 침입한 흔적은 없었다.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현관문 잠금장치는 멀쩡했다. 그때부터였다. 김현우는 이 아파트가, 아니, 이 집이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하기 시작했다.

오늘 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샤워를 마치고 나와 침대에 앉아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드라이어의 윙- 하는 소음이 작은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때였다. 등 뒤에서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작지만, 드라이어 소음 속에서도 귀에 박힐 듯 또렷한 소리였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는 드라이어를 끄고 숨을 죽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뭐지…?”

그는 머리카락이 축축한 채로 조심스럽게 돌아보았다. 침대 옆 협탁, 휴대폰 충전기가 떨어져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놓여있던 자리에서, 마치 누군가 건드린 것처럼 바닥으로 떨어져 있는 충전기. 현우는 떨리는 손으로 충전기를 주웠다.

‘설마… 내가 무의식중에 건드린 건가?’

억지로 합리화하려 애썼지만, 이미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불쾌한 감각. 그는 옷장으로 걸어가 입을 옷을 꺼냈다. 셔츠를 걸치고 바지를 입으려 할 때였다. 옷장 안쪽에서 희미한 ‘스스슥’ 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얇은 천이 마찰하는 듯한 소리. 그는 옷장 문을 잡은 채로 얼어붙었다.

“누구… 없어?”

목소리가 바짝 말랐다.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옷장 안에는 셔츠와 바지, 그리고 계절이 지난 외투 몇 벌이 전부였다. 그리고 그 외투들은 빽빽하게 걸려있어 움직일 틈조차 없었다. 그럼 저 소리는…

스스슥. 스스슥.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훨씬 더 가까이, 마치 옷장 안쪽 깊은 곳에서 기어 나오는 듯한 소리였다. 현우는 옷장 문을 열지 못했다. 무언가 불쾌하고 기분 나쁜 기운이 옷장 틈새로 스며 나오는 것 같았다. 그는 뒷걸음질 쳐 침대 위로 풀썩 주저앉았다. 시선은 옷장 문에 고정된 채,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몇 초간의 정적. 다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현우는 겨우 용기를 내어 침대에서 내려와 옷장 문에 귀를 대려 했다. 그러나 그의 손이 옷장 손잡이에 닿으려는 찰나,

쿵!

옷장 문이 안쪽에서부터 격렬하게 흔들렸다. 마치 거대한 주먹으로 내리친 듯한 충격이었다. 현우는 비명을 지르며 나자빠졌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았다. 쿵! 쿵! 쿵! 옷장 문은 끔찍한 소리를 내며 계속 흔들렸다. 나무 문짝이 뒤틀리는 소리, 경첩이 삐걱거리는 소리, 그리고 그 안에서 마치 무언가가 으르렁거리는 듯한 희미한 소음이 뒤섞였다.

현우는 온몸이 얼어붙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눈앞의 옷장 문이 일그러진 괴물의 입처럼 보였다. 그 안에서 무언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의 등골을 타고 차가운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이건 더 이상 합리화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었다. 도둑도, 바람도, 착각도 아니었다. 무언가, *무언가*가 이 집에 있었다.

문득, 옷장 문의 흔들림이 멈췄다. 끔찍한 소음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현우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몸을 일으켰다. 옷장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 하지만 문 중앙에는 주먹만 한 크기의 깊은 홈이 파여 있었다. 마치 금속 배트로 내리친 듯한, 혹은 강력한 힘으로 파고든 듯한 흔적이었다. 나무 결이 갈라지고 페인트가 벗겨져, 그 상처가 생생하게 드러났다.

공포가 그의 온몸을 지배했다. 그는 겨우 비틀거리며 방문으로 향했다. 문고리를 잡는 손이 덜덜 떨렸다.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어디든, 이 집만 아니면 됐다. 그는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거실로 뛰쳐나갔다.

거실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창밖의 도시 불빛만이 희미하게 스며들어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거실 중앙의 유리 테이블 위에는 그가 아침에 읽고 나갔던 신문지가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신문지 위에는 무언가 날카로운 것으로 긁힌 듯한 자국들이 가득했다. 마치 아이가 낙서라도 한 듯 무질서한 선들. 그런데 그 선들 중 몇 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기묘한 기호들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 기호들은 현우가 난생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지구상의 어떤 문자도, 어떤 상징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때, 그는 거실 저편, 주방 입구에서 쿵! 하고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주방은 어둠 속이었다. 현우는 숨을 들이마셨다.

쿵…! 쿵…! 쿵…!

이번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무언가 무겁고 육중한 것이 바닥을 짚으며 움직이는 소리였다. 그의 집 안에서. 어둠 속의 주방에서.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현우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끔찍한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이건 꿈이 아니었다.
악몽보다 더 현실적인, 지옥이었다.

어둠 속의 주방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현우는 온몸의 세포가 비명을 지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직감했다.

*그것*은 이미, 아주 가까이 와 있었다.